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산불로 인해 흰꼬리수리 보는 건 틀렸다.
■ 언제 : 2021. 1. 17.(일)
■ 어디로 : 금호강 상류
■ 누구랑 : 혼자
원앙이 준 선물을 받고
흰꼬리수리를 보러갔다.
오늘은 굉장히 차가운 날씨다.
영상 1℃ 였지만 체감온도는 영하권 아래로 떨어졌다.
원앙을 보고 가는 길이라 시간이 늦었지만
어쩌면 이 시간대라면 오히려 흰꼬리수리와의 만남이 적격인 시간대라 할 수도 있다.
목적지 다리 위로 근접하니 근교 산에서 흰연기가 크게 피어 올랐다.
산불이 났나? 신고를 해야되나? 어떻하지 하면서 곧장 가는 데 내가 가는 길에
점점 연기가 더 많이 나고 있었다.
내가 가는 가까운 곳에서 산불이 났던 것이다.
다행히 소방차가 대기하고 소방헬기가 나는 모습을 보니 이미 산불 진화작업에 들어갔음을 알 수 있었다.
다행이라 여기며 카메라 세팅을 하고 흰꼬리수리를 기다렸다.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흰꼬리수리를 맞이할 진사님들은 여전히 자기 자리를 선점하고 있었다.
자주가다 보니 늘 보던 그 사람들이 그 사람들이다.
이젠 제법 목례를 하면서 인사를 나누고 몇 마디 말을 나누는 사람도 생겼다.
그런데 오늘은 꽝이다.
흰수리꼬리가 나타나는 주변에 산불이 났고
소방헬기는 우리가 겨냥한 하천의 목표 지점에서 물을 공수해 간다.
여러 대의 헬기가 연방 나타나 물을 퍼간다.
흰꼬리수리가 나타나긴 틀렸다.
상황을 직감하자 더 있을 이유가 없었다.
도착 후 채 20분도 되지 않아 철수했다.
늘 그랬듯 난, 이제 흰꼬리수리를 보러가면 집으로 갈 때 큰 길로 안 간다.
강변을 따라 올라간다.
혹시 뭐라도 볼 수 있을까 싶어 강을 따라 간다.
그 길에 차를 몰고가면 나름 운치도 있고 분위기도 있다.
비록 혼자지만 느낄 건 다 느끼고 가질 건 다 가진다.
지금 이 길의 주인공은 나다.
이 순간 이 길 위에 있는 모든 자연은 모두 다 내 것이다.
새
흐르는 강물
매섭게 부는 차가운 바람
모두 다 내가 가진다.
여기서도 별 다른 걸 보진 못했다.
큰고니, 비오리, 갈매기, 흰뺨검둥오리, 물닭이 다다.
혹시 하는 기대감은 역시나였지만 이 길이 좋아 난 이 길을 간다.
늘 이 길로 간다.
큰고니. 고니를 한 번 봐야하는 데 고니를 못봤다. 내가 아는 젊은 친구는 우연히 내 사는 가까운 곳에서 고니를 봤다고 자랑을 하던데 생전 나한텐 나타날 기미가 없다.
소방헬기가 물을 떠러 왔다. 산불도 빠르게 진화되어야 겠지만, 오늘 흰꼬리수리 보기는 틀렸다.
흰꼬리수리 대신 소방헬기를 담아본다. 산불이 나 진화 작업에 생고생 하시는 소방관들에겐 미안했지만, 이 장면을 보는 것도 쉽지 않다. 교육 자료로 활용해도 가치가 있다.
오늘은 흰꼬리수리 대신 소방헬기다.
물을 퍼담는 장면인데 순식간에 물을 담아간다. 저렇게 큰 물바구니에 어떻게 저렇게 빨리 물을 담는지 신기했다. 한 시가 급한 상황이니 물도 빨리 퍼담아야겠지...
늘 보는 대백로와도 잠시 놀아주고~
큰고니도 잡아본다.
대백로의 착륙모습
과연 크긴 크다. 날개를 쫙 펼치고 고개를 쭉 뻗으니 대백로란 이름이 실감난다.
강변을 따라 올라가며 본 비오리
여기선 그래도 욘석이 제법 대우를 받는다. 물닭 일색인 곳에 개체 수는 많지 않지만 가끔 보인다.
왼쪽 물닭, 오른쪽 비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