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비슬산에 가면 눈 덮인
멋진 겨울 풍경을 볼 수 있겠지.
■ 언제 : 2017. 1. 22.(일)
■ 어디로 : 비슬산(달성군 현풍면)
■ 누구랑 : 아내랑
흔적
아침에 눈을 뜨고 무심코 거실 창밖을 바라보는데
비록 엻지만 창밖에 비치는 공원이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는 것이 아닌가.
밤 사이 전국적으로 눈이 내린다더니 우리 지역엔 큰 눈은 아니어도
대지를 살짝 덮을 정도의 눈은 내렸던 것이다.
그 모습을 보자 아내와 난 갑자기 설화가 하얗게 핀 산으로 내달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팔공산이 좋을까 비슬산이 좋을까 목하 망설이던 중 오늘은 비슬산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일부터 1박 2일간 부부모임도 있고하니 아무래도 비슬산이 편하리라.
그리고 오늘은 산행이 목적이 아니라 눈 덮인 산을 산보하듯 걷는 것이 우선인만큼
반딧불이전기차를 운행하는 비슬산이 나으리란 판단이 선다.
전기차 매표소에서 바라보니 비슬산 천왕봉쪽으로만 하얗다.
현풍쪽은 생각보다 눈이 많이 오지 않은 모양이다.
순간 아내가 눈이 적다며 팔공산으로 갔을 걸 하며 입맛을 다신다.
아내는 올 때부터 마치 예견이라도 하듯 비슬산 보다 팔공산이 나을 것 같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는 걸 내 판단으로 비슬산에 가도 대견봉정도라면 진달래 밭을 뒤덮은
하얀 설산을 볼 수 있으리란 확신이 섰기에 난, 비슬산으로 가자고 우겼다.
그런데 막상 비슬산에 오니 대견봉을 가더라도 기대에 미치지 않을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하지만 그래도 내가 보기에는 대견봉까지 가면 고지가 높아 기온이 낮을테니
상고대 정도는 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았다.
마냥 눈꽃 기대를 걸고 30여분 기다린 후 전기차에 탑승을 했다.
전기차로 30분 정도 걸려 대견사 정거장에 도착했다.
여기까지는 전기차로 인해 그저 먹었다.
하지만 편하게 온 것까지는 좋았는데 문제는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잔설만 일부 남아 있고 나뭇가지에 붙어 있던 눈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고
빈가지만 센 바람에 하염없이 나부끼고 있을 뿐이다.
멀리 천왕봉 그늘진 쪽엔 아직 하얀 눈이 덮여 있었지만 대견사 부근은 그랬다.
그렇다고 지금 천왕봉까지 가기는 그렇고 대견사와 대견봉까지만 걸으며
봄이면 피어날 참꽃군락의 수 많은 겨울눈과 눈맞춤 정도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어떻게 왔든 비슬산 높은 고지에 오니 기분은 한량없이 좋기만 하다.
비록 땀을 뻘뻘 흘리고 올라오진 않았지만, 어쨌든 1,000고지가 넘는 산만댕이에 올라서니
가슴이 확 트이고 묵은 체증이 싹 가신다.
대견봉으로 가는 등로도 정비가 잘 되어 걷기도 좋았다.
비록 바람은 차가웠지만, 그래도 대견봉까지는 가보아야겠다.
모두들 잘 아시다시피 천왕봉 아래쪽과 대견봉 고원지대는 참꽃군락지로 그 유명세가 대단한 곳이다.
참꽃이 일시에 피어나는 시기엔 아마 아내와 난 여기 발붙이고 있지도 못할 것이다.
자차로 와도 그럴 것이고, 하물며 전기차는 언강생심 엄두조차 낼 수 없을 것이다.
참꽃축제가 열리는 시기는 어김없이 전국에서 찾아온 행락객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심한 경우에는 주차장에서 수 Km 떨어진 좁은 도로에 주차를 하고 주차단속반의 지시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그에 비해 오늘은 비록 눈꽃도 다 날아가고 참꽃의 겨울눈만 무성했지만, 사람이 붐비지 않아서 좋다.
훗날 꽃을 피우기 위해 새 생명인 꽃눈을 머금고 있는 모습이 오히려 성스럽기까지 하다.
그것도 30여만평의 대규모 참꽃군락지가 일시에 다시 피어날 새 생명을 잉태하고 있으니
그 모습 또한 장관이 아니랄 수가 없다.
찬바람을 맞으며 대견봉에 이르니 조망이 기가 막힌다.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 물결도 그러하거니와 오는 길에 만난 갖가지 형상의 바위 군락도 유별나다.
기바위, 상감모자바위, 곰바위 등 바위 모양이 기기묘묘한 형태로 서 있다.
게다가 그늘진 곳에는 얼어 붙은 상고대도 더러 눈에 띈다.
천왕봉이나 가야 볼 것 같았는데 그나마 입맛을 다실 수 있어 다행이다.
대견봉 상황으로 보아 상고대는 기대조차 하지 않았기에 더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비록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일부라도 볼 수 있게 해 주어 고맙다.
차가운 바람도 아랑곳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주변 풍광을 두루 즐기며 노는 듯 걷는 듯 대견봉에 다다랐다.
주차장에서부터 대견봉까지 가는 길은 산책길이나 다름없어 이처럼 수월하게 노닐며 갈 수 있다.
달성군에서 일약 신도시로 거듭난 현풍 시가지와 그 아파트촌 너머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이 한 눈에 들어온다.
대견봉이 주는 조망 분위기는 그야말로 오늘 산행의 백미라 할 수 있다.
대견봉 표주석은 일전에도 언급한 적 있지만, 원래는 현재 이 자리에 있었던 것이 아니다.
비슬산 정상에 있었던 것을 다시 원래의 자리로 옮겨왔고
주봉엔 천왕봉이라는 정상석을 다시 세웠다.
의외로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대견봉 가까이 있는 대견사로 갔다. 몇 번 왔다 간 곳이다.
대견봉에서 보면 단애의 끝에 선 대구광역시 유형문화재 제42호 대견사 삼층석탑(大見寺三層石塔)이 보인다.
대견사지를 중창복원하기 전까지 유일한 구조물로 천년 인고를 버틴 석탑이며,
바람부는 세월을 따라 꿋꿋하게 장승처럼 대견사지를 지켜왔다.
해발 약 950m에 위치한 이 삼층석탑은 처음 세웠을 당시에는 9층탑 또는 6층탑이었다는데,
전체적인 비율로 보아 본래 3층 석탑으로 건립된 것으로 생각된다고 하며
또 다른 석탑과는 달리 절벽의 바위를 바닥돌(臺石)로 삼고 있어
보는 각도에 따라 마치 공중에 떠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고 한다.
그리고 비슬산 대견사지에는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여러 형상의 토르라고 하는 탑바위가 병풍처럼 막고 섰는데
그 또한 대견사의 명물로 그 이름값을 더 한다.
굳이 한 가지 더 얘기하자면 비슬산(琵瑟山)의 비는 비파를 뜻하고, 슬은 큰거문고를 의미한다.
비와 슬에는 공교롭게도 임금왕자가 4개나 있다.
이는 비슬산의 정기가 예사롭지 않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대견사는 경내에 금강계단(金剛戒壇)을 짓고 부처님 진신사리 봉안과
사경(寫經) 등의 복장식을 가진 후 적멸보궁으로 거듭났다.
법당 내에 불상이 없고 대신 일반 사찰의 대웅전 격인 대견보궁 뒤편에
금강계단을 설치하고 그곳에 부처님 진신사리를 봉안함으로서 천년고찰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된 것이다.
아내는 어김없이 대견보궁에 들어가 부처님께 절을 드린다.
산에 다니면서 절이 있으면 아내는 빠지지 않고 부처님 전에 인사를 드린다.
아내가 인사를 드리고 나올 동안 난 사찰 주변을 맴돌며 사진 촬영을 하기 바쁘다.
내가 하는 짓은 늘 그렇다.
점심 대용으로 만경떡을 준비했지만, 마침 점심 공양 시간과 맞물렸기에
우린 우리가 준비한 만경떡을 먹지 않고 공양간을 찾았다.
우리가 찾아 들었을 땐 공양 시간이 다 끝나가고 있어 우리 둘이 마지막 공양 손님이 되었다.
공짜 밥을 먹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절에서 먹는 밥맛이 훨씬 낫다.
반찬이 좋아서가 아니다. 괜히 절밥 한 그릇 먹고나면 왠지 푸근한 것이 맘이 편하다.
산에 다니다 보면 가끔이지만 일부러 한 번씩 공양간을 찾는다. 그렇다고 상습범은 아니다.
점심 공양을 마치고 나니 절에서 봉사를 하시는 분들이 상을 접고 있다.
잘 됐다 싶어 밥 값을 하느라 아내와 나도 상을 접어 포개어 정리를 해 주었다.
기분이 훨씬 좋다.
내일은 육부회에서 영덕으로 1박 2일 부부모임이 있다.
오늘은 아쉽지만, 이쯤으로 만족을 하고 주봉인 천왕봉은 눈요기만 하고 가야겠다.
설을 쇠고 나면 오늘 비슬산에서 못 본 눈산의 아쉬움을 팔공산에서 만나봐야겠다.
그 아쉬움을 팔공산에서 대체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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