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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방

대율리 한밤마을, 군위 화본역 & 산성중(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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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율리 한밤마을, 군위 화본역 & 산성중

 

 

언제 : 2015. 11. 15.(일)

 

어디로 : 대율리 한밤마을, 군위 화본역 & 산성중

 

누구랑 : 아내랑

 

 

 

흔적

 

 

 

군위군 부계면 대율리 한밤마을!

이 마을은 치산계곡을 갈 때 늘 스쳐 지나기만 했던 돌담 쌓인 고택마을이다.

언젠가 가리라 눈도장만 찍어 두다가 오늘 때 맞춰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요즈음 가을이라 그런지 혼사도 많고 다녀야 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게다가 나도 그런데다 아내까지 두루 볼 일이 많다.

이런 저런 연유로 기회가 닿을 때마다 어디라도 다녀와야 할 텐데

갑자기 어디 마땅한 곳이 떠오르지 않는다.

 

시간 관계로 인해 산을 가기는 그렇고 이럴 때 적합한 곳이 어딜까?

잔머리를 굴리는데 그렇지 거기 가면 되겠다.’란 생각이 불현 듯 떠오른다.

그동안 산에 밀려 등한 시 했던 군위 화본역과 화본역 인근의 산성중이 바로 그곳이다.

여기라면 오늘 주어진 시간으로 봐 가장 적합한 곳이라 생각된다.

 

탐방 지역이 여행지다 보니 뭐 이런 저런 잡다한 물건을 챙길 것 없이 그냥 사진기만 둘러메고 길을 나서면 된다.

길 나서는 기분이 가뿐한 것이 깊어 가는 가을만큼이나 무척 가벼운 발걸음이다.

 

출발할 때만 해도 대율리 한밤마을을 가고자 한 것은 아니었다.

한티재 너머 제 2의 석굴암이라 부르기도 하는 군위삼존석굴가기 전에

남천고택이라는 푯말이 서있는 돌담 쌓인 마을이 있다.

대율리 한밤마을이라는 곳인데 늘 그랬듯 이 마을은 무심코 지나치기만 했는데

오늘은 가다 말고 갑자기 차를 세웠다.

늘 스쳐가기만 했던 곳이라 오늘은 여기부터 먼저 들러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뭐라고 할까? 언젠가는 가보리라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들어가 보니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보던 것과는 그야말로 천지 차이였다.

마을 안쪽이 예상외로 넓게 터를 잡고 있음도 그랬고

부림홍씨의 집성촌으로 아직까지 고택 보존이 너무나 잘 되어 있었던 것이다.

돌담도 얼마나 정겹게 다가오는지 직접 보고선 새삼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가을 깊은 돌담길엔 가가호호 빨갛게 알알이 영근 산수유 열매가 담 너머 솟아올라

가을 정취를 한껏 북돋우고 돌담길 바닥을 뒤덮은 낙엽 밟는 소리는

깊어 가는 가을의 서정과 너무나 잘 어우러졌다.

아내와 난 고택 탐방보다 돌담길의 서정적인 분위기에 도취되어 돌담길을 따라 무아지경에 빠져 걷기만 했다.

 

빨간 산수유 열매가 돌담길 가을을 더욱 붉게 물들였지만,

한밤마을의 가을 분위기는 산수유 뿐 만이 아니었다.

잎 다 떨어진 감나무에 아직까지 주렁주렁 달려 있는 먹음직스러운 감하며

은행 알이 떨어져 나딩구는 구린내 나는 길마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워낙 많은 은행이 떨어진 채 짓밣여 있어 구린내를 밟고 갈 정도였지만,

노랗게 물든 길을 일부러 피해 가고 싶은 맘은 더 더욱 없었다.

 

요즘은 도시의 도로변에도 가로수로 심은 은행나무 길이 많다.

그 길은 가을 분위기를 타기는 커녕 뭉개진 은행알이 내뿜는 구린내를 피해 종종걸음을 걸을 수밖에 없다.

도시의 이런 환경에 놓인 가로수 은행 길은 더러 걸어 봤지만,

한밤마을처럼 이렇게 노랗게 물들인 길을 걸어 본 적은 없었다.

구린내가 나도 좋았다.

마치 똥밟는 기분이 들어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한밤마을은 부림 홍씨의 집성촌이다.

군위군에서 가장 오래된 가옥인 남천고택이 있는가 하면

마을의 중심부에 해당하는 곳엔 대율리 대청(大栗里 大廳)이 있다.

대청은 조선 전기에 건립되었다고 하며,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다가 인조 10(1632)에 중창된 학사(學舍)

중간 중간 중창을 거듭하다 1992년에 완전 해체와 보수를 완공하였다고 한다.

그 밖에 고풍스런 멋을 고이 간직한 부림홍씨종택이며

()과 헌(), ()이란 현판이 한밤마을의 예스러움을 고이 간직하고 있었다.

 

마을의 깊은 역사를 대변하듯 대율리 대청 옆에는 250년 묵은 보호수인 잣나무가 있다.

마을의 역사와 함께한 세월엔 못 미치지만,

250년 세월을 마을과 함께 했으니 대율리의 역사를 가장 많이 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은 폐교가 된 초등학교 앞에도 수령 100년이 넘은 느티나무도 5본이 있다.

250년 잣나무와 100년을 훨씬 넘은 느티나무가 한밤마을의 역사를 이고 선 것이다.

 

한밤마을은 숙박을 겸한 한옥체험을 할 수 있도록 정비되어 있고

돌담길은 제주 올레길 부럽지 않은 모양을 하고 있다.

수 없이 지나쳤던 곳이었건만, 이토록 유서 깊고 정겨움까지 가득한 마을일 줄은 몰랐다.

일삼아 관광을 와도 후회할 일은 없었을 같아 추천을 아끼고 싶지 않다.

한밤마을로 오는 길을 여행자 기호에 맞춰 그려보면

군위군은 한밤마을 이외에 갈 곳이 수두룩하다.

모두 한번 쯤 자기 기호에 맞게 그림을 그려보기 바란다.

 

 

 

 

 

 

1부. 대율리 한밤마을의 돌담길과 고택 탐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