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마고우를 만나기 전 짬을 내 찾아간 청계산
▣ 산행일 : 2013. 1. 9.(수)
▣ 어디로 : 청계산 [淸溪山] 618m
▣ 누구랑 : 아내랑
▣ 왜 : 서울에서 직장 생활하는 아들내미 방문 겸 죽마고우인 친구를 만나기 위해 잠시 짬을 내어 아내와 함께 겨울 청계산을 찾음.
▣ 위 치 : 서울특별시 서초 신원동, 경기 과천시 막계동, 의왕시 청계동, 성남시 수정구
▣ 산행코스
원터골 입구 - 1.0Km - 진달래능선 갈림길 - 1.1Km - 원터골 쉼터 - 1.4Km - 매봉 - 2.1Km - 옥녀봉 - 1.9Km - 개나리골 약수터 - 2.0Km - 원터골 입구
산행거리 약 9.5Km
산행시간 대략 4시간 정도
청계산 개요
서울 주변에서 숲과 계곡, 절, 공원 등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청계산, 청룡이 승천했던 곳이라 과거에는 청룡산으로도 불렸던 곳. 청계산(618m)은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과 경기도 과천, 의왕, 성남시에 걸치고 있다. 남북으로 흐르는 능선을 중심으로 펼쳐진 산세가 수려하며 숲 또한 울창하고 계곡이 깊고 아늑하다.
과천의 서울대공원에서 바라보면 대공원 뒤에 병풍처럼 둘러있으며 바위로 되어 있는 정상인 망경대가 우뚝 솟아 보인다. 정상에 서면 북서쪽으로 펼쳐진 계곡 아래 과천시와 동물원, 식물원이 있는 서울대공원, 각종 놀이기구가 있는 서울랜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경마장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토요일이나 일요일이면 가볍게 산을 오르려는 등산객들로 붐빈다. 정상인 망경대는 이전에는 출입이 통제되었으나 지금은 해재되어 등산이 가능하다. 어느 코스로 오르던 정상까지는 2시간-2시간30분이면 오를 수 있다.
북한산이나 관악산처럼 등산로에 바위가 많이 솟아 있지 않고 황토흙이 덮여 있어 쉽고 편안하게 오를 수 있다. 산행시간이 짧고, 코스가 길지 않으며 산행로가 완만하여 가족 단위의 산행이 쉬운 산중의 하나이다.
산 중턱에는 경기도 지정문화재 자료 제6호인 청계사가 자리 잡고 있다. 서울대공원이 푸른 숲과 맑은 공기를 자랑하는 청계산 기슭의 산림욕장이 98년 6월에 개장되었다. 7.38㎞ 길이의 산림욕장에는 얼음골 숲 등 8만1500㎡ 면적에 11곳의 휴식공간이 갖춰져 있다. 서울대공원 동·식물원 안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동물원 입장한 뒤 산책로를 즐길 수 있다. 11월 15일부터 5월 15일 까지는 산불방지를 위하여 산책로가 폐쇄된다.
인기명산 15위 (한국의산하 2010-2011 2년간 접속통계에 의한 순위)
서울, 과천, 의왕, 성남에 걸쳐 있는 청계산은 도시민의 휴식처로 사계절 두루 인기가 있다. 산행시즌인 가을, 봄 순으로 많이 찾는다. 서초구 원지동 방면은 시민휴식처로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고 교통도 좋아 이곳을 많이 이용한다.
출처 : 한국의 산하
흔적
이번 서울 나들잇길 3박 4일은 여러 가지 방문 목적을 띈 빡빡한 일정 속에 진행된 분주한 나날이었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하는 아들내미와 죽마고우인 친구와의 만남, 안양에서 회합하는 1년에 두 번 모이는 대학 동기 모임 그리고 무엇보다 멀리 서울까지 가는 길인만큼 청계산과 도봉산 산행 계획까지 세우고 갔으니 사나흘 여정으로는 소화하기 힘든 몹시 빠듯한 일정이다.
첫날은 먼저 겨울 청계산을 산행하고 저녁나절에 친구를 만났다. 학창시절부터 누구보다 성실했고, 모범적으로 생활한 친구는 국내 굴지의 그룹인 삼성에서 근 30여 년 세월을 보내고 있는 꽤 능력있고 생명이 긴 친구다. 능력이 있으니 생명이 긴 것은 당연한 이치라 생각하지만, 가는 세월을 이길 수는 없는지 어느덧 퇴직을 앞두고 있단다. 우리보다는 퇴직 나이가 훨씬 빠르지만, 친구의 퇴직 연령을 보면서 우리나라 직장인의 퇴직 나이가 너무 짧음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다. 젊은 친구들의 청년 실업도 문제지만, 앞으로 다가올 노년 실업도 사회적 문제로 부각될 일이 머지 않았다. 아니, 벌써 사회 문제로 대두되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친구도 산을 무척 좋아해 바쁜 일상에도 불구하고 일요일엔 어김없이 아내를 대동하고 주로 서울, 경기, 강원 일대의 산을 누비고 다닌다. 생활 연고지가 서울이다 보니 행동반경이 자연 그쪽일 테지만 반면에 대구에 거주하는 난 주로 경상도, 전라도 지역을 중심으로 산행을 즐기고 있다. 시기가 맞는다면 친구 부부와 함께 산행하는 기회를 갖고 싶지만, 서로 시간이 맞지 않으니 함께하자면 시기가 맞는 때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아마, 서로 퇴직 후라야 될려나... 다가오는 구정엔 대구 근교 산이라도 함께하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
여러 가지 형편을 고려한 끝에 아내랑 함께 첫날 계획대로 청계산으로 갔다. 청계산은 서울 근교 산으로 많은 등산객이 방문하는 인기명산 15위로 자리매김한 산이다. 전 김영삼 대통령과 대통령의 사조직인 민주산악회가 자주 찾았던 곳이기도 하며, 요즘은 연예인이 자주 탐방하여 그 유명세를 더욱 부풀린 곳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그 어떤 이유보다 청계산이 인기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교통이 편리하고, 난이도가 높지 않아 언제든지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시민의 건강을 지켜주는 곳에 자리 잡고 있기에 많은 사람이 찾는 인기있는 명산이 된 것이 아닌가 한다.
청계산 산행을 위해 산우들의 블로그를 사전 탐색해 보니 청계산의 매력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여러 가지 정황으로 미루어 우리는 청계산을 목표로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였기에 다녀온 사람들의 의견에 아랑곳하지 않고 청계산을 첫날 산행 목적지로 삼았다. 청계산은 초입부터 정상까지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더구나 서초구민들이 기증한 부드러운 계단목으로 인체공학적으로 꾸며 놓았기에 눈 쌓인 계단을 오를 때도 아이젠 착용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만큼 편안한 산행을 할 수 있었다. 그만큼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가족 산행 및 산행 초보들이 입문하여 산을 가까이하기에 안성맞춤인 산이라 여겨진다.
청계산은 서울시가 지정한 우수 조망터가 몇 군데 있긴 했지만, 그래도 능선을 오르기 전까지는 탁 트인 조망권과 별다른 특성이 없어 황토로 뒤덮인 육산을 그저 무료하게 올라가야 한다. 처음 느낌은 인기 명산이란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단조로운 길을 걷는다. 그러나 청계산을 처음 찾은 산객이 받는 이런 느낌은 산길이 워낙 정비가 잘 되어 있어 마치 공원을 걷는 듯한 수월감이 산을 오르는 느낌을 반감시켜 청계산의 참모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으레이 산속에 들어오면 숲만 보고 정작 산은 볼 수 없는 이치와 마찬가지로 인터넷 검색을 통해 미리 알고 간 청계산과 직접 우리가 다녀온 청계산은 그 느낌이 많이 달랐다. 달리 말하자면 청계산이 우리 부부에게 준 매력은 나름대로 충분하고 넘쳤다는 것이다. 내가 보고 느낀 청계산은 잘 정비된 등산로와 관할청의 정성이 특히 돋보였고, 계곡을 타고 흘러내리는 맑고 깨끗한 물은 산객의 피로를 씻어 줌에 부족함이 없었다. 게다가 곳곳에 정성이 듬뿍 담긴 쉼터와 간간이 조성된 조망터 그리고 정상에서 바라보는 관악산 일대와 남산타워를 뒤로 한 북한산과 도봉산의 조망은 일품이라 아니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에는 도처에 명산이 많다. 하지만 과연 ‘나에게는 어떤 산이 명산일까?’ 라고 자문을 해 본다면 과연 나는 어떤 답을 내릴 수 있을까? 산이란 어떤 곳이든 쉽고 만만하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 동네 뒷산이라도 본인이 늘 함께 할 수 있는 곳이라면 그 산이 곧 명산이다. 산을 찾는 이가 풍수지리를 보고 금계포란형 같은 지세만 찾아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봉우리가 볼록 솟아 있으면 거기에 봉우리가 있기 때문에 그냥 올라가 본다. 명산의 개념은 늘 본인 곁에 가까이 있어 그 산과 함께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은 산이다. 청계산이 인기가 있는 것은 사람이 가까이 찾을 수 있는 산이기에 인기가 있을 것이고 그 인기가 인기명산 15위를 만든 것이리라.
오늘 청계산 산행은 매봉에서 망경대를 거쳐 이수봉에서 원터골로 회귀하려고 계획을 세웠는데 산길 사정이 여의치 않아 다시 왔던 길로 내려와 옥녀봉을 거쳐 하산하기로 하였다. 올라오면서 거치지 않은 옥녀봉을 찾아 가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여기서부터 하산길을 잘못 잡아 많은 시간을 소비하였다. 옥녀봉에서 되돌아 나가 원터골로 하산해야 하는 걸 우리는 그만 옥녀봉을 지나쳐 계속 내려가고 말았다. 하산길이 이상한 느낌이 들었는지 계속 의구심을 자아내는 아내를 우회하는 길이 있을 것이라고 안심을 시키고 계속 우기면서 내려갔다. 실제로 우회하는 길이 나오리란 강한 믿음을 가지고 하산을 했다.
그렇게 한참을 내려오니 바람골과 화물터미널로 내려가는 이정목이 서 있다. 원터골로 가는 갈림길이 나오기만을 기대하며 갔는데 그 길은 옥녀봉에서부터 아예 동떨어진 길이었던 것이다. 산행코스는 사전에 철저하게 분석을 하고 가는데도 가끔 이런 실수를 할 때가 있다. 산이란 늘 그렇다. 순간적인 오류가 사람을 이렇게 힘들게 한다. 다행히 혼자 산책 나온 어르신 한 분을 만나 화물터미널 보다는 가까운 개나리골 약수터로 방향을 선회하게 되었다. 직접 그 길을 안내하며 함께해 준 그 어른은 사변 때 피난 내려와 과천에 뿌리를 내린 토착민과 다름없는 이북이 고향인 사람이었다. 어쨌거나 우리는 재미없는 하산길을 1시간 넘게 더 걸었다. 그래도 아내에겐 1시간 더 걸었으니 덜 걸은 것보다는 운동을 더 하지 않았느냐며 아내가 던지는 핀잔을 이유 같지 않은 핑계로 덮고 서로 웃으면서 쉬엄쉬엄 애마가 있는 곳으로 회귀했다.
저녁 늦은 시간에 반가운 친구와 만나 술 한 잔 기울이면서 이런저런 일상적인 얘기를 나누면서 오늘 하루 산행의 피로를 정답게 나눴다. 그리운 친구는 산보다 술보다 더 좋다. 그러나 오늘 같은 날은 산도 있고, 술도 있고 친구까지 있어 하루가 참으로 넉넉하고 기분 좋은 날이다. 서울의 첫날은 이렇게 흘러갔다.
스마트폰으로 바라본 청계산 전경 (양념)
사진으로 보는 청계산 산행기
원터골 입구 - 공영주차장 혹은 주변에 주차를 하고 우측 길로 올라간다.
원터골 초입에 원지동 원터에 대한 역사가 간략하게 설명되어 있다.
입구의 안내도를 보면서 다시 한번 갈길을 점검한다. 시간이 넉넉하면 종주코스를 밟아 보는 것도 좋다. 산을 좋아하는 친구는 벌써 종주를 했더만.
초입에서 어슬렁 거리며 10여 분 오르니 처음으로 매봉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우리는 계속 쭈욱 올라간다.
매봉가는 첫 갈림길 바로 윗쪽에 옥녀봉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하산 시 이 길을 눈여겨 보았던게 빙 둘러 내려온 원인이 되었다. 매봉에서 옥녀봉을 거쳐 내려오면 이 길과 마주칠 것 같았는데 옥녀봉으로 가는 이정목은 어디에도 눈에 띄지 않고 화물터미널 방향만 나온다. 화물터미널 방향으로 하산하면 원터골과 너무 멀어져 애마가 있는 곳으로 회귀하기가 여의치 않다. 다행히 홀로 등반하는 노인네를 만나 개나리골 약수터 방향으로 함께 하산하면서 원터골로 가는데 약수터에서 원터골까지 가는 길이 지겹고 재미가 없다.
20여 분 올라오면 매봉 가는 갈림길이 또 나오는데 우리는 원터골 쉼터 가는 매봉 방향으로 계속 직진하며 올라간다. 등로에는 눈이 뒤덮여 있지만 길이 미끄럽지 않아 아이젠 착용을 하지 않고 그냥 올라간다.
원터골에서 청계골로 넘어가는 북쪽사면은 생태환경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정성 들여 만들어 놓은 돌계단을 따라 계속 올라간다. 청계산은 사진을 계속 보면 알겠지만 등로가 참으로 잘 정비되어 있다. 추운 날씨와 주중임에도 산객들을 어느 곳에서나 자주 볼 수 있으니 주말이나 휴일엔 얼마나 많은 산객들로 청계산이 몸살을 할까 쉽게 예상이 된다.
50여 분 오르니 원터골 쉼터가 나온다. 쉼터 지점이 거의 상부에 가깝지만 마치 한적한 공원의 오솔길을 걷는 듯 등로가 평이롭다.
슬금슬금 50여 분 올라오니 원터골 쉼터가 나온다. 바람은 불지 않았지만, 기온은 아주 낮다. 족히 영하 10도는 되리라 짐작하니 아무리 많은 산객이 찾는 청계산이라 하나 오늘만큼은 그다지 많은 사람이 방문한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청계산엔 평소 다른 산을 즐겨 찾는 우리 경험에 비추어 보면 오늘도 적지 않은 산우들이 방문함을 볼 수 있었다.
원터골 제1약수터엔 음용금지란 설명이 붙어있다. 관할서초구청의 친절함이 여기서도 돋보인다.
부적합 판정이라는 붉은 글씨와 함께 상세한 수질검사 결과가 붙어있다.
원터골 쉼터에 있는 청계산 등산안내도를 살펴보면서 매봉과 망경대 그리고 이수봉을 목표로 갈 길을 다시 한 번 더 점검한다.
소망탑과 먹을 수 없는 약수터 그리고 쉬어갈 수 있는 정자가 있는 원터골 쉼터 모습
청계산 소망탑에서 소원을 빌면 소원성취할 수 있으려나. 그러고 보니 소망탑 앞에서 소원을 빌고 오지 않았네.
원터골 쉼터에서 옥녀봉으로 바로 올라가지 않고 산토끼 옹달샘 약수터 방향으로 간다. 인적이 드문 평탄한 등로엔 하얀 눈이 덮여있다. 역시 겨울산은 하얀 눈길을 뽀드득 밟으며 걷는 기분이 최고다.
이 계단을 올라서면 산토끼 옹달샘 약수터가 나온다. 보다시피 계단목의 경사와 계단 폭의 넓이는 산객이 걷는 보폭을 고려한 설계로 오르막 계단을 걷기에 용이하게 정비되어 있다.
청계산을 찾는 많은 산객들의 안전한 보행을 위한 서초구민들과 서초구청의 성의가 참으로 고맙다.
산토끼 옹달샘 약수터. 여기는 음용이 가능하다는 검사결과표가 붙어있다.
산토끼 옹달샘에서 약수 한 잔 들이켜면 산토깽이 처럼 산으로 펄펄 뛰어다닐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혹시 날다람쥐 될지도 모르니 한 잔 들이켜고 가야겠다.
산토끼 옹달샘에서 5분 쯤 올라오니 '참나무군락지'란 고른 터가 나온다. 청계산은 쉬어갈 수 있는 곳이 곳곳에 있다.
무작정 산을 걷고 오르내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 알고 다니는 것이 산행에 더욱 많은 도움이 되지 않겠나. 나는 어떤 산을 다니더라도 조금이라도 내가 방문한 곳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사실이나마 알고자 함을 기본으로 삼는다. 그러다 보면 하나하나 더 깨우치지 않겠나.
매바위로 올라가는 길은 잘 정비된 계단목을 따라 꾸준하게 오르고 또 오르면 된다. 험한 산 오르막길 코스임에도 워낙 계단목 정비가 잘되어 있어 그리 힘들지 않게 올라갈 수 있다. 1,500 계단이라고 한 것 같은데 눈이 벗겨진 계단목 하단에 번호가 매겨져 있다.
목은 이색과 고산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와 함께 걷는다. 의미 없이 무작정 길 따라 걷는 것보다 이렇게나마 알고 걷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지 않겠나. 여기저기 산을 다니면서 이렇게 하나씩 얻어간다.
또 가파른 계단을 올라간다. 청계산은 산토끼 약수터에서 매봉까지 오르면 더는 힘든 곳이 없다. 아마 매봉에 오르면 다시 하산해서 망경대로 조금 올라가는 정도면 능선 따라 종주지점까지 가는 것도 큰 무리가 아니라고 느껴진다.
매바위로 오르는 길에 남산타워 너머 병풍처럼 드리워진 북한산과 도봉산 그리고 시내 전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목 좋은 조망터에서 놓치지 않고 한 장 찍어 건졌다.
목 좋은 조망터에서 맘에 드는 사진 한 장 건지고 또 올라간다. 다 온 듯한데 오르막 계단이 계속 이어진다. 오르막 계단에 쌓인 눈이 산객의 등산화에 짓이겨져 마치 시멘트길에 하얀 페인트를 뿌린 것 같다.
오르막을 오르고 나면 전망 좋은 너른 공터가 나온다. 고르지 않은 날씨라 시계가 불투명하여 대체적으로 조망이 흐리다.
조금 올라가니 돌문바위가 나온다. 돌문 사이로 나이 지긋하신 분이 몇 바퀴 도는 모습을 보고 청계산의 정기를 받을 수 있을려나 싶어 올라갈 때 세 퀴 돌아보고 내려올 때 한 바퀴 더 돌고 내려온다. 이만큼 돌았으면 정기를 받았으려나...
우측으로 빠지는 길은 충혼비로 가는 길이다. 충혼비는 공수 기본 250기 대위들이 강하 훈련을 받기 위해 공군수송기로 이동하다가 짙은 안개로 청계산 상공을 이동하던 중 추락하였다. 이때 목숨을 잃은 53인의 투철한 군인정신과 희생정신을 기리며 그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충혼비를 청계산에 건립하였다.
청계산 매바위는 매봉아래 스쳐 지나가는 지점에 있다.
매바위 바로 위에 있는 매봉. 애초에는 매봉을 찍고 망경대를 지나 이수봉에서 원터골로 하산하는 지점을 찾아오려고 했는데 청계산을 자주 찾은 듯한 어떤 이에게 코스를 문의하니 이수봉에서 원터골로 가는 길이 없다고 설명한다. 내가 준비한 등산지도에는 돌아내려 오는 길이 있는 것 같았는데 그 말을 들으니 영 헷갈린다. 눈길에 위험한 부분도 있고 해서 청계산을 잘 아는 듯한 그분의 말을 믿고 다시 왔던 길로 돌아 가면서 그냥 지나와 버린 옥녀봉을 볼 겸 옥녀봉쪽으로 하산을 하기로 한다.
매봉은 서울시 선정 우수조망명소로 지정된 곳 중의 하나다. 시계가 좋으면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이 한눈에 들어오지만 오늘은 시계가 흐려 가까이 있는 관악산 마저 흐릿하나마 보였다 안보였다 한다.
관악산의 형체가 뿌옇게 드러날 때 놓치지 않고 잡아본다.
마치 백색 콘크리트 같은 능선 오솔길을 유유자적하게 걷는다. 급한 산길을 오르내리다가 이런 길을 만나면 이보다 더 큰 만족감이 없다. 포만감을 누리며 기분좋게 발길을 옮긴다.
매봉에서 내려와 이 지점에서 우측으로 잘 다듬어진 길로 내려가면 원터골 입구인 기점으로 하산한다. 이 길로 올라왔다가 옥녀봉을 생략하고 매봉으로 바로 올랐는데 매봉에서 망경대와 이수봉을 생략하는 바람에 여기까지 다시 내려와 옥녀봉으로 간다. 옥녀봉에서 원터골로 가려면 다시 이곳까지 와서 내려가야 하는데 옥녀봉에서 화물터미널로 내려가는 바람에 재미없는 길을 한 시간 이상 더 걷고 원터골로 회귀하게 된다.
옥녀봉으로 가는 길에 스쳐 지나온 매봉과 망경대가 잘 보이는 지점에서 한 컷
옥녀봉의 너른 공터. 봉우리가 예쁜 여인의 모습을 닮았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라 하는데 옥녀봉에선 알 턱이 없고 그저 너른 공터에 긴 의자가 마련되어 있어 시계가 좋으면 주변 산봉우리를 조망하면서 피로에 지친 몸뚱어리를 쉬어 가기 좋다.
직박구리. 옥녀봉에 올라온 산객이 땅콩을 먹이로 놓아두니 굶주린 새들이 차례대로 드나들면서 한 입씩 물고간다.
틈을 노리기 위해서 기회를 엿보고 있는 직박구리
이번에는 곤줄박이가 먹이를 차지할 시간입니다. 쏜살같이 낚아채 가는 놈이 있는가 하면 이놈처럼 느긋하게 주위를 관망하면서 여유롭게 한입 물고 가는 애도 있네요.
옥녀봉에서 하산 지점을 잘못 잡아 내려온 길입니다. 솔밭쉼터가 나오는 이곳은 옥녀봉에서 개나리골약수터와 화물터미널로 하산하는 길이다. 원터골을 들머리로 했으면 이쪽으로 하산하면 안 된다. 화물터미널까지 쭉 내려가 버리면 원터골로 회귀하기가 난감해진다. 어차피 이 방향으로 내려왔으면 개나리골약수터 이정목을 보고 그쪽으로 하산하여 재개발지역을 지나 고속도로 옆길을 따라가는 도로 같지 않은 도로를 쭉 따라 20~30분 가면 원터골이 나온다. 참 재미없는 길이다.
잘못 내려온 길이지만 원터골로 회귀하려면 이 지점에서 개나리골약수터로 가야 한다. 이쪽으로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차에 과천이 토박이인 산책하는 어르신 한 분을 만나 이 길을 안내받았다. 개나리골약수터 방향도 초행인 우리 부부에겐 어디쯤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어르신 덕분에 그나마 개나리골약수터 방향으로 가게 되어 불행 중 다행이었다. 더 고마운 것은 어르신께서 직접 동행하며 길을 안내하여 더욱 순조롭게 원터골로 회귀할 수 있었다. 이 기회를 빌려 다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개나리골약수터 방향으로 황토로 뒤덮인 솔숲 길을 솔내음을 맡으며 늦었지만 여유롭게 걸어간다.
개나리골약수터로 가는 이정목이 있는 삼거리에서 20여분 걸어오니 약수터가 나온다. 여기서부터 재개발지역인 마을을 지나 도로변까지 나와 경부고속도로 마지막 휴게소인 죽전휴게소 방향으로 30~40분 정도 재미없는 이면도로를 따라 쭉 따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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