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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방

가을 은빛 억새의 향연, 합천 황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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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만 두 번째

은빛 억새의 향연이 펼쳐지는 합천 황매산

 

 

■ 언제 : 2016. 9. 24.(토)

■ 어디로 : 경남 합천 황매산, 야생화 탐방

■ 누구랑 : 아내랑

 

 

흔적

 

황매산의 가을

이 산 저 산 다니다 정확하게 만 4년이 지나서 다시 왔다.

그것도 공교롭게 은빛 억새가 나부끼는 가을날에만~

그때가 2012922일이었다.

태풍 산바가 온 산하를 휩쓸고 간 연후였다.

 

오늘은 하늘이 청량하고 뭉게구름이 자유롭게 두둥실 떠다닌다.

황매평전에 전형적인 가을 날씨가 내려앉은 것이다.

은빛 억새가 하늘거리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라 아니할 수 없다. 말 그대로 진풍경을 자아낸다.

모산재에서 정상을 바라봐도

황매산 정상가는 길목에서 모산재 방향을 둘러봐도

바람에 하늘거리는 억새가 만든 윤슬은

마치 한적한 강가에 보석같이 반짝거리는 그 모습 그대로다.

 

이번에 아내와 함께 여길 다시 온 이유가 있다면 그건 단지

물매화와 쓴풀류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처음 황매산에 왔을 때는 산이 우선이었고

이번엔 산이 우선이 아니라 꽃이 먼저였던 것이다.

황매산에 처음 왔을 땐 가을을 대표하는 하얀 구절초와 보랏빛 쑥부쟁이에 만족을 하였고

그저 억새의 향연에 넋을 빼앗기며 황홀경에 빠졌었다.

그런데 이번은 달랐다.

이번엔 기어코 물매화를 비롯한 쓴풀을 만나기 위해 단단히 작정을 한 것이다.

 

내가 산을 다니며

이토록 계절에 맞춰 핀 꽃을 보기 위해

맞춤형 산행을 한 것은 산행 경력 6년이 넘는 동안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드물다.

 

오늘은 목적이 목적인지라 비교적 쉬운 산행 코스를 택했다.

처음 왔을 때는 다부지게 마음먹고 12km에 달하는 황매산 전역을 모두 돌기도 했었다.

닭벼슬바위로 먼저 올라 정상을 찍고 삼봉과 박덤으로 크게 돌았던 것이다.

그래서 이번엔 황매산 오토캠핑장으로 바로 갔다.

여기서 시작하면 산행이라기 보단 그저 트래킹 수준에 가깝기 때문이다.

아마, 오늘은 황매산 가을 억새의 정취와 보고팠던 물매화를 찾기 위한 시간 여유가 넉넉할 것이다.

 

먼저 오토캠핑장 주차장에서 모산재 방향으로 올라갔다.

억새가 흐느끼는 갈바람을 맞으며 가을꽃님들이 물매화를 찾는지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슬쩍 발을 섞고 싶었지만, 내 가는 길에도 있을 거라는 마음으로 무시하고 내 갈 길을 갔다.

 

억새에 스치는 갈바람이 뺨을 어루만진다.

물매화고 뭐고 다 팽개치고 억새 숲으로 들어가 마냥 드러눕고 싶다.

한 떨기 가녀린 억새 되어 함께 나부끼고 싶다.

은빛 비늘이 바람 되어 황매평전을 평정한다.

 

억새가 노래하는 산등성을 걷다보니 예전과 다름없이

가을을 대표하는 하얀 구절초와 보랏빛 쑥부쟁이가 지천이다.

뇌리 속에 박혀있는 모습 그대로 오늘도 여지없이 그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역시 물매화랑 쓴풀류는 눈을 씻고 봐도 없다.

보이는 건 어디서나 보는 구절초와 쑥부쟁이, 노란꽃이 총총히 핀 미역취 같은

, 이런 애들이 다다.

기대했던 애들은 어디서도 보이지 않는다.

아니 보여 줄 기미조차 없는 것 같다.

모산재에서 정상 턱 밑을 돌아 한 바퀴 억새밭 사이로 빠져나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점점 실망감에 빠져든다.

만약 이렇게 마무리 된다면 이건 뭐, 산행도 아니고 들꽃사냥도 아닌 이도 저도 아니다.

역시 귀한 넘은 귀한대로 제 몸값을 하는 모양이로군.’

혼자 주절대니 아내도 오늘은 별로 재미를 느끼지 못했는지 조급증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정보를 제대로 알고 왔는데도 당체 내 눈에는 띄지를 않는 것이다.

틀렸구나란 생각이 들자 오랜만에 아내랑 호젓하게 쉬어 가기라도 할 참으로 임도로 내려섰다.

 

대포를 둘러멘 키가 큰, 꽃 사냥하는 이가 억새숲 사이로 나오는 아내와 날 보더니

혹시 그쪽에서 쓴풀을 봤느냐고 물어왔다.

쓴풀은커녕 고작 본 거라고는 보고 또 봤던 쑥부쟁이가 주류였기에

여긴 아무 것도 없네요.’ 라고 답한 뒤, 마침 잘됐다 싶어 오히려 내가 되물었다.

오늘 물매화 좀 보셨나요.’

물매화 저기가면 많아요.’ 하며 어디 어디라고 소상하게 일러주었다.

거긴 분명 내가 지나온 곳이고 난, 전혀 그림자도 본 적 없는 데

이 양반, 거기 있다고 일러준다.

더욱이 자주쓴풀도 있다고 알려준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가기 싫어하는 아내를 부추겨 다시 왔던 길로 올라갔다.

 

아내와 난 대포를 둘러멘 키 큰 양반이 가르쳐준 그 길로 갔다.

우리가 그 길에 있었을 때는 나 이외 꽃 사진 찍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다시 가니 한 무리의 꽃 사냥꾼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엉덩이를 깔고 요상한 포즈를 취하면서까지 총부리를 겨누고 있었다. 그것도 여자분들이...

마치 독을 품은 독사가 달려들면 사정없이 갈겨버릴 태세다.

 

진사들께서 사진을 찍는 곳으로 갔다.

자주쓴풀이 바로 보인다.

나원 참, 난 길 따라만 다녔지 길이 아닌 숲은 들어가질 않았다.

나름 산행 습관이 그렇게 몸에 밴 것이다.

보고 싶은 애를 만나자면 역시 숲을 헤집고 다녀야 하는 모양이다.

 

자주쓴풀을 보고 너무나 반가워 옆에서 찍고 있는 어떤 아지매와 같은 포즈를 취하며

먹잇감을 찾은 들개처럼 카메라를 들이대기 시작했다.

가만히 주변을 살펴보니 자주쓴풀이 꽤 많다.

처음 마주하는 녀석이다. 어찌 반갑지 않을 수 있겠나.

환호성을 지르며 기쁜 내색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자니

옆에 계시던 아지매가 저기 쓴풀도 있어요.’라며 가르쳐 주기까지 한다.

그러고 보니 바로 곁에 쓴풀도 듬성듬성 보였다.

이게 웬 떡인가 싶다.

 

한 곳에서 자주쓴풀과 쓴풀을 모두 봤다. 실컷 봤다.

물매화는 안 보인다. 이제 또 다른 곳으로 가야한다.

좀 전에 그 양반이 가르쳐 준 물매화 찾으러 혼자 조용히 쏙 빠져 나갔다.

함께 사진 찍던 양반들한테 물어보면 쉽게 알 수 있겠지만,

가고자 하는 곳이 바로 곁에 있기에 혼자 힘으로 찾아보고 싶어 묻지도 않았다.

 

산등성 풀숲으로 들어갔다. 아까 길 따라 스쳐갔던 곳이다.

망개나무처럼 생긴 이파리에 쬐그마한 꽃망울이 맺혀 있는 녀석이 먼저 눈에 띄었다.

잎을 보아하니 영락없이 청미래덩굴(망개나무)이다.

그런데 바로 그 곁에 꽃이 활짝 핀 물매화가 있었다.

방금 본 그 이파리를 달고 있었다.

, 이 녀석이 물매화였구나란 것을 단박에 알아챘다.

 

물매화 한 녀석을 만나니 여기 저기 마구 눈에 띄었다.

정신을 가다듬을 겨를마저 없다.

보이는 대로 한 녀석도 놓치지 않고 카메라 앵글 속에 다 잡아 넣었다.

마치 굶주린 하이에나가 먹잇감을 포착해 남김없이 먹어치우는 것처럼 한 녀석도 남기지 않았다.

너무 포식을 했는지 포만감에 뱃속이 든든하고 갑자기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이제 오늘 할 일은 다했다.

오늘 황매산 탐방은 물매화와 쓴풀이 목적이었다.

넉넉하게 보고 담았으니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여유를 가지고 좀 전과는 다른 넉넉한 기분으로

억새에 이는 바람과 노닐며 평화로운 한 낮을 즐긴다.

이 순간 여긴 무위자연이고 난, 물아일체가 되어 道法自然을 따른다.

 

道法自然은 노자 도덕경에 나오는 말로

人法地 사람은 땅을 본받고

地法天 땅은 하늘을 본받으며

天法道 하늘은 도를 본받고

道法自然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는 말에서 유래된다.

비로소 자연에 들어가 자연의 일부가 되는 순간인 것이다.

 

지루하게 기다리고 있던 아내가 갑자기 부르기 시작한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아 미안했는 데 빨리 가자고 재촉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날 기다리며 다른 꽃 찍는 사람들과 얘기하며 여기저기 뭐가 있는지 알아 놓고

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용담도 있고 뭐도 있고 라며 나보다 더 흥분해 꽃이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간다.

덮어 놓고 가자는 대로 따라갔더니 잘 생긴 용담도 있고, 앉은좁쌀풀도 잔뜩 있었다.

앉은좁쌀풀은 물매화 있는 곳에서 이미 담을 만큼 담았지만, 내색은 하지 않고

아내의 성의에 화답하기 위해 용담이랑 앉은좁쌀풀을 성의껏 모두 쓸어 담았다.

그러고 보니 아내가 인도해 준 곳의 앉은좁쌀풀이 내가 본 앉은좁쌀풀보다 사진 담기가 더 용이했다.

내가 본 곳의 앉은좁쌀풀은 수풀에 가로막혀 사진 때깔이 좋지 않던 데

아내가 안내해 준 곳의 앉은좁쌀풀은 막힘이 없어 때깔이 더욱 고왔다.

아내가 하는 품새가 머잖아 서방처럼 꽃에 취미가 꽂일려나 보다.

 

황매평전을 누비며 오늘 하루를 그렇게 보냈다.

목적한 바를 이룩하니 억새의 나부낌이 더 없이 평화롭고 고요해서 더 좋다.

황매산에서의 오늘 하루가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황매평전의 은빛 억새가 나부끼는 가을 풍경

 

자가용으로 여기까지 올라와 모산재 방향으로 간다.


어디를 어떻게 갈까 안내도를 보고 궤적을 그린 후 출발~ 4년 전에는 닭벼슬바위-모산재-산불감시초소-정상-삼봉-박덤으로 돌아 내려왔다. 아마 대략 12km 정도 거리였지 .

 

묏미나리인가요.

 

미역취가 한창이다. 미역취가 많네요.

 

황매평전의 너른 고원에 은빛 억새 물결이 한창이다.


황매산 정상과 삼봉이 보이고 그 너머엔 합천호가 그림 같이 펼쳐진다. 이번에 우린 저기를 오르지 않았다.  


오늘은 왠지 정상을 고집하기 보다는 억새와 함께 진한 가을 내음을 맡고 싶었다.  


가을을 느끼시는지~ 오늘따라 발걸음이 많이 무거워 보이네요. 


좋다 좋아~  고원의 억새와 뭉게구름 그리고 파란하늘~ 이보다 더 좋은 곳이 또 어드메 있으랴. 


파란하늘과 억새의 흐느낌이 일품이다. 


황매산은 4, 5월 철쭉이 일품이지만, 가을에 피는 억새의 물결도 장관이다. 


억새와 황매산 


같은 장면이지만, 볼 때마다 새롭다. 


서방따라 다녀준다고 애 쓰십니다. 그래도 집에 있는 것 보다야 낫지 않오. ㅎ 


같은 장면을 찍고 또 찍었구만~ 


고원의 푸른 풀밭에 이렇게 목가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곳이 얼마나 있으랴. 황매산의 매력이다. 

 

구절초 역시 가을 황매산의 대표로 자리매김 한다.


모산재 방향에서 황매산으로 가는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곳으로 잠깐 오른다. 저 위에 아내가 먼저 올라가 있네요. 

 

억새 무리 속의 하얀구절초가 돋보이네요.

 


오토캠핑주차장과 모산재 방향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정상 턱 밑에서 우회하여 억새밭 속으로 들어갔다. 

 

 

미역취

 

개쑥부쟁이


억새의 머리 위로 마치 별들이 내려 앉은 풍경이다.  

 

 

마타리도 아직 건재하네요.

 

얘도 미역취인가 보네.

 

 

수리취

 

잔대

  

미역취

 

용담

 

산박하

 

오늘은 파란하늘이 한 몫한다.

 

 

 

 

 

 

 

 

화왕산 갈대보다 더 아름다운 거 같다.


사색 중인가요. 괜히 왔다 싶나요. 


얼매나 좋노... 

 

 

황매산과 억새

 

꽈리가 듬성듬성 보이기도 합니다. 웬 꽈리~~~

 

개쑥부쟁이


찍을 거 다 찾아 찍지도 못하고 햇볕 좋은 여기서 쉬어나 갑시다. 


누가 다쳤는지 구급차가 만댕이까지 올라가고 있다. 누가 다쳤지~, 저긴 다칠 곳도 아닌데~ 

 

오이풀


물매화도 쓴풀도 없다. 우리 눈엔 안 보인다. 아쉽다만 고마 그냥 내려가자~ 

 

은빛 머금은 억새랑만 놀다간다.


다른 곳보다 억새의 은빛 물결이 더 나은 것 같다. 

 

자주쓴풀. 억새밭을 뚫고 임도로 나가기 꽃사냥을 하는 포수가 어디에 뭐가 있다는 것을 알려줘 다시 올라가서 찾은 풀이다.

 

그 옆에는 '쓴풀'도 있었다. 이게 웬 횡재란 말인가... 그냥 포기하고 내려가다가 다시 만난 녀석들이라 애정이 더 간다.

 

자주쓴풀이 여기 저기 꽤 많이 눈에 띈다.

 

이렇게 모양 좋은 자주쓴풀도 만난다.

 

자주쓴풀


구절초와 성곽 

 

오늘 운이 좋지 않았다면 미역취만 실컷 보고 갈 뻔 했다.

 

드디어 '앉은좁쌀풀'까지 만난다. 

 

이런 '물매화'까지~ 이제 포수가 꽃사냥하는 포수가 가르쳐준 물매화를 찾아 나섰다. 이녀석을 보고 처음에는 망개나무 잎인 줄 알았다. 꽃망울은 분명히 아닌 데 뭐지 라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향등골나물이 곁에 있어 덤으로 담는다.

 

신명이 나니 꽃쥐손이도 보여준다.

 

앉은좁쌀풀도 많아 잘 생긴 녀석 하나 건질라고 찍고 또 찍는다.

 

이녀석은 뭔가 싶었더니 역시 '쥐손이풀'인가 보다.

 

드디어 꽃잎이 벌어진 '물매화'를 만나는 순간이다. 

 

결국 인물 좋은 물매화 두 송이를 만났다.

 

비록 립스틱 바른 모양새는 아니었지만, 난생 처음 대하는 물매화를 만난 기쁨은 어디 비교할 바가 아니다.


요녀석 곧 립스틱을 바르겠다. 

 

 


풍경을 업고 야생화 촬영을 하기 위해 애를 쓴다. 그러나 협작은 아니되지요. 

 

 

 

산비장이도 만났다.

 

횡재했다. 이런 녀석을 만나다니... 물매화

 

자주쓴풀

 

자주쓴풀

 

자주쓴풀

 

아내가 찍사들의 사진 담는 곳에 있다가 가르쳐준 '용담'

 

쓴풀

 

구절초


볼 거 다 봤으니 이제 여유가 생겼나 봅니다.

  

 

내려가면서 분위기 좋은 곳에서 한 컷~


나도 따라 한 컷~ 

 

이 시기에 웬 산수국. 식재한 개량종 산수국이다.

 

산부추

 

쓴풀

 

식재한 한라구절초인 모양이다.

 

한라구절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