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고 미루어 두었던 대야산!
2015년 초하 [
930.7m
언제 : 2015. 5. 30.(토)
어디로 : 문경과 괴산에 걸쳐 있는 100대 명산 대야산 누구랑 : 아내랑
산행한 코스 : 대야산장 식당 앞 공터 주차 - 용추 - 월영대 - 밀재(밀치) - 중대봉 갈림길 - 대야산 - 피아골 - 용추 - 대야산장 식당 앞 공터
산행거리 : 대략 11 ~ 12Km쯤 추정됨
산행기점 : 대야산 용추 상가 주차장(대야산장 식당 앞 공터), 들(날)머리 - 대야산 청주가든
일반적으로 대야산주차장에 주차하면 됨
대야산 개요
<펌>문경시청 문화관광홈
대야산(大耶山, 930.7m) - 연간강우량 : 1,175mm(적설량 : 106cm) - 우점수목 : 소나무, 신갈나무, 굴참나무, 갈참나무 백두대간이 지나는 산으로 내외선유동(內外 仙遊洞)을 경북충북 양쪽에 두고 있으며, 국립지리원 발행 지도에는 대야산(大野山)으로 되어 있으나, 1798년 발행 문경현지에는 대야산(大耶山)으로 나오고 있다. 특히 이 산은 아름다운 용추계곡과 선유동계곡의 넓은 반석과 맑은 물이 자랑이다.
흔적
문경과 괴산에 걸쳐 있는 대야산은 100대 명산 중에서도 꽤나 인기 있는 산이다. 특히 사계절 중 여름 산으로 명성이 더 잘 알려진 산으로 알고 있다. 이런 대야산을 그동안 가지 않고 아껴둔 이유는 조령산과 함께 일부러 기름 먹여가면서 갈 일이 아니라 처가를 오가는 걸음에 들릴 것이라 생각하고 미루고 미루어 두었던 곳이다. 그랬던 곳을 이제는 더 미루기 어려울 것 같아 오늘 마음먹고 아내와 함께 다녀왔다. 조령산은 아직 기회를 좀 더 두고보고자 한다.
일기예보를 보니 오전에는 비가 온단다. 오후에 갠다고는 하지만, 비가 오면 아무래도 산행이 어려울 것이다. 아내는 비가 오면 산행이 어려울 것이라 여겨 마음이 설왕설래하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나는 왠지 우리가 현지에 도착하면 비가 더 이상 내릴 것 같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운전대를 잡고 2시간이나 지나야 도착을 하니 그 전에 비가 그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비만 그친다면 오히려 산행하기에는 햇빛 짱짱한 날보다 최적의 조건이 될 것이다. 내 마음이 이러하니 아내도 어쩔 수 없었는지 그런가보다 하고 나를 따라 우의를 여물게 챙기고 길을 따라 나섰다.
대구에서 내리던 비가 거의 1시간을 넘어 상주를 지나 문경 가까이 왔는데도 그칠 기미가 없다. 아하, 이러면 예상이 빗나가고 상황이 곤란해지는데 어쩌지. 여기까지 와서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만약 비가 그치지 않는다면 우중산행이라도 불사할 각오를 해야만 했다. 그래도 비가 그치기만을 기대하며 한 치의 주저함 없이 그렇게 산행기점으로 계속 내달렸다. 그렇게 거의 2시간 넘게 걸려 문경 대야산 용추골로 들어서니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주룩주룩 내리던 비가 뚝 그치고, 초여름 더위를 녹이는 대야산의 푸른 녹음이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대야산! 그는 소문대로 깊은 골과 성하(盛夏)의 계절을 잠재울 수 있는 푸른 녹음을 가지고 있었다. 과연 여름에 찾으면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그런 산이었다. 산행 시작부터 산객을 매료시킬 만한 시원한 바람과 너럭바위가 쫘악 깔린 반석으로 연이어진 풍경이 벌어지더니, 그 반석 위에 뚫린 깊고 얕은 소(沼)에 담겨 있는 맑은 물, 반석 위로 잔잔하게 흐르는 유리알 같이 투명한 물 그리고 산책하기 딱 맞춤인 걷기 좋은 계곡을 햇빛 한 점 없이 차단하는 녹음이 무성한 나무들을 비롯하여 그 어떤 무엇도 나무랄 일이 없는 그야말로 여름이 기가 막힌 산이었다. 그러나 산이란 결코 쉬운 길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번 대야산 산행에서 또 한 번 경험을 하게 된다. 산객의 마음을 쉽게 녹였다가 쉬운 만큼 힘든 과정이 있음을 대야산은 또 그렇게 산을 찾는 이에게 말없이 가르치고 있다. 대야산은 결코 쉽게 보고 가볍게 덤벼서는 안 되는 곳이며, 산행을 하자면 미리 속사정을 간파하고 가야하는 산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초입에서 오르면 금방 용추가 나타난다. 용추란 흔히 폭포수가 떨어지는 지점에 깊게 패어 있는 웅덩이를 말하는 데 대야산의 용추는 희한하게 하트 모양으로 생긴 웅덩이로 암수 두 마리의 용이 용트림을 하며 남긴 용비늘 자국이 거대한 화강암에 두 개의 흔적으로 남아 있음을 볼 수 있다. 영락없이 용이 승천하며 남긴 용트림 흔적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대야산의 용추는 흔히 보는 용추와는 달리 기묘한 형상과 그에 걸맞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문경에서 제일가는 명소로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것이다.
용추에서 대략 20분쯤 가면 월영대가 나온다. 휘영청 달 밝은 밤에 바위와 계곡을 흐르는 맑디맑은 물 위에 어리는 달빛이 아름답다하여 월영대라 부른다. 과연 달 밝은 밤에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어울려 이태백의 시 한 수 읊으며 권커니 잣거니 하노라면 신선놀음 따로 없을 법하다. 이미 용추에서 시간을 많이 빼앗겼음에도 월영대에서 발길이 멈춰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채 천진난만하게 한참을 노닐다 간다.
월영대를 환하게 비추는 함박꽃나무의 꽃망울을 가슴에 담은 채 떡바위를 지나 밀재로 올라갔다. 가는 내내 대야산 참 기가 막힌 산이라 연신 칭찬을 하며, 6월에 우리 산악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여기를 한 번 더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갔다. 떡바위를 지나 사기굴로 가는 길에는 조릿대가 꽃을 피운 모습도 접한다. 작년 강원도 매봉산 가는 길에 조릿대에 꽃 핀 모습을 처음 봤는데 오늘 여기서 두 번째 본다. 꽃 핀 모양과 색감은 매봉산에서 봤을 때와는 달리 연하고 훨씬 부드러운 감이 들었다. 조릿대(죽순)가 꽃을 피우면 죽고 씨앗이 번성해 새로운 조릿대가 자란다고 하던데 이놈들도 이제 생명이 다하려나 보다. 하고 바라보니 조릿대의 꽃 핀 모습이 더욱 애잔한 마음으로 다가온다.
밀재까지 가자면 그래도 꽤 높을 텐데 그래도 거기까지는 아직 슬렁슬렁 가도 된다. 그러니까 용추에서 밀재까지는 길이 너무 좋아 대야산을 매일 와도 되겠다는 건방진 생각을 하게 한다. 그러나 어디 산이 그렇게 쉬운 길만 내어주던가? 이번 대야산 코스는 몇 번 가려다 그만둔 곳이라 정작 갈 때는 소홀하게 취급해 그 당시 가려단 만 기억만 가지고 갔다. 그랬기에 정상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소홀히 했던 댓가를 톡톡히 치루어야만 했다.
대야산은 밀재에서 중대봉갈림길로 가는 오름길이 처음으로 빡세다고 느끼는 구간이다. 그러면 그렇지 산행 내내 콧노래만 부르며 갈리는 만무하다. 문경과 괴산군을 가르는 산군인데 이쪽에 있는 산들이 어떤 산들인가? 백두대간을 잇는 마루금이 아니던가? 쉽게 길을 내어줄 리는 없다. 그래 이제 시작이구나. 하면서 가는데 그래도 생각만큼 힘들지는 않았다. 할딱고개라해도 되는 곳이건만, 오르는 길에 내 눈으로 산에서 처음 만난 민백미꽃을 볼 수 있어 아마 힘든 것도 잊은 모양이다. 산을 오르다 말고 박주가리과에 속하는 민백미꽃에 취해 또 한참을 머무른다.
그렇게 오르다보니 중대봉과 대야산 정상으로 가는 갈림길까지 힘든 줄도 모르고 왔다. 다만, 갈림길에 이정목이 없어 어디로 가야 대야산 정상인지 대야산이 초행인 우리는 산행 개념도 만으로는 가늠하기 어려웠다. 몇 달 전에 대야산 산행경로를 봐 두었던 터라 이번엔 산행지도도 한 장 준비하지 않았다. 오는 길에 단체 산행객이 떨어뜨린 개념도를 아내가 한 장 챙겨 놓아 자세하게 살펴보긴 했지만, 갈림길에서 오른쪽 봉우리로 올라가야 함을 염두에 두지 않고 탄력이 붙은지라 관성에 의해 곧장 능선을 따라, 가던 길을 계속 가버렸다. 분명 이쯤일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중대봉으로 가는 길이 너무 좋아 그만 정상 가는 길을 벗어나 버린 것이다. 오가는 산객이라도 있었더라면 길이라도 물어 보고 갔을 걸, 하필 이 시점에서 사람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눈에 띄지 않는다.
그렇게 구름이 앞을 가로막은 바위 능선을 넘고 넘어 갔더니 앞서 갔던 두 사람의 산객이 뒤돌아 오며 나에게 길을 묻는다. 도대체 정상이 어디냐고? 그리로 가니 정상이 나오지 않던가요? 우리도 그쪽으로 조금만 가면 곧 정상이 나오리라고 생각하고 가고 있는 중입니다. 하니 그 분들이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고 한다. 구름에 가려 시야가 전무하니 앞서 봤던 큰 봉우리보다 더 큰 봉우리가 있는지 없는지 도대체 분간이 안 간다. 다만, 계속 내려가고 있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아무래도 아까 갈림길에서 만난 큰 봉우리 위가 정상일 것 같아 앞서 갔던 두 사람과 함께 뒤돌아 갔다.
그렇게 왔던 길을 되돌아 중대봉 갈림길까지 다 왔는데 그때 단체로 온 한 무리의 산행팀이 우르르 몰려왔다. 먼저 다가온 사람에게 물으니 자기도 대야산에 온지 오래되긴 했지만, 몇 번 와 보았기에 여기는 정상이 아닐 것이라며 자신있게 더가야 한단다. 에휴, 다시 뒤돌아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맥이 빠졌지만, 그래도 방향을 제대로 잡았으니 다행이라 여기고 다시 아내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갔다. 혹시, 모르니 아내는 쉬게 하고 혼자 나선 길이었다. 어쨌거나 우르르 몰려온 사람들과 함께하니 든든하고 힘이 되었다. 앞서 만났던 두 사람도 길을 모르니 또 우리랑 함께 같은 길을 갔다. 그렇게 왔던 길을 다시 가고 또, 위험하고 험한 바위 능선을 지나 한참을 갔는데 선행 주자가 더 이상 길이 없다고 전달을 한다. 억지로 가면 갈 수 있는 길이 있는지는 몰랐으나 여성들도 많이 참여한 단체 팀이라 도저히 갈 수가 없었나 보다. 우리도 슬쩍 물어보니 더 이상 나아가기 어렵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중대봉으로 가는 길이라 길이 끊어질 리는 없는데 조금 의아심이 생기기는 한다. 하지만 우리도 위험한 길을 무턱대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함께 따라왔던 두 사람도 또 여기서 돌아나간다. 우리도 그만 정상을 포기하고 왔던 길로 하산하기로 결정했다. 한 무리의 산행팀도 할 수 없었던지 뒤돌아 나온다. 구름이 가로 막힌 바위 능선을 그렇게 기어가며 넘어가며 갔건만, 대야산 정상은 쉽게 그 길을 내어주지 않았다.
다시 중대봉으로 가는 갈림길까지 왔다. 이정목이 없어 초행인 사람들은 여기가 중대봉 갈림길인지 아닌지 분간하기 어렵다. 여기서 바로 우측 봉우리로 올라왔으면 그만인 것을 그렇게 애를 먹었다. 분명한 것은 이 지점에 어떤 방법이든지 표식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니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있어야 한다. 물론 대야산은 비법정등산로로 지정되어 산객의 발길을 만류하고 있다. 하지만 100대 명산으로 지정되었고, 특히 여름엔 전국의 산꾼들이 대야산으로 몰리는 상황에 이렇게 관리가 되어서는 곤란할 것 같다. 아예 산객의 발길을 차단하던지 산을 오르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묵인하며 받아들이는 입장이라면 산행안내표지판과 갈림길에서의 이정목은 필수불가결한 것이라 사료된다. 드문드문 이정목이 있긴 했지만, 표식이 지워지고 명확하지 않아 큰 도움이 되어 주질 못했다. 왜 이런 말을 되풀이하는가 하면, 대야산은 사람을 쉽게 끌어들인 후 힘들게 하는 뒷맛이 남아 있는 산이기 때문이다. 특히 하산하는 것도 피아골을 택하면 내리막길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야산 정상으로 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밀재로 올라 대야산 정상을 밟으면 길이 어렵고 힘들어도 피아골로 내려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것은 피아골로 내려가는 것이 왔던 길로 가는 것보다 가깝기 때문이리라. 물론, 정상에서 피아골로 내려가는 이정목도 없다. 그러니 피아골로 가자면 알아서 잘 찾아 내려가야 한다.
우여곡절 끝에 정상을 밟았다. 아무래도 중대봉 갈림길이라는 그곳에 보이는 우뚝 선 봉우리가 정상일 것 같아 올라가 보았더니 봉우리 위에 봉우리가 또 있고 또 한 봉우리를 내려가 올라서야 정상에 도달한다. 마지막 밧줄 구간은 아찔한 곳도 있다. 먼저 올라간 아내가 중간에 서서 손짓을 하며 사진을 찍으라고 한다. 내가 올라가 보니 아찔하더만, 이사람 참 겁도 없다. 어쨌거나 정상에 서니 희비가 교차된다. 정상에 서기 전까지 정상을 포기하려고 했지 않았나. 그런데 결국 정상에서 인증 사진도 찍고 사방에 확 트인 풍경도 찍는다. 마침 그동안의 힘든 여정을 보상이라도 하듯 시야를 꽉 막던 구름마저 걷히기 시작한다. 조금 조금씩 걷히더니 순식간에 구름을 거두어 준다.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정말 꿈만 같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너무나 감사한 마음으로 좀 전까지 구름에 갇혀 있던 조망을 마음껏 즐기며 카메라 셔터를 이리저리 누르기 시작했다.
이제 피아골로 내려갈 건지 밀재로 다시 내려 갈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내리막길은 웬만큼 자신이 있는지라 나는 상관이 없다만, 상대적으로 내리막길이 난관인 아내를 위해서는 밀재로 가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그런데 아내가 피아골로 내려가고 싶어 한다. 평소에는 좋은 길을 택해 내려가자는 사람이 오늘은 웬일로 힘든 길인 줄 알면서도 피아골을 택한다. 나는 항상 왔던 길 보다는 풍선형으로 회귀하는 것을 즐기기 때문에 좋기야 하지만, 걱정되는 맘이 앞서 한 번 더 묻는다. 그냥 좋은 길로 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니 아내는 그냥 이리로 내려가잔다.
과연 짐작했던 바와 같이 내려가는 길은 장난이 아니었다. 험준하기도 하였지만, 경사가 급해 밧줄 구간이 즐비한 곳이 한 두군데가 아니었다. 그래도 오늘따라 아내가 수월하게 잘 내려간다. 같이 내려가던 다른 일행이 참 잘 내려가시네요. 라며 부러워 할 정도다. 나는 내려가면서도 뭐 얻어 걸릴 게 없나 싶어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폈다. 올라가면서 봤던 민백미꽃처럼 뭔가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을 가졌지만, 특별히 보여 주는 것이 없었다. 다만, 내리막길 마지막 지점에서 물가에 소복하게 자리 잡은 하얀 꽃을 피운 눈개승마를 본 것이 다다. 그러나 눈개승마가 군락을 이루며 주변을 얼마나 밝고 화사하게 비추는지 별다른 승과가 없었던 나는 눈개승마와 한참 동안이나 눈을 맞추며 어울렸다. 궂은 날씨와 아직 미숙한 촬영 솜씨에 비록 보이는 것만큼 사진기에 담지 못했으나 마음은 흡족하기 그지없었다.
그렇게 대야산은 내가 그림을 그렸던 경로로 마감을 하였다. 자칫 잘못되었다면 미수에 그쳤을 산행을 어찌 어찌 포기하지 않고 다닌 덕분에 원그림대로 실행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대야산 산행을 간단하게 소회하자면 대충은 이렇다. 대야산은 쉽게 사람을 받아들여 산이란 이런 곳이란 것으로 되갚아 준다. 다른 곳과는 특이한 형태의 하트 모양의 용추와 전반적으로 너른 반석을 기반으로 한 계곡의 평이하고 수려한 멋이 일품이고 특히 월영대와 월영대를 능가하는 너른 반석들이 일품이다. 이런 계곡을 따라 능선에 올라서면 그로부터 시작되는 산행의 묘미는 비록 힘들지만, 힘든 만큼 짜릿함을 맛보게 해준다. 기기묘묘한 기암이 늘어진 능선 길을 따라 걷는 재미는 걸어보지 않은 자는 감히 알 수가 없다. 다만, 비가 오고 난 후라 조망이 구름에 가려 시야가 전무했지만, 그래도 정상에 서서 잠시나마 구름이 걷히는 바람에 아쉬움에 젖었던 조망도 나름대로 즐길 수 있었다.
아쉬웠던 점은 앞서 얘기했지만, 비법정등산로로 지정되어 사람 발길을 만류하더라도 혹시나 모를 산객의 안전을 위해 산행 금지 구간을 비롯한 갈림길에서의 방향 표식은 있어야 마땅하리라 생각한다. 물론 산행을 하는 자가 먼저 상황 파악을 하는 것이 원칙이나 산을 찾는 이들이 모두 산행 규칙을 준수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규정을 어긴 산행이었다고는 하나 그 사람을 보호해야 할 책임도 있다. 잘 표시된 안내판 하나가 사람 목숨을 구할 수도 있으니 차제에 대야산을 관할하는 기관은 배려해야할 부분이라 판단된다.
대야산, 아끼다 결국 사진으로 세세히 담았다.
헤메다 결국 찾은 대야산 정상.아내가 목을 왜 저리 움츠리고 있지???
대야주차장 용추골 식당가 대야산장 앞에 주차. 보통은 아래 큰 공설주차장엔 대형 차량 및 일반 승용차가 주차하지만, 오늘은 비가 와서 그런지 차량이 많이 몰리지 않아 대야산장 앞에 주차를 할 수 있었다. 주차장에 차가 만차일 경우 개인 식당 주차장에 요금을 지불하고 주차해도 됨. 주차비가 3,000원이던가 그랬음.
대야산은 100대 명산 중의 한 곳으로 용추와 월영대의 반석이 좋아 계곡에서 쉬어가기 좋다.
백작약인가? 들머리에 있는 청주식당 화단에 핀 꽃과 먼저 눈맞추을 하고 본격적으로 대야산을 오른다.
대야산은 비법정등산로로 지정되어 이정목이나 안내 표시가 불명확해 등산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충분한 사전 탐색이 요구된다. 정상까지는 대략 밀재로 올라 피아골로 내려오는 거리가 11~12km쯤 되 보이고 시간은 5시간 ~6시간쯤 잡아야 된다고 본다.
들머리. 상가 맨 위 청주식당이 들머리가 되고 대야산주차장에 주차한 사람은 건너편으로 가도 된다.
정상을 가기 싫은 사람은 선유동천나들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지역은 계곡과 물이 좋아 걷기 딱 좋은 곳이라 본다.
들머리 청주식당에서 대야산의 명소 용추까지는 금방이다. 길도 좋고~
용추골은 너른 반석과 계곡을 끼고 가는 길이 좋아 특히 여름이 좋은 계절이다.
월영대까지는 가족동반 나들이 하기 좋은 곳이다.
용소바위는 나뭇잎에 가려 그림처럼 발톱이 찍힌 모습을 보기 힘들다. 그래도 이곳을 지나니 안내판이라도 남긴다.
문경 명소 중 제일가는 용추.
소가 적당히 깊고 물이 맑아 뛰어 들고 싶은 충동이 용솟음치는 곳이다.
화강암을 기반으로 한 용추계곡은 너럭바위 일색이라 더운 여름을 보내기 무척 좋은 곳이다.
자리를 옮겨가며 하트 모양의 용소를 담으려고 애를 쓴다. 용소 양쪽에는 용 두 마리가 용트림을 하며 승천한 용비늘 자국이 뚜렷하다.
용소를 떠나기 전에 한 컷하고~
위쪽에서 본 용소
거리 표시가 안 맞는 것 같다.
월영대로 계속 올라간다. 계곡을 끼고 완만한 길이 이어진다.
숲과 반석이 어우러진 곳이라 어느 곳이든 쉬었다 가기 참말로 좋다.
월영대가 있는 곳에 피아골과 대야산 정상으로 가는 이정목이 있다. 보통은 대야산으로 가는 밀재 방향으로 올라가 피아골로 내려오는 것이 좋다. 여기서 피아골로 올라가면 거리는 짧으나 된비알이 심해 힘이 많이 들 것이다. 우리는 이쪽으로 하산하는대도 힘이 많이 들었다.
만월이 월영대를 비추는 밤에 사랑하는 벗들과 함께 모여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한 잔 나누면 세상 부러울 것 없겠다.
월영대와 마나님
맑디 맑은 잔잔한 물과 반석이 잘 어우러진 월영대
함박꽃나무
용추계곡에는 함박꽃나무가 많다. 그런데 활짝 피어나 속이 훤하게 보이는 꽃은 잘 안보인다.
월영대의 풍경
한 무리의 산행팀이 몰려와 월영대에서 푹 쉬었다 간다. 이 맛 또한 산행의 또 다른 흥취가 아닐런지 ~
보다시피 함박꽃나무는 많은데 별로 모양 좋은 애가 없다.
이게 떡바위인가 본데 떡바위처럼 보이질 않는다.
이 표식이 있어 그런가 보다 한다.
조릿대꽃. 두 번째 본다. 강원도 매봉산 갔을 때 처음 보고 여기서 두 번째 본다.
둥굴레
개 머리 부분 같다.
이정목에 거리 표시도 없고 붙어 있는 놈은 떨어지고 없다. 어쨌든 이나마 있어 이것을 보고 밀재로 오른다.
조릿대가 길을 열어준다.
국수나무도 심심찮게 보이고~
드디어 밀재까지 왔다. 이 양반들은 여기서 또 먹는다.
대야산은 비법정등산로라 그런지 산행 표식이 잘 안 되어 있다. 대야산 초행인 사람은 반드시 선답자들의 산행기를 잘 들여다 보고 가기 바란다.
자, 이제부터 대야산의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시작부터 밀재까지는 산바람과 골바람을 맞으며 넉넉하게 왔다만, 지금부터 시작이다.
민백미꽃 너를 발견하고부터는 아무리 힘이 들어도 힘든 줄 몰랐다.
아내는 힘들이지 않고 슬슬 잘 올라가고 있다.
먼저 올라간 아내가 민백미꽃에 취해 늦게 오는 나를 보고 반가운 손짓을 하고 있다.
거북바위
능선에 올라서면 구름이 앞을 가로막아 시야가 전무하다.
또 민백미꽃을 만난다.
우산나물 군락지가 눈에 많이 띈다.
은대난초를 대야산에서도 보는데 어째 아직까지 꽃이 핀 애는 만나지 못했다.
능선으로 올라가는 기암인데 이 바위가 코기리바위 같다. 코끼리 바위인지 몰라 긴 코는 싹둑 잘라버렸네요.
기암이 열어주는 문을 통과한다.
마나님, 마음껏 포즈를 취하시죠^~^
바위 능선에 접어들었다.
농바위인 모양이다.
이 좋은 명산에 와 구름이 앞을 가려 조망을 모두 가로 막았다.
바위 능선 길에 분꽃나무가 마음껏 기지개를 펴고 있다.
높은 산 바위 능선에서 분꽃나무와 헷갈린 정향나무를 보니 더욱 귀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설마, 설악산에 있는 누운 잣나무란 눈잣나무는 아니겠지...
더 이상 길이 없는지 아니면 길이 있어도 여성 회원들의 안위가 걱정되어 그러는지 더 이상 진행을 하지 못한다. 중대봉갈림길에서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에휴, 두 번이나 왔다 갔다 했다. 대야산 정상이 어딘지 몰라서~~~
사방 시계는 제로 상태
돌아가는 길에 시야가 조금씩 트이기 시작한다.
둥굴레는 많아도 요렇게 사진찍기 좋은 위치에 있는 애를 발견하기는 어렵다. 놓칠 수가 없지~
중대봉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바로 이 봉우리를 올라야 하는데 계속 길따라 가는 바람에 생고생을 좀 했다.
저기 보이는 대슬랩 바위능선까지 갔다가 다시 뒤돌아 왔다.
대야산 정상으로 가는 봉우리를 오르다 보면 이런 119표식이 나온다.
봉우리에 올라서면 또 다른 봉우리에 솟아 있는 대야산 정상이 보인다.
봉우리에서 내려가 또 한 봉우리를 올라 간다.
마지막 정상으로 올라가는 바위로 된 길도 험하다.
짧은 암릉 경사길이지만 매우 위험하다. 거기서 아내가 손짓을 한다.
어휴, 이 짧은 암릉도 올라가기 무섭다.
지나온 건너편 봉우리에 있는 산객들
구름이 잠시 걷히니 이렇게 조망이 좋은 걸 ~~~ 이 좋은 그림들을 못보고 그냥 갈 뻔했네.
드디어 정상에 섰다. 정상에 서니 정상을 덮고 있던 구름이 걷히고 이렇게 맑은 하늘을 보여준다.
오늘 고생했다고 하늘이 보상이라도 하듯 말고 푸른 하늘을 보여준다.
너를 보러 참으로 오랜 시간 참고 또 참았었지. 이제사 너를 대하는구나. 그리도 보고팠던 대야산!!!
지나온 암릉길
피아골로 내려가는 길은 시작부터 밧줄 구간이 많다. 밀재로 돌아가는 것보다 길은 험하지만 피아골로 가는 것이 빠르다. 그래서 이 길로 하산하는 무리들로 많다. 다만, 이쪽으로 가자면 내리막길이 험한 된비알이란 것은 알고가야 한다.
바위 틈에 낀 골무꽃도 만난다.
관중이 바위의 경사면에서 자라고 있네요.
험한 내림길 거의 다 내려오니 눈개승마가 유난히 흰빛을 발하며 어두운 계곡을 환하게 비추고 있다.
유독 하얀 색감이 돋보였는데 사진은 영 아니다.
서어나무의 뿌리에서 강인한 생명력을 느낀다.
단풍취도 유독 많았지만, 이제사 담아본다.
눈개승마 군락을 멀리서 담았지만 역시 마음에 안 든다.
오늘 본 함박나무꽃 중 가장 어여쁜 친구다.
꽃대가 올라온 단풍취
삿갓나물과 헷갈렸는데 하늘말나리 같다.
다시 계곡으로 내려왔다.
청미래덩굴도 담아 보고
용추로 와서 용트림을 하며 새긴 용비늘을 확대하여 담아본다.
상가 식당으로 내려와 오늘 산행을 종결한다.
들머리에 있는 청주식당 앞에 있는 화단에서 본 하늘매발톱
금낭화의 이쁜 그림도 담아보고
마지막으로 찔레꽃 향기를 머금으며 오늘 대야산 산행의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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