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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방

2018년 오월의 보현산 들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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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 탐방이 되어 버린 산행길



■ 언제 : 2018. 5. 22.(일)

■ 어디로 : 영천 보현산, 죽장면 두마리산촌생태마을

■ 누구랑 : 서 교감과 윤 선생이랑



흔적

 

522일, 오늘은 사월초파일이다.

불자인 아내는 어김 없이 절에 간다.

절에 가 봉사하고 나랑 함께 하자면 빨라도 오후 1시는 넘어야 한다.

시간이 어중간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살짝 고민이 된다.

혹시 아내가 절에 가지 않는다면 단양에 있는 제비봉이나 갈까 하고,

미리 탐색을 해 두기는 했는데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

 

어제 점심나절 서 교감한테 문자가 한 통 왔다.

내일 뭐 하노.”

그렇지 않아도 어떻게 할까 고민 중이었는데 서 교감한테 문자가 오길래

생각 없이 제비봉 갈라 카는 데 같이 갈래

어차피 아내랑 함께 가긴 틀렸다 싶어 그렇게 문자를 보냈다.

 

다른 사람 한 명 더 가도 되겠나

누구

윤 선생

윤 선생이라면 좋지

조금 있다가 또 문자가 왔다.

다른 사람 한 명 더 가도 되겠나?”

누구

조 선생

그도 좋지

 

서 교감한테 간략하게 정리한 산행 일정을 보내 주었더니 퇴근 무렵에 전화가 왔다.

초파일이라 차가 막힐지 모르니 가까운 팔공산으로 가잔다.

동참하기로 한 두 사람이 저녁나절 정기 테니스 모임이 있는 날이라

오는 길에 차가 막히면 테니스 모임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그게 좋겠다고 한다.

, 제비봉을 가고 싶었는데 이 친구들 사정이 그러하니 제비봉 가기도 틀렸다.

제비봉은 다음 기회에 아내랑 가란 모양이다.

 

팔공산은 이틀 전에 다녀와 또 가자니 썩 내키지 않는다.

팔공산 말고 보현산이 더 좋다고 부추겼다.

보현산이라면 산행에 무리가 없고 대구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테니스 모임에도 지장이 없을 것이다.

보현산은 4월 21일 나도바람꽃이 피는 시기에 맞춰 이 꽃 저 꽃 많이도 보고 왔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났으니 지금 가면 또 다른 많은 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언제 가도 설레임 가득한 산이 보현산 아니던가.

 

쾌청한 날씨다. 3명이 길을 나섰다.

4명이 가기로 했지만 조 선생은 사정이 있어 빠지기로 한 모양이다.

그나저나 나는 좋은데 함께한 이 친구들이 걱정이다.

나랑 다니면 분명 재미가 없을 텐데 살포시 걱정된다.

할 수 없다. 우리보다 정열적인 윤 선생은 홀로 산행하고,

요즘 상태가 좋지 않은 서 교감은 나랑 같이 야생화 탐방이나 하자고 해야겠다.


서 교감한테 내 생각을 얘기했더니 자기도 요즘 산에 다니며,

고생한 적이 몇 번 있어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정작 혼자 가야 하는 윤 선생한테는 물어보지도 않았다.

우리끼리 묵시적으로 그리 하기로 했다.

 

보현산 꼬부랑길을 올라 숲속체험 갈림길에 이르렀다.

윤 선생한테 우리는 보현산 주차장에서 출발할 테니

여기서부터 혼자 땀 좀 흘리며 올라오라고 했다.

그런데 나랑 함께 하기로 했던 서 교감이

윤 선생 혼자 보내는 것이 마음에 쓰였는지 윤 선생과 같이 가려고 한다.


나는 어떻게 하든 상관없다. 산행 같지 않은 길이라 혼자 다녀도 충분하다.

오히려 야생화 탐방은 혼자 다니는 것이 더 좋다.

그래서 그렇게 하라고 했더니

정작 윤 선생은 같이 와서 서로 떨어지느니 모두 함께하잔다.

함께하면 좋기야 하지만, 이 친구들 내 하는 행동을 보면 쬐금 답답할 텐데~

 

내 하는 꼴을 보면 니들 산행은 물 건너가는데 괜찮겠나?”

마음에 쓰여 한 마디 내 뱉었다.

상관없단다. 이미 나랑 함께할 때부터 그러려니 했던 모양이다.

내친 김에 들꽃 이름이나 가르쳐주어야겠다.

 

보현산에 오면 내가 애용하는 야생화 탐방 전용 코스가 있다.

이 길은 외길 수순이다.

그런데 꽃을 보기 위해 왔는데 오늘은 꽃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나도바람꽃이야 이미 진 걸 알고 왔다만, 피나물 군락지의 노란 꽃마저 다 지고 없다니

그건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군데군데 한 송이씩만 보인다.

박새는 몸집만 더 커졌을 뿐 새싹이 주는 싱그러움이 없다.

큰앵초도 안 보인다.

벌깨덩굴만 한껏 물이 올라 보랏빛을 자랑하고 있다.


다소 실망스러움을 안고 정상으로 갔다.

그런데 정상으로 가는 길은 달랐다.

곳곳에 은방울꽃이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는가 하면,

천문대로 가는 길엔 하늘의 별이 떨어져 별꽃을 피우고 있다.

바로 구슬붕이였다. 지난 번 왔을 땐 흔적 조차 없더니 그 사이 많이도 피었다.

시루봉을 지나 천수누림길로 들어서니 데크를 따라 줄지어 선 고추나무가

몽실몽실 하얀 꽃을 피우며 향기를 내뿜는다.

다문다문 보이는 민백미꽃은 꽃말처럼 그대 곁에 머물고 싶을 정도로 고혹적이다.

이 녀석들은 한동안 보현산의 어두운 숲속을 환하게 밝혀주리라.

 

숲속체험길로 들어서니 물참대가 한창이다.

능선길에선 지고 없던 피나물도 듬성듬성 보인다.

천남성도 보이고 십자화과의 미나리냉이도 예쁘게 피었다.

천수누림길에서 다문다문 보이던 민백미꽃은 더 자주 더 많이 보인다.

꽃궁기 시절임에도 꽃을 이 정도 볼 수 있다니

"과연 보현산은 보현산이로고..."

 

그나저나 나는 늘 가는 길이라 이 정도면 걷기도 적당하고 꽃도 볼만큼 봐 충분히 만족한다.

문제는 동행한 두 사람이 아무래도 성에 차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그게 마음에 걸린다.

윤 선생이 테니스 모임에 가자면 아직 시간 여유가 많다.

하늘 아래 첫 동네라는 두마리마을을 다녀가면 시간이 맞을 것 같다.

 

녹유정이란 표식이 있는 임도를 따라 두마리로 갔다.

두마리는 작년 여름에 아내와 면봉산을 가기 위해 들린 적이 있다.

이 지역은 보현산과 면봉산을 경계로 포항시, 영천시, 청송군으로 나누어진다.

두마리는 행정 구역이 포항시에 속한다.

 

꼬불꼬불 임도를 따라 지금은 폐교된 두마초등학교로 갔다.

폐교된 이곳은 현재 리모델링 되어 죽장두마산촌생태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잠시 마을 구경하며 쉬어 가렸더니

윤 선생이 생태마을 운영과 관련된 분인 듯한 아주머니와 뭔가 열심히 얘기를 나누고 있다.

그 분은 내가 작년에 왔을 때 잠시 얘기를 나누었던 분이라 일면식이 있다.

나도 슬쩍 그쪽으로 다가갔다.

 

아주머니는 날 보더니 어디서 많이 봤던 사람이라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작년에 봤던 기억이 남았는가 싶어 작년에 여기 와

아주머니랑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고 했다.

그래도 그 정도가 아니라며 어디서 많이 본 익숙한 얼굴이라며 고개를 갸우뚱한다.

투박한 모습과 가감 없는 말투가 친밀감을 더해준다.

 

갑자기 서교감이 저거 더덕 아이가?”

맞심더 산더덕 아입미꺼.”

잡술래요.”, “주까요.”

마침 산더덕이 우리랑 짝 맞추듯 딱 세 뿌리 있다.

윤 선생이 받아 쥐고 얼른 수돗가로 가 씻어 왔다.

껍질도 벗기지 않고 그대로 씹어 먹었다.

 

대구로 오는 내내 속에서 산더덕 냄새가 풍겼다.

그렇지 않아도 보현산 천수누림길에서 숲속체험길로 내려오며

어디선가 솔솔 풍기는 더덕 냄새에 발길이 머물렀는데

여기 와서 산더덕 맛을 봤다.

커피까지 덤으로 한 잔 얻어먹었다.

그 아짐씨 마음 씀씀이 한 번 후덕하다.

복 많이 받으시유.”

 

더덕 맛도 봤고 커피까지 얻어먹었으니 이제 갈 일만 남았다.

막 일어서는데 이곳 생태마을을 운영하는 분이 나왔다.

아주머니가 불러낸 모양이다.

몸무게가 50kg도 안 되고 키가 자그맣고

허리가 27인치밖에 안 된다더니 말씀하신 대로였다.

 

명함에는 죽장두마산촌생태마을산촌매니저라 적혀있다.

왜소한 체형에 범상치 않은 기운이 풍겼다.

한 눈에 봐도 산다람쥐 같아 보였으며 전시 공간 분위기로 보아

생태 관련 전문가임에 틀림없다.

 

미술이 전공인 윤 선생은 수업 시간에 활용할 공예품에 관심이 많다.

주로 내용이 신선하고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작품을 눈여겨본다.

어떤 곳에 놓아도 평형을 유지하는 평형잠자리가 유별나다.

윤 선생은 몇몇 작품에 대해 재료 공급 여부와 가격대를 물어본다.

재료를 구입해 수업 시간에 활용할 심산이다.

 

나는 퇴직 후 숲해설과 관련된 일을 할까 한다.

그러다 보니 질문 내용은 숲해설사 양성 과정 내용이 주를 이룬다.

다행히 이 분은 경북 지방을 대표하는 산림청 산하 숲해설사 양성 기관에 소속된 분이라

평소 궁금했던 내용을 소상하게 물을 수 있었다.

교육기관, 교육 시간, 활동 내용

직업적으로 활동하는 경우와 봉사 차원에서 활동하는 경우는 어떻게 다른지

자격을 얻고 나면 일자리는 있는지 등 꽤 많은 정보를 알게 되었다.

이제 퇴직 후 어떻게 할 것인지는 내 몫으로 남았다.

 

싱거웠던 산행의 뒤끝은 두마리 마을에서 보상을 받았다.

서 교감도 윤 선생도 두마리 마을이 흡족했던 모양이다.

나도 이 마을에 잘 데리고 왔다는 생각이 든다.

산행이 아닌 야생화 탐방이 주가 되어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산촌생태마을을 방문한 것이 위안이 되어 마음이 가볍다.

물론 이해를 하고 그러려니 하고 함께 나서준 길이지만,

그래도 서로 기분이 좋아야 하지 않겠나.

세상 사는 모든 이치는 좋은 게 좋은 법이다.







보현산댐


고추나무





구슬붕이



물참대






미나리냉이



민백미꽃





은방울꽃




천남성


풀솜대


피나물


피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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