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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방

금오산 정유년 신년 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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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년(2017) 금오산 신년 산행기

- 산도 홀로 나도 홀로, 금오동천을 기점으로 금오산을 한 바퀴 돌아나오다 -



■ 언제 : 2017. 1. 3.(화)

■ 어디로 : 칠곡군 북삼면 금오동천에서 금오산으로

■ 누구랑 : 홀로

■ 산행 경로 : 칠곡군 북삼면 금오동천 - 제2,3폭포 - 제1폭포 - 현월봉(정상) - 약사암 - 두 번째 있는 헬기장 북삼면 방향으로 하산(원점 회귀) 

■ 산행 거리 : 약 8km쯤



흔적


요즈음 가슴이 땡기고 몸이 무거운 것이 당체 기분이 상쾌하지가 않다.

흔히 묵은 해가 가고 새해가 오면 새 기운을 받아 몸이 가벼워지는 것이 당연지사이거늘

어째 정유년 새해는 그렇지가 않은 것 같다.

무슨 연유인지 모르겠으나 가끔씩 가슴이 조여 오고 심장이 빠르게 팔딱팔딱 뛰는 것이

영 기분이 좋지 않다.

운동이 부족해서 그런가?

아마, 그게 가장 큰 원인이리라.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배낭을 메고 나왔다.

배낭이라야 떡집에서 만경떡 2,000원 주고 하나 사고, 마트에서 물 한 병 사서 넣은게 다다.

과일이다 뭐다 좀 챙겨 넣으려다 귀찮아서 최소한 허기지지 않을 만큼만 준비했다.

아내가 멀리 출타 중이라 역시 혼자 길 나서자니 허접하기 짝이 없다.


혼자 어디 멀리 가기도 그렇고 지난번에 가고자 미리 파악해 두었던 비교적 내 사는 곳 가까운

성주군 초전면에 있는 영암산을 찾아 나섰다.

영암산은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고

언젠가 혼자 갔던 세종대왕 자태실이 있는 선석산과 연계산행이 가능한 곳이었다.

선석산은 가보았으니 또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고

오늘은 그저 집 가까운 산을 찾아 원기를 회복함에 그 의미를 두었다.


영암산을 가기 위해 보손지가 있는 미타암을 기점으로 삼았다.

선답자의 블로그를 검색하니 미타암을 기점으로 공룡능선을 넘어 한 바퀴 돌아나오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집에서 대략 30여분쯤 갔나 싶더니 내비아가씨가 여기가 미타암이라고 내리라고 한다.

조그마한 못이 하나 있던데 사전에 검색한 내용으로 보아 그게 아마 보손지 같았으나,

주변에 미타암이라는 암자는 눈에 띄지 않는다.

숲속으로 더 들어가야 하나 싶어 차를 몰고 안으로 더 들어가 봤다.

그래도 절은 보이지 않는다. 더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의아해 하면서

조금 더 가보기로 하고 가는데 갈수록 길이 좋지 않아 하는 수 없이 다시 못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 나왔다.


못가에 차를 세워 두고 다녀올까 하다가 이 못이 보손지가 맞는지 의심스럽기도 하고

아무도 없는 외진 곳에 내 차만 달랑 한 대 세워둔 채 장시간 산을 다녀오기도 그랬다.

그리고 주변엔 개미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주차 상황도 그렇고 여기서 홀로 산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이 왠지 꺼림칙했다.

공룡능선이라 불리는 암봉이 멋있고, 조망도 괜찮은 것 같아 가려했는 데 아무래도 혼자서는 안될 것 같았다.


'이제 어쩌지' 인지 어디로 가야하나?

차선책을 강구해 두지 않았기에 갑자기 길 잃은 괭이마냥 멍청해져 버렸다.

무작정 차를 몰고 도로로 나오는데 그때 주마등처럼 멋진 산이 번개같이 떠올랐다.

바로 금오산이었다. 금오산은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산이었다.

칠곡군 북삼면에 있는 금오동천에서 금오산을 오르면 되는 것이다.

금오산은 구미시 금오지가 있는 방향에서 두 번 간 적이 있었고

반대편 칠곡군 북삼면에 있는 금오동천에서 정상까지 간 적은 없었다.

다만, 2013년 8월 염천의 무더위에 아내랑 금오동천에서 금오산 정상까지 가보겠다고 갔다가

더위를 먹은 아내때문에 미수에 그친 적이 있었다.


잘 됐다. 내친김에 금오동천으로 가자.

마침 금오동천은 오늘 내가 가고자 했던 영암산과는 지척에 있었다. 차량으로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언젠가는 금오동천에서 현월봉까지 가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다.

공영주차장엔 관광버스 한 대만 주차해 있고 다른 차는 한 대도 없다.

관광버스 외 달랑 내 차만 한 대 더 섰다.

3년 전 여름에 왔을 때는 길가에 늘어선 차량이 어마어마하게 길어 주차하기가 하늘에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더니

오늘은 그때와 비교하니 고즈넉할 정도로 한산하다.


영암산에 간답시고 잠시 꾸물거리는 사이에 시간은 무려 11시 30분을 지나고 있었다.

시간이 부족하지 않을런지 의구심이 든다.

설마 구미 금오지에서 가는 것보다 힘들지는 않겠지.

삼년 전에 금오동천을 기점으로 간다고 덤벼들었을 때, 아마 금오지에서 가는 것보다 수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그 더운 날 이곳을 찾은 기억으로 어렴풋이 각인되어 있다.

아마, 그랬을 것이다.

그래서 금오동천을 찾았으니 11시 30분 출발이면 아무리 겨울이라 하나 늦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들머리에 있는 금오동천을 중심으로한 산행 안내지도를 유심히 살폈다.

생각없이 왔기에 산행개략도도 한 장 준비되지 않았다.

다행히 들머리 안내판에 거리와 개념도가 잘 나타나 있었다.

산행 시 참고하기 위해 여물게 사진 한 장 찍어 두고 산행 경로를 자세하게 더듬었다.

1폭포 쪽으로 올라 정상에 다다른 후 약사암 방향으로 둘러 내려오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들머리에서 정상까지 무려 3.5km나 된다.

'설마, 계속 올라가지는 않겠지' '그렇지는 않을거야'

그렇게 자위를 하면서 천천히 시동을 걸었다.


100m쯤 왔나 보다. 첫번째 갈림길에 이정목이 서 있다.

우회하면 급경사, 직진하면 주등산로라 가리킨다.

이럴 땐 난, 갈등을 하지 않는다. 급경사만 보면 프리패스다.

그리로 갈 일이 없다. 뭔 팔자고칠 일 있다고 급경사는 급경사고...

아무리 시간이 짧게 걸린다고 해도 나한테는 우이독경일 뿐이다.


여유만만하게 주등산로로 간다.

제 2,3폭포로 가는 길도 제 1폭포도 오늘은 그냥 스쳐지나 간다.

아내랑 지난 번에 왔을 때 정상 가는 길을 포기하고 1폭까지 가서 계곡에 발은 담가 보았으니

어쩌면 시간이 부족할지 모르니 오늘은 그냥 지나가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이 코스는 계곡이 좋은 길이다.

만댕이에 다다를 때까지 주구장창 계곡과 함께 한다.

계곡이 꽤 길게 이어지는 길이다.


그런데 이 길도 예사롭지가 않다.

그런대로 쉽게 봤는데 결코 쉬운 길이 아니었다.

착각을 해도 대단한 착각을 했던 것이다.

정상부에 도달할 때까지 그다지 조망도 없고 그나마 계곡을 끼고 오르지 않았다면

정말 무료하고 힘든 산행이 될 뻔했다.

급경사 코스를 외면했었어도 이 길도 3.5km를 계속 올라야만 했던 것이다.

자세한 길 사정을 알았더라면 애초에 여길 오르리라고는 생각조차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식자우환이라고 몰랐던 게 약이 됐다.


그래도 시종일관 괜히 왔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정유년 신년 첫 산행부터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오히려 오늘은 기필코 들머리에서 산행 궤적을 그린대로 성취하고야 말리라는 굳은 다짐만 더하곤 했다.

조용헌의 사찰기행을 읽었을 때 그는 일주일에 한 번씩 빠짐없이 10년을 다니면

마운틴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소생 같이 미흡한 자가 어찌 그 경지에 도달할 수 있겠나마는

산행 경지에 도달하기보다는 산을 찾아 나름대로 즐길 줄 아는 정도만 되어도

그것이 곧 내 나름의 마운틴 오르가슴이 아니겠는가.

난 나대로 늘 그렇게 생각하며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정도에 맞춰 산을 다닌다.

이 정도면 나도 웬만한 경지에 도달한 것은 아닐런지... ㅎ


씩씩거리며 헥헥거리며 지루한 올림길이 끝나는 처음 만난 만댕이에 올라섰다.

이젠 고생 끝, 행복 시작이겠지.

만댕이에는 금오산성이라는 안내판이 있고 평지가 길게 늘어져 있었다.

금오산성은 내성과 외성으로 이루어진 테뫼형 산성으로 군사요충지에 적격인 산세를 띠고 있다.

정상까지 아직 0.9km 남았지만, 더 이상 힘들 것 같지는 않았다.

얼어 붙은 못이 있는 평탄한 지형은 마치 험준한 산맥 끝에 선 고원에 안착한 느낌을 준다.


못을 지나니 이정목도 없는 삼거리가 나온다.

겨울이 무르익은지라 주변은 온통 잿빛 투성이다.

어디로 가야할지 잠시 망설여진다.

헷갈리기 좋은 이런 지점엔 이정목 정도는 필수다.

바로 가야 할지 우측으로 꺽어야 할지 혼돈이 된다.

그냥 감각적으로 철탑이 보이는 방향으로 갔다. 그러니까 우측방향으로 꺽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자꾸 이 길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왜 그런고하니 또 산을 하나 더 올라야 했으니 맞겠지 싶으면서도 자꾸 의심이 가는 것이다.

분명 철탑이 있으니 맞기는 하겠는데 자꾸만 뒤돌아 보게 된다.

더욱이 이 지점에는 산길에 그 흔한 시그널조차 흔치 않다.

아마도 금오산 정상은 오늘 내가 온 이 코스로는 그리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길이 아닌가보다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인지 어찌할 방도도 없고 그냥 가녀린 길이나마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니 그냥 내쳐 올라갔다.


멀리서 철탑만 보고 갔더니 그 철탑은 정상에 있는 철탑이 아니고 그냥 송전선로를 연결하는 송전탑이었다.

정상에 있는 철탑은 또 다른 철탑너머 그 위에 있었다.

그래도 있는 곳을 알았기에 다행스러워하며 마지막으로 사력을 다해 정상 턱 밑까지 다다랐다.

철조망으로 둘러쳐진 북삼면으로 가는 길에 평평하게 펼쳐진 콘크리트 구조물이 보였다.

용도가 뭔가 싶어 궁금해서 또 가보았다.

시설을 하기 위한 보조 구조물인 듯 했는 데 하산하면서 보니 그것은 다름아닌 헬기장이었다.

'난 또 뭐라고'

비 맞은 중처럼 혼자 중얼거리며 다시 정상인 현월봉으로 갔다.

철조망을 따라가다 길이 막혀 다시 내려와 다시 올라갔다.

그리고 마침내 정상에 도달했다.


금오산 정상은 세 번째다.

주말늘보부부 산행의 시발점이 금오산이였고, 부부산행 5주년이었던가

그때를 기념하기 위해 다녀 온 것이 두 번째다.

그리고 삼년 전 칠곡군 북삼면 금오동천에서 올라가는 길이 있음을 알고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가

날이 너무 더워 산행을 포기하고 제1폭포에서 쉬고 말았던 적도 있다.

그리고 오늘 예기치 않은 발걸음이었지만, 금오동천에서 다시 세 번째 금오산을 오르게 된 기쁨을 누리게 된 것이다.

힘은 들었지만, 정상에 발을 딛는 순간 고통의 순간은 금방 희열로 다가왔다.

산은 언제나 그랬다. 보고 싶은 꽃을 보기 위해선 그 꽃이 있는 정상까지 올라야만 볼 수 있었다.

힘든 만큼 그 쾌감 또한 크게 다가오는 것이 산이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던 금오산 정상은 정상이 아니었다.

정상을 나타내는 표주석이 있는 10m 위에 또 다른 정상이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된 연유지? 두 번이나 왔었는데도 정상 위에 또 다른 정상이 있었다는 것을 몰랐다니... 이런...

하지만, 그 이유는 곧 밝혀졌다.

옛 표주석 아래 그 이유를 설명한 안내글이 박혀 있었던 것이다.

"본 표주석은 금오산 정상 반환 전인 2014년 9월 이전까지 있었던 옛 정상석으로

실제 정상은 10m 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라고


그랬구나. 그러니 삼 년 전에 왔다 갔으니 모를 수밖에.

1953년 한미행정협정에 따라 정상부에 미군통신기지가 들어서면서 민간인통제구역으로 지정된 곳을

구미시에서 10여 년간 끈질기게 협상한 후 얻어낸 소기의 성과였던 것이다.

10m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정상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드 넓은 평평한 바위 지대에서 내려다보는 구미시가와 유유하게 흐르는 낙동강

길게 이어진 경부고속도로가 뻥 뚫린 시원한 모습

그리고 무엇보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약사암 종루 너머 비치는 산그리메는 단연 압권이다.

정상석 뒤편 바람을 막아주는 커다란 바위 아래 앉아 준비해 온

2,000원짜리 만경떡을 꺼내 늦은 점심 대용으로 주린 배를 채우며 잠시 발품을 내려 놓는다.

산비둘기 한 마리가 뭐 '먹을 거 좀 안 주나' 싶어 주변을 배회하는 데 마땅히 줄 만한 먹이가 없다.

'미안하다 산비둘기야. 먹을거라고는 찐득찐득한 만경떡과 물밖에 없네'라며 혼자 먹는데

자꾸만 산비둘기한테 미안해진다. 찐득한 떡 한 조각 떼어 던져 주니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나저나 이제 내려갈 일이 걱정이다. 올라온 길을 보아하니 내려가는 길도 예사롭지가 않을 것 같은데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서둘러 내려가야 할 상황이다.

들머리에서 북삼으로 다시 내려오는 길이 있음을 파악하였기에

왔던 길보다는 둘러 내려가는 길을 택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둘러 내려가는 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

정상에서 만난 몇 안 되는 사람들한테 물어봐도 길을 아는 사람이 없다.

어떻게 하지. 그냥 왔던 길로 내려가 버릴까 고민하다가 들머리에 안내해 놓은 카메라에 담긴 산행지도를 열어

확대해 가면서 다시 내려가는 길을 점검했다.


다시 봐도 역시 내려가는 길은 약사암을 끼고 돌아가는 그림이다.

그런데 약사암에서 북삼면 금오동천으로 내려가는 길은 아무리 봐도 없는 것 같다.

그래도 혹시 옆으로 새는 길이 있나 싶어 약사암으로 내려갔다.

역시나 가는 길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약사암에서 비치는 비경만 감상하고 왔던 길로 다시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서둘러 정상을 향해 뒤돌아서는데 갑자기 약사암에서 나온 보살님 한 분이

나를 불러세우는 것이 아닌가. 무었때문인가 싶어 의아해 하는 나를 보더니

과일 좀 가져가시라며 잠시 기다리라고 하신다.

갈 길이 바빠 바로 가야겠노라며 돌아서려는데 극구 만류하며 잠깐만 기다리라며

빠른 걸음으로 약사암으로 가시더니 과일 한 봉지를 건네 주신다.

바나나가 4개 붙어 있고, 귤이 너댓개 된다.

오늘 아내가 없어 달랑 만경떡 한 줄, 물 1통만 들고 왔더니 금오산 약사암 보살님께서

날 긍휼히 여겨 과일을 안겨 주신 것 같다.

고맙다고 인사는 드렸지만, 펴 놓고 먹을 여유가 없어 보살님이 전해 준 과일은

집에 와 어머니와 함께 나누어 먹었다. 고맙습니다. 보살님~ 잘 먹었습니다.


다시 옛 정상이 있는 아래쪽 헬기장으로 해서 왔던 길로 되돌아 가려고 방향을 잡았다.

가다보니 북삼면 방향을 가리키는 팻말을 보았다.

오면서 봤지만, 무심코 봤기에 그 방향이 금오동천 방향으로 가는 길임을 가늠하지 못했었다.

옳구나. 바로 이 길이군. 이리로 가면 되겠다 싶어 방향을 트니

곧 넓은 헬기장이 또 하나 나타났다. 그건 오면서 콘크리트 구조물을 보고 무엇인가 싶어 갔었던 바로 그곳이었다.

  거기에 북삼면 금오동천으로 가는 길이 있었던 것이다.


잘됐다. 왔던 길로 가자니 까마득 했었는데 내려가는 길이 지겹지는 않게 되었다.

아마 이 길로 내려가면 오면서 봤던 급한길이라고 적힌 그 갈림길로 합류할 것이다.


가는 길은 조망도 없이 올라왔던 길과는 판이했다.

능선이었고 조망 또한 호쾌하기 그지없다.

걸으며 내내 이쪽으로 온 걸 천만다행으로 여기며 호기롭게 걸었다.

발걸음 또한 경쾌하기 짝이 없다. 하산 시간이 다소 신경이 쓰이면서도 절로 신이 났다.

이로서 금오산도 대충 산세를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바위로 덮인 길을 넘나들기도 하고 때로는 내가 가장 선호하는 호젓한 산길을 걷노라니 이 이상 더 여유로울 수 없다.

이 순간, 허허로운 마음은 이내 호호탕탕(蕩)한 마음으로 둔갑을 한다.

조망을 한껏 즐기며 가다보니 금오산에 이렇게 좋은 길이 있었나 싶은 것이 내내 호사를 누린다.

꽤 긴 시간을 이렇게 호젓한 길을 걸었다.


그러나 좋은 것도 잠시...

어느 순간 조망이 사라지는가 싶더니 급경사가 연이어진다.

그럼 그렇지. 분명 지금 내가 내려가는 길은 올라올 때 이정목에 '급경사'로 적혔었는데 쉬울리가 있나. 

이젠 조망도 없고 여긴 계곡길도 아니다.

그저 앞만 보고 묵묵하게 내려가야 한다. 잔돌이 늘어져 있어 돌을 잘못 밟으면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좋기만 하던 길을 걸을 땐 올라올 때 이리로 오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되더만,

막상 내려가보니 이쪽으로 올라오지 않은 걸 다행스럽게 생각되었다.

마음이 불여시처럼 이랬다 저랬다 변죽이 심하다.


그래도 내려가는 길이 200쯤 짧고 능선은 길이 좋았기에 하산 시간은 많이 단축한 편이다.

쓸데없이 어슬렁거리다가 잘못하면 해가 진 후에야 내려올 판이었다.

서둘러서 그랬는지 시간은 5시쯤 되었지만, 아직 해는 많이 남았다.

다행이다. 예정에 없이 무턱대고 오른 산길이라 산행 정보가 많이 어두웠는데

정확하게 첫 갈림길 지점으로 합류한 것으로 보아 어림잡았지만 잣대를 잡긴 잘 잡았나보다.

혼자 자화자찬을 하며 긴 산행길을 무사히 마치게 됨을 자축한다.


2017년 정유년 새해, 금오동천 방향 금오산 현월봉 산행으로 올 한 해 산행의 장도가 또 시작된다.

올 해는 어느 지역 어느 산을 어느만큼 다닐지 나도 자못 기대가 된다.

정유년 산행 시작이 좋다. 아주 흐뭇하다.

새해 첫 산행부터 포기하지 않으려고 끈덕지게 올라갔다.

산도 홀로고 나도 홀로였다.

정상에서 몇 사람 만난 것 빼고 오늘은 산과 내가 유일한 벗이 되었다.

개미새끼 한 마리 본 적 없으니 오늘 나는 금오산의 유일한 벗이었다.

아니 나의 벗이 바로 금오산이었던 것이다. 

금오산과는 이래저래 깊은 인연을 맺는다.




사진으로 보는 금오동천에서 오른 금오산 산행기



칠곡군 북삼면 금오동천 방향을 중심으로 나타낸 금오산 현월봉. 오늘 유일한 안내자 역할을 했다. 현 위치에서 폭포 방향으로 가 긴 해삼 모양의 길로 돌아나왔다.


들머리에서 조금 올라오면 처음 만나는 갈림길이다. 여기서 급경사 방향으로 올라가면 힘이 더 들테니 이 길은 바로 외면해 버린다. 정상을 돌아 나오면 이 길과 합류한다. 한 바퀴 돌아 이리로 나왔다.


고민할 것 없이 주등산로로 향한다. 그러나 이 길도 꽤 길고 3.4km를 계속 올라가야 한다. 이 길은 계곡이 좋다.


바위로 이루어진 둔덕에 앉으면 사색하기 딱 좋겠다.


3폭포와 2폭도는 삼 년 전에 왔으니 그냥 패스~~~


1폭포까지도 갔다 왔으니 그냥 프리패스~


앞으로 새들도 관심을 가져 그 이름을 불러주어야겠다. 



계곡물에 잠긴 낙엽더미. 오늘은 얘들이 갑갑해 보인다. 뭣이 그리 애달파 늘 있던 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이렇게 갇혀 있는지... 흐르는 물따라 같이 흘러가지 않고 왜 그렇게 갇혀 있니. 쓸어내려 주고 싶다. 바람따라 나부끼고 흐르는 물따라 흘러가지도 못하고 있는 니들이 오늘은 왠지 가엾게 느껴지는구나.


그 자리에서 자라 거기만 머물다니 니 삶도 참으로 가짢기 그지없구나.



이 길은 등로를 덩굴이 덮고 있어 녹음이 짙은 계절엔 산행이 쉽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하기야 금오산은 구미쪽에서 많이들 올라가니 이 길을 따라 금오산을 가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게다.


여름엔 아예 덩굴이 길을 막아버릴 것 같다. 


그늘진 쪽엔 바위에 얼어 붙은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댤려 있다.


여기가 어딘가/ 드디어 만댕이가 보이는가 보다.


금오산성에 대한 안내판 설명이 있다.


찔레꽃 열매가 맞겠지.


뭐야 이거... 아직 금오산정상까지 0.9km 남았단 말인가? 이거 장난 아니네.


금오산성은 테뫼형 산성이다. 내성과 외성의 이중구조로 되어 있다.


0.9km 남아있으니 아직 올라가야 할 길이 더 남았나보다. 산은 언제나 그렇지 아니한가 정상 아래서 한 번쯤 더 치고 올라야 정상이 아니던가? 여기도 아직 정상까지 그런 코스가 분명 나올거다.


어휴, 이런 길만 나와준다면 더 바랄게 없다.


조그마한 못도 하나 나오네요. 날씨도 좋은데 꽁꽁 얼어있다.



꽃이 없으니 볼거리도 없고 이놈이라도 잡아보자.


중간에 자세히 보면 딱다구리가 한 마리 앉아 있죠. 산에서 가장 흔히 보는 쇠딱따구리란 녀석입니다.


만댕이에 올라서니 갈림길에 이정목이 없다. 그냥 감을 잡아 철탑이 보이는 방향으로 갔다. 이쯤에서 이정목이 있어야 하는데 아쉽다. 그런데 여기까지 오니 여기가 정상이 아니다. 더 위로 가야한다. 이런 제기랄~


저 산 너머 보이는 길을 따라 왔다.


정상 부근에 이런 구조물이 있어 뭔가 싶어 가봤더니 그냥 축대였다. 그런데 하산하면서 보니 평평한 저곳은 다름아닌 헬기장이었다. 저 헬기장을 지나면 북삼면 금오동천으로 하산하는 길이 있다. 난 여기까진 아래서 봤으니 헬기장인지 내가 가야하는 북삼면 금오동천으로 가는 길인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 하산하기 위해 이 길을 찾기까지 약사암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는 둥 헤멨다.


아직 가보지 못한 효자봉과 도수령, 성안과 칼다봉. 이쪽으로 다 가보지 않고 금오산을 안다고 할 수 있을란지...


저 송신탑이 정상이 있는 곳이다. 저것을 보고 간다는 것이 그 아래 철탑을 보면서 무작정 따라 갔다.


드디어 현월봉이다. 세 번째 맞닥뜨린다.





그런데 이 정상은 금오산 정상이 아니다. 여긴 옛 정상이고 정상은 10m 바로 위에 있다.


조망 좋다.


여기가 금오산 정상 현월봉이다. 저 정상석은 미군으로부터 돌려받은 정상을 다듬으면서 발굴한 돌로 세웠다고 한다. 나름 의미가 있네요.



구미 시가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미세먼지가 구미 시가지를 뒤덮고 있다.





여기 올라서니 약사암과 종루를 잇는 출렁다리와 기묘한 자리에 서 있는 종루를 다른 각도로 볼 수 있어 좋다.



에휴, 저 위험한 곳에 누가 저렇게 정성을 다하여 미니 돌탑을 쌓아 놓았는고... 약사암에서만 바라봤는데...


요녀석은 산비둘기 맞지요. 주린 배를 채우느라 만경떡을 먹고있자니 어느틈에 요녀석이 나타나 주변을 맴도네요. 떡을 주면 멕힐까 싶어 주지도 못하겠는데 가지도 않고 주변을 어슬렁거리기에 떡 한 조각을 떼어 던져 주었더니 본 척도 안한다. 녀석 그럴려면 얼씬거리기는 왜 얼씬거리노. 다른 걸 달라는 것 같은데 만경떡 말고는 물 반통 밖에 없다.


수리취. 역시 수리취란 녀석은 겨울에도 그 형태가 아주 잘 남아있다.








북삼면으로 가기 위해 약사암으로 간다. 들머리에서 지도를 봤을 때 약사암을 비켜 돌아가는 것으로 되어 있어 혹시 가는 길이 있나 싶어 약사암으로 갔다.


과연 동국제일문이라 지칭할만 하다.



약사암은 천하의 요새다. 천하 제일의 암자라 할 수 있다. 약사암 보살님께서 바나나와 귤을 챙겨 주어 집에 와 엄마랑 나누어 먹었다. 감사합니다. 보살님~


약사암에서 바라본 옛 정상 표주석이 있는 송전탑을 바라본다.


금오산성은 이런 거대한 암석으로 둘러 쌓여 있어 천헤의 요새라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그 아래 약사암이 있다.


약사암 전경


역시 약사암에서 금오동천으로 가는 길은 없다. 다시 왔던 길로 가고자 옛 정상석 아래 헬기장을 지나오니 오면서 여사로 봤던 금오동천을 가리키는 이정목을 발견한다.


길이 한정없이 좋다. 정상에서 왔던 길이 아닌 다른 길인 금오동천으로 가니 이런 호사로운 길을 하사한다.


또 다른 각도에서 또 다른 전망을 조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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