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다도해 섬 기행 신지도편
■ 언제 : 2015. 10. 9.(금) ~ 10.(토), 1박 2일
■ 어디로 : 완도 - 신지도 - 노화도 - 보길도 - 땅끝
■ 누구랑 : 초롱이 내외랑 정민이 내외
흔적 2부. 신지도
명사십리 바로 앞 신지도에서의 아름다운 밤은 그렇게 벼락같이 지나갔다.
그런데 방바닥이 너무 더워 잠을 자는 데 많이 괴로웠다.
원래 열이 많은 체질에다 술까지 거나하게 마신지라
뜨거운 방바닥이 잠을 자는 데는 오히려 괴로움으로 다가왔다.
귀찮았지만, 자다 말고 일어나 한쪽 창문을 열고 말았다.
찬바람이 창문너머 들어오니 좀 살만했다.
그러나 그래도 한쪽 창문을 연 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
그래서 맞은편 창문도 활짝 열었다.
맞바람이 불어 찬바람이 기분 좋게 들어온다.
이제 나는 살만한데 다른 두 사람은 괜찮을란지 모르겠다.
새벽바람이 차던데...
정민이네는 아침 일찍 기상하여 벌써 명사십리를 한 바퀴 돌고 온 모양이다.
우리도 뒤이어 일어나 카메라만 둘러메고 명사십리로 갔다.
솔비치펜션 숙소 앞의 짧은 논두렁을 건너자 바로 명사십리였다.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은모래를 밟자 사각거리는 울음소리가 마치 십리를 가는 것 같다.
아침 이른 시간이 아님에도 인적이 드물고 한산해 마음이 한없이 고요하기만 했다.
신지도는 처음엔 섬 이름을 지도(智島)라 불렀다고 한다.
그러다 같은 이름이 중복된 것을 알고 이름 앞에 접두어를 붙여 신지도(薪智島)란 섬으로 이름을 구별하였다.
그리고 신지도에서 가장 명물에 속하는 명사십리해수욕장의 길이는 3.8km로 대략 십리쯤 되는 모양이다.
명사십리(鳴沙十里)의 지명은 울 명(鳴), 모래사(沙)를 쓰서 우는 소리가 십리까지 들린다는 뜻이라고 한다.
인적이 드문 아침나절에 명사를 밟아 뽀드득 거렸으니 과연 그 소리가 십리를 가지 않았을까?
신지도 명사십리의 또 다른 이야기로는
왕족이던 경평군 이세보가 신지도에서 유배 생활을 하면서 북쪽을 바라보며
통한의 눈물을 흘리다가 서울로 돌아간 뒤 비가 오면 은빛 모래에 부서지는
파도소리가 10리까지 들린다 하여 '울 모래‘, 또는 ’울몰', '명사십리'라 불렸다고도 한다.
왔다 갔으니 적어도 이 정도 상식은 얻고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완도에 부속되어 있는 신지도(薪智島)는 신지대교로 이어져 차량으로 드나들 수 있고,
현재 공사 중인 고금대교까지 완공된다면 본섬을 들리지 않고
강진에서 바로 신지도로 넘어 올 수 있게 된다.
그러니까 해남을 거쳐 완도대교를 지나 완도에 다다른 후 신지도로 가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물론 배를 이용하면 되지만)
강진에서 새로 개통될 고금대교를 지나 완도를 거치지 않고 바로 갈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완도-신지도-고금도는 자동차를 이용하여 자유롭게 이동을 하게 된다.
당초 계획은 출발 당일 완도를 섭렵하고, 다음날은 신지도를 돌아볼 계획이었다.
얼마 전 우연히 모 방송국 아나운서가 신지도를 탐방하는 프로그램을 TV를 통해 본 적이 있었다.
순간 뇌리가 번쩍이며 바로 저기다. 10월 황금연휴가 다가오면 저곳으로 가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일행들과 의논을 해 일사천리로 숙박지까지 예약을 해버렸다.
첫 날은 완도를 보고, 그 다음날은 신지도를 훑어볼 요량이었다.
계획은 그랬는데 의외로 코스 변경이 쉽게 이루어져 버렸다.
아침 식전에 신지도의 명물 명사십리를 둘러보고 난 후 우리는 보길도 갈 채비를 하고 숙소를 나서 버렸다.
신지도의 이모저모를 돌아 보고나면 1박을 더 이상 하지 않고는 보길도 행을 추진할 수가 없다.
TV에서 보던 아나운서가 신지도의 해안 산책로를 걸으며 탄성을 자아내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지만, 얼른 미련을 버렸다.
보길도를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와서 보길도를 저버리기에는 너무 큰 아쉬움이 남는다.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기약 없는 길인만큼 보길도를 외면할 수는 없었다.
어제 완도 화흥포항에 들러 보길도 가는 배편을 낱낱이 알아 두었기에 쉽게 길을 나설 수 있었다.
화흥포항에 도착하니 마침 노화도로 가는 배가 곧 떠나려고 한다.
저 배가 떠나면 1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보길도로 가자면 화흥포에서 노화도의 동천항 표를 끊어야 한다.
노화도 동천항에서 하선하여 차량으로 보길도로 넘어간다.
화흥포항에서 다음 배가 뜰 때까지 1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나는 오히려 잘됐다 싶어 이 시간을 즐겼다. 주변을 다니며 사진을 찍을 심산이었다.
항구의 해안절벽엔 보라색꽃을 피운 해국이 듬성듬성 자라고 있었다.
줌 기능이 약하고 망원이 없는지라 해국을 잡을만한 위치까지 해안절벽을 기어올랐다.
그래도 만족할만한 위치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여 해국의 모양을 잡았다.
절벽 위에 핀 해국과 이렇게 노닐다 주변을 더 살피며 다녔다.
그러다 숲 언저리에서 완도에서부터 차를 타고 다니며 봤던 키 큰 노란꽃을 또 만났다.
처음 본 꽃인데 완도와 신지도 주변을 다니며 길섶에 많이 자라고 있었다.
이름이 궁금하여 알아봤더니 양미역취라고 했다.
양미역취, 따뜻한 남쪽나라 섬 지방에서 잘 자라는 꽃이었나 보다.
이렇게 항구 주변을 맴돌며 시간을 죽이다 보니 보길도 가는 노화도 배가 갈 준비를 마치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완도에서 노화도 가는 배에 몸을 실었다.
대략 30여분 갔나?
완도에 와 세 번째 섬으로 가는 순간이다.
<펌> 신지도
완도에서 하루 긴여정을 마치고 숙소가 있는 신지도로 왔다. 우리가 마련한 숙소는 신지도에 있는 '솔비치펜션'이다. 펜션은 신지도의 가장 큰 자랑거리인 명사십리 바로 앞에 있는 너른 들판에 서 있다. 규모가 만만치 않았다. 고향이 완도인 남자가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만난 서울아가씨와 서울에서 생활하다가 도회지 생활에 염증을 느껴 고향인 완도로 귀향해 펜션 사업을 하고 있었다. 방 1칸, 거실 겸 부엌, 화장실과 샤워시설이 갖추어진 숙소는 1일 사용 금액이 8만원이었다. 우리 인원은 총 6명이었다. 요즈음 내륙은 황금연휴로 인해 성수기를 맞지만 섬 지바은 비수기라 비교적 한산하다. 그런 연유로 숙박비는 비교적 싼 편이었다. 마나님들은 안방에 남정네들은 아무렇게나 자도 되니 거실 겸 부엌에서 잤다.
펜션을 운영하는 남자는 듬직하니 행동거지가 신뢰가 있어 보이고, 그의 아내는 살갛기 그지 없다. 서울 토박이인 사람이 여기 멀리 오직 신랑만 믿고 완도에 딸린 신지도에서 생활하고 있다. 신랑따라 왔단다. 전라도 소주인 '잎새' 한 병을 들고와 여기까지 왔으니 전라도 소주 맛 한 번 보라며 준다. 부족하면 더 준단다. 비록 소주 한 병과 따뜻한 정감어린 말 한 마디 였으나 그 마음이 신지도의 첫 날을 더욱 아름답게 수 놓는다.
완도 중앙시장에서 돼지목살과 이 놈을 샀다. 이 지역에서는 좀생이인지 놈생이라고 했는지 확실하게 알고 싶어 검색을 해 보았더니 명확하게 뭐라 설명한 내용을 찾지 못했다. 우리는 열기인가 했더니 그보다는 훨씬 더 맛있고 윗질이란다. 한 바구니에 만원이던가 만이천원을 주었던가 양은 충분했다. 이놈을 그냥 가져가서는 우리가 장만하기 어려울 것 같아 바로 구워 먹을 수 있게 장만까지 좀 해달랬더니 아주머니가 손목이 아파 장만해 주기 힘들어 고기를 듬뿍담아 싼 맛에 팔려고 내 놓았다고 하신다. 그 말씀을 덧 붙이시더니 우리 행색을 보아 장만하기 힘들어 보이는지 일일이 비늘을 벗겨가며 손수 내장까지 알뜰하게 손질해 주신다. 보다싶이 칼집까지 듬성 듬성 내고 언제 구워 먹을지 시간까지 물어보며 그 시기에 맞춰 소금까지 계산하며 뿌려주신다.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아주머니의 정성이 깃들어서인지 완도의 전복보다 우리가 사온 돼지목살보다 훨 맛있다. 거기다 펜션 안주인이 준 잎새 소주랑 한 잔 들이키니 더 이상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아침에 일어나 숙소 앞 논두렁을 지나 소나무로 된 방풍림을 지나면 바로 신지도명사십리다. 가는 길에 길섶에 노랗게 핀 꽃을 담았다.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심심찮게 봤는 데 도무지 이 친구 이름을 모르겠다.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검색을 해봐도 잘 나오지 않는다. 지역 주민에게 물어도 모르는 사람한테만 물었는지 아는 사람이 없다. 결국 사진에 담아 내가 애용하느 카페 '바람재들꽃'에 문의를 하니 단박에 답이 올라온다. '양미역취'라고~
한련초. 명사십리로 가는 논두렁에 쬐그맣게 핀 놈을 잡았다.
역시 가는 길에 잡은 '며느리배꼽'이란 애다. 꽃며느리밥풀, 며느리밑씻개란 애들도 있지만, 이름이 참 재밌다. 며느리와 시어미의 관계가 우리꽃에 이리도 많이 녹아있다. 다소 해학적인 이름인 것 같으나 내용을 알고보면 며느리의 애환이 담겨있는 이름이다.
며느리배꼽.
신지도 명사십리의 아침.
명사십리해수욕장의 길이는 3.8km로서 십리쯤 된다. 명사십리(鳴沙十里)의 지명은 沙(모래 사), 鳴(울 명)을 쓰며 모래 우는 소리가 십리까지 들린다는 뜻이다. 또 다르게 전해지는 얘기로는 왕족이었던 경평군 이세보가 신지도에서 유배 생활하면서 북쪽을 바라보며 통한의 눈물을 흘리다가 서울로 돌아간 뒤 비가 오면 은빛 모래에 부서지는 파도소리가 10리까지 들린다 하여 '울 모래‘, ’울 몰' 또 '명사십리'라 불렸다고 한다.
인적이 드문 한산한 명사십리의 아침은 거의 우리 차지다.
바싹거리는 은빛모래를 사각사각 밟으며 아침 산책을 한다.
꽃은 달맞이꽃으로 보이는 데 해변에 피고 땅에 붙어 있어 아닌가 했는 데 찾아보니 달맞이는 맞는 데 애기달맞이꽃이란다. 신지도의 해안에 많이 자라고 있었다.
모두 애기달맞이꽃 군락이다.
애기달맞이꽃 만큼이나 순비기나무도 많다.
해안으로 쭉쭉기면서 꽃대가 올라 보라색 꽃을 피우고 있다.
아침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명사십리오토캠핑장이 명사십리해수욕장에 자리잡고 있다.
아침 산책을 나와 그림 같은 장면을 묘사했다.
아침 바다 풍경과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명사갯길로 유명해진 신지도명사십리 해안 누리길
해당화공원은 해당화가 만개했을 때나 보기 좋을려나 지금은 뭐 그닥 볼 게 없다.
숙소로 돌아가며 애기낮달맞이꽃을 또 담아본다.
캠핑장은 깔끔하게 잘 만들어져 있다.
갯쇠보리가 맞겠지. 고수가 가르쳐 주어 검색해 보니 맞는 것 같다.
순비기나무의 꽃이 지고 열매가 맺혔다.
지금까지 며느리배꼽도 제대로 못봤는 데 여기서 티를 낸다.
산책을 하고 오니 아침에 우리보다 먼저 명사십리를 한 바퀴 돌고 온 정민이네가 아침 식사 준비를 다 해 놓았다. 고맙구로~ 아침 맛있게 먹고 이제 갈 채비를 한다. 당초 계획은 신지도를 샅샅이 돌고 귀향할 생각이었는 데 다함께 의기투합한 후 생각을 바꾸어 보길도로 들어가기로 했다. 일정이 이렇게 되니 신지도에서의 탐방 계획은 싱겁게 끝나버렸다. 좀 아쉽게 됐다. TV에서 방영한 그 길을 찾아 따라 걸을려고 했는데~
정민이 엄마는 주인장한테 잘 지내고 간다고 인사를 하러 들어가네요. 피곤했던지 주인 아낙은 눈을 부시시 비비며 일어나 잘 가라고 떠날 때까지 들어가지 않고 살갑게 마지막 정을 낸다. 참 범절있는 여인이다. 다음에 오면 반드시 '솔비치펜션'으로 다시 오리라.
신지도에서 완도 화흥포항구로 다시 돌아왔다. 화흥포항에 도착하니 마침 배가 한 대 떠날 채비를 다 갖추었다. 천상 우리는 다음 배를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 배는 1시간 후에 있다.
1시간이나 되는 배 시간을 기다리기 무료하기도 하거니와 나에게는 오히려 이 시간이 바로 기회의 시간이기도 하다. 항구 주변에 뭣이 있겠나마는 잘 살펴보면 찍을거리가 푸지기 수다. 해안 절벽 높은 바위 틈에 보라색 꽃을 피운 해국이 보인다. 아래서 당겨봤더니 줌 기능이 약해 사진이 잘 안 먹힌다.
꽃 찾아 다니며 항구로 들어오는 배와 나가는 배도 잡아본다.
모두 전복 양식장이겠지~
해국, 요놈은 잡으러 절벽을 올라갈 수 있는데 까지 올라가서 잡았다.
산기슭에 이런 꽃이 많았다. 도대체 이름이 뭔지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가게 아주머니한테 물어봐도 잘 모른다. 앞서 얘기했든 '양미역취'다.
요 친구는 절벽을 좀 더 기어 올라 가까이서 찍었다. 역시 정성을 다하니 더 좋은 그림이 나온다.
보길도를 가자면 완도 화흥포항에서는 노화도의 동천항 표를 끊어야 한다. 배에 차를 싣고 노화도 동천항에 내려 차량으로 보길대교를 건너 보길도를 탐방하면 된다. 자, 이제 보길도로 가는 노화도 동천항 배를 타 볼까나요. 타기 전에 한 컷~
여기도 한 컷~
우리도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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