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원앙은 내게 큰 선물을 안겨줬다.
■ 언제 : 2021. 1. 17.(일)
■ 어디로 : 청도 **천
■ 누구랑 : 혼자
오늘 원앙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자못 궁금하다.
원앙을 보러 오긴 왔는 데 오늘 날씨가 장갑낀 손가락 끝이 시리도록 차다.
장갑을 낀 채 호주머니에 손넣기 바쁘다.
일전에 봤던 곳에선 원앙이 보이지 않는다.
순간 예감이 별로 좋지 않다.
더 위로 올라갔다.
도로변에서 사진 찍는 사람이 한 분 보였다.
"거기 원앙 있습니까?" 있단다.
날씨가 억수로 춥단다.
차도에선 원앙이 보이지 않아 그 양반 아니었다면 그냥 지나칠 뻔했다.
개체 수가 그리 많진 않았다.
날씨가 추워 모두 목을 움츠리고 있고 간간히 물 위를 유영하는 녀석 몇 마리 보일 뿐이다.
이 녀석들이 다일지 몰라 일단 담기에 급급했다.
그런데 뭔가 아쉽다.
이 정도로 만족해 그냥 가기도 그렇고 일단 더 위로 올라갔다.
얘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더 위로 가자니 아니 이게 뭔 일인지 원앙이 떼거리로 모여 도로를 점령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인도에 모여 군집해 있거나 아장아장 걸으며 도로를 횡단하고 있는 녀석들도 보인다.
이게 도대체 뭔 일이람...
갑자기 내 눈앞에 닥친 현장을 보자 가슴마저 콩닥콩닥 거린다.
얘들이 날아갈까 싶어 조심스럽게 차를 주차하고 카메라를 꺼내는데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하게 달리는 자동차가 욘석들을 다 날려버린다.
그런데 날아갔던 녀석들이 다시 도로로 돌아왔다.
잠시 피했다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욘석들의 행위를 간파할 수 있었던 난, 비교적 여유롭게 삼각대를 꺼내 카메라를 거치했다.
보다 안정적으로 촬영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셔터 소리만 요란했다.
갑자기 자전거 한 대가 얘들을 향해 유유히 달려온다.
"에이, 날샜다"라며 쟤들이 다 날아가기 전에 희귀한 장면 한 컷이라도 더 촬영하기 위해
셔터를 마구마구 눌러 다행히 안도감이 들 만큼은 찍었다.
만족도 측면에선 부족한 감이 있었지만 실제 상황은 나름 기록한 셈이다.
자전거는 점점 더 가까이 오고 자동차도 또 한 대 다가왔다.
다가오는 자전거와 자동차를 세울 수는 없었지만
덕분에 욘석들이 피신해 날아가는 장면을 묘사할 수 있었다.
주 피사체 뒤로 자전거와 자동차가 배경이 된 절묘한 타이밍까지 곁들였다.
이런 순간을 포착한다는 건 사진 찍는 사람으로서는 좀체 경험하기 힘든 장면이다.
솜씨가 일천해 제대로 묘사를 못했다만
어쨌든 희귀한 장면을 얻는데 성공한 건 사실이다.
추운 날씨에 지들 보러왔다고 녀석들이 톡톡이 모델 역활을 해주었다.
날아갔다가 다시 돌아오고 또 날아갔다가 돌아오길 여러 차례 되풀이해 주었다.
고맙기도 하지.
사진 촬영을 하다가 오늘 같이 이런 날이 오면
진사들은 쾌재를 부른다.
출사 나가는 날이 매양 이와 같은 날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 같은 날이면 추위도 아랑곳 없다.
어디 추위가 대수이련가.
보고 싶은 새를 볼 수만 있다면 홑껍데기를 입고서라도 원정가겠다.
그나 저나 아직 카메라 기능 활용이 익숙치 않아
사진이 맘에 안 든다.
혼자 공부하자니 꽤 어렵다.
언제 맘에 꼭 드는 사진 한 장 건져볼지 아직 요원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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