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알, 신불산 공룡능선!
그 공룡을 넘어 보고 싶었다.
■ 언제 : 2016. 11. 26.(토)
■ 어디로 : 신불산 공룡능선(칼바위)
■ 산행 경로 : 등억온천지구 간월산장 - 홍류폭포 - 공룡능선(칼바위) - 간월산장
■ 누구랑 : 아내랑
<흔적>
영남알프스라 칭하는 이 지역을 산꾼들은 그저 편안하게 '영알'이라 부른다.
한 때는 영알에 매료되어 이 지역을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다녔다.
그 결과 영알에 속한 산은 웬 만큼 다녀 왔다고 보고, 한동안 이 지역을 등한 시 했는데
갑자기 신불산으로 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신불산을 가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공룡능선을 가보지 않았기에
그 공룡의 등을 넘어 보고 싶었던 것이다.
공룡능선이라면 당연히 설악이지만, 설악의 공룡은 언제 기회가 닿을지
아니, 어쩌면 영원히 갈 기회가 없을지도 몰라
비교적 내 고향 가까운 울산에 있는 신불산 공룡이라도 찾아
감히 찾아갈 엄두를 못내는 설악공룡의 그리움으로 대신하고 싶었다.
신불 공룡과 내친 김에 간월 공룡까지 타기 위해 이웃님들 블로그를 참고하여
등산지도와 경로를 나름대로 여물게 파악했다.
우리 수준으로 두 마리의 공룡능을 타기 위해선 아침 일찍 서둘러야 했다.
갈 수 있을지 의문도 들었지만, 선답자들의 블로그 내용을 탐색해 보니 못 갈 일도 없을 것 같았다.
가는 경로는 대부분 간월산장이 있는 등억온천지구를 기점으로
홍류폭포 - 신불산 공룡능선(칼바위) - 간월재 - 간월산 공룡능선 - 간월산장으로 원점 회귀하는 경로를 선호하였다.
우리도 그렇게 가리라 생각하고 그 경로를 중심으로한 산행 개념도를 출력해 놓고
호시탐탐 갈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
의외로 기회가 잘 닿지 않더니 마침내 오늘 그 기회가 왔다.
어젯밤 일기예보를 보니 날씨가 흐리고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오후 늦은 시간에 비가 온다는 예보에 희망을 걸고 산행을 감행했다.
영알의 두 마리의 공룡에 대한 상식이 별로 없는 아내는
이번 산행길을 크게 개의치 않는 태도다.
서둘러야 함에도 내가 가자고 판단한 곳은 어디든지 자신있고 만만한 모양이다.
이번엔 그리 쉽게 볼 산이 아닌 데...
으레 산에 갈 때면 경로 탐색과 개념도 출력 및 산행지 내용을 파악하는 것은 내 몫이고
먹거리와 옷가지 기타 등등 산행에 필요한 다른 모든 것은 아내가 준비한다.
일의 경중을 따지자면 나는 아내에 비해 거저 먹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발할 땐 몸만 나서면 되는 나 때문에 늘 시간이 지체되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내가 좀 늦장을 부린다.
요즘 오른쪽 팔 관절에 엘보가 와 고통을 자주 느끼기도 하고 여러군데 상태가 별로 좋지 않은 데
오로지 내 욕심에 의해 따라 나서는 길이라 이번 산행이 그리 달갑지 않은 모양이다.
입사한지 얼마되지 않는 딸내미가 토요일임에도 하루라도 일을 더 빨리 배우고 익히기 위해 출근을 한단다.
더욱이 선배들과 동료들 모두 출근하여 일을 하는 상황이라
막 입사한 새내기인 형편에 물불 가릴 상황이 아니리라.
일요일에도 집에서 회사 업무를 위해 일거리를 가지고 와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다.
아들내미가 회사 생활 할 때도 그랬고 딸내미도 그렇고
이녀석들 직장 생활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우리 아이들 같은 직원을 고용하는 회사는 복도 많다는 생각이 든다.
아비가 봐서 그런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다만, 내 자식들은 직장 일이라면
일을 더 함은 물론이거니와 책임감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은연 중 아비가 그리 가르쳤는지 모르겠다만,
이 녀석들 직장 생활하는 것으로 보아 속된 말로 꾀도 좀 부렸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그렇다고 약삭 빠르게 꾀돌이처럼 살란 소리는 죽어도 못하겠다.
뭐가 정직한 아비 마음인지 모르겠다.
코도 안 풀고 거저 먹으려는 작자들로 인해 세상이 뒤숭숭하다.
물론 세상이 다 그런 것은 아니련만, 이번엔 해도 해도 너무했다.
화무십일홍이요, 권불십년이라 하지 않았나.
달도 차면 기우는 법이거늘 모두 부질 없고 속절 없는 욕심이다.
나라가 걱정이다.
신불산으로 가는 길이 딸내미 직장까지 태워주고 가도 되는 길이라
바삐 서두르는 딸 아이를 우리가 태워준다고 했다.
우리도 바삐 서둘러야 했지만, 아내가 굳이 회사까지 데려다 주고 가잔다.
딸내미가 중하지 산이 중한가 싶어 그러자며 가는데
이런 야단 맞을 일이 있나. 가는 길이 막히고 막히는 정도가 심상치 않다.
빨리 데려다 준다는 것이 도리어 더 늦어 버리는 불상사가 생긴 것이다.
입사 새내기인 딸내미는 안달이 났다.
막히지 않는 길을 찾아 이리 저리 요리 조리 미꾸라지처럼 빠져 나갔지만,
상습 정체구간은 어쩔 도리가 없다.
결과적으로 딸내미도 많이 늦고, 갈 길 먼 우리도 지체되었다.
결과적으로 등억온천지구에 도착한 시간이 예상한 시간보다 많이 늦었다.
내가 나를 아는지라 신불공룡에서 간월공룡으로 하산하기란 어려울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영남알프스산악문화회관 앞 광장에는 영남알프스입체영상관건립기공식 축하 공연이 있어
스텝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고, 리허설이 한창 진행 중이다.
플래카드에는 '부활'과 '이치현과 벗님'들이 온다고 홍보를 하고 있다.
공연 시작 시각이 얼마 남지 않아 그냥 죽치고 앉아 공연이나 볼까 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으나,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여길 오기 위해 무려 한 달 이상을 다른 곳으로 돌다 오지 않았던가.
들머리로 이동하면서 공연장 주변을 대충 훑어보고 곧장 가던 길을 갔다.
인공암벽등반시설이 있는 곳을 따라가니 들머리가 나왔다.
주차장에서 삼십여분쯤 완만한 등로를 오르면 첫 갈림길이 나온다.
신불산과 간월산으로 나뉘는 갈림길이다.
신불산으로 가는 길은 홍류폭포로 가는 길이고 그 길이 곧 칼바위라 일컫는 공룡능선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첫 갈림길에서 간월산으로 가는 길은 아마 오늘 우리가 목적한 대로 달성한다면
신불공룡을 넘어 간월공룡을 경유하는 하산 길이 될 것이다.
그리 되기를 희망하면서 신불공룡능선으로 가는 험로인 홍류폭포로 힘차게 발걸음을 내 딛는다.
이웃님들 블로그를 보니 보름 전만 해도 단풍이 꽤 있더니만, 지금은 황량하기 그지 없다.
그나마 홍류폭포가 있어 삭막한 기분을 달래 주었다.
무려 33m 높이에서 떨어지는 폭포의 물줄기는
신불산 정상과 공룡능선에서 발원한 물이다.
가야할 길이 멀어 지체할 시간이 없음에도 폭포에서 한가롭게 노닌다.
분위기에 취해 이십분쯤 머물렀나
꽃이 있는 것이 아닌데도 꾸물거린다.
하여간 꾸물거리며 시간 잡아 먹는 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올라 가야한다. 지금부터 지체하지 않고 쉼없이 올라가야 한다.
갈 길 멀어 마음이 조급해지는가 싶더니 폭포에서부터 본격적인 험로가 시작된다.
폭포에서 칼바위까지 1.5km쯤 되었지만, 막상 걸어보니 예삿일이 아니다.
이정목에 표시된 거리는 내 고향 팔공산상가지구에서 갓바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막상 올라가 보니 갓바위보다 2.5배 이상은 멀었고 힘도 그만큼 더 들었다.
더욱이 칼바위까지 당도하기까지 조망도 없고 고된 길의 연속이다.
이런 길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길이다.
다른 산은 가다가 힘들만 하면 오솔길도 나와 주고 평탄한 길도 나오고 하더만
이 길은 줄기차게 된비알을 올라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제일 많이 본 안내 문구가
여기는 험로 구간이니 우회하는 길로 돌아가라는 다분히 위협적인 문구가 주된 안내 표식이다.
암벽 구간이 자주 나와 밧줄타는 재미가 짜릿한 것이 좋다.
지루하고 힘든 산길에 험준한 밧줄 구간이 있어 오히려 지루함을 덜어 준다.
물론 위험 요소를 안고 있었지만, 묘하게도 불안감과 긴박감이 산행 재미를 배가 시키는 것이다.
아내와 난 밧줄을 타고 올라가기도 하고 좀 더 위험해 보이는 곳은 돌아가기도 했다.
거칠고 험한 산은 이런 맛이 있다.
광장에선 마침 양희은의 '아름다운 것들'이란 노래가
양희은이 아닌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산마루를 타고 올라온다.
가뿐 숨을 몰아 쉬고 있던 터라 아내한테 노래 한 곡만 듣고 가자며
평평한 바위 위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
'꽃잎 끝에 달려 있는 작은 이슬 방울들~~~'
갈 길 먼데 쉬어 가는 방법도 참 가지가지다.
드디어 칼바위에 도착했다. 여기가 홍류폭포로 왔을 땐 신불산공룡능선의 시작점이다.
삿갓처럼 생긴 칼날 같은 능선과 마치 공룡의 등 같이 울퉁불퉁한 암석으로 된 길이 0.7km에 달한다.
많이 위험한 곳은 역시 우회로가 있으나 줄곧 우회로가 이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우회했다가 다시 위험한 능선을 가기도 하고 또 우회하고 그런 길의 연속이다.
선답자들의 흔적을 봤을 땐 꽤 위험하게 보이긴 했지만,
공룡의 등을 넘는 그 길에 매료되어 오고 싶었던 것이 아니던가.
그런데 막상 공룡의 등에 서니 그 분위기에 압도되어 실로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설상가상이라더니 공교롭게도 칼바위에 당도하기 전부터 싸락눈이 내리더니 칼바위에 와서도 그칠 기미가 없다.
궂은 날씨로 인해 승천하지 못한 신불공룡이 잔뜩 화가 난 채 웅크리고 있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공룡의 기분은 아랑곳 하지 않고 등을 밟고 지나가자니
금방이라도 화가 난 공룡이 홧김에 용트림을 해
누구를 막론하고 그냥 두지 않을 기세다.
싸락눈이 되었다가 비가 되었다 하는 날씨라 아무래도 공룡을 넘기에는 역부족이다.
게다가 시간도 여의치 않다.
공룡을 넘으면 어차피 간월재에서 간월공룡을 지나 홍류폭포 갈림길로 내려와야 할 것이다.
조사한 대로라면 내려가는 길이지만 간월공룡이 더 험하다고 한다.
대책 없이 욕심을 부리다간 해 떨어지고 난 뒤에 험준한 길을 내려와야 할 판이다.
우리 능력으로 봐선 충분히 그러고 남을 일이다.
자칫하면 아주 위험천만한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
만약 그리되면 진퇴양난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하룻밤을 묵을 것이라는 것은 애시당초 꿈도 꾼 적이 없기에
밤을 지샐 준비를 갖추지 않음은 당연한 일,
운수 사나우면 간월재에서 발이 묶일 수도 있다.
상황 판단을 그리하자 겁이 난 아내는 앞뒤 생각할 겨를 없이 왔던 길로 내려가잔다.
산에 다닐 때 조심성 많은 아내가 늘상 부르짖는 소리다.
하지만 왔던 길로 되돌아 가는 것이 현 상황으로선 상책이지만,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가기에는 너무 큰 미련이 남는다.
시간적으로 봐 내려 가는 길이면 넘어가도 될 것 같다.
시선이 공룡의 등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중언부언하지만, 아쉬움을 머금고 도로 내려가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지금 아내가 겁을 내는 건 해가 진 뒤 산속에서 고립될까 하는 두려움이지만,
난, 사실 지금 아내의 오른팔에 온 엘보가 걱정이 되어 더 이상 진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먼저 했다.
가야할 길엔 밧줄 구간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용을 쓰면서 밧줄을 잡고 올라가고 내려가야 한다.
아내의 팔 상태로 보아 더는 욕심부릴 개제가 못 된다.
결국 다시 내려가기로 했다.
뒤이어 칼바위까지 온 다른 이들도 상황을 보더니 미련없이 하산할 모양이다.
어떤 부부는 경로 탐색이 미비했던지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나한테 물었다.
아는대로 현재의 느낌을 설명했더니 이내 수긍을 하고 미련 없이 왔던 길로 발길을 되돌린다.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가기란 너무 아쉽다.
칼바위까지 라도 온 게 어딘데 도저히 아까워서 그냥 갈 수가 없다.
싸락눈을 맞아가며 칼바위로 조심스럽게 접근하면서 눈 앞에 펼쳐진 황홀한 풍경을 담기 시작했다.
시계가 흐려 먼 곳을 조망하기는 틀렸지만, 그래도 공룡능선쪽은 볼만 했다.
멀리 간월산과 간월재, 신불억새평원이 흐릿하나마 볼거리 제공에 한 몫을 했다.
칼바위에 우뚝 선 소나무가 일품이다.
역시 우리나라는 깍아지른 단애에 걸쳐 있는 소나무가 최고 멋진 풍경을 자아낸다.
아내는 안전한 곳에 쉬게 하고 혼자 칼바위까지 갔다.
칼바위 너머 뾰족뾰족한 공룡의 등이 압권이다.
가히 영남알프스를 대표할 수 있는 멋드러진 광경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 맛에 산객들은 신불산공룡능선을 찾는가 보다.
비록 날씨가 훼방을 놓아 다 넘지는 못했지만, 이런 비경을 볼 수 있는 것만도 천만다행이다.
오늘 발품 판 보람을 여기서 느낀다.
올해 첫 눈은 신불산 공룡에서 맞았다.
비록 목적한 바를 달성하지 못하였지만, 그래도 이 만큼이 어딘가.
모처럼 힘들게 산을 올랐다. 거기에 만족을 한다.
갈등과 순간적인 오만함이 공존 했지만, 그 과정에서 카타르시스를 얻기도 했다.
하산하니 영남알프스 입체영상관 건립기념 축하 공연은 진작 끝이 나고
공연을 위해 준비했던 시설물 철거 작업이 마무리 중이었다.
해는 이미 내렸고 산 아래 자욱한 구름은 신불산마루를 휘감고 있다.
하늘이 슬픈 건 지 노한 건 지 신불산공룡이 용트림을 한다.
아내의 애마, 모닝을 타고 돌아가는 길이 오늘따라 빡세다.
비는 주절주절 내리고 차 안은 자꾸만 습기가 찬다.
사진으로 보는 신불산 공룡
<펌> 당초 계획은 화살표처럼 가려고 했다.
<펌>순돌이의 아름다운 동행. 기회가 닿으면 이 코스로 한번 다녀왔으면 싶은 마음에 퍼 담았다.
인공 암벽등반 연습하는 곳에 있는 신불산공룡능선의 조형물
마침 오늘 영남알프스 입체영상관건립기공식을 축하하는 기념 공연이 있다. 한창 리허설 중이다.
여기가 홍류폭포로 가는 기점이다.
1시부터 공연이 이루어지고, 부활과 이치현과 벗님들을 초청한 모양이다. 궂은 날씨라 그런지 현재까지는 사람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영남알프스 일대의 자연 경관을 함축한 인공 산수정원
멀리서 볼 때, 한창 암벽 등반을 하고 있는 중인가 보다 했는데 알고보니 모형이다.
아들내미도 이런 실내암벽을 해 본 모양인 데 위험해서 앞으로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암벽 등반 맞은 편에 있는 이 건물이 간월산장인가? 확인하지는 못했다.
들머리 입구에 안내판이 있다. 한 눈에 봐도 쉽지 않을듯~
거북바위가 보이고~
들머리에서 20분쯤 거리에 첫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은 홍류폭포로 해서 공룡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간월산으로 가는 길이다.
아마 신불공룡을 넘어 간월공룡을 지나 이쪽으로 원점 회귀하는 것 같다. 간월산 방향으로 나올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길은 어떤지 모르겠다만, 간월산 가는 길이 더 멀다.
아무래도 빡셀 것 같다.
홍류폭포로 가는 목교를 지난다. 다리를 건너면 바로 홍류폭포다. 여기까지 첫 갈림길에서도 금방이다.
다리를 건너니 바로 홍류폭포가 보이고 몇몇 산객들이 폭포를 오르고 뒤이어 아내도 따라 가고 있다.
폭포의 높이가 무려 33m에 달하고 이 폭포의 발원은 신불산 정상과 공룡능선이라 한다.
수량이 넉넉하진 않지만, 그래도 산객의 쉼터로는 안성맞춤이다.
떨어진 낙엽은 장소를 불문하고 뒤덮여 있다. 계절의 변화가 실감난다.
폭포에서 시간을 너무 많이 지체하는 것 같다.
갈 길이 먼데 이러고 있다.
에라 모르겠다. 즐길 땐 일단 즐기고 보자.
칼바위까지 가기 전에 볼거리는 여기밖에 없다. 실컷 즐기다 가자.
폭포 사진만 10장 넘게 찍었다.
이제 가야지... 시작부터 주의를 요하는 안내 글을 보니 살짝 기가 죽는다. 이미 어려운 경로라 여기고 왔지만, 실감나는 순간이다.
올가가면서 보니 옆으로 폭포가 또 보인다. 또 찍는다.
더 가까이 가 찍는다.
저 건너 보이는 노란 단풍이 줄지어 있는 나무는 뭔 나무일까? 낙엽송이라 부르는 일본잎갈나무인가???
더 당겨봐도 일본잎갈인지 확신은 안 선다.
여긴 노각나무가 많다. 노각나무의 줄기는 언제봐도 호랑이 표피 같은 무늬가 호전적이라 좋다.
작살나무의 남은 보랏빛 열매가 가을이 끝나고 겨울의 초입에 들어섬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애처로울 정도로 억척스럽게 달려 있는 열매가 생명의 끈질김을 여실히 보여준다.
산길에 나무는 발딛을 때 미끄럼을 방지하는 턱으로 이용하면 좋다. 하지만 뿌리 위를 밟으면 안 되지요. 더 미끄럽습니다.
뿌리의 강인함을 보면 생명의 경이로움을 느낀다. 뿌리 없는 나무 없듯이 민초 없는 나라가 어디 있으랴. 민심이 곧 나라인 것을.
홍류폭포에서 칼바위 가는 길은 밧줄 구간이 많다. 공룡을 넘어야 본격적인 스릴을 만끽할 수 있지만, 밧줄 구간도 예사롭지 않다.
밧줄 구간이 많아 오늘 산행 마치고나면 엘보로 인해 팔이 많이 아플텐데 걱정된다.
나무 이름이 뭐더라???
저기 가야할 간월재와 오른쪽 간월산이 보인다. 간월재에서 간월공룡을 지나 무사히 원점인 간월산장으로 회귀해야 하는 데 현재 상황으론 자신할 수 없다.
산장 앞 광장에서 영남알프스입체영상관 건립 기공 축하 공연이 진행 중이다. 누가 부르는 지 모르겠다만, 양희은씨의 노래가락이 산충에 울려 퍼진다. 느긋하게 한 곡 다 듣고 간다.
어려운 구간은 어김 없이 우회로가 있다. 칼바위까지는 굳이 우회할 것 없이 밧줄을 타고 가도 될듯~
요 구간에서 아내는 우회로로 나는 밧줄을 잡고~~~
밧줄 구간도 꽤 힘든 곳도 있다.
길 건너 보이는 저 영알 산군도 다닌 곳이 많다.
아고, 걱정되네. 돌아오라니까 그냥 잡고 올라오네. 아픈 팔은 우짤라 카는지~~~
그래도 뒤를 쳐다보는 여유도 가지네요.
노각나무의 표피는 꼭 범 무늬 같다. 가장 구별이 쉽고 마음에 든다.
함께 우회로로 간다.
어휴, 여긴 고드름이 군데군데 주렁주렁 달려 있네요.
간월산 가는 길에 우측으로 간월공룡으로 빠져야 한다. 간월공룡이 위험한 밧줄 구간이 많다던데 무사히 갈 수 있을런지...
또 밧줄을 탄다.
아내는 왼쪽 줄~ 난 오른쪽 줄을 잡고 간다.
급한 오르막 암벽을 오르며 잠시 숨을 고르고 있네요.
자수정동굴로 가는 이정목이 보이면 칼바위까지 다 온거다.
드디어 공룡의 등이다. 오늘 이걸 넘어야 한다.
기념 샷
나도~
삿갓 모양으로 생긴 이 구간의 암릉이 칼바위라 부르는 모양이다. 선답자들의 블로그를 보니 모두 저 꼭대기를 네발로 벌벌 떨면서 가더만, 막상 우리가 그 앞에서 서니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물론 우회로가 있다. 여기끼지 와서 우회로로 간다면 여길 올 이유가 있을까?
넘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목하 고민 중이다. 싸락눈은 더 심해 지고 비가 되어 함께 썩여 내리기도 한다. 바람은 거세지 않아지만, 눈비로 인해 길이 많이 미끄럽다.
신불억새평원이 멀리 보인다.
역시 암릉과 가장 잘 어울리는 벗은 소나무다. 깍아지른 단애에 뿌리내린 소나무는 그 어느 진경산수화와 비교하리.
멀리 억새가 유명한 신불억새평원이 아스라이 보인다.
조망이 아쉬워 날씨가 맑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들었지만, 산 만댕이에 올라 무지하게 많이 본 광경이라 그리 큰 아쉬움은 없다.
공룡능선에서 본 팥배나무 열매. 맞겠지...
카메라 렌즈에 눈을 맞아 자국이 생겼네.
겁이 나 더 멀리 가지 못하고 칼바위 부근에저 얼쩡대다 왔다. 과욕을 부려 더 이상 진행하기란 무리다. 여기서 어물대다가 왔던 길로 되돌아 간다.
공룡의 암능에 우뚝 선 고사목. 여기까지 온 산객을 위해 저 모습 그대로 영원했으면 좋겠다.
저 바위 무더기는 구경만~
렌즈에 묻은 눈이 확 드러나네요.
넘어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고사목으로 대신 만족하며 한참을 어울린다.
저런 소나무를 보면 늘 우리 민족의 기상과 맞물린다. 우리 민족도 저리 버티고 살아 남지 않았나. 소나무는 굳건한 민족의 기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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