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다 떨어진 오어사와 운제산
그래도 속내가 아름다와 언제나 멋진 곳
■ 언제 : 2015. 12. 5.(토)
■ 어디로 : 포항 운제산 오어사, 포항시 남구 오천읍 오어로1, ☎ 오어사 종무소 054)292-2083
■ 누구랑 : 아내랑
■ 산행경로 : 대왕암 코스
오어사 - 0.3km - 자장암 - 0.4km - 산여초소 - 0.9km - 깔딱재 - 0.2km - 삼거리 이정표 - 0.2km - 바위재 - 0.8km - 운제샘 이정표(대왕암·운제산 정상 삼거리) - 0.1km - 운제산 정상 - 0.7km - 대왕암
편도 3.6km, 왕복 7.2km
■ 산행 지도<펌>
운제산·오어사 개요
운제산(雲梯山) 유래
<펌>다음백과
위키백과사전 https://ko.wikipedia.org/wiki/%EC%9A%B4%EC%A0%9C%EC%82%B0
원효대사와 혜공선사가 이곳 운제산에서 함께 수도를 하면서 구름을 사다리 삼아 절벽을 넘나들어 운제산이라고 했다는 설과 신라의 제2대 왕인 남해왕(南解王)의 비 운제부인(雲帝夫人)의 성모단이 있어 이름이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가뭄이 심할 때 산 정상에 있는 대왕암에서 기우제를 지내면 영험하다는 전설이 전한다.
또한 운제산성모에 관한 기록은 『삼국유사』 1권 남해왕조(南解王條)에도 전하고 있다. 내용은 “남해거서간(南海居西干)은 또한 남해차차웅(南海次次雄)이라고 이르니, 이것은 존장(尊長)의 칭호로서 오직 왕을 일컫는다. 아버지는 혁거세(赫居世)이고, 어머니는 알영부인(閼英夫人)이다. 비는 운제부인(雲帝夫人)이다. 달리 운제(雲梯)로도 쓰니 지금도 영일현 서쪽에 운제산성모가 있다. 가뭄에 빌면 영검이 있다. ”고 되어 있다.
이 기록은 신라의 제2대왕인 남해왕을 언급한 것으로, 그의 비인 운제부인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요하게 간주되는 사실은 일연(一然) 당시에 운제산성모가 잔존하고 있었고, 이곳에 빌면 가뭄에 대한 영검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신모신앙(神母信仰) 또는 산모신앙(山母信仰)으로 판별된다. 신모신앙의 대표적 사례로는 선도산성모(仙桃山聖母)·지리산성모(智異山聖母)·정견모주(正見母主)·성거산여신(聖居山女神)·치술령신모(鵄述嶺神母)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신모는 운제산성모와 견주어지는 것들로 각종 문헌에 전하는 기록이 있다. 운제산성모의 신격은 가뭄 때와 깊이 관련되어 있는데, 가뭄에 빌면 효험이 있다고 한 기록이 그 증거이다. 이는 물을 관장하는 것이고, 물은 곧 농사와 깊은 관련을 맺기 때문에 운제산성모는 농사를 풍요롭게 하는 풍농신(豊農神)의 성격을 지닌다.
물과 관련되는 미륵할미신앙이나 「노적봉전설(露積峰傳說)」 등과도 관련이 있다. 이뿐만 아니라 산모신앙은 지역수호신적 성격도 지니기 때문에 복합적 신격으로 간주된다. 운제산성모는 왕권신화·산모신앙·지역수호신앙 등이 복합된 것으로 이른 시기에 보여지는 긴요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오어사[吾魚寺]
<펌>다음 백과
대한불교조계종 11교구 본사인 불국사의 말사이다. 신라 진평왕 때 창건하여 항사사(恒沙寺)라 하였다.
그 뒤 신라 고승 원효(元曉)와 혜공(惠空)이 함께 이곳의 계곡에서 고기를 잡아먹고 방변(放便)하였더니 고기 두마리가 나와서 한 마리는 물을 거슬러 올라가고 한 마리는 아래로 내려갔는데, 올라가는 고기를 보고 서로 자기 고기라고 하였다는 설화에 의하여 오어사라 하였다는 전설이 있다.
그러나 창건 이후의 역사는 전래되지 않고 있다. 다만, 유적에 의하면 자장(慈藏)과 혜공·원효·의상(義湘)의 네 조사(祖師)가 이 절과 큰 인연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즉, 절의 북쪽에 자장암과 혜공암, 남쪽에 원효암, 서쪽에 의상암 등의 수행처가 있었으므로 이들 네 조사의 행적과 연관짓고 있다.
현존하는 당우로는 대웅전을 중심으로 나한전(羅漢殿)·설선당(說禪堂)·칠성각·산령각 등이 있다. 이 중 대웅전을 제외한 당우들은 모두 최근에 건립된 것이다. 이 절의 대표적인 유물로는 대웅전 안에 보관되어 있는 원효대사의 삿갓이다.
지극히 정교하게 만들어진 이 삿갓의 높이는 1척이고 지름은 약 1.5척이다. 뒷부분은 거의 삭아버렸지만 겹겹으로 붙인 한지에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이 삿갓은 마치 실오라기 같은 풀뿌리를 소재로 하여 짠 보기 드문 것이다.
이 밖에도 절내에는 불계비문(佛契 碑文)·염불계비문(念佛契碑文)·운제산단월발원비문(雲梯山檀越發願碑文) 등과 부도가 있다. 현존하는 부속암자로는 자장암과 원효암이 있으며, 오어사 앞의 저수지와 홍계폭포, 기암절벽 등의 경치는 일품이다.
흔적
올 가을은 유독 경조사가 많다.
사진기 둘러메고 길을 나설 여유마저 없다.
어쩌겠나. 사람으로 산다는 게 다 그런 거지.
관혼상제에 익숙하게 길들여진 우리네 삶을 이제 와 굳이 멀리해야 할 이유가 없다.
자고로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면 상부상조란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이 아니겠나.
아내랑 주말이면 어디로 가거나 늘 나서던 길을
잔치다 뭐다 해서 근 한 달 정도 꼼짝을 못했다.
그러다 가을이 다 가버렸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갈까 말까 망설이는 아내들 꼬드겨
진작 점찍어 두었던 포항 운제산 오어사로 향했다.
멀지 않은 곳이라 여겼는데 막상 가보니 거리가 꽤 된다.
먼 곳을 다니던 것에 비하면 별 것 아니었지만,
가까이 있다고 여겼기에 좀 멀어져 보였나 보다.
오어사는 특히 가을이 아름다운 곳이라 소문이 자자하다.
운제산을 가볼까 싶어 선답자의 블로그를 탐색해 보니 과연 소문대로
운제산과 오어사는 추색이 일품이었다.
기왕지사 가는 거 11월에만 갔더라도 멋진 단풍을 탐닉할 수 있었을 텐데
때 맞춰 길 떠나는 것도 맘대로 되는 것은 아닌가 보다.
늘 하는 얘기고 나가면 늘 보는 장면이지만
우리나라는 삽작문만 열고나서면 온 천지가 산이고 길인데
이런 산도 길도 모두 지 맘대로 오갈 순 없는 법이다.
그림의 떡이고 내 맘 같지 않은 것이 세상살이다.
그저 겸허하게 주어진 만큼 가능한 만큼 만족하며 살아갈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한 세상 살아가는 가장 지혜로운 긍정의 삶이 아니겠나.
어이됐던 오늘도 우리 부부는 느긋한 산행을 즐기기 위해 운제산을 찾았다.
운제산을 오르기 위해 나는 시작점으로 오어사를 겨냥했다.
운제산 산행도 하고 오어사도 볼 심산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어사에 당도하여 운제산 등산 안내판을 유심히 살펴보니
오어사 기점 외에 출발점이 두 곳이나 더 있었다.
대각 초소를 출발점으로 시루봉을 경유하는 원효코스와
역시 대각 초소에서 출발은 하지만 시루봉 방향이 아닌
바위재 방향으로 올라 정상에 당도하는 혜공코스가 있었다.
그러나 이 두 코스는 오어사로 원점회귀하기에는 애로가 있어
우리는 처음 계획한대로 오어사로 가는 것으로 최종 낙점을 했다.
오어사로 가는 길은 대왕암코스로 불린다.
그러니까 운제산 등산코스를 정리하면
원효코스, 혜공코스, 대왕암코스로 나누며 주로 이 세 곳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오어사는 포항시 오천읍 항사리에 있는 신라시대의 천년고찰이다.
신라 진평왕 때 창건하여 항사사(恒沙寺)라 불리다
앞서 오어사 개요에서 얘기했듯 신라 고승 원효와 혜공이 물고기를 잡아먹고
서로 방변(放便)을 했는데 한 마리는 헤엄을 치며 물을 거슬러 올라가고
한 마리는 아래로 떠내려갔는데 살아난 물고기를 보고 서로 자기 고기라고 우겼다는 설화로 인하여 오(나吾) 어(고기漁) 사(절寺)라 하였다는 전설이 있다.
그러니까 원효와 혜공이 시합을 하다가 살아난 물고기가 서로 내 물고기라고 우기며
탄생한 이름이 오어사(吾漁寺)란 얘기다.
법력이 누가 센지 기 싸움을 하셨던 모양인데 좌우당간
고명하신 두 스님의 전설치곤 좀은 고약한 느낌이 든다.
어쨌든 두 분 중에 한 분은 거짓말을 하신 것이 아닌가. ㅎㅎ
아무리 고명한 스님도 내기에는 지기 싫은 모양이다. 믿거나 말거나...
아내가 볼 일을 보러가는 동안 난 잠시 짬을 내어 오어사를 탐방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차피 하산하고 살펴 볼 거라 대충 훑었다.
주마간산이었지만, 첫 느낌은 예사롭지 않아 보였으며
한 눈에 봐도 천년고찰이라는 세월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오어사를 기점으로 하는 대왕암코스는 오어사에서 먼저 자장암으로 치고 올라가야 한다.
안내간판에는 150m, 홍보리플렛에는 300m라 적혀있다.
어느 것이 맞든 10여분 거리에 있지만, 초반에 된비알로 된 가파른 오름길을 오르자니
숨이 목에 차려고 한다. 그러나 10여분이란 짧은 시간이면 자장암에 당도하니
미리 겁낼 일은 아니다. 숨이 목에 차오를라하면 발은 자장암에 닿아 있기 때문이다.
자장암(慈藏庵)은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는 천년관음 기도도량이며
신라의 대국통(大國統) 자장율사(慈藏律師)가 살았던 곳이다.
삼면이 절벽으로 이루어진 단애의 끝에 자장암이 서 있다.
인터넷신문 경기데일리의 객원칼럼니스트로 있는 제운스님의 말을 빌면
자장율사는 신라시대 김춘추와 김유신을 도와 삼국통일의 주역을 이루기도 했으며
그가 남긴 유명한 일화로
“계를 가지고 하루를 살지언정 계를 파하고 백년 부귀를 원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것은 그가 사바세계에 얽매이지 않는 철저한 수행인이라는 것을 여실히 반증함을 의미 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 대목이다.
자장암에 서서 부처님진신사리가 모셔진 사리탑을 친견하고
자장암 아래 오어사와 오어지, 오어지의 출렁다리인 원효교와 자장암 건너 원효암을 바라본다.
기묘한 위치에 자리한 법당인 만큼 자장암에서 바라보는 조망 또한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제운스님의 말에 의하면 그 옛날 신도들은 산길 20리가 넘는 길을 ‘생남불공’을 드리러
겨울 찬바람에도 아랑곳없이 맨 몸도 아닌 쌀과 부식을 메고 도량에 들어섰다고 한다.
아마, 생남을 위한 영험함이 뛰어난 곳이라 그까짓 고생쯤이야 대수롭잖게 여겼나보다.
재미있는 것은 불공을 드리고 산을 내려갈 때 아무도 만나지 않고 내려가면
틀림없이 기도가 성취되어 생남한다는 것이다. 혹 사람을 만나더라도 남자를 만나면 괜찮다란
말이 있기도 했으나 요즘 같으면 여자 입장에서 볼썽사나운 얘깃거리가 될 수도 있겠다.
자장암에서 임도를 따라 5분만 내려가면 ‘산여산불감시초소’가 나온다.
운제산으로 가는 길목이다. 여기까지 우리는 오어사에서 가파른 오름길을 따라 자장암을 거쳐 왔지만
오어사를 방문할 이유가 없는 사람은 차량을 이용해 임도에 있는 ‘산여산불감시초소’에
차량을 주차하고 운제산을 오른다면 운제산 정상까지 가는 길은 한결 편리할 것이다.
산여산불감시초소에서 운제산 정상까지는 3.2km에 이르며
깔딱재와 바위재를 지나는 길이 다소 힘겹기는 하여도
나머지는 그리 어렵사리 진행을 하지 않아도 된다.
다소 힘든 듯하면서도 가다 보면 의외로 쉽게 정상을 만난다.
운제산 정상 못미쳐 100m 지점에 사거리가 나온다.
대왕암으로 가는 길과 정상으로 가는 길
그리고 운제산 샘터로 가는 길이 있다.
샘터는 불과 50m 지점에 있었지만, 굳이 들릴 이유가 없어 건너뛰고 곧 바로 정상으로 갔다.
정상에는 전통 한옥 구조로 지어진 누각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다.
정상석이 있어야 할 자리에 정상석은 보이지 않고 누각만 서 있었던 것이다.
여기가 정상이 아닌가 하고 누각 안으로 발을 디밀고 들어서니
정상석은 바로 다름 아닌 누각 안 중심에 곱게 모셔져 있었다.
다른 곳에서 보던 정상석의 분위기와는 달라 좀은 의아했지만
아마, 거기가 정상인 지점인지라 그 자리에 세웠던 모양이다.
피라밋의 중심에는 만병을 치유할 수 있는 기가 모아져 있다더니 운제산에 서린
원효와 자장율사, 혜공과 의상대사의 법력이 한 자리에 모인 명당처가 바로 여긴가 보다.
정상석 측면에 ‘1999년 11월 13일 영일만 산악회원 일동 건립’이라고 쓰여 있다.
산악회원들이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정상석을 세웠나 보다.
천혜의 명당처에 비석을 세웠으니 이 분들 복 꽤나 받으실 모양이다.
정상까지 오면서 힘은 들었는데 어째 좀 싱겁다.
사진 촬영하며 시간을 지체하며 왔음에도 시간은 아직 여유가 많다.
시간도 넉넉하니 건너편 커다란 바위가 보이는 대왕암까지 가야겠다.
처음 계획부터 대왕암까지는 다녀오리라고 생각을 하고 왔으니
정상까지 와서 800m에 불과한 대왕암을 안 갈 이유가 없다.
운제산 정상에서 대왕암으로 가는 길은 걷기 좋다.
약간 가파른 오름길이 있긴 해도 오름은 잠시고 나머지는 여유로운 산행길이다.
가면서 대왕같이 생긴 커다란 바위무더기도 보고
뒤돌아 누각이 있는 운제산 정상도 바라보며, 왔던 길을 다시 쳐다보는 감미로운 시간도 갖는다.
이제는 간간이 울어대는 까마귀의 까악거리는 소리마저 정겹게 들린다.
대왕암이라! 난 자장암처럼 암자가 있는 줄 알았다.
자장암이니 원효암이니 해서 대왕암도 산중 높은 곳에 있는
쉬 접근하기 어려운 산중암자인 줄 알았던 것이다.
알고 보니 암(庵)자가 아니라 암(岩)이었던 것을 착각을 해도 정도가 다분히 지나쳤다.
대왕암은 해병대에서는 천자봉이라고 하며 대한민국해병대가 훈련을 통하여
천자봉을 점령하고 해병대로서의 자긍심과 각오를 다지는 의미가 부여되어 있기도 했다.
이 글을 쓰는 데 일요일 저녁 MBC TV ‘진짜사나이’라는 프로그램에서
해병대가 되기 위해 모인 연예인과 유명인들이 훈련을 하는 장면이 방영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해병대가 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인 빨간 명찰과 빨간 팔각모를 쓰기위해
천자봉을 정복해야만 하는 강행군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때 마침 오늘 아내랑 대왕암이라 부르는 천자봉을 다녀왔기에
이들의 행군 모습이 신선함으로 다가와 스마트폰으로 방송을 켜 훈련 장면을 지켜보면서
글을 쓰기도 하다가 스마트폰의 조그마한 화면을 통해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다.
힘든 과정을 끝내고 마침내 산악행군의 최종 관문인 천자봉에 도달하는 모습을 보니
보는 내 가슴이 찡하고 눈물이 핑 돈다.
완전 군장을 하고 비를 맞으며 강행군을 해야 하고,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군대 갔다 온 남자라면 다 알 것이다.
내 군생활 시절, 우리 부대가 사정이 있어 공지합동훈련에 참가해야했다.
피할 수 없는 동원이었고 동부전선에서 서부전선 양구까지 걸어가야 하는 훈련이었다.
오늘 해병대원이 되기 위해 몸서리치는 고통을 감내하며 훈련하는 연예인들을 보며
그 때가 생각나 나도 모르게 잠시 상념에 사로잡혔다.
얼마나 힘들었던가? 2박 3일을 걷고 이틀 훈련하고 2박 3일을 다시 행군을 하며 귀대했다.
난, 그때 작전이 끝나고 나면 다음날 바로 전역을 하는 날이었다.
중대장이 난 참가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였지만
훈련이 끝나는 다음날 전역을 하는 마당에 소대원이 모두 참가하는 힘든 훈련에 불참하기란
내 상식으로는 전역하는 것 보다 더 고통스러웠다.
훈련이 얼마나 힘들지 잘 알고 있었으니 속으로는 안면 몰수하고 불참해버릴까 하는
얕은 꽤가 들기도 했지만, 나도 모르게 베어버린 전우애를 떨쳐버릴 순 없었다.
물론 훈련 내내 힘이 들어 에구, 참가하지 말 걸 그랬나 보다란 얄팍한 생각이 떠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것은 한 순간이었다. 포화가 터지며 아비규환을 방불케 하는 훈련장에
단 한명의 대원이라도 없어서는 안 될 형편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니 참말로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 잠시 나 편하자고 훈련에 불참했더라면 평생을 두고 후회할 뻔 했다.
고생은 잠시고 기억은 평생 가는 법이다.
난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평생 참 잘했다는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내용이 살짝 빗나갔지만, MBC ‘진짜사나이’에서 해병대가 되는 훈련 과정을 보며
그 때 그 시절이 생각나 잠깐 읊조리며 삼천포로 새 봤다.
대왕암 가까이 오니 갑자기 바람이 드세게 불고 까마귀는 더욱 더 까악거리며 울어댄다.
꽃도 하나 없고 잎도 다 떨어진 속살 훤히 보이는 을씨년스러운 날씨에
찬바람만 휑하니 분다.
드문드문 보이는 산우들의 모습에도 찬 기운이 서려 있다.
그렇다고 그냥 내려가기란 섭섭한 마음이 든다.
내친김에 대왕암을 지나 청색골을 따라 내려갔으면 딱 좋겠는 데
청색골을 따라 내려가는 길은 등산로가 아니어 위험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고로 잘 모르는 길은 아니 간만 못하니 애써 위험을 감수하고 내려갈 이유가 없다.
자칫 작고 큰 사고라도 발생한다면 내 몸 조차 감당할 여력이 없는 주제라
감히 아내까지 감당할 처지가 못 된다.
명색이 사나라 하면 열 명의 입을 벌어 먹여 살려야 하는 힘이 있어야 하고
산중에서 동료가 잘못되면 충분히 건사할 정도의 힘은 있어야 하건만...
그러니 우리는 무조건 안전한 길로 가는 것이 최상이다.
산행은 ‘안전제일주의'로 이것은 아내와 내가 산행하는 나름의 불문율이다.
찬바람이 몰아치는 대왕암을 벗어나 우린 겸손하게 왔던 길로 뒤돌아 갔다.
이제 가는 길은 그저 먹기다.
쏜살같이 자장암을 거쳐 오어사로 돌아왔다.
그래도 그냥 막 내려 온 것만은 아니었다.
올라가면서 놓친 풍경
내려가면서 놓치지 않고 담으며 갔다.
산행 시작점으로 돌아온 후 오어사 탐방은 잠시 미루고
원효교라 이름 붙은 출렁다리를 건넜다.
현수교인 원효교의 주탑은 절의 단청처럼 곱게 칠해져 있었다.
일반적으로 보던 다리와는 많이 달라 보인다.
다리 중간에서 보는 오어지의 모습
다리를 건너서 보는 오어사와 단애의 끝에 선 자장암
가까이서 보던 모습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오어사와 오어지를 비롯해 원금감으로 다가오는 자장암의 모습은 한 폭의 진경산수화와 진배없다.
정말 그림 같은 풍경이다.
비록 단풍은 가고 산천엔 겨울이 내려 삭막하기 그지없음에도
본질이 가진 내적인 아름다움은 계절이 바뀐다고 어찌할 도리가 없는 모양이다.
자고로 사람이고 자연이고 속내가 우선 깨끗하고 볼 일이다.
출렁다리 주변을 맴돌며 이리 저리 풍경 촬영을 하다가
마지막 탐방 코스인 오어사로 향했다.
산행 시작 전에 잠시 들리긴 했지만, 다시 보니 오어사는 참 매력이 풍만한 사찰이었다.
천년고찰이란 이름에 걸맞은 고색창연한 대웅전의 모습도 그리 보였고
주변에 산재한 고승들의 이름을 가진 암자가 있음이 더욱 그랬다.
꼭 한 번 오고 싶었던 오어사를 품은 운제산
비록 가을 단풍에 물든 화려함은 보지 못 했지만
화려한 만큼 겨울이 빨리 와 버린 운제산을 아내와 내가 보고 걸었다.
단풍이 화려하지 않아도 좋았다. 잿빛으로 물든 산이어도 좋았다.
역사가 있는 산과 절이라면 어디라도 좋았다.
그 속에 우리 부부가 함께 들어가 있어 더욱 좋았다.
오어사의 풍경소리가 운제산에 겨울이 내렸음을 알린다.
산행에 미련이 없는 사람은 오어지 둘레길을 탐방하는 것도 꽤 괜찮을 듯~ 그러자면 단풍 좋은 가을이 좋겠네요.
오어사 대웅전
관음전
대웅전
범종각
오어사에서 200m쯤 올라가면 자장암이 나온다.
단애의 끝에 선 자장암.
자장암에서 내려다 본 오어지. 가을에 여기 서서 바라보면 단풍이 압권일 듯.
자장암 관음전
아프지 말고 늘 건강하도록 당신 소원이나 비소~
부처님진신사리가 모셔진 사리탑
코끼리가 의미하는 것은?
운제산을 가자면 자장암에서 임도를 따라 산여산불감시초소로 이동한다. 오어사로 온 우리는 자장암을 오기 위해 가파른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왔지만, 자장암만 보고자 한다면 임도를 따라 차량으로 오면 고생할 거도 없다.
자장암에서 5분 정도만 걸어오면 산불감시초소가 나온다. 여기서부터 운제산을 오르는 들머리가 된다.
삼거리 지점
소나무 숲길을 따라 서서히 올라간다.
해병대 훈련장소인 모양이다. 12월 6일 MBC TV '진짜사나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코메디언 김영철씨와 연예인들이 천자봉을 오르기 위해 이쪽으로 가는 장면을 방영하는 모습을 봤다. 우리가 간 길을 유명인을 비롯한 연예인들이 산악행군을 하는 모습을 보니 새로운 기분이 들었다.
여기는 해병대 훈련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듯
깔딱재라고 쓰여 있으나 그닥 깔딱거릴 만큼 가파르지는 않다.
삼거리 이정목이 나오고
날씨가 흐려 시야가 많이 흐리다.
운제산은 깔딱재와 바위재만 오르면 힘든 길은 다 끝난다. 대략 30~40분 정도만 힘을 쓰면 된다.
대왕암과 정상으로 가는 갈림길이다. 정상에서 100m 아래 있다. 왼쪽으로 700m 지점에 대왕암이 있다.
오른쪽으로 50m 지점에는 운제샘이 있다. 가지는 않고 정상으로 바로 올라갔다.
정상 아래 휴게 공간
운제산 정상석. 누각 안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정상에서 본 산물결
누각 위에 올라 바라본 산불감시초소
다시 내려온다.
대왕암으로 가는 길에 동백이 꽃망울을 머금고 곧 터질듯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여기가 대왕암이다. 운제산 정상에서 잘 보이나 나는 큰 바위라 생각하고 대왕암이란 암자가 있는 줄 알았다. 알고보니 그게 아니였다.
해병대는 이 봉우리를 천자봉이라 하는 모양이다. 유래에서 설명한 내용을 마치 증명이라도 하듯 12월 6일 일요일 저녁 MBC '진짜사나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연에인들과 유명인들이 출연하여 훈련병 마지막 난관인 천자봉을 오르는 행군을 하고 있었다. 이 고지를 올라야만 해병대의 트레이드마크인 빨간명찰을 달 수 있다.
암자가 아니라 다소 실망했으나 개의치 않고 대왕암을 한 바퀴 돌아본다.
대왕암이 있는 여기는 한국제지의 사유지인 모양이다.
처음에 사용했던 제단 같고~
짖금은 더 넗고 좋은 제단을 만들어 놓았네요.
이 표석은 정상석을 나타낸 것이 아니다. 운제산 정상석은 1999년 11월 13일 영일산악회에서 누각 안에 다시 세웠다. 1993년에 세운 이 표석은 높이도 482m가 아닌 471mr라 적혀있다. 당시에는 이곳을 정상이라 봤나보다.
대왕암에서 바라본 정자. 저기가 정상이고 저 누각 안 중심에 정상석이 있다.
대왕암을 돌아서서 바라본 대왕암과 산너울. 까마귀 한 마리가 울어대며 하늘을 난다.
이 친구들도 얼마 후 연리목이 되겠다.
아직 남아 있는 까만 열매
탐스러워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빨간 열매도 아직 남아 있다.
꽃이 모두 지고 없으니 반가울 수밖에
다시 자장암으로 돌아왔다.
올라오면서 찍었던 광경도 다시 담아본다.
나뭇가지 사이로 가장 잘 보이는 지점을 찾아 담아 보기도 하고
낙엽이 깔린 융단길을 조심스럽게 걸어내려 간다.
노란 열매가 참 이쁘다. 꽃이 없으니 너라도 나랑 친구하며 놀자구나.
내려오면서 본 오어사 전경
출렁다리인 원효교. 주탑을 단청으로 칠해 놓았다. 오어사와 잘 어울린다.
오아사의 오어지에도 겨울이 내린 모습이 완연하다.
오어지를 둘러보는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으니 산에 가기 싫은 사람은 호수를 둘러봐도 좋겠다.
오른쪽 원효대사 구도의 길로 가는 길은 폐쇄되었다. 원효암을 가고자 한다면 오어사가 있는 저수지 끝쪽의 콘크리트 다리를 지나가면 된다.
오어사에서 다리를 건너면 오어지 감사나눔둘레길이 나온다. 저수지를 따라 한 번 걸어봄직하다.
다리 건너서 본 오어사 전경
오어사 일주문 안으로 보이는 대웅전의 모습과 일주문 앞에서 파수병을 서고 있는 소나무 두 그루가 일품이다.
무엇을 그리 보시나요.
저 콘크리트로 만든 다리를 지나면 원효암으로 갈 수 있다.
원효암 가는 길
단애 끝에 선 자장암.
자자율사가 거처했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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