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 달을 가장 먼저 보는 산, 일월산!
그 산에 있는 야생화를 보고 왔다.
월자봉 1,205m, 일자봉 1,219m
언제 : 2015. 6. 6.(토)
어디로 : 일월산
누구랑 : 아내
들꽃탐방경로 : kbs중계소 - 0.4 km - 월자봉 - 0.4km - kbs중계소 - 1.4km - 일자봉 - 0.5km - 쿵쿵목이
- 1.0 km - kbs중계소
일월산 개요
<펌>영양군청홈
일월산은 태백산맥의 남쪽 끝에 위치한 해발 1,219m의 고봉으로 산세가 하늘에 우뚝솟아 웅장하고 거대하며 산정은 평평합니다. 동으로는 동해가 바라 보이고 해와 달이 솟는 것을 먼저 바라본다. 하여 일월산 정상부에는 일자봉, 월자봉 두봉우리가 솟아 있고, 청축사라는 사찰터가 황씨부인당, 용화사, 천화사, 용화선녀탕등 볼거리가 많습니다. 일월산 산나물(참나물, 금죽, 나물쥐, 더덕, 고사리 등)은 맛과 향이 뛰어나 인기가 높습니다.
경북 내륙에서 가장 먼저 일출을 볼수 있기 때문에 해마다 해맞이 행사가 있습니다. 이 일월산은 일자봉과 월자봉이 서로 마주하고 있으며 제일 높은 봉우리인 일자봉에서는 맑은 날에 동해바다가 훤하게 보인답니다. 그래서 해맞이 행사때는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일출을 보기 위해 몰려듭니다.
일월산은 음기가 강하여 여(女)산으로 알려져 있고 그믐날 내림굿을 하면 점괘가 신통해진다 하여 전국각지의 무속인들이 찾아오고 있으며, 무속인들로부터 성산(聖山)으로 추앙받는 산이기도 합니다.
잘생겼다 '선녀골', 선녀들의 목욕재계 '선녀탕'
일월산의 여러 계곡중 일자봉에서 동북편으로 이어진 강림곡이라는 골짜기가 있으니 골이 깊어 사람들의 발자취가 닿지 않았던 조용한 곳이다. 여름철이면 원시림 사이로 흐르는 골짜기에 많은 꽃이 피는 절경을 이룬다. 특 히 이 골짜기에서 솟아나는 샘물은 맑고 부드러워 선녀들의 피부를 아름답게 다듬어 주기에 알맞았으니 하늘나라 선녀를 다스리는 신선이 내려와서 이 곳을 보고 선녀들이 목욕할 곳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하여 선녀들의 오르내림을 허락했음인지 골짜기 이름이 강림곡이요, 선녀들이 목욕하던 곳이라 하여 선녀탕이라 한다.
욕심, 번뇌, 회한, 밤샘 내림굿으로 씻어내고 '황씨부인당'
지금부터 약 106여년전 순조 때 청기면 당리에 살던 우씨(虞氏)의부인 평해(平海)는 남편과 혼인하여 금실 좋게 살았으나 시어머니의 학대가 극심하였다. 황씨 부인은 아들을 낳지 못하는 죄책감으로 얼굴을 들고 시어머니와 남편을 대할수 없어 아홉재 딸이 젖을 땔 무렵 갑자기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우씨댁에서는 아무리 찾아도 찾지 못했다. 이 무렵 일월산에는 산삼이 많이 났는데, 산삼 캐는 사람이 산삼을 캐려고 자기가 지어 놓은 삼막(蔘幕)에 갔더니 황씨 부인이 죽어 있었다. 그후 이명존(李命存)의 꿈에 나타난 황씨 부인은 자기를 위해 당사를 지어 달라고 부탁하였다. 이에 이명존이 황씨 부인의 한을 풀기 위해 그 자리에 당을 지어 주고 ' 황씨부인당 ' 이라 했다고 한다.
흔적
일월산(日月山)은 해발 1,219m로 경북 일원에서는 꽤 높은 산에 속하며, 매년 5월이면 산나물 축제가 성행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쉽게 갈 수 없는 곳이기에 무한정 그리움만 담고 있다가 오늘 그곳을 찾아 네 바퀴를 굴려 간다. 긴 기다림 끝에 가는 길이라 그런지 먼 길을 감에도 크게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골이 깊어질수록 봉화, 영양 일대의 산군이 만만치 않게 다가온다. 정상에 비교적 쉽게 도달하는 그림을 그리고 갔지만, 왠지 일월산은 쉽게 길을 내어 주지 않을 것 같다. 포장은 잘 되어 있었으나 일월산을 찾아 가는 길은 끝없이 깊은 골로 이어진다. 그 기세에 눌려 괜히 가보지도 않았으면서 주눅이 먼저 든다.
아내는 윗대티에서 풍선형으로 한 바퀴 회귀하는 산행을 원했다. 대략 4~5 시간 정도 걸리는 코스이나, 미리 사전 탐색을 한 바에 의하면 그리 어려운 산행 길은 아니었다고 본다. 하지만 대구에서 무려 3시간 이상 걸리는 먼 길에는 일월산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일월산 주변에는 일월산자생화공원과 조지훈 생가 및 이문열 생가를 비롯하여 금강송 군락지까지 가까이 있었던 것이다. 모두 다 갈 수는 없겠지만, 시간이 허락한다면 조지훈 생가만은 꼭 들리고 싶었다. 조지훈의 ‘완화삼’과 박목월의 ‘나그네’를 애용하던 기억이 있어 그런지 일삼아 가지는 못해도 '조지훈'만은 꼭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내 맘대로 계획을 바꿔 차를 타고 가는 도중에 아내에게 산행도 산행 같지 않게 된 내 생각을 얘기했다. 그랬더니 아내는 예상대로 처음 계획대로 하잔다. 산행도 뭐도 아닌 어정쩡한 것을 싫어하는 아내는 분명 처음 계획대로 밀어 붙일 것이 불 보듯 뻔했다. 하지만 이미 내 마음이 그렇게 정해진 것을 어찌하겠나. 변경된 계획을 싫어하는 아내를 겨우 꼬드겨 아니 꼬드기거나 설득 했다기보다는 우격다짐으로 방향을 선회했다고 봐야겠지. 아내는 결국은 반기를 드는 척하다 서방한테 못이기는 척 져 주었다.
이렇게 아내의 배려로 우리는 일월산 KBS중계소가 있는 곳을 시작으로 비교적 손쉬운 산행길을 택했다. 공군부대가 있는 KBS중계소를 들머리로 하면 일월산이 품고 있는 월자봉과 일자봉 두 봉우리를 비교적 쉽게 만날 수 있다. 산행 거리도 통틀어 4km도 안 된다. 가는 길도 수월하기 짝이 없다. 당연히 시간 여유가 많이 생길 수밖에... 비록 야생화 탐사에 시간을 많이 빼앗긴다 하더라도 아직까지는 자생화공원이나 조지훈 생가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히 나올 것으로 생각했다.
그렇게 우리는 윗대티로 가다가 KBS중계소를 가리키는 높게 세워진 입간판을 보고 월자봉으로 방향을 틀었다. 우리가 빠진 길은 바로 KBS방송국중계소와 공군부대가 있는 월자봉으로 가는 길이다. 중계소로 들어가는 어귀는 심산유곡의 냄새를 물씬 풍기며 초입부터 깊은 골짜기 속으로 빠져 들어감을 쉬 알 수 있게 했다. 큰 키의 낙엽송이 빽빽하게 줄지어 늘어선 모습하며, 숲을 꽉 메운 나무와 풀숲의 진한 향이 서늘한 기운을 풍기는 데, 차를 몰고 들어가는 순간부터 음기가 서린다. 더욱이 우리 차 말고는 다른 차 한 대 보이지 않고, 인적 또한 간 곳 없다. 포장이 잘 되어 있으면서도 오지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런 길이다. 그러니 겁보인 우리 부부에겐 다소 위협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일월산정의 KBS중계소 바로 아래 황씨부인당이 있었다. 황씨부인당은 여러 가지 설화가 전해지나 설화의 대부분이 황씨 부인의 애꿎은 사연으로 가득하다. 어떤 내용이든 슬픈 여인의 한을 풀어주기 위한 사당으로 존재한 것은 틀림없으니 내용을 알고 보면, 애틋한 마음이 들다가도 괜히 섬뜩한 기분마저 감돈다. 더욱이 높고 큰 산에 아무도 없어 그런 기분이 더하기만 했는데, 다행히 우리가 중계소 앞 너른 공터에 주차하니 뒤이어 나이 육십이 된 듯한 남자 두 사람과 여자 한 사람이 주차를 하고 내린다. 적막강산에 우리 외 다른 산객을 만나 다소 마음이 놓인다.
윗대티에서 올랐다면 산행이라 할 수 있었겠지만, KBS중계소 앞에 내려 산행을 시작하니 산행이랄 것도 없다. 들머리에서 좌측으로 400m만 가면 일월산 월자봉이 나오고, 다시 들머리로 되돌아와 1.4km만 가면 일월산 최고봉인 일자봉이 나온다. 월자봉은 1,205m의 고봉이다. 우리나라 웬만큼 높은 산보다 높다. 그것도 평이한 길을 불과 400m만 가면 쉽게 당도한다.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다. 이렇게 높은 산을 이렇게 쉽게 오를 수 있다니 직접 와서 걸었으면서도 믿기지 않는다. 일월산은 산은 가고싶되 험하고 고된 길을 걷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딱 적격인 산이다.
월자봉으로 가는 길은 굉장히 쉬운 길이었지만, 그래도 고산인지라 여름이 오는 소리를 온갖 우리 들풀이 먼저 반겨준다. 지난번 문경 대야산에서 봤던 민백미꽃이 하얀 꽃을 피운 채 반기더니 큰꼭두서니를 비롯하여 범의꼬리와 고광나무가 어두운 숲길을 환하게 밝혀준다. 과연, 내가 바라던 바를 일월산이 시작부터 어김없이 보여주는 모습이다. 나는 오늘 일월산의 이런 모습을 기대하고 온 것이다.
월자봉에서 주차하면서 만났던 낯선 일행과도 멀어졌다. 이제 일월산에는 우리 이외에 보이는 산객은 없다. 월자봉은 조망이 숲에 가려 보여 주는 풍경이 보잘 것 없다. 다만, 우거진 숲을 따라 초하에 핀 들꽃 풍경을 대하는 즐거움이나 그도 아니면 일월산의 두 봉우리 중 한 봉우리를 먼저 밟았다는 기분이 전부다. 일단 월자봉이 먼저니 월자봉 찍고 들머리로 다시 내려가 1.4km 거리에 있는 일자봉으로 간다. 일자봉도 쉽게 가자면 주차한 공터에서 우회하면 더 편하게 갈 수 있다. 그렇게 가는 길이 훨씬 더 수월하다. 그러나 우리는 모르고 가긴 했지만, 월자봉에서 내려와 이정목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곧장 갔다. 좀 더 힘든 길이었지만, 그리 갔던 것이 오히려 야생화 탐방 목적을 수행함에 있어서는 훨씬 큰 도움이 되었다.
일자봉으로 가는 길은 결코 수월하지가 않았다. 된비알이 나오는 길은 아니었지만, 일월산 전체가 육산으로 뒤덮여 있는 가운데 난데없이 좁고 질서 없이 널부러진 돌무더기 길이 계속 연이어 진다. 그것도 숲이 우거져 나뭇가지에 걸리지 않으려면 고개를 숙이고 피해 다니며 걸어야 한다. 그러니 걷는 속도도 빠를 수가 없으며, 조심하지 않으면 넘어지고 길이 습해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그런 길을 무려 1km 넘게 걸어야 한다.
쉽게 걷는 길에서 걷는 큰 보람을 얻는 법이 어디 있던가? 월자봉에서 일자봉으로 가는 결코 편치 않은 돌무더길은 오늘 일월산을 찾은 내게는 가장 큰 행운이고 보람이다. 팔공산 치산계곡에 들어가 큰앵초 군락을 찾아 위험을 무릅쓰고 다녔음에도 실패를 거듭하기만 했는데, 오늘 이 길을 걸으며 올해 볼 수 없으리라 여겼던 큰앵초를 가는 내내 보면서 걸었다. 그것도 흰색 큰앵초까지 덤으로 보는 행운을 누리면서 말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일월산은 산림자원을 보호하는 제한구역이 많아 사람의 출입을 막는 곳이 많다. 그렇지 않아도 생태계 자원의 보고라 일컫는 곳에 산림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사람의 출입까지 제한하니 그야말로 별의 별 것들이 다 모여 있다. 일월산은 그런 곳이다. 진작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일월산을 꼭 찾고 싶었던 것이다.
일월산 일자봉은 일월산의 최고봉이다. 무려 1,219m에 달한다. 어지럽게 놓여 있는 좁은 돌무더기 길을 무려 1.4km를 걸어 일자봉에 도착한 것이다. 이 높은 산 깊은 골짜기에 아내와 나랑 둘만 댕그러니 섰다. 아무도 없다. 윗대티와 용화선녀탕으로 내려가는 길에 구슬댕댕이가 활짝 핀 채 우리를 맞이하고 있다. 인동덩굴인가 싶었더니 알고 보니 구슬댕댕이다. 조망은 활짝 트였지만, 오는 길에 본 주목이 있던 조망처보다 별로다. 정상에 도착해 파노라마 사진을 찍으려고 찍지 않았더만 아쉬운 마음이 든다. 주목이 있던 거기가 조망이 더 좋았던 것을 정상에 오고서야 알았다.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어쩔 수없이 일자봉 아래로 내려와 파노라마를 돌렸더니 역시 사진으로 보는 파노라마는 신통치 않았다. 눈으로 보는 것 보다 훨씬 못했다.
일월산 정상을 우리 부부만이 점유한 채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자니 부부로 보이는 산객한 팀이 찾아들었다. 잘 됐다 싶어 정상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주며 서로 인증샷을 남겼다. 사진을 찍은 후 우리보다 늦게 온 부부랑 함께 쿵쿵목이로 갔다. 두 부부가 함께 갔지만, 행보는 결코 함께할 수 없었다. 가는 길이 들꽃 천지니 우리는 당연히 발이 묶일 수밖에 없다. 아내가 빨리 가자는 재촉에도 사진기를 들이미느라 여념이 없다. 범의꼬리가 얼마나 많던지, 심지어 원추리 꽃봉우리부터 원추리가 살짝 입을 연 것까지 있으니 말해 무엇하랴. 어디 그뿐인가? 쥐오줌풀, 터리풀, 승마, 박새, 세잎종덩굴을 비롯한 이름도 모르는 온갖 풀이 온 산을 뒤덮고 있다. 이런 곳을 내팽겨 치고 어찌 발걸음을 재촉할 수 있단 말인가? 내는 모르겠다. 당신은 갈려면 먼저 가소...
오늘 산행은 윗대티를 시작으로 일월산의 정기를 만끽하리라 생각하고 온 길이었는데 산행지를 검색하다가 그만 조지훈 생가와 자생화공원이 눈에 띄어 시간을 줄이려 한 것이 KBS 중계소로 방향을 선회하였던 계기가 된 것이다. 그랬는데 자생화공원이고 조지훈 생가고 이문열 생가고 뭐고 다 날아가고 일월산 산정을 둘레길처럼 돌고 온 것이 다다. 모두가 다 그놈의 우리 야생화와 일월산에 꽃핀 우리나무 때문이다. 힘들지도 않은 4km 거리를 무려 4시간 이상 걸려버렸으니 아내더러 여기 저기 다른 곳을 들리자는 말을 할 수가 없다. 혹시 가는 길에 있으면 들리자고 하였지만, 돌아가는 길 같아 말을 꺼내다가 말았다.
이렇게 일월산 산행은 우리풀, 우리나무 탐방만으로 막을 내렸다. 생가 탐방을 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갈 길이 멀어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일월산은 오늘 우리 부부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었다. 달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다는 월자봉이 그렇고 해를 가장 먼저 볼 수 있다는 일자봉이 그랬다. 두 곳 모두 1,205m와 1,219m가 아니던가? 이렇게 높은 산을 동네에 있는 산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고마웠고 거기다가 일월산이 뽐내는 많은 나물 향기까지 듬뿍 들이 마시고 왔다. 이보다 더한 힐링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비록 가는 길은 멀었지만, 멀리 간만큼 많은 즐거움이 가득한 야생화 탐방이었다. 3시간 정도 먼 길을 달려 돌아가는 길이 전혀 힘들지 않은 하루다.
사진으로 보는 일월산 야생화 산행기
일월산 정상 일자봉에서 인증샷
오늘 일월산 산행은 윗대티에서 시작하려다 오는 도중에 kbs중계소로 급선회했다. 이유는 월자봉과 일자봉을 빨리 돌아 시간을 아껴 일월산자생화공원이나 조지훈, 이문열 생가를 방문하기 위해서다. 여기는 거의 정상이나 다름 없는 kbs중계소 앞 공터. 여기에 주차를 한다.
공터에 주차를 하고 돌탑 무더기가 있는 곳으로 간다. 공터 앞 주차한 곳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쿵쿵목이로 가서 일자봉부터 만나고 좁은 돌무더길을 따라 이곳으로 와도 되지만, 여기에선 먼저 월자봉부터 밟고 다시 이곳으로 와 일자봉으로 가는 것이 좋다.
kbs중계소 앞 일월산 표지석. 거의 정상이나 다름없다. 일월산에 오면 월자봉과 일자봉 두 봉우리를 모두 만나봐야 한다.
표지석 뒤로 고광나무의 하얀꽃이 밝은 미소로 우릴 반긴다.
공터 바로 위 갈림길. 먼저 좌측 월자봉으로 간다.
월자봉을 먼저 워밍업하듯 가볍게 다녀온 후 다시 여기 갈림길로 와 이정목이 가리키는 일자봉으로 간다. 이 코스는 높은 두 곳의 산봉우리를 산행하는 것 치고는 거저 먹기이나 그래도 이 지점에서 일자봉으로 가는 길은 오르막 경사가 심하거나 한 것은 전혀 아니지만, 그래도 오늘 코스 중에서는 쉽지만은 않은 길이다.
월자봉으로 가는 짧은 산중 오솔길. 400미터 거리에 있다.
어이쿠, 여기서 또 민백미꽃을 만난다. 이름을 알고나니 자주 눈에 띈다. 아니까 보이는 모양이다. 여기저기 심심찮게 보인다.
큰꼭두서니 만난다. 4개의 잎이 층을 이루며 자라는 모습이 이채롭다.
우리가 산행한 코스는 중계소-월자봉-일자봉-쿵쿵목이-중계소로 회귀
월자봉 1,205m. 달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다는 월자봉. 표지석을 중심으로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이 펼쳐져 있다. 조망은 나뭇잎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월자봉 주변에도 범꼬리가 여기저기 피어 있다. 일월산을 대표하는 야생화는 아무래도 범꼬리인 것 같다.
kbs중계소와 공군부대는 촬영을 자제해 달라는 입간판을 보고 대충 이 사진 1장만 담았다.
가는 길 오는 길 산행길 내내 이런 고광나무의 흰꽃이 길을 환하게 밝혀주고 있었다.
월자봉에서 다시 돌아와 일자봉과 윗대티로 가는 삼거리로 왔다. 우리는 바로 일자봉으로 간다.
이쪽은 산이 습하고 음습함이 밀려오는 길이다. 통행이 많지 않은지 사람들이 삐댄 흔적이 크게 요란하지 않다. 관중이 온 산을 덮고 있을 정도로 많이 자라고 있다. 관중이 많다는 얘기는 산이 습하다는 얘기다.
관중이 자란 모습은 사람이 일부러 다듬은 듯 정갈한 모습을 하고 있다.
삿갓나물과 하늘말나리도 헷갈린다.
멀리서보면 수수꽃다리 같다. 분꽃나무와는 더 닮았고 그러나 이 나무는 정향나무라는 친구다.
세잎종덩굴. 오늘 일월산에서 처음 만났다.
산 전체가 대표적인 육산으로 덮여 있는 가운데 일자봉으로 가는 이 오솔길은 어지럽게 놓여 있는 돌무더기길로 물기에 젖어 있어 길이 미끄럽다.
이 길을 가는 재미는 일월산의 온갖 산나물과 야생화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산재한 풀과 나무들의 이름을 제대로 알았다면 아마, 오늘 해 저물기 전에 내려가기란 애시당초 틀렸을 것이다.
아니, 이 길로 접어드는 순간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큰앵초가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웬 떡인지...
분꽃나무꽃과 흡사한 정향나무꽃도 자주 보인다.
이놈이 뭔지 했더니 산수국이 여름에 꽃피울려고 봉우리가 맺히기 시작한 놈이다. 난 또 뭐라고... 산수국 닮았다 했더니~
중계소에서 1.4km 구간이 전부 이런 길이다. 마지막 일자봉으로 올라가는 짧은 오름길을 제외하고 모두 이런 길 일색이다.
갈수록 잘 생기고 이쁜 큰앵초 무리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내 고장 팔공산 치산계곡에 큰앵초 만나러 갔다가 허탕을 친 것이 불과 얼마되지 않는데 의외로 생각지도 않게 여기서 만난다.
문경 대야산 용추계곡과 월영대 가는 길에 함박꽃나무를 참 많이 만났는 데 아쉽게도 이쁘게 입을 벌리고 있는 녀석을 만나진 못했다. 이녀석은 모양은 제대로인데 하얀 꽃잎 색깔이 누렇게 떴다. 아깝다...
신갈나무 같은데 한 나무에서 뻗은 가지가 붙었으니 이 친구는 연리지라 칭해야겠다. 재밌는 모양을 하고 있다.
애는 고광나무의 꽃봉우리가 아닌 것 같은데 비슷한 애들이 많아 이름을 함부로 부르기 어렵다.
마찬가지~~~
분홍빛 큰앵초만 보다가 완전 흰색도 아닌 푸른 빛이 감도는 앵초도 본다. 색깔이 변해가는 과정인 것 같은데...
숲을 이루고 있는 이 풀들의 이름을 언제 다 불러줄 수 있을런지.
산꿩의다리. 앞으로 무수히 피어나 일월산을 찾는 산객의 마음을 흠뻑 녹이겠다.
박쥐를 닮은 박쥐나물. 박쥐나물도 지천이다.
터리풀도 조만간 꽃을 피우겠군.
큰앵초를 비롯하여 관중 무리 속에 이름 모를 풀들이 엄청나다.
행운의 열쇠라는 꽃말을 가진 큰앵초. 활짝 핀 이 모습이 가장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중간쯤 왔나? 바위 끝머리 조망이 좋은 이곳에서 삶은 달걀도 먹고 오이도 먹으며 잠시 쉬어간다. 알고보니 여기가 조망이 가장 좋은 터다.
여기서 파노라마 사진을 찍어 블로그 상단 스킨으로 써 먹어야 했었는데 일자봉에 가면 더 좋을 것 같아 아꼈더니 실상은 여기가 조망터로서는 최고 좋은 곳이었다.
유일하게 주목이 바위와 함께 서 있다.
바위에 서서 여기를 파노라마로 담았어야 했다. 아깝다.
언제 이렇게 숲이 우거졌는지 신록이 무성해 온천지가 녹색물결로 덮여 있다.
높은 산에서 멀리 바라보는 마루금은 언제봐도 가슴 뭉클하다.
박쥐나물도 엄청나게 많이 보인다.
이제부터 지금까지 잘 보이지 않던 도깨비부채 군락이 펼쳐진다.
드디어 1,219m 일월산 정상 일자봉에 도착했다.
일월산 정상석. 다른 산의 정상석보다 조형미가 특이하다.
오는 내내 우리 둘 밖에 없었는데 먼저 도착한 우리가 사진을 찍고 있자니 구미에서 온 부부 한 팀이 뒤늦게 당도했다. 함께 정상석 인증샷을 서로 주고 받는다.
저 담 너머는 군부대인 것 같다.
이문열의 일월송사
일자봉에서 쿵쿵목이 방향으로 가면 중계소가 나온다. 이 방향으로 가면 원점회귀한다.
윗대티에서 왔으면 용화선녀탕으로 해서 여기 일자봉으로 왔겠지요.
인동덩굴인 했더니 구슬댕댕이다. 잎 가장자리에 잔털이 많아 인동덩굴이 아닌가 했었는 데 역시 인동덩굴과는 다른 친구였다.
일자봉 전경. 우리 야생화탐사반 아이들 여기 모여 앉아 하늘도 보고 바람도 맞고 꽃이야기 나무 이야기 하면 얼마나 좋았을꼬!!!
용화선녀탕으로 가는 길목에 앉아 늦은 점심을 먹는다.
쳐다만 봐도 가슴이 절로 저미는 그림이다.
저 산을 다 넘을려고 생각말고 보는 것으로 만족하자.
일자봉에서 자생화공원으로 내려가는 길도 있으나 이 길은 생태보존구역이라 길을 막아 놓았다.
일월산은 기온이 낮은가 보다. 아직 졸방제비꽃이 파랗게 고개를 내밀고 있다. 색감이 다른 곳에서 보는 것과 달리 더욱 기품있어 보인다.
범의꼬리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다.
일자봉에서 kbs중계소로 가는 길은 무지막지한 야생 풀숲으로 오만가지 야생식물이 자라고, 가는 길은 안온한 오솔길로 이어진다.
터리풀도 자주 만나고~
연보랏빛 쥐오줌풀도 만난다.
왼쪽은 생태보존구역이라 금줄을 쳐 놓았다.
아니, 그런데 이게 뭔가? 벌써 원추리가 고개를 삐죽 내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박새도 꽃대를 내놓고 꽃을 터뜨릴 기회만 보고 있다.
삼거리가 나오면 거기가 쿵쿵목이다.
여기는 범꼬리가 무더기로 피어 있다. 이런 장관을 보기가 어디 쉽단 말인가? 오늘 일월산 야생화 땜시로 조지훈, 이문열 생가 등 다른 곳을 방문하기란 틀렸다. 이렇게 우리 야생꽃에 필이 꽂혀 시간을 지체하니 어떻게 더 욕심을 낼 수 있겠나.
일월산에 피는 모든 야생화는 시들한 게 없다. 터리풀이 싱그러운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을 보는 것도 쉽지 않은 데 일월산은 그 어떤 야생초를 막론하고 싱그럽고 튼실하게 자라고 있다. 아마, 토양이 다른 지역보다는 훨씬 우수하다는 말이겠지.
쥐오줌풀 사진이 마음에 안 들어 다시 찍었는데 이 역시 마음에 안 든다.
요게 둥굴렌지 은방울꽃인지 잘 모르겠네요.
아하, 이 친구는 원추리 꽃봉우리일세. 뭔가 했더니 이와 비슷한 상태에서 노란 원추리가 입을 삐죽 내밀고 있는 녀석이 있어 알았다.
바로 요녀석이다.
큰꼭두서니도 자주 만난다.
일월산에서 처음 만난 세잎종덩굴
천남성. 요녀석은 등을 돌리고 있어 앞을 찍을 수
아, 아쉽기도 하고 아깝기도 하다. 이제 원점으로 돌아와 버렸다.
뭘까요.
황씨부인당 앞에 주차를 하고 내리니 나도냉이가 서로 맵시를 뽐내고 있다.
황씨부인당은 내려갈 때 보려고 올라갈 때는 그냥 스쳐 지나갔다. 일월산 월자봉과 일자봉을 한 바퀴 휑하니 돌고 가는 길에 둘러보고 간다.
슬픈 전설을 간직하고 있으나 지금은 신통력을 지닌 사당으로 이름꽤나 하는 무당들의 신성으로 추앙받고 있다.
황씨부인당 전경
황씨부인당을 뒤로 하고 내려가는 데 축대 틈 사이에 노랗게 핀 기린초가 있어 차를 세우고 카메라에 담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