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한국관광공사 추천 이달의 가볼 만한 곳 - 전북 부안
한국교직원신문 2012-09-24
숲길 돌아 가을 바다...
안기고 싶은 그 곳, 부안 부안은 가을 여행지로 딱 좋은 곳이다. # 그윽한 문학의 향기
# 시원하게 뚫린 새만금방조제 # ‘채석강’, 노을·해무·단애의 신비로움 # 가을, 내소사 가는 길이 부른다
갈색으로 물들어가는 산과 들, 그리고 보고 배우는 체험거리는 모처럼 부안을 찾은 여행자들에게 남다른 추억을 선사한다.
풍성함과 쓸쓸함이 공존하는 이 가을,
바쁜 일상이지만 부안을 찾아
자연과 벗하며 하루 이틀 묵어보는 건 어떨런지 …
이번 부안 여행은 읍내에 있는 석정문학관(부안읍 선은리 063-584-0560·위로부터 세번째 사진)부터 둘러본다. 부안의 아름다운 자연이 낳은 신석정(1907~1974) 선생은 한 세기의 절반을 교육자이자 시인으로 살았다. 일찍부터 목가적이고 서정적인 시를 많이 썼으며 ‘시문학’ 동인으로 활동하며 한용운, 이광수, 정지용, 김기림, 서정주, 박목월, 이병기, 조지훈 같은 문인들과 두터운 교분을 쌓았다. 2층으로 된 문학관은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 세미나실, 문학교실 등으로 구분돼 있다. 석정의 소개 자료와 대표시집, 유고시집, 수필집, 전집, 묵서필, 고가구 등 유품들이 전시돼 있는 상설전시실과 석정의 시대별 시와 함께 가족과 지인 사진, 스승과 선후배 동료와의 친필 서한 등이 전시된 기획전시실이 볼만하다. 입장료는 무료. 문학관 맞은편에는 석정 선생의 대표작인 ‘촛불’과 ‘슬픈 목가’ 등이 탄생한 옛집(청구원)이 복원돼 있다. 문학관에서 10여 분 거리에 선생의 묘소(행안면 역리)가 있다.
읍내에서 부안의 서쪽 방면인 새만금방조제 쪽으로 가다 만난 바람모퉁이. 푸른 서해와 널따란 갯벌이 막힌 가슴을 뻥 뚫어준다. 바람모퉁이는 바닷물이 드나들 때마다 바람이 분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바람모퉁이에서 해안길을 따라 조금 가면 변산온천과 부안댐으로 들어가는 길이 나온다. 오랜 운전으로 지쳤다면 변산온천에서 몸을 풀고 부안댐으로 들어가 보자. 변산온천은 유황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피로회복, 고혈압, 신경통에 좋다고 한다.
96년 완공된 부안댐은 외변산이 둘러싸고 있어 풍광이 수려하다. 물문화관, 잔디광장, 산책길, 주차장, 매점, 전망대 등 편의시설도 수준급이다. 전망대에 오르면 울긋불긋 물들어가는 외변산과 그 아래로 푸른 물이 가득 담긴 댐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여기서 다시 돌아 나와 변산 쪽으로 가다보면 오른편으로 새만금방조제가 아득히 뻗어 있다. 장장 33.9㎞에 달하는 긴 방조제는 마치 신기루같이 바다 한가운데로 나있다. 이곳 변산면 대항리에서 군산 비응도를 잇는 새만금 방조제 길은 종전 1시간 30분쯤 걸리던 부안-군산간 거리를 약 30분 정도로 단축시켰다.
새만금방조제 들머리인 새만금전시관(063-584-6822)에서 방조제의 추진 과정과 각종 사진, 도표, 모형, 기능, 미래상 등을 살펴보고 해안길을 따라 계속 가면 해수욕장이 있는 고사포에 이르게 된다. 고사포해변 앞에 떠 있는 하섬은 매달 음력 1일과 보름 썰물 때면 바닷물이 2㎞에 걸쳐 갈라져 모세의 기적을 연출한다. 하섬은 새우(鰕) 모양을 한 작은 섬으로 바다에 떠있는 연꽃 같다고 해서 연꽃 ‘하(遐)’자를 쓰기도 한다.
고사포를 지나 만나게 되는 적벽강(네번째 사진)은 시인 소동파가 노닐었다는 곳으로 일명 사자바위로 불린다. 붉은 색을 띠는 바위 절벽이 수성당이 있는 용두산을 돌아 2㎞가량 이어져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위도와 칠산바다는 한 폭의 그림으로 우리 앞에 홀연히 모습을 드러낸다. 해넘이 또한 장관이다. 좀 번잡한 채석강에 비해 한결 호젓하게 해넘이를 감상할 수 있다. 수성당 아래로 난 길을 따라 밑으로 내려가면 파도 철썩이는 바다와 갯바위를 마주하게 되는데, 문득 발에 밟히는 몽글몽글한 갯돌의 감촉이 더없이 좋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채석강(採石江·첫번째 사진)은 변산 여행 1번지다. 변산 안내지도 한 끄트머리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그래서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이곳은 해안 절벽에 마치 수만 권의 고서적을 차곡차곡 쌓아놓은 것처럼 생긴 모습이 탄성을 자아낸다.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은 채석강을 더욱 빛나게 한다. 햇살과 노을, 해무(海霧)와 파도가 빚어내는 사중주는 자연의 속살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그렇다고 언제나 채석강을 온전히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물때가 안 맞으면 그 일부만 볼 수 있으니 자연의 심술이라고 해야 할까?
채석강과 붙어 있는 격포항에 들어가 본다. 격포진이 있던 옛 수군의 근거지로 일직선으로 뻗는 방파제와 그 옆으로 닭이봉의 기암절벽이 볼만하다. 수십 척의 어선이 물살에 동동거리는 풍경하며 방파제를 거닐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하루 종일 이어진다.
인근의 30번 해안도로에서 그 앞의 솔섬을 배경으로 떨어지는 일몰 풍경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사진작가들은 이곳의 일몰이 채석강의 그것보다 더 아름답다고 말한다. 격포항에서는 위도로 떠나는 여객선이 하루에 서너 번 출발한다. 물이 빠지면 길이 70m 정도의 솔섬에 걸어갔다 오는 재미도 누릴 수 있다.
모항에서 다시 해안도로를 타고 석포 삼거리에 이르면 내소사(여섯번째 사진) 가는 길이 열려 있다. 절 들머리, 껑충한 전나무들이 도열해 있다.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 이어지는 600미터의 이 전나무 숲길(일곱번째사진·왼쪽)은 언제 찾아도 청신하다. 시멘트길에 익숙해진 도시인들에게 흙길이 주는 편안함과 푹신함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내소사는 백제 무왕 34년(633년)에 창건된 작은 절집이다. 쇠못 하나 안 쓰고 지었다는 대웅보전(보물 제291호)은 화려하면서도 수수하고, 새가 그리고 날아갔다는 단청과 예쁜 꽃문양 창살(다섯번째 사진)은 바라볼수록 은근한 멋을 풍긴다. 절집 뒤로 난 산길을 따라가면 직소폭포를 지나 낙조 포인트인 월명암으로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