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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방

비슬산 가을야생화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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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슬산 가을야생화 탐방 산행



■ 언제 : 2017. 9. 23.(토)

■ 어디로 : 달성군 현풍면 비슬산

■ 누구랑 : 아내랑



야생화 사진은 야생화사진방에 탑재



흔적

 

지리산에 물매화가 올라왔다는 사실을 알고

이번 주는 꼭 지리산을 가려했다.

지리산의 마지막 남은 코스인 화엄사-노고단 코스도 다녀올 겸

올 한 해가 다 가기 전에

지리산을 한 번 더 다녀가고 싶은 맘 간절했다.

 

요즘 아내의 컨디션이 매우 좋지 않다.

아침에 일어나 상태를 보고 지리산을 가든지 말든지 하겠다더니

아침이 밝았음에도 서두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일찍이 잠에서 깬 나는 오늘 지리산 가기는 틀렸구나란 생각을 한다.


에이, 어차피 지리산에 못 갈 것 같으면

이참에 푹 쉬기라도 하자 싶어 아침 한나절은 아무 생각 없이 푹 쉬기만 했다.

적당히 쉬었다 싶으니 쉬는 것도 무료해진다.

아무래도 가까운 곳 어디라도 다녀와야 할 것 같다.


아내랑 함께 가까운 팔공산으로 갔다.

집에 있자니 근질근질하고 이럴 땐 팔공산이 최고다 싶어 만만한 하늘정원을 향해 달렸다.

팔공산을 향해 7km쯤 달렸나 불현듯 팔공산보다는 비슬산을 가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팔공산은 자주 갔으니 이번 기회에 비슬산 가는 것 또한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대견사지 너머 봄이면 참꽃으로 물든 고원의 가을 풍경은 어떤지 

비슬산의 가을 야생화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자못 궁금하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팔공산을 향하던 차는 강북고 오거리에서

비슬산으로 갑자기 방향을 튼다.

 

비슬산 자연휴양림 주차장에 당도하여 현풍에 거주하는 실장님과 서 부장한테 전화를 했다.

작년에 현풍 테크노파크로 이사를 온 실장님은 하루가 멀다 하고 비슬산을 들락거린다.

이미 비슬산 붙박이가 된 것이다.

전화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실장님은 벌써 대견봉 가까이 올라가 있었고,

서 교감은 진작 전화하지 그랬냐며 지금 수성구에 잔치가 있어 가고 있단다.

실장님은 대견봉에서 만나기로 하고 서 부장은 하산 후 만나기로 했다.

 

대견사까지 반딧불이전기차를 이용했다.

전기차가 있으니 꾀가 나 힘들게 가기 싫다.

긴 산행을 하기엔 어차피 시간도 늦었다.

대견사에서 실장님과 만났다.

대견사에선 때맞춰 점심 공양을 하고 있다.

팔공산 하늘정원을 가볍게 다녀 온다고 나선 길이기에 먹을거리를 별도로 준비하지 않았다.

잘 됐다 싶어 실장님과 함께 콩나물국밥을 공양받아 먼저 배부터 채웠다.

 

점심을 때운 후 실장님은 먼저 하산하고 아내와 난 천왕봉으로 갔다.

실장님과 서부장은 우리가 하산한 후 함께 만나기로 했다.

대견봉은 더러 갔던 곳이라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생략하고,

참꽃나무 사이로 난 데크로드를 따라 천왕봉으로 바로 갔다.


그런데 천왕봉으로 가는 길이 너무 좋다.

산길이 이리 좋아도 되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계절이 계절인 만큼 시든 참꽃나무만 무성하리라 여겼는데

뜻밖에 가을을 대표하는 구절초와 쑥부쟁이가 어지러울 정도로 만발했다.

게다가 노란 꽃을 피운 미역취까지 우리를 따라 다니며 기분을 업(up) 시킨다.

미처 예상하지 못한 야생화 풍경에 그저 감탄만 자아낼 뿐이다.

 

대견봉 주변은 고산평탄면이다.

여기는 전국적으로 참꽃으로 유명한 곳이다.

참꽃밭이라 꽃지고 난 게슴츠레하게 변한 참꽃나무만 무성할 줄 알았는데

막상 와보니 드넓은 비슬산엔 참꽃만이 주인공이 아니었다.

명색이 가을이 아니던가?

흰색 구절초, 보라색 쑥부쟁이, 노란색 미역취가 가는 내내 황홀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다문다문 보인다면 달리 얘깃거리가 아니련만,

이건 뭐, 마치 레드카펫을 장식한 것처럼 가는 길 내내 가을꽃으로 도배를 해 놓았으니

그리 느끼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달 수 있다.

더욱이 가는 길마저 평이하고 데크는 마치 벨벳을 깔아 놓은 길처럼 편안하기 짝이 없다.

분위기는 다르지만 연말 대종상 수상을 위해 레드카펫을 걷는 스타들의 기분이 이와 같을란가 모르겠다.

 

거창 금원산에서 내려올 때 기분이 이랬다. 황매산 가을에서 또한 그랬다.

기대하지 않았기에 그 기쁨은 더 컸다.

산도 다닐 만큼 다녔기에 이 정도 분위기면

그러려니 하며 느긋할 만도 한데 갈 때마다 볼 때마다

마치 어린아이가 놀이공원에서 각종 놀이 기구를 타며 들뜬 그런 기분에 휩싸이곤 한다.

산이 주는 가장 큰 묘약이랄 수 있다.

 

대견사지에서 월광봉 너머 천왕봉까지 구절초, 쑥부쟁이, 미역취의 향연이 이어진다.

지금 비슬산의 속살은 하양, 보라, 노랑이 대세다.

가끔 고산에 보이는 산형과 식물인 고본이 눈에 띄기도 한다.

개회향과 구분이 어려워 헷갈리는 녀석이지만,

총산경 수로 보아 일단 고본으로 동정한 녀석이다.

개체 수는 많지 않았지만, 흔한 녀석이 아니어

산에만 가면 먹이를 찾아 헤메는 하이에나처럼 눈에 불을 켜고 다니는 내게

이런 아이들의 발견은 큰 기쁨으로 다가온다.

 

월광봉 너머 천왕봉이 가까워지니 갑자기 산부추의 출현이 잦다.

산부추는 8~9월에 홍자색으로 피는데 꽃줄기 끝에서 많은 꽃이 조밀하게 달려

지름 3~4cm의 둥근 산형 꽃차례를 이룬다.

그 모습이 마치 진자주색 둥근 꽃방망이처럼 보인다.

그런 산부추가 띄엄띄엄 있는 것이 아니라 무리지어 있다.

산길을 가면서 하나씩 다문다문 보기는 했어도 이렇게 무리지어 있는 모습을 본 적은 거의 없다.

비슬산이 생각한 것보다 식생 환경이 좋다는 것을 오늘에야 안다.

팔공산을 가려다 이곳으로 기수를 돌린 건 백번 잘한 일이다.

 

유가사로 가는 안부에 이르러선 쓴풀과 용담까지 만난다.

용담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쓴풀을 보리라고는 예상치 않았다.

쓴풀도 용담과에 속하지만 용담과는 색상과 모양이 많이 다르다.

쓴맛이 용담의 10배나 될 정도로 매우 쓰다고 하여 쓴풀이라고 했다.

용담(龍膽)은 용의 쓸개라는 뜻으로맛이 쓴 약용식물에 해당한다.

그런 용담도 쓴데 쓴풀은 그보다 10배나 쓰다 하니 약용으로 치면 효과가 어마어마하겠다.

자고로 양약은 입에 쓰다 하지 않았나... 

 

내친김에 쓴풀을 봤으니 자주쓴풀도 있겠거니 찾았지만,

아쉽게도 자주쓴풀은 보이지 않는다.

혹시 물매화는 없나 싶어 찾아봐도 그도 보이지 않는다.

흔히 쓴풀이 있으면 자주쓴풀도 있고 물매화도 있더만,

내가 선 부근에는 보이지 않는다.

아마 보지는 못했어도 어딘가에 이들도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 녀석들을 한꺼번에 보자면 아무래도 오는 주말은 황매산을 가야 할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이녀석들과의 만남을 위해 시기를 맞추고 있는 중이다.

 

천왕봉 가까이 가니 정자가 두 개나 서 있다.

언뜻 보기에 하나만 있어도 될 것 같아 보이는 데 두 개나 있어 좀은 의아했다.

정상 부근이 평원이라 그늘막이 없어 산객의 쉴 자리를 제공하자는 의도로 보이는 데

어차피 산을 찾는 이에게 산은 생긴 그대로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낫지

굳이 정자를 지어 쉼터를 제공할 필요까지는 없어 보인다.

억새가 차지해야 할 자리에 정자가 억새밭을 점령한 꼴이다.

 

천왕봉에 당도하니 은빛 억새 물결이 한창이다.

파란 하늘빛 가을과 참 잘 어울린다.

규모로 보아 창녕 화왕산 억새나 강원도 민둥산 억새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내 사는 가까운 곳에 은빛 물결 나부끼는 억새밭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분은 한량없이 좋기만 하다.

억새밭에 오니 아내도 기분이 더 없이 좋은가 보다.

사진도 찍지 않으려더니 억새밭에 오니 절로 사진 한 장 찍어달란 소리가 나온다.

덩달아 내 기분도 좋아진다.

지리산도 좋고 팔공산도 좋지만, 오늘은 여러모로 비슬산 오기를 잘 한 거 같다.

탁월한 선택을 했다.

 

시부지기 비슬산 왔다가 엔돌핀이 돌아 두통이 싹 가신 듯하다.

산은 이래서 좋다.

오늘은 대견사지에서 천왕봉까지 왕복했기에 크게 힘들진 않았다.

길이 좋고 분위기가 너무 좋아 또 가고 싶은 욕구가 마구 생긴다.

비슬산은 여러 번 다녀간 곳이지만 천왕봉은 오래 전에 한 번 다녀간지라 기억이 생소했다.

요 근래는 기껏해야 대견봉 정도 다녀갔기에

천왕봉 분위기는 잊은 지 오래다.

오래되어 잠자던 기억을 다시금 일깨우는 순간이다.

 

비슬산의 파란 하늘과 억새를 흔드는 가을바람도 일품이었다.

 파란 하늘과 바람 사이로 하양 구절초와 보랏빛 쑥부쟁이, 노란 미역취

그리고 다문다문 보여준 귀한 아이인 고본과 용담, 쓴풀

무리지어 핀 둥근 방망이 같은 홍자색 산부추

천왕봉에 드넓게 펼쳐진 억새밭

산 너머 산이 그린 산그리메

산 아래 드넓게 자리 잡은 달성공단과 아파트단지

그 모두가 신선한 풍경으로 다가왔다.

여유롭고 품 넓게 비슬산이 주는 기운을 소담스레 쓸어 담았다.

 

5시쯤 하산해 실장님부부랑 만나 한잔 나누고

조금 늦게 서부장이 합류하여 서부장 집으로 갔다.

혜민 엄마가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저런 우스개 소리를 하며 정담을 나누다보니 시간이 꽤 되었다.

비슬산의 하루가 황홀함에서 정다움으로 끝을 맺었다.





사진으로 보는 비슬산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