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년만에 개방하고 46일만 개방하는
설악산 만경대
■ 언제 : 2016. 10. 15.(토)
■ 어디로 : 설악산 만경대(사람이 너무 많아 만경대 탐방 포기)
■ 코스 : 용소탐방지원센터 - 용소폭포 - 선녀탕 - 오색약수로 바로 내려옴
흔적
설악산 만경대! 그 이름만 들어도 황홀함이 밀려온다.
그도 그런 것이 산을 좋아하는 이 치고 46년만에 개방해 딱 46일간만 개방을 한다니 왜 끌리지 아니하겠는가?
2016년 10월 1일부터 개방해 11월 15일까지 개방한단다.
개방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잦은 낙석으로 인하여 흘림골 구간이 폐쇄되어
지역 상권의 경제적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닌 모양이다.
산 입에 거미줄만 칠 수는 없으니 상인들은 당연히 민원을 제기하였을 것이고
중심에 선 국공과 기타 관련된 기관은 대책 강구에 심혈을 기울였을 것이다.
궁여지책 끝에 마련한 방안이 그동안 폐쇄했던 만경대 구간을 잠정적이나마 개방하자는 의견으로 도출된 모양이다.
그것이 용소폭포탐방지원센터에서 오색약수터로 가는 1.8km 구간이며 그 길에 만경대가 우뚝 솟아 있다.
개방 기간이 짧아 만경대를 간다면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얼른 다녀오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만,
자력으로 가기란 당체 길이 멀어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언감생심 당일 자차로 간다는 것은 너무 무리한 일이고
굳이 가자면 산악회를 이용할 수박에 없는 데, 일반 산악회에 동참하는 것을 그리 선호하지 않는 난
그 또한 쉽게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
금요일 퇴근 무렵 아내한테 문자가 왔다.
산악회에서 운영하는 내일 설악산 만경대 가는 좌석이 비어 있다고 갈 마음이 있는지 생각해 보란다.
산악회 홈에 들어가 보니 IC에서 4시 30분 탑승이다.
그러면 늦어도 3시 30분에는 일어나야 한다.
요즘 잠도 잘 오지 않아 자다 깨면 2~3시에 눈을 뜨니 기상 시간은 걱정이 안 된다만
차를 타고 갈 일이 태산이고, 막상 현지에 도착한들
방송과 인터넷에서 만경대를 46년만에 개방한다고 떠들썩하게 홍보를 해 대니 이건 뭐 안 봐도 비디오다.
가자. 까짓거 부족한 잠은 긴 시간 차를 타고 가면서 자고
만경대 가는 길이 막히면 힘이 들지 않아 좋겠지 뭐~
그렇게 마음 먹고 가기로 작정했다.
정확하게 새벽 3시 16분 기상
IC로 이동해 4시 30분 산악회 차량에 동승
한계령을 지나 용소폭포탐방지원센터에 8시 50분 도착
아침 일찍 출발해 그런지 생각보다 빠르게 도착했다.
하지만 문제는 용소탐방지원센터에 내리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밀리지만 않는다면 탐방센터에서 만경대까지야 지척인 데
차에서 내리자마자 예상했던 대로 줄 선 인파를 보고 기겁을 하고야 만다.
이건 뭐 피난 행렬도 아니고 그야말로 TV 연속극에서 얘기하던
이젠 원로가 되어 버린 여배우가 심심하면 내 뱉던 '6 · 25 사변은 사변도 아니다.'란 말이 먼저 떠오른다.
이런 모습은 단풍철이니 벚꽃철이니 무슨 시즌이면 우리나라 곳곳에서 벌어지는 진풍경이다.
줄을 서기 위해 따라 내려간 곳이 도로변 용소탐방지원센터에서 용소폭포삼거리까지 무려 0.7km까지 내려갔다.
줄 선 모습에 질려 이래가 가겠나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뭐, 이 정도는 짐작하고 온 것인 만큼 인내심을 발휘해 기다리고 섰는 시간을 이용해
틈틈이 설악의 비경을 촬영하며 짐짓 여유를 가졌다.
작년 이맘 때 왔을 때는 흘림골을 들머리로 등선대를 지나 오색약수로 내려 갔었다.
그러니까 낙석으로 인해 페쇄된 지점이 흘림골에서 지금 우리가 줄지어 서 있는 용소폭포삼거리까지인 모양인 데
작년에는 흘림골을 통해서 여기까지 와 오색약수로 갔었고
오늘은 용소폭포탐방센터를 들머리로 용소폭포삼거리인 여기까지 내려와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어쨌거나 우리는 줄지어 늘어선 행렬이 당체 줄어들지를 않아 이러다간 이도 저도 못하겠다 싶어
고심 끝에 만경대를 포기하고 오색약수로 내려가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용소폭포삼거리부터는 작년에 갔던 길을 또 다시 걷게 된 꼴이다.
어쩌겠나 만경대가 저리 북적되니 별 도리 없다.
포기하고 대신 작년에 갔던 길이었지만, 설악산 주전골의 가을에 더욱 심취할 수밖에.
이젠 시간 여유가 많다. 사람이 많아 사진 한 장 찍자면 통행에 방해를 하면서까지 찍어야 하니
그도 미안한 노릇이다. 내 사진 한 장 찍자고 길을 막을 수도 없다.
그러나 비경이 포착되는 장면에선 염치불구하고 사진기를 들이대야 한다.
그럴 땐 내가 셔터를 찰칵 누를 때까지 내 뒤로 사람들이 서 있어야 한다.
그러니 사진 한 장 찍기도 만만치 않을 수밖에는~~~
이런 형편에 만경대를 간들 별 수 없을 것이다.
밀리면서 올라가 밀리면서 내려오면 사진 한 장 찍기 수월하지 않을 것이고
다녀온 사람의 구술에 의하면 소문에 비해 다소 실망한 것 같은 모습도 엿보였다.
그럴바에야 우리가 마음 잘 먹었지.
포기하면 오히려 천천히 그리고 느긋하게 설악의 가을이 주는 비경에 심취할 수 있는
더 좋은 기회를 맞이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만경대를 겨냥해 먼 길 와서 만경대까지 포기하고 오색약수로 바로 내려가자니
작년 이맘 때 걸었던 같은 코스를 또 걷는다는 것이 다소 아쉬움으로 남았다.
설악산 풍광 좋은 곳이 얼마나 많은 데
너무 먼 곳이라 찾아오기 쉽지 않으니 차라리 다른 곳이었다면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용소폭포탐방지원센터에서 용소폭포를 거쳐 오색약수로 내려오는 이 길도
중국의 장가계 부럽지 않다.
우뚝 솟은 기암괴봉과 기암의 단애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우리 소나무를 보노라면
이 이상 더 바랄 게 없다. 뭘 더 바라겠는가.
단풍이 아직 완전히 익지 않았지만, 여긴 단풍이 익지 않아도 좋고
사계절 언제 어느 때 오더라도 나무랄 데가 없는 곳이다.
금강문을 지나면서 산을 좋아하는 마음이 언제나 변함 없기를 염원했으며
먼저 내려가 긴 줄 끝에 서서 기다리며 서방 몫이라고 챙긴 오색약수 반 컵을 마시면서
우리의 건강 또한 무탈하기를 기원했다.
설악 언제 또 다시 갈 수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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