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토리] 힐링 … 지친 마음을 보듬다
한국교직원신문 2012-09-10
출판·방송에서 여행·학계까지 ‘힐링코드’
생활고·취업난에 위로받고 싶은 심리 반영
2012년 상반기 서점가를 휩쓴 것은 스님들이었다.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자리를 휩쓸었다. 출간 5개월 만에 500쇄를 찍은 이 책과 경합하는 책들도 스님들의 책이다.
정목 스님의‘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 법륜 스님의‘방황해도 괜찮아’,‘스님의 주례사’등이 바로 그렇다. 산문(山門)을 나선 스님들의 글이 이처럼 세간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는 건, 오로지 ‘힐링’ 때문이다.
힐링이 대세다. 혜민, 정목, 법륜 스님의 책을 낸 출판사 담당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책의 성공 배경에 ‘힐링 코드’가 있다고 말했다.
남을 앞서기 위해 애쓰지 말라는 것, 느리게 가도 실패한 삶은 아니라는 것, 자기 마음의 텃밭을 잘 돌봄으로써 각박한 현실을 견디는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 등 스님들의 책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경쟁 논리의 정반대 지점에 서 있다.
강철 같은 깨달음이나 견결한 윤리적 태도를 강조한 성철 스님이나 법정 스님과 달리, 세 스님들이 친절한 위로와 공감을 건네는 멘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출판계의 이러한 힐링코드는 방송, 공연, 음악을 넘어 하나의 독자적인 ‘힐링산업’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여행사들은 힐링 여행상품을 내놓았다.
노매드 힐링트래블은 지난해 서울시의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된 힐링 여행 전문업체다. 관광 중심 여행이 아니라 심신치유 프로그램 중심의 여행상품을 판매한다.
이 회사가 여행사업을 시작한 것은 10년쯤 됐지만, 힐링 여행상품을 만든 것은 지난해의 일이다. 노매드 힐링트래블의 국내 힐링 여행에는 심리치유사도 동행한다.
윤현덕 노매드트래블 팀장은“아직까지는 힐링 전문가들이 많지 않다. 그래서 앞으로는 힐링 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고려 중이다”라고 말했다.
힐링 여행상품을 찾는 이들은 치유와 위로를 구하는 이들이다. 올해 초 힐링 여행사업에 뛰어든 힐링투어 관계자는 “가족관계나 부부관계가 좋지 않아 힘들다거나 혼자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있다며 상담을 해오는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힐링은 개인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기업 임원과 노동자들 또한 힐링의 대상이다. 정신건강 컨설팅업체의 등장이 그 증거다. 한 정신건강 컨설팅업체는 개인프로그램 이외에 기업프로그램을 따로 운영한다. 임원들을 대상으로는 ‘성찰적 리더십 프로그램’, 감정노동자들을 대상으로는 ‘마음의 상처를 돌보는 심리치유 프로그램’이 있다. 핵심 임원 프로그램의 경우 임원 개인세션은 1인당 350만원, 단체 워크숍은 2000만원의 비용이 든다.
힐링은 대학에도 자리 잡았다. 동국대 평생교육원은 지난해 12월 ‘마음치유사’ 과정을 개설했다. 분기별로 진행되는 이 과정의 정원은 20명이다. 지난 6월 4일 시작한 3기 과정에는 6개 강좌가 개설돼 있는데, 한 강의당 25만원의 수강료를 받는다. 3기 과정은 정원 20명을 모두 채웠다. ‘마음치유사’ 과정을 주관하는 것은 한국마음치유협회다.
이 협회는 스님들이 주축이 돼 2009년에 만들어졌다. 이 협회 등명 스님은 “문명은 발달하고 있는데 정신적으로는 황폐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마음을 치유할 필요가 있다. 일반인들이 마음치유를 배워 자신도 치유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주자는 취지에서 마음치유사 과정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도시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분들이 마음치유사 과정을 듣고 용기를 얻고 간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힐링 열풍을 만들어내는 동력이 우리 사회의 팍팍한 현실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심광현 교수(한국종합예술학교)는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성공의 사다리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가 차단된 시대이다. 그 결과 개인에게 거대한 불안감과 상실감이 밀려오게 돼 있는데, 이 문제를 개인들이 알아서 치유하라는 것이 힐링 열풍”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힐링으로 고통을 완화할 수는 있겠지만 고통은 근본적으로 치유하는 데 이르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심리학자 김태형씨는“수많은 힐링 상품이 나오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정신건강은 오히려 점점 나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젠 개인적인 힐링을 넘어 사회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 됐다는 얘기다.
정원식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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