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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방

우두산 신년 눈꽃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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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사년 신년 첫날 우두산 눈꽃산행

 

 

▣ 언제 : 2013. 1. 1.(화)

▣ 어디로 : 우두산(별유산), 경남 거창군 가조면 수월리

▣ 누구랑 : 아내

▣ 산행코스 : 고견사주차장 - 고견사 - 우두산 표지석 - 고견사 - 고견사주차장(왕복 산행)

▣ 산행거리 : 왕복 4.0Km

▣ 산행시간 : 3시간 쯤

 

우두산 개요

 

우두산은 일본 개국 신화와 관련된 전설의 산이며, 의상봉은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과거세와 현세에서 참선한 곳이라는 뜻에서 의상대사 이름을 빌려 산 이름으로 삼았다. 경치가 빼어난 돌부리 산으로 별유산, 의상봉이라고도 불린다.


정상에서 맨 먼저 눈에 띄는 봉우리는 가야산이다. 그 맥에 닿아있는 의상봉은 별유산의 한 봉우리에 불과하지만 골짜기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점하며, 정면의 암릉과 암봉 모양이 이 산의 마루턱이라 부를 만하니 이 산을 의상봉 아닌 별유산(실제 별유산은 의상봉에서 동으로 400여 m 떨어진 곳에 솟아있다)이라고 불러도 좋을 듯싶다.


비계산(동남쪽), 북쪽으로 수덕산, 서북서쪽으로 덕유산-남덕유능선, 기백-금원산능선, 황석-거망산 능선이 보인다. 우두산은 지도상에 별유산으로 되었으나 최근의 개념도에 우두산이라 나와 있고 거창군청 홈페이지 안내와 우두산 정상 표지석과 의상봉 표지석에 우두산이라 최근에 바뀌었다.


우두산은 산세의 수려하기가 덕유산, 기백산에 못지않은 아름다운 봉우리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 의상대사가 참선하던 곳으로 알려진 의상봉, 처녀봉, 장군봉(956m), 바리봉, 비계산 등 빼어난 산세를 자랑한다. 우두산(별유산) 아래에는 고견사와 고견사폭포, 쌀굴 등이 있어 볼거리가 많다. 고견사의 세 가지 구경거리로 높이 80m 되는 가정산폭포, 최치원 선생이 심었다는 은행나무, 의상대사가 쌀을 얻었다는 쌀굴 등이 있다.

<거창군홈페이지>

 

 

 

흔적

 

 

계사년 신년 벽두에 아내랑 거창군 가조면에 위치한 우두산을 찾았다. 합천군과 거창군 일대의 산을 탐방하면서 가조 온천이 있는 88고속도로를 지나면 오른쪽으로 근육질의 암봉을 자랑하는 거대한 산을 자주 접한다. 그 산이 바로 장군봉과 비계산을 연결하는 우두산이다. 지난 해 12월 16일 아내랑 가조면에 있는 미녀봉(문재산)을 등반하고 온천에 들릴 때 가조 면민을 통해 그 산 이름이 우두산 임을 알았다. 우두산은 그때 이미 다음 산행지로 미리 낙점을 해 두었던 곳이다.


계사년 신년 첫 날을 산행으로 시작하고 싶었다. 지리산이나 덕유산을 찾아 신년 눈꽃산행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강렬했지만, 일기가 불순하여 대구와 비교적 가까운 그리고 지난번에 이미 점찍어 두었던 우두산을 신년 첫 산행지로 정했다. 여장을 갖추고 출발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신년 첫 산행을 기념하듯 눈발이 휘날리기 시작한다. 일기예보에 신년 첫 날 전국에 눈이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눈 걱정이 앞서기 보다는 오히려 눈꽃 산행이 되겠구나 하는 즐거운 기분이 먼저 들었다. 걱정보다는 산을 가고 싶은 마음이 앞서는 걸 보니 이젠 산꾼이 다 되었나보다란 건방진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냥 돌아가야하나'란 우려도 없지 않았지만, 운전에 지장만 초래하지 않는다면 설산을 오르는 것은 오히려 즐거운 일이니 산행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털끝 만큼도 생기지 않는다.


우두산 기점인 고견사주차장에 당도하니 눈발이 거세지고 넓은 주차장엔 달랑 차량 한 대만 주차되어 있다. 주변은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여 설국을 방불케 하고 있으며 대구에서 88고속국도를 따라오던 길과는 전혀 다른 풍경에 덜컥 겁부터 난다. 현지 상황을 미루어보아 산행이 가능할지 의심이 되지만, 일단 강행하기로 하고 만약, 산행이 불가능하다면 즉시 되돌아 올 작정을 하면서 느긋하게 출발을 했다. 마치 출발했을 때부터 이런 상황을 예견이라도 한 듯 풍요로운 마음으로 우두산을 향해 한 발 한 발 내 딛었다. 신년 첫 날 아내랑 함께 눈꽃 산행을 위한 첫 발을 내딛으며 산을 오르니 이보다 더 큰 축복은 없다.


우두산까지 먼 거리는 아니지만 데크로 잘 조성된 계단 길을 벗어나면 그 다음부터 돌무더기가 질서없이 어지럽게 놓여 있어 눈길 보행이 쉽지 않다. 더구나 돌 틈 사이의 빈 공간엔 채 다져지지 않은 눈이 가득 채워져 있어 자칫 그 자리를 잘못 밟으면 묵직한 등산화가 눈구덩이 속으로 푹 빠져 상당한 위험을 초래한다. 실제로 그런 상황을 몇 번 겪었다. 산객이 지나간 흔적이 더러 있었다면 위험이 덜 할 수 있었을텐데 앞서간 이가 없으니 눈에 덮인 돌무더기를 올라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그런 산행의 위협도 잠깐이다. 아무도 없는 고즈넉한 산길에 환상적인 순백의 눈꽃과 상고대가 장관을 이루고 있어 그 기분에 도취되어 오르다 보면 어느새 고견사를 지나 우두산 안부에 올라서 버린다. 안부에 올라서서 이제 고생 끝이구나 싶어 의상봉을 오르려니 내리막길이 이어지는데 이곳은 북사면이라 눈에 덮인 내리막길을 아내랑 함께 내려가기란 더이상 불가능 할 것 같았다. 여기까지 와서 의상봉을 포기하자니 아깝기 그지없다. 하지만 더 이상 무리하게 강행하다가는 크게 다칠 우려가 있으니 예서 욕심을 버리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했다. 다소 아쉬운 감이 들었지만, 욕심을 접고 안전을 위하여 안부에 설치된 우두산 표지석까지만이라도 만족을 하고 왔던 길로 다시 하산하기로 마음을 가다듬었다.

 

당초 계획은 의상봉을 지나 우두산 상봉을 거쳐 마장재로 돌아 나올 계획이었는데 막상 산행을 해보니 계획대로 진행을 하는 것은 무리수를 두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눈은 계속 내리고 그칠 줄 모르니 우리가 오늘은 요만큼하고 그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아쉽지만 어쩌겠나. 하늘이 눈을 멈추어 주지 않으니 그 뜻에 순응해야지 능력도 되지 않는 사람이 하찮은 욕심 나부랭이로 대자연의 준엄한 이치를 거역해서야 되겠나.


오늘 신년 벽두에 아내랑 함께한 우두산 눈꽃 산행은 참으로 감흥이 남다르다. 아내랑 어언 30여 년의 세월을 보내면서 신년 벽두에 그것도 눈이 펄펄 내리는 날 산행을 하다니 나도 참 달라져도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언제부턴가 산이 좋아지고 들꽃 이름 하나씩 알아가는 것이 좋더니만 이제 재너머 불어오는 바람마저 좋아지니 사람일이란 지나봐야 알 일이다. 세월이 부지불식간에 지나가버린 것 같으나 그냥 의미 없이 보내기만 한 것은 아닌 가 보다. 앞으로 남은 세월에 큰 욕심은 없다. 산에 다니면서 홀로 마음속으로 수양하는 것 중의 하나가 허망한 욕심은 버리고 범사에 감사함을 배우는 것이다. 그저 어머니를 비롯한 우리 가족, 형제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기만을 바라고, 늘 넉넉한 마음으로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길 바랄 뿐이다. 그런 마음을 갖기 위해 올 해도 산을 자주 찾아 다니며 허망한 것은 비우고 마음속 풍요로움만 가득 채워야겠다.

 

 

 

눈에 덮인 고견사 전경

 

 

가조온천 들판에서 찍은 우두산 전경. 오늘 신년 산행은 우두산 고견사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여 우두산 전경을 볼 수 없어 지난번 미녀봉 산행 시 가조온천 들판에서 우두산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머리 사진으로 올림.

 

 

 

 

 

 

 

사진으로 보는 우두산 산행기

 

 

 

눈 밭으로 변해버린 우두산 고견사 주차장. 먼저 온 차량 1대가 눈이 덮인 채 주차되어 있다.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등산 안내도. 지도와 코스 안내를 보고 갈 길을 다시 점검한다.

 

주차장에 고견사로 가는 입구 표석이 있다. 고견사를 경유하여 우두산 의상봉을 가는 코스

 

일본 개국신화와 관련된 우두산 

 

초입에 고견사와 마장재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애초 계획은 고견사로 가서 의상봉을 돌아 마장재로 들어가는 길로 하산하려 했으나 막상 우두산 안부에 오르니 의상봉 가는 길에 눈이 너무 많이 쌓여 의상봉엔 가지 못하고 왔던 길로 다시 하산했다. 

 

우두산 등반로 초입은 데크로 조성된 계단 길로 이어지고 길도 가파르지 않아 아직까지 아이젠 착용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 눈도 싸락눈이 내리고 있어 그리 많은 양의 눈이 퍼부을 것 같지는 않았다. 

 

우두산엔 키가 쭉 뻗은 잘 생긴 소나무가 많다. 겨울에 더욱 푸른 소나무도 하얀 눈꽃이 피어 계사년 신년 첫 날을 축복하는 듯하다.

 

고견폭포(견암폭포). 눈이 내리는 영하의 날씨임에도 바람이 없어 그러한지 계곡의 물은 얼지 않고 폭포 아래로 물이 떨어지고 있다.  

 

폭포 주변에서 기암괴석의 암릉이 흐려진 시야에서나마 그 모습을 보이고 의상봉을 가기 전까지는 계곡 속에 묻혀 오르니 조망은 없다. 다만 오늘은 이미 내린 눈에 의해 만들어진 상고대와 지금도 내리고 있는 눈으로 만들어지는 눈꽃이 그나마 산객의 무겁고 미끄러운 발걸음을 위로해 준다.

 

눈 내리는폭포 주변의 암릉

 

푸른 소나무의 자태는 간 곳 없고 하얀 눈가루만 소복하게 쌓여있다.

 

어떤 분이 시주를 한 모노레일인데 고견사까지 이어진다. 고견사까지 긴 오르막이니 절간에 필요한 생필품을 운반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 시주자 이름이 적혀있는 걸 보았는데 기억이 안나네. 참말로 불심이 깊은 신자인가 보다. 돈이  꽤 많이 들었을텐데. 고견사까지 모노레일을 기준으로 따라 올라가면 혼동없이 갈 수 있다. 이 길이 돌무더기로 채워진 너덜길이라 돌틈 사이로 발이 빠지지 않게 조심해서 올라가야 한다.

 

등산 길 조릿대에도 눈이 소복이 쌓여있다.

 

완전무장을 하고 조심조심 올라가고 있다. 고견사까지는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고 그냥 올라갔다. 몇 번 미끄러져 크게 다칠뻔 했으나 다행히 운수좋게 찰과상 정도로 그쳤다. 그래도 아이젠 착용하는 것이 귀찮아 고견사까지는 그냥 올라가고 고견사에서부터 아이젠을 착용하고 올라갔다.

 

의상대사가 기도 중에 쌀을 얻었다는 쌀굴과 고견사 가는 삼거리 이정목

 

우두산고견사. 여기서 이 고장 사람인 듯한 산객 세 분을 만난다. 의상봉을 거쳐 마장재로 가는 길은 등산로가 험난하여 오늘 같은 날씨에는 가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래서 이 분들의 말씀을 듣고 의상봉까지만 갔다가 다시 왔던 길로 돌아가리라 생각했는데 막상 안부에 이르니 의상봉도 가기가 힘들어 의상봉마저 포기해야만 했다.

 

설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원효스님이 절을 창건할 때 이곳에 와 보니 전생에 와 본 곳임을 깨달았다는 데서 고견시린,ㄴ 이름을 지었다고 전해진다.

 

고견사에서 의상봉 가는 길이 두군데 있다. 여기서 우리는 고견사 경내를 경유하는 의상봉 1.0Km 지점 방향으로 간다.

 

고견사 사찰 중수에 힘을 쓴 배익천선생사적비

 

최치원이 선생이 심었다는 수령 1,000년 된 은행나무

 

경내에 눈이 쌓이니 스님께서 동력풍무기를 등에 지고 눈을 날리고 있다. 스님인들 고행이랍시고 무조건 힘들게만 살라는 법이 있나  

 

고견사 대웅전. 의상봉 기슭에 있는 고찰로 세가지 자랑거리(고견사 석불, 동종, 강생원 현판)와 볼거리(고견폭포, 은행나무, 쌀굴)가 있다. 고견사 경내에는 1630년에 제조된 동종인 보물 1700호 고견사 동종과 화강암의 큰 바위에 불상과 광배를 한 몸에 조각하여 만든 여래 입상으로 고려시대 작품인 유형문화재 제263호 고견사 석불이 있다.

 

고견사 나한전. 나한전 처마 끝에 달린 고드름이 겨울 산사의 고즈넉한 풍경을 대변하고 있다

 

의상봉으로 올라 가면서 하얀 눈가루에 덮인 고견사의 설경을 바라보며

 

고견사 약사전. 고견사에서 의상봉까지 0.9Km가 남았다는 이정목이 있다. 여기서부터 더욱 가파른 길이 이어지는데 산객의 흔적은 없고 갈 수 있겠나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다소 위험을 감수하고 갈 수 있는 곳까지 가자고 마음을 다잡아 본다.  

 

드문드문 보이는 눈 덮인 조릿대 사이로 협소한 등로가 나타난다. 아무도 먼저 간 사람이 없는지 등로엔 사람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우두산엔 키가 쭉 뻗은 소나무가 많다. 거북 등 같은 껍질을 가진 겨울 소나무에 흩뿌려진 하얀 눈은 인적이 없는 우두산의 겨울을 더욱 낭만적인 풍경으로 만든다. 

 

고견사에서 20여 분 올라오니 금빛 찬란한 불상이 영하의 기온에 눈이 내림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경건하고 자비로운 모습으로 고견사를 내려다 보고 있다. 

 

올라 가는 길이 너덜길이다. 눈이 덮이지 않았으면 산행이 그리 어렵진 않으나 보다시피 얼기설기 얽혀진 바윗길 사이로 눈이 덮여있어 조심스럽게 올라가야 한다. 

 

Y자 형으로 벌어진 줄기에 눈이 소복하게 쌓여있다. 안착할 곳만 있으면 여지없이 쌓인다. 

 

의상봉으로 넘어가는 우두산 안부에 도착한다. 왼쪽으로 가면 지난번에 다녀왔던 미녀봉의 전설에 얽힌 장군봉으로 가는 길이고 고개너머 300m 가면 의상봉이 나온다. 의상봉은 우두산 상봉보다 산객이 더 선호하는 봉우리이기도 하다.   

 

우두산 안부의 삼거리에 있는 이정목. 의상봉까지 300m 남았지만 여기서부더 의상봉까지가 예사로운 길이 아니다. 내리막길로 하산하여 가파른 계단을 쉼없이 올라가야 하니 짧은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걱정이 앞선다.

 

안부에 정상석 같은 우두산 표지석이 있다. 이 표지석을 보고 처음 온 우리는 여기가 우두산 정상인가 했다. 바로 위에 우뚝 솟은 높은 봉우리가 있는데 이상하게 봉우리 아래 우두산이란 정상석 같은 표석이 있어 다소 의아하게 생각했다. 후기를 작성하면서 검색을 해보니 여기가 우두산 정상이 아니고 우두산은 의상봉을 거쳐 지나가야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어쨌든 우리 부부는 의상봉을 목전에 두고 여기서 더 이상 진행할 수가 없었다. 이미 깊게 쌓인 눈길을 헤치고 가는 것이 상당히 위험했고, 지금도 눈은 계속 내리고 있어 더 이상 진행하는 것은 무리란 판단이 들었다.

 

그래도 300m 밖에 남지 않아 가볼려고 시도를 했는데 보다시피 안부에서 내려가는 길이 눈에 너무 깊이 덮여 길을 찾기도 어렵고 잠깐 내려가는 길도 쉽지 않다. 실제로 잠깐 내려가 보았더니 미끄럼 방지용 아이젠도 아무 소용없고 발을 내딛을 때 마다 그냥 주르륵 미끄러진다. 위험을 감수하고 가면 못 갈 것도 없겠지만 아내를 대동한 채 괜히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 

 

눈에 덮이지 않은 나뭇가지가 없다. 눈 내리는 풍경이 아닌 겨울 나무는 그저 황량하기 그지없건만 볼품없는 겨울나무도 눈에 덮이니 어떤 형상을 하고 있든 있는 그대로 작품을 연출한다.  

 

헐벗은 겨울나무가 얼마나 때깔있고 볼품 있으랴마는 피골이 상접한 나무잎에 주렁주렁 매달린 눈꽃은 겨울산을 더욱 멋드러진 작품으로 변화시킨다. 

 

하산 길의 등로 상황. 올라 올 때 우리가 밟고 지나온 발자국마저 계속 내린 눈으로 덮여있다. 

 

 고견사 위 야외 금불 부근에 있는 기도처. 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여 공양을 하는 듯한 모습이 이채롭다. 

 

기도처 한 켠에 샘물이 있다.

 

고명하신 고견사 주지 이름으로 안내판을 만들어 세워 놓은 것으로 보아 주변을 많이 어지럽히는가 보다. 쓰레기는 되가져가고 시키는대로 지켜 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찍어봤다. 

 

굵은 나무 줄기에 눈 덮인 모습이 그림같아 한 장 담아본다.

 

고견사 위에 실크로드라고 표시된 지점이 있다. 이 길은 일반 등산로가 아니니 평범한 산객은 이쪽으로 가면 안된다. 우두산은 암벽이 많으니 아마 암벽 등반을 하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코스인가 보다. 

 

하산하면서 고견사를 바라보며  

 

올라 올 때 보다 눈발은 더욱 거세진다. 고즈넉한 산사의 겨울이 내리는 눈으로 온통 뒤덮여 시야를 흐리게 한다. 

 

눈을 치워도 소용이 없건만 스님은 계속 눈을 치우고 또 치우고 있다. 대웅전 처마 밑에 주렁주렁 매달린 고드름이 겨울 산사의 진풍경을 연출한다. 

 

고견사 나한전. 하산하는 길에 고견사에는 더욱 많은 눈이 내린다. 올라 올 때 스님이 동력풍무기로 경내를 쓸어내던 마당엔 더 많은 눈이 쌓여있다. 고약한지고 애궂은 스님을 힘들게 하다니...

 

고견사 동종에에 대한 설명

 

하산을 하니 고견사 경내는 더욱 많은 눈이 쌓여 있고 지금도 많은 눈이 내리고 있는 중 이다.

 

주차장에서 고견사까지 이어진 모노레일. 고견사에 생필품을 운반하는 1.2Km 구간의 수송레일로 어떤 보살 님이 시주한 것이라고 한다. 레일 규모로 보아 시주한 보살님의 불심이 보통이 아니다.

 

고견폭포(견암폭포) 위 쪽의 암릉이 이루고 있는 단애. 오늘 등반 중 본 최고의 절경이다.

 

기암괴석 사이에 자리잡은 수목도 온통 하얀 눈꽃으로 뒤덮여 있다. 

 

내리는 눈으로 인해 시계는 비록 어둡지만 그래도 흐릿한 두 눈에 보이는 설경은 그저 즐겁기만하다. 저 푸른 솔 잎에 하얀 눈꽃이 내려 앉은 것 처럼 완전무장한 우리 부부의 옷차림에도 마치 밀가루를 뒤덮어 쓴 듯 온통 하얀 눈이 내려앉았다. 

 

 

솔가지와 잎에 맺혀있는 눈꽃을 보라. 크리스마스트리를 저렇게 꾸밀 수 있겠는가? 하늘에서 내리고 바람이 불어 쌓인 눈꽃을 떨구어 내고 떨구어 낸 자리에 다시 소복이 쌓이면서 또 다른 가지와 잎에 덧 입혀지는 눈과 바람이 만들어 낸 절묘한 수묵 한 점이 탄생한 것이 아닐런지.  

 

하루 종일 눈이 내렸기에 하산 길 설경이 더욱 멋지게 펼쳐진다.

 

마치 솜방망이를 뭉쳐 트리를 꾸며 놓은 것 같다.

 

계단에 쌓인 눈도 올라 올 때 보다 더 많이 쌓여있다. 우리가 디디고 올라 온 자취보다 더 큰 흔적이 남은 걸로 미루어 누군가 고견사까지는 좀 다녀간 것 같다.

 

내려와서 다시 올려다 보면서 찍어본다. 이번 우두산 산행은 눈 때문에 반쪽 산행이 되어 버렸으니 우두산이 주는 명품 산행은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겠다. 우두산 의상봉과 상봉에서 바라보는 조망권이 일품으로 알고있다.

 

고견사주차장 좌측에 겨울 100일 기도 플랭카드가 붙어 있는 방향은 장군봉으로 바로 입산하는 들머리다. 그러니까 고견사주차장을 기점으로 하면 장군봉, 우두산 의상봉, 마장재로 해서 비계산 방향의 들머리가 되기도 한다.

 

느릿느릿 설경에 취해 오르내리다 보니 어느덧 출발점에 도착해 있다. 황량한 주차장엔 내 사랑하는 애마만이 흩날리는 눈을 몸에 이고 외로이 주인이 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본넷 위 눈을 털어내다 손이 시려 잠시 쉬는 동안 한 컷 촬영 

 

올라 올 때 내 애마 곁에 있던 차는 가고 없고, 멀찍이 떨어진 곳에 늦게 온 차량 1대가 하얀 눈가루를 덮어쓴 채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주차장은 마치 하얀 눈으로 도배해 놓은 듯하다. 시동을 걸고 눈밭 길을 살살 기어가는데도 차가 미끄러지면서 핸들도 제동장치도 말을 듣지 않고 제 멋대로 움직인다. 주변이 비탈진 경사 길이었으면 큰일날 뻔 했다. 아찔한 순간을 한번 경험하고 나니 넓은 도로가 나올 때 까지 차량을 움직이는 것이 겁이난다. 차가 다니는 넓은 길까지 기어서 갔다.

 

신년 첫 날 해맞이 온 사람들과 산행을 하는 사람들로 차량이 북적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대구-거창간 88고속에는 통행 차량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아마 일기예보에 눈이 온다고 해서 사람들이 길을 많이 나서지 않은 모양이다. 대구로 귀환하는 길에도 고속도로엔 많은 눈이 내리고 있다. 조심조심 눈길을 밟고 달린다.  

 

눈이 몹시 내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백두산 천지'란 가조 온천을 찾아갔다. 눈 내리는 눈길을 용을 쓰면서 다녀왔더니 온 몸이 뻐근하다. 더구나 오르내리면서 크게 두 번 슬라이딩을 했더니 왼쪽 무릎도 깨지고 허리도 온전치 않은 것 같다. 온천욕을 하면 좀 나아질려나 싶어 지난번 미녀봉 산행 시 들렀던 온천을 다시 찾았다. 아울러 뜨뜻한 노천탕에 앉아 미녀봉의 산그림자를 다시 보고 싶었는데 시계가 너무 흐려 미녀봉은 다시 그 자태를 보여 주지 않았다. 지난 번 봤던걸로 만족할 수 밖에. 좌우당간 천지 온천에서 온탕과 냉탕을 왔다갔다 하며 피로에 지친 몸을 푹 담구니 이보다 좋을 순 없다. 비록 가는 길이 눈이 얼어 붙은 빙판 길이라도 걱정은 그때 하기로 하고 일단은 강한 알칼리성 온천수에 온 몸을 집어 넣는다. 지금 이 순간, 집으로 귀환할 걱정보다 뜨끈한 온천물이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