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행방

날씨가 무지하게 덥다. 그래도 가보자 적상산으로

728x90

 

 

경남 함양 영취산이 목표였는 데

현지 사정이 여의치 않아 무주 적상산으로 급선회

- 적상산 1,029m -

 

 

■ 언제 : 2016. 8. 14.(일)

■ 어디로 : 전북 무주군 적상면 적상산으로

■ 누구랑 : 아내랑

■ 산행 경로 : 안국사 - 향로봉 - 안렴대 - 안국사

 

 

 

흔적

 

이 더운 여름에 또 어느 산을 가지.

개학하기 전에 두타산과 청옥산 정도는 가봐야 하는 데 종시 엄두가 나지 않는다.

먼 길 나서기가 힘드니 정작 아직 가지 못한 가고픈 산은 갈 엄두를 못 내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청도 남산이나 갈까보다.

길도 가깝고 어차피 가야할 산이니 가자면 아무래도 지금이 가장 제격일 것 같다.

 

, 그렇게 나름대로 청도 남산을 염두에 두고, 아내한테 두 곳을 제시했다.

청도 남산이나 함양 영취산 중 더 가고 싶은 곳을 얘기하라고.

기실 나도 남산보다는 영취산을 더 가고 싶었지만, 영취산이 길이 더 멀어 갈등을 하고 있던 참이다.

그래서 아내한테 선택권을 주었다. 아내가 원하는 곳을 갈 생각으로~


아내는 주저 없이 함양에 있는 영취산을 택했다.

아내가 영취산을 택한 이유는 내가 영취산의 특성을 남산보다 더 많이 얘기한 영향이 작용한 것 같기도 했고,

아마도 날씨가 너무 무더워 영취산의 부전계곡에 마음이 더 쏠렸었나보다.

함양 부전계곡은 아직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청정계곡과 원시림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며,

함양군에서도 함양의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서 홍보를 자제하고 노출시키지 않은 곳이라고 한다.

하지만, 산꾼은 귀신같이 안다.

아무리 감추어도 이미 알 사람은 다 아는 모양이다.

날씨도 덥고해서 한산하리라 생각하고 갔건마는 모두들 참말로 좋은 곳은 귀신같이 안다.

 

함양 부전마을에 들어서니 이미 초입의 계곡 주변부터 차량이 줄지어 서 있고,

피서객은 이미 좋은 자리를 선점해 자리를 잡았다.

초입부터 그러한 모습이 보이기에 예감이 썩 좋지 않더니만,

주차장부터 마을 민박집 아래의 계곡에 이르기까지 차량이 오도 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외길 중간에 끼어 버린 우리는 이 순간 자칫 판단을 그르치면 오늘 하루 산행 일정이 공염불이 될 공산이 컸다.

이럴 땐 아내의 판단력이 한 몫 한다.

대번에 돌아가잔다. 아니면 대구에 가면 더우니 여기까지 왔으니 계곡에나 들어가 푹 쉬다가 가잔다.

 

그럼 그럴까. 그것도 괜찮은 생각이네.’ 하다가 이내 내 맘은 곧 돌아서 버린다.

산도 못가고 꽃도 보지 못하는 이런 길을 나서기 위해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니 예서 머물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계곡이야 가려면 내 고장 주변에 우리가 다니면서 봐 둔 우리 둘만이 호젓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 어디 한두 군 데었나.

아무래도 먼 길 나선 것이 아까워 그냥 물 좋다고 발 묶여 있을 수만은 없다.

부득이하게 이 부근 다른 산을 스마트폰으로 급수색했다.

 

검색한 결과 적상산(赤裳山)이 나온다.

적상산은 100대명산이 아니던가?

무주 덕유산 자락의 덕유지맥에 해당하는 산으로 안국사에서 오르면 거리도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는다.

다만, 함양 부전계곡에서 무주 적상산까지 가는 시간이

대구에서 함양 부전계곡에 당도하는 시간과 그리 큰 차이가 없어

다소 갈등을 야기한다는 점이 악재로 떠올랐다.

거리는 반도 되지 않았지만, 통영대전고속도로로 가다가 무주TG로 빠져 산길로 접어들어야 하니

거리는 반 밖에 되지 않았지만, 시간이 배로 걸린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65km밖에 되지 않는 거리를 무려 1시간 20분이나 더 가야 한다.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아니면 또 다른 곳을 찾아야 하나 갈등의 골이 깊어진다.

 

이래저래 몸서리치게 더운 날 길거리에서 시간만 낭비했다.

그래. 까짓 거 가보자. 기왕지사 헛걸음 한 거 한 번 더 하면 어떠하나.

안국사에서 가면 길도 쉽고 꽃도 볼 수 있을 것이며,

무엇보다 아직 우리 부부에게 남아 있는 100대 명산 중 한 건을 쉽게 해결할 수 있으니

이 정도면 오늘 하루 아깝지 않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주저 없이 안국사로 달렸다.

근데 이게 뭔 일인지,

안국사로 가는 머루와인동굴 가까이 오니 정체된 차량이 함양 부전계곡보다 더 밀려 있는 것이 아닌가?

아뿔싸 오늘 일진이 별로 좋지 않다.

이거 어쩌면 좋지. 까닭 잘못하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게 분명했다.

이럴 때 아내는 또 과감하게 결단을 내린다.

아나콘다처럼 꾸불꾸불한 길에 정체된 차량 행렬이 내 눈에도 선명하게 들어오니

나도 쉽게 어거지 부릴 상황이 아니다.

당연한 듯 아내한테 들려오는 말, 차를 돌려나가잔다.

어휴 맙소사...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이번에는 내 고집대로 했다.

답이 보이지 않지만, 무작정 돌려 나갈 것이 아니라 갈 때 가더라도

잠시 형편을 보고 판단하자며, 조금조금씩 달팽이처럼 한 걸음씩 기어갔다.

20~30분 정도 그렇게 꾸물거렸나, 아내는 빨리 돌아나가자고 성화가 심하다.

나도 이제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 같아 돌아나가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판단이 섰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오늘 일진이 사납기 짝이 없다.

 

당초 목적지였던 함양 영취산도 포기하고 무주 적상산까지 불원천리하고 왔건만,

여기까지 와서 포기하고 그냥 가자니 속이 쓰리다.

하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돌아서려는 데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더니

갑자기 차량의 이동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막혀 있던 차량이 거짓말처럼 뚫리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까지 차량이 막힌 이유가 무주 특산 머루와인동굴이 있는 관광지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 이유를 몰랐던 우리는 와인동굴까지만 인내하면 될 걸

정체가 계속되는 줄 알고 돌아가려고 했던 것이다.

오호 쾌재라!

모름지기 뜻이 있으면 길이 있는 법이거늘 참고 기다리길 잘했다.

 

와인동굴을 지나 언제 그랬느냐는 듯 거짓말처럼 뻥 뚫린 산길을 따라 가노라니

산길치고 꽤 넓은 주차장이 한 곳 나왔다.

하늘 아래 단 한 곳이라는 천일폭포가 있는 곳인 데 요즘 비가 오지 않아 메말라 그런지

웅장한 규모의 장관을 구경할 수는 없었다.

날씨가 워낙 더운지라 폭포수 아래로 가,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시원한 물보라 맛 좀 보려고 했더니 폭포가 영 신통찮다.

 

폭포도 보도 못하고 안국사 방향으로 계속 올라가는 데 산정에 웬 거대한 둑이 조성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저건 뭐지? 설마 호수가 있거나 댐이 축조된 것은 아니겠지?

하면서 가보니 산정엔 거대한 인공호수가 자리 잡고 있었고,

그것은 다름 아닌 무주군 적상면 북창리에 축조된 적상호라 불리는 양수발전소였던 것이다.

 

적상호 주변 경관이 좋아 촬영을 하고자 가던 길 멈추고 주차를 했더만, 사진 촬영금지라는 팻말이 서 있다.

유사시엔 위협적인 요소가 될 수도 있으니 촬영을 금한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어

표지석도 한 장 남기지 않고 눈으로 관망한 채 양수발전의 원리를 다시금 깨달으며,

바로 가던 길을 이어갔다.

 

양수발전이란 수력발전의 일종으로 전력 소비가 적은 심야에 이용해

위치가 낮은 하부저수지의 물을 위치가 높은 상부저수지로 끌어올려 저장했다가

전력 수요가 많은 시간에 저장된 물을 하부저수지로 낙하시켜 발전하는 방식이다.

1995년에 준공된 무주양수발전소는 무려 60kW(30kW×2)의 설비용량을 갖추고 있고,

해발 860m에 위치한 적상호와 해발 280m인 하부댐인 무주호의 약 580m의 낙차를 이용해 발전하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무주양수발전소가 건설될 당시 뚫은 작업용 터널을 활용하여

무주의 특산인 머루를 재료로 머루와인을 생산하는 관광특화산업을 조성하였다는 점이며,

이는 지역 경제의 선순환을 가져옴과 동시에, 안국사와 호국사를 품은 100대 명산인

적상산과 적상호 전망대를 비롯하여 천일폭포까지 유명한 관광특구로 사랑받게 하였다는 점이다.

댐을 건설하면서 무용지물이 된 터널을 활용하여 명실공히 지역 경제 활성화에

한 몫을 하게 함은 물론이고, 건설이라는 미명하에 자연환경을 파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역 이용해 이 지역 일대를 무주의 유명한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게 한 점은 고무적인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늦었으면서도 구경할 것은 다 구경하고 간다.

안국사 일주문에 도착하니 시간이 무려 12시가 되었다.

이러다 적상산까지 갈 수 있기나 할지 모르겠다.

함양 영취산을 포기하고 여기를 찾아 나설 때 얼핏 탐색해 본 내용만 믿고 꾸물거린다.

향로봉까지 왕복 2시간이면 넉넉하다고 하니 그 말만 믿는다.

 

새벽 7시에 집에서 나와 돌고 돌아 적상산 최근접 기점인 안국사까지 왔다.

산행 시작시간이 12시가 넘었다. 말도 안 되는 시간이다.

적상산은 덕유지맥으로 그래도 해발 1,034m 고지가 아니던가.

그런데 오늘 적상산은 그저 먹었다.

100대 명산이란 순위가 무색하게, 이건 산행이 아닌 순진한 트래킹 코스라고 봐야한다.

 

그런데 적상산이 어느 곳엔 적성산이라 표기되어 있기도 했다.

다녀오고 난 후 나도 순간적으로 헷갈린다.

내가 다녀온 곳이 적상산인지 적성산인지...

차제에 뭐가 맞고 틀렸는지 알아보고나 가야겠다.

 

적성산(赤城山)은 산허리가 마치 성벽을 쌓아 올린 것 같아,

가을이 되면 그 성벽이 빨갛게 물이 들어 그렇게 부르며,

이 산을 또 다르게 보는 이는 산이 빨간 치마를 두른 것 같기도 하여

적상산(赤裳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것은 가을이면 성벽 같아 보이는 암벽에 어우러진 붉게 물든 단풍이 특별하다란 의미이기도 하고,

산허리를 두세 단으로 두르고 있는 수직의 암벽이 마치 여성의 허리부분에 둘러진 치마처럼 보인다는 것이

또 하나의 다른 이름을 가지게 된 이유다.

그러니 적성산과 적상산은 같은 산인 것이다.

 

앞서 얘기했지만, 적상산을 안국사에서 출발하면 그저 먹는다.

웬만한 산은 안부에 이르러 정상에 도달하자면 갑자기 고도가 가팔라지며 숨 꽤나 헐떡거리게 마련이다.

그런데 적상산은 전혀 그렇지 않다.

안국사에서 안렴대로 가는 첫 갈림길까지가 오르막이라면 오르막인 데

여기까지 가는데 도 크게 힘들이지 않고 잠깐이면 오른다.

그 다음부터는 아주 평탄한 숲길이다.

마치 영화인들이 영화제에 참석할 때 밟고 지나가는 레드카펫 같은 길을 밟고 가면된다.

우여곡절 끝에 여기까지 왔다만, 아직도 천 고지가 넘는 산을

그저 먹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얼핏 검색해 여기로 왔지만, 지나고 나서 보니 탁월한 선택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 이 산을 올 때 막연하게나마 아니 막연한 정도가 아니라

무주 덕유산 자락의 고봉인 만큼 많은 야생화를 기대했던 게 사실이다.

분명 지금까지 만나지 못했던 누군가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에 부풀었다.

그런데 너무 쉽게 올라가 그런지 기대만큼은 보여주질 않아 다소 실망스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약소하나마 조금은 만족 했다고 본다.

 

안국사에서 출발할 때는 조짐이 아주 좋았다.

야생에서 뻐꾹나리를 처음 만난 것이다.

전임 학교 근무할 때 야생화 화단에 어디서 날아왔는지 출처가 불분명한 뻐꾹나리가 핀 것을 보고는 처음이다.

그런데 이 녀석을 여기서 가장 먼저 대면했다. 뭔가 조짐이 좋았다.

 

안국사에서 10분 정도 올라갔는지 안렴대 갈림길에 이르면 거기서부터 향로봉까지는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다.

시작부터 뻐꾹나리를 보여 주더니 가는 길 내내 꽃도 많이 보여준다.

참나물, 뚝갈, 어수리, 바디나물과 같은 산형과 식물이 주류를 이루며,

하얀 꽃을 피운 채 왕성한 세력을 이루고 있다.

참취, 정영엉겅퀴, 멸가치, 흰진범, 산박하, 은꿩의다리, 산짚신나물이 있는가 하면

어디에서나 흔히 보는, 개시호, 가는장구채, 산박하, 등골나물, 도둑놈의갈고리,

단풍취, 꽃층층이, 며느리밥풀류가 주종을 이루고 있었다.


이렇게 풀어 놓으니 뭔가 많이 본 것 같지만, 실상은 뻐꾹나리를 제외하면 딱히 본 것이 없다고 보면 된다.

역시 쉽게 가서 그런지 보고픈 아이들은 쉽게 그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것은 지극히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오묘한 이치라고 봐야했다.

그 점에서 난, 오늘 적상산에 와 뻐꾹나리 하나 본 것으로 만족을 한다.

언제 이 산 저 산 그렇게 헤메고 다니면서 야생 뻐꾹나리를 본 적이 있었던가?

뻐꾹나리 하나로 감지덕지다.

 

향로봉까지 가는 길은 조망이 거의 없다.

자칫 무료할 수 있으니 그저 평탄하고 순순한 길을 두 눈 부라리며 야생화 찾기에 골몰하면 된다.

향로봉에 당도해도 숲에 가려 조망이 잘 안 나온다.

그래도 우리는 오늘 우여곡절 끝에 무주의 명산인 적상산을 왔으니

향로봉 주변 돌부리에 걸터앉아 적상산을 나름대로 향유하며 쉬었다 간다.

 

돌아오는 길에 적상산 최고 전망대인 안렴대(按簾臺)로 향했다.

안렴대에 이르면 비로소 조망이 확 트이고 시야가 밝아진다.

하지만, 먼 곳은 박무가 서려 모습이 뚜렷하지가 않다.

안렴대란 사방이 가파른 벼랑 끝에 있는 전망대로 옛날 거란이 쳐들어 왔을 때

지방장관 격인 삼도 안렴사가 이곳에 피난함으로 인해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고,

병자호란 때는 적상산 사고 실록을 안렴대 바위 밑에 있는 석실로 옮겨 화를 면하기도 한 곳이다.

 

적상산은 조선시대 5대 사고(史庫)지 중 하나였던 곳이다.

왕조의 역사를 기록하고 그 역사서를 보관하던 사고(史庫)를 안치했던 곳 중의 한 곳이 바로 적상산이다.

나라의 사적을 보관한 것으로 보아 적상산이 천혜의 요새였던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고려 최영 장군이 천연요새를 활용해 8km에 이르는 적상산성을 쌓았으며,

특히 이곳은 호남에서 영남으로 가는 길목이기에 지리적으로 더욱 중요한 기지였다.

산성은 독특한 산세로 인해 가운데 거대한 분지가 형성되어 주민들이 많이 살았고,

고려 때 거란이 침입하여 무자비하게 살상을 불러일으켰을 때도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참화를 면했다고 한다.

십승지지(十勝之地)가 바로 적상산이었던 것이다.

 

안국사(安國寺)로 다시 회귀했다.

시간이 없을까 봐 내려오면서 탐방해야지 했던 안국사다.

안국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7교구 본사인 금산사(金山寺)의 말사이다.

1277(충렬왕 3)에 월인(月印)이 창건하였다는 설과 조선 태조 때

무학대사(無學大師)가 복지(卜地)인 적성산에 성을 쌓고 절을 지었다는 설이 있다.

 

극락전 안에는 보물 제1267호인 괘불(掛佛)이 있다.

괘불은 1728(영조 4)에 조성하였고, 천재지변을 몰아내는 이 고장의 신앙물로 전해진다.

표면은 비단, 뒷면은 마()로 되어 있으며, 이 괘불은 의겸(義謙) 등 비구니 5명의 공동작품으로 기록되어 있다.

극락전은 무량수전이라고도 하며 학이 단청을 하다가 날아갔다는 전설이 있다.

그리고 성보박물관은 세계 각국의 불상을 모시고 있었으며,

그밖에 크고 작은 전각을 두루 갖춘 규모가 꽤 사찰이었다.

 

비록 길에서 보낸 시간이 많은 오늘 하루였지만, 나름대로 규모 있고 알찬 여정이었다.

오늘 하루를 갈무리하고자 편안한 마음으로 안국사에서 2.4km 떨어져 있는 적상호 전망대로 갔다.

전망대는 다름 아닌 상부저수지인 적상호와 지하발전소

그리고 하부저수지인 무주호를 연결하는 상단에 위치한 조압수조 기능을 하는 곳으로

시설의 여백을 활용하여 전망대 역할을 겸하고 있었다.

조압수조는 발전기 급정지 시 수로 압력의 급상승을 완화시켜 주는 설비다.

 

전망대에 오르면 덕유산 향적봉을 위시하여 주변 산군이 한 눈에 조망된다.

그러나 오늘 역시 무더운 날씨에 맑긴 했지만, 그래도 먼발치는 박무에 서려 흐릿하게 보였다.

전망대 아래 휴게소 옆으로 때 늦은 누리장나무의 꽃이 한창이다.

올해는 누리장나무 꽃을 더러 봐 왔던지라 큰 흥미 유발을 하지는 않았지만,

꽃이 너무 싱싱하고 건강 상태가 좋아 요리 조리 다양한 모습으로 담아봤다.

누리장나무의 꽃말이 깨끗한 사랑이다.

 

오동잎을 닮은 잎 뒤의 희미한 선점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기 때문에

누리장나무를 취오동이라고도 하지만,

꽃말대로 오늘 우리 부부가 스치고 지나간 발길 닿은 모든 곳에

깨끗한 족적을 남기고 즐거운 마음으로 떠나가고자 한다.

 

올 때는 함양 영취산을 간다고 광주-대구고속으로 갔다가 대전-통영고속으로 갈아 탔는 데

갈 때는 영동으로 가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니 시간이 2시간도 안 걸렸다.

차도 밀리지 않고 쌩쌩 잘 달려갔다.

시작은 두서가 없었지만, 끝은 잘 풀린 하루였다.

  

 


사진으로 보는 무주 덕유지맥의 화점 적상산

그리고 안국사와 적상호 전망대

 

 

함양 영취산을 목적으로 부전계곡으로 갔다가 차가 많아 주차 형편이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무룡고개에서 넘자니 차량 회수가 불편해 오늘 영취산 산행은 어렵게 되었다. 그렇다고 먼길와서 그냥 갈 수는 없는 노릇... 주변을 급하게 검색한 결과 조금 멀기는 했지만, 전북 무주 적상산이 제일 나을 것 같아 무주 적상면에 있는 안국사로 왔다. 오늘 적상산 산행코스는 가장 쉬운 안국사-향로봉-안렴대-안국사 코스다. 왕복 4.4km 거리에 코스는 순한 트래킹 정도라 보면 된다. 

 

 

 

청하루부터 먼저 한 장 남기고~

 

이정목이 가리키는 대로 향로봉을 향해 오른다. 

 

등로에 잠깐 올라서서 바라본 안국사  

 

정영엉겅퀴도 만나고 

 

뻐꾹나리를 본다. 야생에서 본 건 여기가 처음이다. 오늘 산행 중 가장 큰 수확이라고나 할까. 

 

단풍취도 여기저기 산재해 있다. 싱싱한 애들도 많았는 데 하필 벌레 먹은 애들을 잡아왔네.

 

안국사에서 200m만 올라오면 향로봉과 안렴대로 가는 안부에 이른다. 안국사에서 200m 이게 제일 힘들다면 힘든다. 그러니 오늘 1,000고지가 넘는 백대명산을 하나 거저 먹는다. 고진감래라더니 지금까지 길거리에서 고생한 보람이 있다.    

 

은꿩의다리는 올해 풍년이다. 여기도 은꿩, 저기서도 은꿩이다. 

 

오리떼가 몰려 다니는 것 같은 흰진범. 이녀석을 보니 이제 가을도 머지 않았나 보다. 

 

산형과 식물 중에 이름을 가장 알기 쉬운 어수리다. 어수리는 제법 많다. 

 

꽃츷층이도 이제 한 물 가고 있다. 

 

애 이름이 참 어렵네. 뚝갈도 아니고 참나물도 아닌 것 같고... 뭐지... 

 

자잘한 노란꽃망울을 틔운 개시호도 심심찮게 본다.

 

또 어수리다. 어수리가 보기 좋게 적당한 모습으로 잘 피어 있다. 

 

선괴불주머니 

 

애는 산짚신나물로 보인다. 

 

멸가치는 어느 한 곳에만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었고~ 

멸가치가 꽃이 지고 열매를 맺고 있다. 

 

뭐, 이카고 있는 데 벌써 향로봉까지 왔다. 향로봉엔 표지석도 없고 이게 다다. 적상산은 정상석은 이 길에 보이지 않는다. 

 

기념 샷 

 

인증 샷. 난 원래 잘 안 찍는 데 요즘은 잘 찍는 편이다. 

 

산짚신나물 군락이 자주보인다. 

 

 

겨우 조망이 터진 곳이 보이긴하나 박무가 서려 일대 산군의 마루금이 선명하지가 않다. 

 

 

1,000고지가 넘는 길이 이런 길의 연속이다. 

 

하늘말나리도 씨방을 맺었다. 

 

산박하는 아직 싱싱하다. 

 

자주 보이진 않았지만, 참취도 건강하다. 

 

어휴, 앞으로 가는 산마다 이랬으면 좋겠다. 

 

단풍취도 군락을 이룬 채 많이 서식하고 있다. 하기여 단풍취는 어느 산이든 쉽게 볼 수 있다. 

 

이상하게 요 근래 몇년 간 노루발풀이 꽃을 활짝 피운 모습을 보지 못했다. 어느 때는 질리도록 보면서 걷는데~

 

바디나물 같아 보이는 데 이녀석들 이름 참 어렵다.

 

3엽으로 봐 그냥 도둑놈의갈고리로 본다. 

 

개시호 접사 

 

넓은잎외잎쑥

 

멸가치 

 

도둑놈의갈고리 

 

알며느리밥풀로 보는 데 군락을 이루고 있다.

 

산짚신나물 

 

참나물

 

나비나물 같아 보인다. 

 

어수리는 보고 또 본다.

 

 

안렴사 가는 길 

 

 

 

 

날씨는 희뿌연했지만, 이런 사진 좀 잘 찍어 봤으면...  

 

안렴대인가 했더니 여기가 아니다. 조금 더 간다. 

 

여기 안내판이 있는 곳이 안렴대다. 

 

안렴대는 조망이 좋다. 그러나 조망은 흐리다. 

 

안렴대에서~ 

 

 

 

 

 

 

 

 

 

꿩의비름 같기도 하고~ 

 

내려오면서 뻐꾹나리도 또 만난다. 이번에는 주변을 살펴 다른 곳에 딱 한 개체가 더 있는 곳을 찾았다. 보물찾기해서 보물을 찾은 것 같은 기분이다. 

 

 

 

다시 안국사로 왔다. 

 

성보박물관에 세계 각국의 불상이 모셔져 있다. 

 

 

 

 

 

 

 

 

 

 

 

 

 

 

안국사 아래 있는 적상산성 

 

적상호 전망대 휴게소

 

 

 

상부저수지 적상호 

 

 

하부저수지 무주호 

 

적상산 머루와인동굴이 있는 곳이다. 저기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저 고개를 넘어오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지체되어 까닭 잘못했으면 그냥 돌아나올 뻔 했다.

 

적상호. 양수발전을 위해 만든 인공 저수지이지만, 산정호수 겸 관광지 역할을 겸한다. 

'깨끗한 사랑'이라는 꽃말이 잘 어울리나요.

 

천일폭포는 하늘아래 하나밖에 없는폭포라지만, 정작 볼 수가 없었다.

 

천일폭포가 있는 계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