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뜨거운 봄날, 우리 꽃 보러 보현산으로
■ 언제 : 2018. 4. 21.(토)
■ 어디로 : 영천 ⊙⊙⊙
■ 누구랑 : 홀로
따사로운 봄날이 왔건만 내 몸엔 감기가 꽤 독하게 자릴 잡았다.
오늘은 봄이라기보단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여름 날씨다.
4월 기온으로는 기상청에서 111년 만에 관측된 기록적인 날이란다.
올 여름이 얼마나 무더울지 벌써부터 걱정된다.
황사랑 미세먼지도 만만치 않아 숨 쉬는 것조차 두렵다.
그렇다고 방구석에 들어 앉아 있을 수는 없다.
길만 나서면 봄꽃이 지천인데~
그래서 왔다. 보현산으로~
몸 상태가 좋지 않지만 보현산에 핀 꽃이 보고 싶어 왔다.
막상 보현산에 당도하니 콧물이 나고 재채기를 심하게 해댄다.
상태로 보아 오늘은 그냥 집에서 몸을 사리는 것이 맞긴 맞는데,
이맘 때면 보현산 한 귀퉁이를 덮고 있을 나도바람꽃이
눈 앞에 아른거려 도저히 집에 있을 수가 없다.
나도바람꽃과 노랑무늬붓꽃이 살랑대며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그 녀석들이 감기에 지지 말고 지들하고 어울리며 함께 놀잔다.
보현산에 오면 가장 먼저 들러야 할 곳 으레 그곳으로 먼저 간다.
역시 예상대로 나도바람꽃이 만발했다.
예감이 적중했던 것이다. 작년에는 이 녀석 때문에 몇 번이나 되풀이 걸음을 했는데
오늘은 탐방 날짜를 정확하게 맞추었다.
이럴 때면 기분이 아주 좋다.
갑자기 연신 흐르던 콧물과 재채기까지 멈춘다.
나도바람꽃이 너무 많아 정신이 혼미할 정도다.
눈에 보이는 족족 다 담을 수 없기에 인물이 출중한 애들부터 먼저 찾았다.
늦은 시간에 왔기에 다른 애들까지 보려면 시간을 아껴야 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분위기 있고 품위 있어 뵈는 애들부터 먼저 찾았다.
같은 꽃이라도 어디에 피었느냐에 따라 녀석들의 가치가 달라지는 법.
여기는 나도바람꽃 자생지며 개체 수가 풍부한 만큼 분명 분위기 좋은 애들이 있을 것이다.
찾다 보니 있는 정도가 아니다. 널렸다.
솜씨가 일천해 애들이 풍기는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지 못하는 게 아쉽다.
껍질박이 안에 나도바람꽃이 들어 앉았다.
박새 새순 사이에도 폈다.
기다렸다는 듯 셔터를 눌러댄다.
여기저기 천방지축 나다니며 찍자니 내 발에 밟힐 새 생명이 걱정된다.
낙엽 더미 속에서도 새 생명이 자라고 있을 텐데
걔들을 짓밟지 않으려면 가급적 돌무더기 위를 밟고 다녀야 한다.
새봄에 새롭게 피어날 새 생명을 짓밟지 않으려면 최대한 발놀림을 조심해야 한다.
현호색, 개별꽃, 왜미나리아재비, 박새 새순, 흰괭이눈, 양지꽃, 노랑제비꽃
많기도 많다.
피나물은 아직 이른 모양이다. 노랗게 핀 피나물 군락을 보면 그도 환상인데
이곳에서 걔를 보자면 한 주일은 넘게 기다려야겠다.
또 와야겠지.
이 산을 작년엔 다섯 번 넘게 온 것 같은데 올해는 몇 번 더 오게 될지 나도 모르겠다.
또 한 해가 지나가 봐야 알 일이다.
정상으로 갔다.
정상을 지나 시루봉으로 해서 천수누림길로 내려와 자연체험학습장으로 돌아나올 참이다.
가는 길에 못 봤던 애들이라도 만나면 그 또한 기분 좋은 일이리라.
정상에서 시루봉 가는 길은 별 다른게 안 보인다.
기껏 노랑제비꽃과 양지꽃, 개별꽃이 다다.
구슬붕이가 있을거라 여겼는데 코딱지도 안 보인다.
이래저래 또 와야 할 이유가 생겼다.
시루봉을 지나 팔각정으로 가노라니 생각지도 않았던 노랑무늬붓꽃이 보인다.
겨우 한 송이 있는가 했더니 가까운 곳에 상처 입은 애가 하나 더 보인다.
천수누림길로 가면서 하나 둘 더 본다.
노랑무늬붓꽃은 아무 산에서나 만날 수 있는 아이가 아닌데 여기 오면 본다.
그러니 어찌 아니올 수 있단 말인가?
보현산은 기름 먹여가며 찾을 가치가 충분한 산이다.
천상화원은 아무데나 있는 곳이 아니지 않는가?
천수누림길로 돌아 나오며 피나물을 만난다.
처음 갔던 피나물 군락지에서 만나지 못했기에 피나물은 아직 이른가 싶었다.
그런데 피나물이 보인다.
활짝 피진 않았지만 노란꽃이 몽실몽실 올라왔다.
그것도 군락으로.
미안하지만 데크 아래로 내려갈 수밖에 없다.
대신 발디딤을 최대한 조심하여 생명있는 풀 한 포기 밟지 않았다.
오늘 내 몸의 상태는 집에서 푹 쉬는게 맞았다.
보현산을 한 바퀴 돌고 주차한 곳으로 오니
꽃바람에 취해 잊고 있던 콧물이 그제야 질질 흐른다.
장단을 맞추듯 재채기도 심하게 난다.
꽃사진 찍으러 온 내 차 옆에 주차한 커플룩(Couple look) 차림의 부부 중
남편도 감기가 걸렸는지 심하게 재채기를 해대며 연신 코를 팽팽푼다.
심하게 감기 든 것은 그 양반이나 나나 매양 일반이지만,
그 양반도 어지간히 꽃을 좋아하는 사람인 모양이다.
그래도 나이 든 사람이 옆에 가면 기다렸다가 코를 풀던지 안 하고
그 양반 체면없이 너무 심하게 코를 풀어댄다.
감기 든 놈이 감기 더 옮을까 걱정된다.
작년 말부터 산을 더디게 찾는다.
아들내미 때문에 가리 늦게 안 하던 운동 하느라 산이 뒤로 약간 밀렸다.
겨울에는 새를 찍느라 산을 등한 시 했고
날씨가 풀리니 하던 운동에 탄력이 붙어 뒷전으로 밀려났다.
오랜만에 산 같은 산에 오니 기분이 매우 흡족하다.
산에 오면 산 만큼 좋은 곳이 없다.
하늘과 바람이 있고 꽃과 나무가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곳이 또 어디 있으랴.
하던 운동도 좋지만, 산도 들도 등한시 하지 않아야겠다.
우리 강산 발길 닿는 곳마다 반기는 이 산재하니
산도 가고 들도 가고 강가로도 가야겠다.
박새 새순과 현호색, 나도바람꽃이 지천이다.
나도바람꽃
나도바람꽃과 박새 새순
박새 새순과 현호색
호랑버들
진달래
보현산 천문대로 올라가는 구불구불 아나콘다 같은 길
왼쪽 영천 보현산, 오른쪽 포항 면봉산. 보현산은 행정 구역이 영천이고 이웃한 면봉산은 포항에 속한다.
천수누림길. 임도 보고 뽕도 따고~ 천수를 누리자면 이 길을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한 번은 걸어야 한다.
나도바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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