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행방

남해 금산 보리암

728x90

가족과 함께 다시 찾은 금산



■ 언제 : 2018. 6. 16.(토)

■ 어디로 : 남해 일원(독일마을, 해오름 예술촌, 상주 은모래 해변, 금산 보리암) 

               남해 여행 사진은 여행방에 탑재

■ 누구랑 : 가족


 


 

 

흔적

 

아들내미가 빠진 가족여행을 했다.

함께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아쉽다.

이번 남해 여행은 딸내미의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 나선 길이다.

에미가 어디 가고 싶냐고 했더니 남해를 가고 싶어 하더란다.

남해 정도라면 못 갈 것도 없지.

따라 다니지 않아 늘 아쉬웠지 따라만 와 준다면

어미아비는 언제든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

 

어제 저녁 운동 마치고 잘 왔는데 집에 들어가기 직전 전화가 삐리릭온다.

퇴임한 곽 교장쌤한테 온 전화다.

전화를 보니 서 총장한테 먼저 몇 통 와 있다.

두 분이 함께 있는 모양이다.

전화를 받으니 다짜고짜 빨리 꼼장어 집으로 오란다.

곽 교장쌤은 늘 이랬다. 정이 많은 사람이라 보고 싶다는 말일 게다.

서 총장은 자기 전화는 안 받고, 형님이 전화하니 받는다고 투덜거린다.

()을 하는 소리지만 오늘 소주 몇 병은 사야할 것 같다.

그런데 미안하지만 난, 오늘 빈손이다.

 

벌써 빈 맥주병이 수두룩하다.

나까지 가세해 주거니 받거니 하니 금방 술병이 쌓인다.

으레 그렇듯 맥주는 싱거워 소주를 섞는다.

권커니 잣거니 하다 보니 우리 테이블에 빈 술병 놓을 자리가 없다.

옆자리 손님 없는 테이블로 빈 술병을 차곡차곡 채운다.

 

2차 가잔다. 어김없이 곽 교장쌤이 깃대를 잡는다.

서 총장이 1차를 계산하더니 1차는 자기가 내니 2차는 날더러 사란다.

나는 운동복 차림으로 그냥 와 빈손이다 했더니

2차는 내가 낸다고 곽 교장쌤이 습관처럼 호언한다.

2차는 우리 아파트 상가 통닭집으로 갔다.

통닭 한 마리 시키고 생맥주 500CC 한 잔씩 들이켜니 살짝 취기가 돈다.

500CC 한 잔씩 더 마시자 내일 먼 길 갈 일이 걱정된다.

계속 마시면 내일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되어

내일 아침 일찍 가족들이랑 남해 가야 하니 오늘은 그만하자고 했다.

모두 취기가 올랐음에도 날 고려한다고 순순히 일어났다.

2차도 계산은 서 총장이 했다.

이 친구 오늘 술 좀 마셨구먼.

 

주머니에 달랑 만 원짜리 한 장 있길래 택시비 하라며 챙겨 드렸다.

콜을 부른 택시는 연락이 어긋나 오지 않는다. 빈 택시도 보이지 않는다.

서 총장이 모셔다 드린다며 먼저 가란다.

택시가 많은 곳으로 걸어가는 두 사람을 보니 모르긴 몰라도 일찍 가기는 틀린 분위기다.

술이 제일 약한 사람이 술이 제일 센 사람 데려다 준다고 모셔갔으니

분명 술김에 한 잔 더 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어휴, 어찌됐던 나는 잘 벗어났다.

 

아침 일찍 아내가 깨운다.

그래가지고 오늘 갈 수 있겠나?”

, 어제 술 얼마나 먹었다고. 괜찮다. 가자.”

아내는 오늘 아침 일찍 가야 하는 걸 뻔히 알면서

늦은 시간까지 술 먹고 왔다고 쌍심지를 곤두세운다.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하니 막상 간다고 해도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가자, 까짓거 남해로 가보자.

이 정도 술이야 어디 한두 번 먹었던가...

 

딸내미가 상주은모래해변을 가고 싶어 해 탐방 코스를 그 쪽 중심으로 잡았다.

, 개인적으로 시간이 된다면 다랭이마을과 편백자연휴양림을 가고 싶다.

하지만 딸내미 취향에 맞춰 방향을 잡아야 하니 그 쪽은 아마 가기 어려울 거다.

대충 당일 계획으로 독일마을, 해오름예술촌, 상주은모래해변

거기다가 금산 보리암까지 가자면 시간이 빡빡하다.

남해를 여러 번 갔었어도 다랭이마을은 아직 미답인데 이번 방문길에도 가긴 어려울 것 같다.

 

창선삼천포대교에 오니 그동안 보지 못했던 사천바다케이블카가 보인다.

413일 개통된 모양이다.

바다 위로 케이블카가 오가는 모습을 보자

아내와 딸내미는 탄성을 지르며 저거 타러 가잔다.”

일정이 넉넉지 않은데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케이블카가 눈에 먼저 들어오는 모양이다.

주차장으로 갔다. 주차한 차량을 보아하니 오늘 케이블카 타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나는 주차장에 대기하고 두 사람만 타러갔다.

대기하는 사람이 많으면 돌아오기로 하고 갔는데 금방 다시 왔다.

케이블카 타려면 2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나... 차라리 잘됐다.

 

독일마을로 갔다.

남해 바다의 전경을 보고 딸내미가 탄성을 자아낸다.

기분 좋은 모양이다.

집에 하루 종일 같이 있어도 대화가 많지 않은데

함께 차를 타고 가니 서로 말을 많이 나눈다.

함께 하는 여행은 이래서 좋다.

 

바다를 품은 독일마을의 풍경이 신선한 모양이다.

여기 처음 오는 여행객들은 다들 그렇게 느낀다.

하기야 남해 올 때마다 매번 들린 나도 늘 그런 신선함에 젖는다.

독일마을에서 내려다보는 바다 전경은 가히 일품이다.

분위기 좋은 언덕바지 서양식 레스토랑에선 웨딩 촬영이 한창이다.

 

아내와 딸내미는 화장실 다녀온다고 가더니 올 기미가 안 보인다.

독일마을 전경을 촬영하며 시간을 보내다

식구들이 하도 안 와 전화를 하니 전망 좋은 카페에 앉아

독일 맥주 한 잔 시켜 놓고 분위기를 음미하고 있단다.

소변을 꾹 참고 있던 터라 거기 어디고?” 하니 바로 근처란다.

볼 일 볼 곳 없던 차에 잘 됐다 싶어 얼른 카페로 갔다.

 

다음 코스는 당연히 독일마을에서 가까운 해오름예술촌이다.

해오름예술촌은 폐교를 리모델링해서 지역의 문화예술 창작공간과

지원활동을 위해 조성된 곳이다.

입장료가 성인 2,000, 어린이 1,000원이다.

입장료가 아깝지 않은 곳이다.

여기 오면 난, 늘 이런 곳에서 교직 생활을 마감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은모래해변의 머리맡을 지나노라니 해변 정경이 한 눈에 꽉 차는 명당처가 보인다.

스쳐 지나갔지만 언뜻 보기에도 뷰포인트(view point)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길 지나가버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주저 없이 차를 돌린다.

생각한 대로 은모래해변의 전모를 촬영할 수 있는 명당처였다.

아내와 딸아이가 탄성을 자아내며 환호성을 지른다.

스마트폰으로 풍경 좋은 그림을 그린다고 정신이 없다.

그 장면이 재미있어 서로 사진 찍는 모습을 찍어가며 한바탕 웃음꽃을 피운다.

 

은모래해변은 뷰포인트(view point)에서 사진을 많이 찍었으니 난, 그냥 통과하고 싶었다.

그런데 아내와 딸내미는 내 생각과는 달리 해변을 걷고 싶은 모양이다.

금산 보리암을 가자면 시간 여유가 넉넉지 않을 텐데 두 사람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

아내는 아예 신발까지 벗고 은모래해변을 거닌다.

딸내미도 땡볕이 내리쬐는 해변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따라나선다.

혼자가 된 나는 땡볕을 맞기 싫어 솔 그늘 아래 앉아 두 사람이 올 때까지

장거리 운전에 피로한 몸둥아리를 삭인다.

 

복곡저수지를 지나 금산으로 가는 매표소 1주차장에 당도했다.

셔틀을 탈까 하다가 절 아래 주차장까지 차량 이동이 가능하다는 얘길 듣고 우리 차를 이용해 이동했다.

대기한 차량을 보니 시간이 그리 지체될 것 같지 않았다.

아침 시간에는 엄두도 못 냈을 것 같은데 때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비교적 무난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앞서 얘기했지만, 보리암은 개인적으로 서너 번 다녀온 곳이다.

그렇다고 내 다녀왔다고 가족들과 함께한 남해 나들이에 보리암을 뺄 수는 없다.

남해 기행의 핵심은 금산 보리암이다.

물론 아내도 다니던 절의 도반들과 함께 다녀간 적이 있지만,

기암이 주는 비경을 본 것 같지는 않아 오늘 나랑 온 김에 보여줄 참이다.

여기까지 왔으면 보리암이 가진 비경은 꼭 봐야 한다.

아니 꼭 보여주어야 한다.

 

보리암 가까이 당도하자 딸내미한테 문제가 생겼다.

더 이상 가기 어려워진 딸아이가 차에서 기다린다고

엄마아빠만 다녀오라는데 이거야 원...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갈 수도 없고 할 수없이 딸아이는 놔 두고 아내랑 둘이 갔다.

 

금산의 정상인 망대가 있는 곳으로 먼저 갔다.

망대에 이르면 다도해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볼 수 있다.

금산에 오면 이 광경이 보고 싶어 제일 먼저 찾는 곳이 망대다.

망대에 서면 산과 다도해가 어울린 절묘함에 그저 말문이 막힐 뿐이다.

역시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은 인간이 엮은 연출에 비할 바가 아님을 새삼 느낀다.

 

단군성전으로 가는 갈림길에 이르자 아내는 딸아이가 걱정된다며 돌아가려 한다.

나 혼자 두고 갈래.”

“** 때문에 안 돼.”

상사바위 갔다가 우회하면 되는데 시간 얼마 안 걸려.”

아내는 혼자 다녀오라며 결국 딸아이가 있는 주차장으로 간다.

가더라도 보리암으로 가

아내는 아내대로 나는 나대로 간다.

아깝다. 거길 가야 보리암 뒤쪽에 진을 치고 있는 갖가지 형상의 기암괴석을 자세히 볼 수 있는데,

그 모습을 혼자 보자니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상사바위로 가 금산산장을 지나 보리암으로 가면 40분으로 족할 줄 알았다.

전임 학교 있을 때 조직한 산악회원이랑 왔을 때 그랬었던 것 같다.

내심 그리 생각하고 느긋하게 먼저 단군성전으로 갔다.

금산에 여러 번 왔어도 단군성전은 들린 기억이 나지 않는 걸 보니

아마도 여긴 간 적이 없는 모양이다.


단군성전으로 가는 길엔 아무도 없다.

갈림길에서 몇 발짝 되지 않지만, 주변이 너무 고요해 스산한 기운마저 감돈다.

개 짖는 소리만이 요란하다.

그래도 입구에 군락을 이룬 바위취가 만개해  그나마 스산한 분위기를 반전시켜 준다.

 

단군성전의 겉모양만 훑어보고 다시 헬기장으로 올라서 상사바위로 갔다.

역시 이 길에도 사람이 아무도 없다.

이 길에 사람이 왜 없지?”

한 번 가본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다.

금산의 진면목을 보자면 이 길을 걸어 상사바위까지 가야 하는데

정작 그 길 위에 사람이 없다.

 

상사바위에 오니 망대를 오를 때 봤던 부부 한 쌍이 먼저 와 있다.

다도해 전경과 기암이 주는 기괴함에 연신 탄성을 자아내며 사진 찍기 바쁘다.

지난 번에 왔을 때도 그랬다. 왜 그렇지 아니하겠는가?

보리암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오고 금산 8부 능선에 있는 보리암 뒤로

병풍처럼 드리워진 금산 38경의 대표 주자들이 다 모여 있는데...

게다가 상주해변을 감싸 안은 바닷가 다도해 풍경은 또 어떻고...

 

상사바위에 서면 보리암을 중심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형리암, 대장봉, 정상(망대), 화엄봉, 일월봉, 제석봉, 향로봉이 보이고

시계 방향으로 해수관음상, 삼불암, 만경대, 사선대가 보인다.

그뿐 만이 아니다. 이름 모르는 기암들이 즐비하게 늘어섰다.

상사바위가 있는 여기가 금산의 명당인 것이다.

여기 서 있는 이 순간만큼 그 대상이 누구든 득도한 것이나 다름없다.

여기 와 또 한 번 득도하고 간다.

 

아내와 딸내미가 이 기막힌 장면을 함께 못 봐 못내 아쉽다.

어쩌겠나. 사정이 그렇게 되었으니.

두 사람이 많이 기다릴 것 같다.

풍경에 도취되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먼저 온 부부도 갈 생각을 안 한다.

 

상사바위를 떠나기 전에 혹시 싶어 옆에 있던 부부한테 길을 물었다.

왔던 길로 가지 않고 보리암으로 빠져 나가는 길이 있죠.”

오면서 보니 안 보이던데...”

“빠지는 길이 안 보이던데 왔던 길로 다시 가야될 것 같은데요.”

아뿔싸 큰일 났다. 예전에 왔을 땐 분명히 왔던 길로 가지 않고

산장으로 빠지는 길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마 내가 착각을 한 모양이다.

빠지는 길이 없단다.

오면서 봤고 가면서도 봤지만, 사람이 다닌 표가 나지 않는 옆으로 새는 길이 보이긴 하더만

확신이 서지 않아 왔던 길로 되돌아 나갔다. 

 

빨리 가야하는데 왔던 길로 되돌아가자면 계속 오르막길이라

거북이 같은 내 걸음을 생각하니 한숨밖에 안 나온다.

어쩌지. 갑자기 걱정이 태산 같다.

그러나 걱정만 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

지루하게 기다리고 있을 아내와 딸아이를 생각하니 마음이 급해졌는지 걸음걸이가 절로 빨라진다.

단군성전으로 가는 갈림길까지 숨도 쉬지 않고 와 버렸다.

 

금산산장으로 가는 팻말이 보인다. 왔던 길로 쉽게 가면 되는데

지난번 왔을 때 산장을 거쳐 간 기억이 있어 겸사겸사 산장 쪽으로 내려갔다.

흔들바위를 지나니 절묘한 위치에 금산산장이 있다.

젊은 연인들이 컵라면을 먹고 있는데 내 눈엔 컵라면을 먹는 것이 아니라

금산 기암의 정기를 후루룩 마시는 것 같아 보인다.


산장의 벽에 ‘12을 촬영했던 사진이 붙어 있다.

12일 팀이 촬영하며 묵고 간 모양이다.

산장엔 가볍게 파전, 전병, 볶음밥, 컵라면 정도를 판매한다.

숙박도 한다. 하루 숙박료가 4만 원 이던가?

하루를 내려놓고 쉬었다 갔으면 딱 좋겠다.

 

갈 길 바쁜데 제석봉으로 갔다가 다시 흔들바위를 지나

화엄봉을 거쳐 보리암으로 갔다.

기운도 빠지고 기력이 쇠잔해 진다.

보리암을 보는 둥 마는 둥 대충 사진 몇 장만 남기고

식구가 기다리는 제2주차장으로 갔다.

 

휴대폰이 든 가방과 배낭까지 모두 두고 갔으니 식구들이 나한테 연락할 방법이 없다.

나 또한 연락할 방법이 없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두 사람은 차 안에서 편히 쉬고 있다.

어차피 다닐 수 있는 형편이 아니기에 쉬고 있는 것이 맞다만,

내가 제 시간에 맞춰 오지 않으니 걱정이 되었던 건 사실인 모양이다.

편히 있는 줄 알았다면 쌍홍문까지 다녀왔어야 하는 건데

, 나대로 쫓겨 쌍홍문을 가지 않은 게 억울했다.

 

일전에 TV에서 방영한 금산 소개 방송을 보면서 아내가 한 말이 생생하게 생각났다.

금산에 와 쌍홍문을 가지 않으면 금산에 간 것이 아니란 말이 떠올라

이번 방문 길엔 쌍홍문을 꼭 가보고 싶었다.

제석봉에서 쌍홍문을 거쳐 보리암으로 가도 얼마되지 않는 길이다.

그걸 모르고 다시 일월봉으로 갔다가 화엄봉을 거쳐 보리암으로 갔으니

길을 짚어도 많이 잘못 짚었다.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다면 쌍홍문으로 가도 충분한 것을...


어쩌겠나. 이미 지나 간 것을.

다음에 금산 올 기회가 생긴다면 갈 곳이 남아 있음에 위로해야겠다.

딸아이와 함께 남해를 여행했음에 만족한다.

딸아이도 좋은 여행이었기를 바란다.

 

 



제2주차장에 있는 복곡탐방지원센터


산딸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