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방

하동 북천코스모스축제 & 진주유등축제 1부(코스모스편)

728x90

 

 

하동 북천코스모스 축제 현장을 찾아서

 

 

■ 언제 : 2015. 10. 3.(토)

■ 어디로 : 경남 하동 제5회 코스모스축제 현장 및 진주유등축제장

■ 누구랑 : 아내랑 딸내미랑

■ 어떻게 : 대구 지역 사설 산악회 동참

 

 

 

 

흔적

 

 

오늘은 원래 달성군 화원에 있는 서문진나루터에 세 부부가 함께 가기로 약정되어 있었다.

소리꾼 장사익과 피아노 연주가 임동창 그리고 본 행사를 위해 치열한 경연을 거쳐 선발된

100인의 피아니스트의 연주가 내정된 한바탕 축제의 향연이 벌어지는 곳이다.

 

낙동강가에서 100인의 피아니스트가 피아노 100대에 각각 나누어 앉아 아름다운 선율을 강물에 실어 보낸다.

서문진 나루터는 축제의 현장도 볼 만 하거니와 역사적 배경 또한 깊이가 있어 탐방할 가치가 아주 풍부한 곳이다.

이번 기회를 놓쳤으니 다음 기회에 축제와 아랑곳 없이 아내랑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와야겠다.

함께하기로 했던 분들께 미안한 마음으로 양해를 구한다.

 

세 부부가 함께하려다 유보가 된 이유는 

갑자기 딸내미가 코스모스 축제가 벌어지는 경남 하동과 진주유등축제에 가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생각을 달리 해 볼 필요성이 다분하다.

요즘 공부하느라 스트레스가 쌓여 있기도 하거니와 평소에 어디 잘 나다니지도 않기에

뻔질나게 돌아다니는 부모 입장에서 보아 늘 딸내미에게 마음 한 구석 아렸던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평소에 어디 가자고 해도 잘 따라 나서지 않던 아이였기에 

머리를 식히고 싶어하는 아이의 마음을 더 더욱 외면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함께 서문진에 가기로 했던 일행들의 양해를 구한 후 우리 가족은 사설 산악회 행사 차량에 몸을 싣게 되었다.  

 

'북천 코스모스·메밀꽃축제'는 경남 하동군 북천면 직전마을과 이명마을 꽃단지 일원에서 벌어진다.

북천의 꽃 축제는 경관보전직불제에 따라 지난 2006년 처음으로 코스모스와 메밀을 심으면서 시작된 행사로

지난해 무려 70여만 명의 관광객을 동원한 명실상부한 전국 최대규모의 꽃 축제장으로 변모했다.

게다가 올봄에는 처음으로 양귀비꽃 축제를 벌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하며

북천이 우리나라 최초로 한 장소에 한 해 두 번의 꽃 축제를 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코스모스가 한창일 것이라고 여긴 북천에 도착도 하기 전에 가이드가 설명하길

지난 주까지는 코스모스가 엄청 예뻤는데 몇일 전 태풍의 영향으로

꽃도 떨어지고 쓰러져 누웠지나 않았나란 우려 섞인 얘기를 전한다.

막상 현장에 와보니 과연 가이드의 우려대로 코스모스가 생각보다 황홀한 모습은 아니었고

일부는 누워있어 다소 실망이 되기도 했다.

지난 번 일학년 학생들이 낙동강 수련원에 수련 활동 갔을 때 본 낙동강변 둑에 있는 코스모스보다

질감이 떨어지고 건강 상태도 영 뒤떨어진 모습으로 누워 있었다.

 

그래도 코스모스와 메밀꽃 축제를 보러 온 인파는 엄청났다.

대단지로 조성된 코스모스 만큼이나 수 많은 인파로 득실거렸다.

사진 한 장 마음 놓고 찍을 수 없는 형편이다.

찍을려고 구도를 그려 놓으면 그 속으로 사람이 쏙 들어왔다가 쑥 나가곤 한다.

어쩌겠나. 그런데로 형편에 맞출 수 밖에...

 

우리는 먼저 코스모스 군락이 조성되어 있는 대단위 밭쪽으로 갔다.

여기는 들판에 하늘거리는 자연스런 코스모스라기 보다 마치 모를 심어 놓은 듯 집단으로 조성해 만든 꽃밭이었다.

들판의 자연스러운 코스모스라기 보다는 코스모스 밭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이런 모습을 보노라니 자꾸만 낙동강둑에 있는 수련원의 코스모스가 떠오른다.

 

아내랑 딸내미랑 함께 철둑길 주변에 핀 코스모스를 따라 철로를 따라 걸었다.

역시 코스모스는 철둑길 따라 걷는 재미가 제일이다.

청춘 남녀도 어린아이와 노모를 동반한 가족들도 철길을 따라 동심에 젖어 걷는다.

젊은 청춘들이 레일 위에 서서 비틀거리며 사진을 찍는 모습은

마치 브라운관에서 보던 젊은이들의 청초한 사랑을 보는 것 같다.

그러고보니 딸내미도 우리랑 이럴게 아니라 사랑하는 남자 친구랑 함께 다녀야 할건데

에비 에미랑 함께 다니는 걸 보니 아직 남자 친구도 없는가 보다. 쯧쯧~~~

 

철길따라 가다보니 '아름숲 생태공원 꽃천지 체험관'이라는 팻말이 나온다.

기대했던 코스모스는 다소 식상했던지라 꽃에 관심이 많은 나는 뭐가 있는지 궁금해

잠깐이나마 코스모스를 외면한 채 팻말이 가리키는 곳을 따라 올라갔다.

'꽃천지 체험관'이란 팻말을 보아 뭔가 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있었던 것이다.

근데, 웬걸 막상 가보니 밭작물이 대부분이고 내가 기대했던 야생화를 볼 수 있는 분위기는 전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그 길을 걸었기에 우리는 옛스런 멋이 물씬 풍기는 소담스런 돌담마을을 대신 만날 수 있었다.

꽃을 보고자 걸음 했던 길에 예기치 않았던 정겨운 돌담마을을 본 것이다.

외갓집 갈 때처럼 정겨운 마음으로 돌담을 따라 코스모스 축제와는 또 다른 가을 분위기를 누렸다.

 

*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았나 살펴보니 대략 1시간쯤 남았다.

북천역을 갈 수 있을지 자못 의심스러운 순간이다.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색바랜 코스모스만 실컷 보고 가자니

그것은 마치 뒤를 보고 뭐 닦지 않은 것처럼 찜찜한 일이다.

마침 딸내미도 북천역을 가보고 싶어한다.

그래 가자. 서둘러 가면 시간이 부족할 것 같지는 않다.

 

시간이 빠듯함에도 북천역으로 바로 가지 않고 가는 길에 잠시 축제장이 펼쳐진 장터에 들렀다.

이런 저런 먹거리와 농산물 판매장을 훑어보노라니 전국 최대의 희귀 박터널이 조성되어 있는 것이 보인다. 

박터널은 이미 검색하여 내용을 파악하고 온지라 입장권을 구입 하지 않고

밖에서 사진만 몇 장 찍은 후 곧장 북천역으로 향했다.

입장료도 입장료고 희귀호박도 호박이지만, 여기서 시간을 더 지체하면 북천역은 포기해야만 했다.

 

땡볕에 도로를 따라 10여분 걸으니 자연스럽게 철길이 이어진 길로 연결된다.

그런데 북천역으로 가는 이 철길은 좀 전에 걷던 길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처음 도착하자마자 북천역과 반대 방향으로 걷던 철길 분위기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옛스러운 역사(북천역)가 있어 그러한지 같은 철길을 걸었음에도 분위기는 완전히 반전되었다.

같은 종류의 코스모스였음에도 이 길은 좀 전과는 다른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었다. 

 

지금 현재 달리는 철마는 콘크리트 침목으로 새로이 단장된 철길을 달린다. 

그 옆으로 옛날에 달리던,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나무로 된 침목길이 있다.

장 맛도 묵은 장이 낫다하지 않던가. 새로 단장된 콘크리트 침목보다 나무로 된 옛 철로를 걷는 게 훨씬 더 낭만적이다.

우리는 잡초와 코스모스가 우거진 옛길을 걸으며 다소 식상했던 발걸음에 많은 위로를 받았다.  

 

북천역(北川驛)은 경상남도 하동군 북천면 직전리에 위치한 경전선 역으로

순천~진주 구간 개통과 동시에 영업을 시작하였으며현재 새마을호와 무궁화호가 정차하는 역이다.

2013년부터는 남도해양관광열차까지 정차하는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역사이기도 하다. (위키다음백과 참조)

그럼에도 정감어린 간이역의 냄새를 물씬 풍기고 있음은 아마 북천의 내력과 낭만이 깊게 베어진 탓이리라.

 

서정적인 내음이 물씬 풍기는 북천역의 가을은 코스모스와 메밀이 피어 역사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코스모스와 메밀이 넘실거리는 철로를 따라

마침 '가을~, 코스모스라'는 노래와 뒤이어 나훈아의 '고향역'이 구수하게 전파를 타고

코스모스의 너울거림과 조화를 이루며 바람을 가른다.

단연 가을 분위기로는 으뜸이다.

괜히 나도 모르게 가을이라는 노래와 나훈아의 코스모스 반겨주는 정든 고향역~ 을 흥얼거리며 철로를 걷는다.

 

북천역을 오지 않았더라면 크게 후회할 뻔 했다.

자고로 여행을 다니자면 발품 파는 것을 아껴선 안된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순간이다.

여행의 백미는 걸음이다. 많이 봐서 좋은 것이 아니라 그곳에 가서 봐야 할 곳을 보지 못함이 아깝다는 얘기다.

보고 무엇을 느끼고 안 느끼고는 개인의 몫이다.

같은 곳을 가서 같이 걷고 같이 봐도 개인의 성향이나 감성에 따라 달리 보일 수 있다.

 

오늘 함께한 딸내미는 여기서 무엇을 보고 느꼈을까?

묵은 스트레스가 있었다면 버렸으면 좋겠고, 모처럼 머리를 상큼하게 하는 힐링이 되었으면 좋겠다. 

 

철길 따라 핀 코스모스와 메밀향이 울 딸내미의 머리를 상큼하게 씻어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