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미궁으로 빠진 개구리 소년 와룡산
결국 오늘 그 산을 다녀왔습니다.
■ 언제 : 2016. 12. 10.(일)
■ 어디로 : 대구 성서 와룡산
■ 누구랑 : 홀로
■ 산행 경로 : 성주사 - 대각사 - 용두봉 - 와룡산 - 와룡산 헬기장 - 다시 back - 불미골 쉼터 방향 - 서재리 - 원점
<흔적>
대구 성서 와룡산(臥龍山)은 해발 299.6m에 불과한 나지막한 산이다.
성서 지역과 달성군에 속한 서재, 그리고 근래 칠곡 지역의 거대 부속 도시로 급부상한
칠곡 금호지역을 마주하고 있는 아름다운 산이다.
와룡산을 휘어 감고 흐르는 금호강 물줄기와 더불어
산과 강이 빚어낸 자연의 오묘한 풍취가 깃든 곳이다.
대구에서 나서 자라고 대학 외에는 타관객지 생활을 해 본 적이 없는 내가
산에 좀 다닌다고 하면서도 내 고장 와룡산 근처엔 단 한 번도 얼씬 거린 적이 없다.
지역 주민에게는 사랑받는 산이었지만, 난 와룡산 근처는 추호도 가고 싶은 맘이 없었다.
그건 2002년 9월26일 행방이 묘연해진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으로 말미암아
자연스럽게 그런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게다가 와룡산 발걸음을 더욱 더디게 한 것은 와룡산 너머 환경자원사업소란 이름을 내 건
‘쓰레기매립장’이 또 다른 이유라면 이유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오늘 뚱딴지처럼 홀로 와룡산을 찾게 된 것은
와룡산 가까운 곳에 보금자리를 틀었기에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웠던 탓이라 볼 수 있다.
올해 8월 1일 새 아파트로 입주하고 주변에 있는 태복산과
지하철 2호선 종착역인 문양의 마천산 그리고 금호강가를 두루 섭렵하고 다닌 터라
고개만 들면 눈에 띄는 와룡산을 이젠 더 이상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거주지 주변에 산재한 산을 다니며 내 사는 지역의 산세를 파악하자면
어쩌면 와룡산은 가장 먼저 가야 할 산이었다.
와룡산은 낮지만 고도에 비해 산세가 꽤 길게 늘어져 있었다.
달성군 다사읍 방천리에 자리한 쓰레기 매립장을 말발굽 모양으로 에워싸고 있었다.
산세는 예상했던 대로다.
용이 드러누워 있는 형태라 하여 와룡산이라 했다고도 하고,
일설에는 ‘태고적 산 아래 옥연(玉淵)이 있어 그 못에 용이 노닐다가 승천을 하려는데
마침 지나가던 아녀자가 이를 보고 산이 움직인다.’ 하고 놀라서 소리를 지르자
이 소리를 들은 용이 승천을 못하고 떨어져 누운산이라는 데 기인하여
와룡산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전설에 불과한 내용이지만, 승천하기 위하여 용을 쓰다가 진을 다 빼앗겼는지
아녀자의 고함 소리에 놀라 누운 용이 되었으니
그 참, 용치고는 그 기상이 용답지 않다.
그래서 와룡산의 기개가 나약해졌는가 자문을 하노라니
오늘날 와룡산을 담벼락 삼아 쓰레기매립장이 섰나 보다란 생각을 하게 된다.
와룡산은 내가 사는 지역 가까운 곳 용두봉을 시작으로 쓰레기매립장을 감싸 안은
∩자 형태를 띠고 있었다. 마치 말발굽 같은 형상이다.
산행 기점은 당연히 용두봉에 접근하기 쉬운 성주사를 들머리로 하였다.
내 사는 곳에서 차량으로 5분이면 가는 거리에 있다.
이런 곳을 이제 찾게 되었다.
성주사 도로변에 주차를 하고 오르니 성주사는 도로변 지척에 있고
성주사 바로 위에 조그마한 암자인 대각사가 있었다.
이 두 암자가 용두봉을 오르는 들머리가 되는 셈이다.
여기서부터 와룡산의 머리에 해당하는 용두봉까지는 외길 수순으로 보면 된다.
금호강변을 거닐거나 서재체육문화시설이 있는 곳을 거니노라면
늘 그 뒤로 볼록 튀어 나온 삿갓 모양의 산봉우리 이름이 뭔지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저 산봉우리를 꼭 한 번 올라가고 싶었는데 어디로 가야할지 가늠할 수가 없어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고 있던 참에 비로소 오늘에서야 그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볼록 튀어 나온 그 산봉우리가 바로 와룡산 머리 부분인 용두봉이었던 것이다.
용두봉까지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밖에서 보던 것과 같이
삿갓처럼 생긴 봉우리를 줄 곧 올라가야만 했다.
용두봉으로 올라가는 길은 전망이 매우 좋았다.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굽이쳐 흐르는 금호강 물줄기와 성주 박곡리 벌판의 비닐하우스
단지가 도시 속의 농촌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전망 좋은 바위에 서면 금호신도시가 한 눈에 들어오고 금호강 너머 태복산과
등 뒤로 문양 마천산 일대가 한 눈에 들어온다.
그러고 보니 내가 사는 주변 산군 중 가장 조망이 으뜸인 산이 바로 용두봉이었다.
이렇게 좋은 산을 곁에 두고 그동안 이렇게 뜸 들이고 있었다니
나도 참, 답답하긴 답답한 사람이다.
용두봉이 머리에 해당하니 누운 용의 중간쯤에 위치한 와룡산 정상은 아직 한참 남았다.
봉우리 4개 정도를 오르내리니 와룡산 정상이 나왔다.
가는 길은 용두봉까지만 조금 힘들게 오르면 나머지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와룡산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쓰레기매립장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 모습만 봐도 구린내가 절로 풍긴다.
바람을 타고 산등성이로 냄새가 날아 왔는지 실제로 냄새도 났다.
구역질이 나고 참을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 냄새는 매립장에서 나오는 악취인 것만은 분명했다.
공감언론 【대구=뉴시스】 2016. 12. 5. daum에 제기된 대구시에서 말한 내용을 보면
올해 7월말 기준으로 매립장 폐기물 반입량은 1일 1,300여t 정도이며
여기에는 1일 400여t의 고화토도 포함돼 있다고 했다.
성서지역 용산·이곡동 주민들은 매립장 악취가 유입되는 이유가
매립이 계속될수록 상승하는 매립높이로 인해 악취가 기류를 타고
와룡산을 넘어오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하수슬러지를 건조시킨 고화토가 매립장 복토재로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는데도
매립을 계속하고 있는 것도 악취의 주된 원인으로 주민들은 지목하고 있다.
그 말이 맞는다면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는 악취는
하늘을 덮지 않고는 막을 방도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와룡산은 곳곳에 주민 편의를 위한 운동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개를 데리고 온 사람도 있고,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등산객도 자주 눈에 띄었다.
운동 기구에 매달려 운동을 즐기는 사람 또한 많았다.
와룡산은 명실공히 달성군에 속한 서재 지역, 성서 지구의 용산동과 이곡동 주민을 위한
주민건강지킴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는 금호지구 사람들까지 가세할 공산이 크다.
내가 칠곡 본토에 살 때 주민건강지킴산이라 칭했던 산이
칠곡의 함지산이 1호 였다면, 2호는 에누리 없이 칠곡 IC 부근 명봉산이랄 수 있다.
그만큼 함지산과 명봉산은 칠곡 주민들로부터 끊임없이 사랑을 받고 있는 산이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명봉산 일대는 앞으로 주민 편의를 위해
자연 녹지 공간을 조성하여 주민에게 되돌려줄 예정이라고 한다.
와룡산은 내가 봤을 때 산을 찾는 주민들의 선호도만 두고 봤을 때
칠곡의 함지산과 명봉산 이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성 싶다.
곳곳에 체육시설 유치 및 휴게 공간이 적절하게 조성되어 있고
등로 정비도 상당히 잘 가꾸어져 있었다.
그동안 개구리소년에 연루된 산이라 등외 시 했고
쓰레기매립장을 둘러싸고 있어 발걸음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가보니 도심지 중심에 있어 접근하기가 용이하고
경관 또한 수려하기 이를 데 없었다.
금호지구와 다사지구로 이어지는 금호강의 잔물결이 휘돌아가는 모습을
도심지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이점이 아닐 수 없다.
왜가리와 백조, 청둥오리가 떼를 지어 한가롭게 노니는 모습은 압권이랄 수 있으며
도심의 빌딩숲이 거꾸로 산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은
산이 도심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과는 또 다른 괴이한 양상을 느끼게 한다.
그뿐이던가? 도심 속의 농촌을 공유할 수 있는 성주 박곡리 벌판에 늘어선
비닐하우스의 전경은 도심에 우뚝선 산을 거니는 이의 감흥을 불러일으키기에 손색이 없다.
평생 도시인으로 살아온 나 같은 사람으로서는 벌판을 꽉 메운 비닐하우스가
수평선에 드리워진 잔잔한 파도가 일렁이며 그려내는 윤슬처럼 보였다면
그건 지나친 망상에 불과한 걸까?
이번 와룡산 탐방을 계기로 와룡산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는 어느정도 소멸되었다.
영구미제 사건으로 처리된 개구리소년에 대한 안타까움과 쓰레기매립장으로 인한 악취가 난무함에도
왜 성서와 다사 지역 주민들이 이 산을 많이 찾는지 이해도 되었다.
산이 지척에 있어 접근하기 쉬운 이유도 있겠지만
일단 산이 좋은 것이 더 큰 이유가 아니겠나.
하지만, 와룡산은 옥에 티를 안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기정사실이다.
쓰레기매립장이 바로 그 티다.
현재 그 자리는 대구수목원처럼 가꾸어 주민들에게 새로운 환경을 조성하여 돌려주어야 한다.
물론 이전을 한다면 예산 확보라든가 만반의 준비를 갖춘 채 운영하고 있는 기존 시설이 문제가 되기는 한다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쓰레기매립장으로 활용할 부지 선정이 제일 큰 난제가 될 것이다.
어느 지역에서 환영을 하겠나.
이해를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렇지만 지금 와룡산 주변엔 너무 많은 고층 아파트가 들어섰다.
이런 저런 현안문제가 많이 야기되겠지만, 그래도 지혜롭게 판단하여
더 적당한 장소를 찾아 이전하는 것만이 최선의 방책이라 사료된다.
하늘을 막지 않고서야 대책이 있을 수 없으니
대구시에서는 현명한 방법을 모색해 주었으면 좋겠다.
적어도 내 생각엔 그렇다.
사진으로 보는 대구 성서 와룡산 전경
성주사. 쓰레기매립장으로 가는 해랑교 사거리에서 서재 가는 길에 있음. 도로변에 차량 몇 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음.
성주사 모습
성주사에서 산길을 따라 올라오면 대각사로 가는 삼거리가 나온다. 대각사 방향으로 가면 와룡산의 머리 부분인 용두봉으로 곧장 이어진다.
여긴 대각사 대웅전이다.
팔손이가 자라고 있네요.
짧은 오르막을 오르면 조망이 있는 정자가 나온다.
딸내미와 사위의 효심이 깃든 전설을 안고 있는 해랑교와 금호강 그리고 칠곡금호지구
아직 청미래덩굴 열매는 빨갛게 익어 있다. 오늘 산행 친구가 되어 준 녀석이다.
해랑교를 건너 도로를 따라가면 성주 박곡리의 들판이 나온다. 용두봉으로 올라가는 길은 비교적 조망이 좋은 편이다.
노박덩굴도 오늘 친구로 한 몫 한다.
서재 고층아파트촌과 금호강
청미래덩굴
가까운 곳에 살면서 이런 조망처를 보다니 오늘 와룡산 오기를 잘했다.
칠곡금호지구 서한이다음과 철로 위를 달리는 기차. 기차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다.
금호지구를 지나가는 경부고속도로
이번엔 아파트 가까운 철로를 달리는 KTX를 기다리고 있다.
막상 기다리니 기차가 잘 안 온다.
드디어 잡았다. KTX가 마치 아나콘다처럼 길게 늘어져 쏜살 같이 달리고 있다.
청미래덩굴. 오른 제일 많이 보는 녀석이고 요즘 산에 가서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녀석 중 하나
노박덩굴은 요즘 잘 안 보이는 데 여긴 자주 눈에 띈다.
노박덩굴
용두봉이 가까워지니 쓰레기매립장이 정체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괜히 역겨운 냄새가 나는 듯 하나 아직은 모르겠다.
쓰레기매립 현장이다. 매립 높이가 자꾸 높아지는 모양이다.
청미래덩굴
용두봉을 넘어오면 비로소 이정목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멀리서 늘 보던 삿갓 모양의 뾰족한 봉우리. 이름이 궁금했는데 이 봉우리가 바로 용두봉이다. 와룡산의 머리부분이다.
내가 좋아하는 평이로운 솔숲길이 자주 나온다.
노박덩굴. 빨간 열매가 색이 바랜 것 같다.
노박덩굴
주홍서나물. 하얀털이 마치 질 좋은 붓 같다.
간간히 보이는 억새도 반갑다.
찔레꽃열매도 빨간 게 이쁘기만 하다.
찔레
불미골쉼터의 이정목이 있는 곳을 지나면 바로 와룡산 정상이 나온다.
와룡산이다. 높이가 높지 않건만 용두봉 오를 땐 꽤 힘들었다. 그 이후론 크게 힘들진 않다.
중간 중간에 빠지는 길이 많다.
난 불미골쉼터로 다시 돌아와 서재로 빠져나갔다.
대구 달서구, 달성군 지역의 FM 방송 난청 해소를 위한 MBC 와룡산중계소 신설 공사를 하고 있다. 공사가 거의 완성된 듯~
파란하늘을 받치고 서 있는 황량햔 이 겨울나무는 개구리소년의 진실을 알고 있는지~~~
헬기장과 소규모 체육시설이 있는 공터가 나온다.
계속 상리봉으로 진행하여 쓰레기매립장을 둘러싼 와룡산 용미까지 갔어햐 하는 데 혼자 가기 적적해 여기서 다시 불미골쉼터 방향으로 뒤돌아와 서재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안내판의 현위치에서 내가 가고자 했던 길은 헬기장에서 쓰레기매립장을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래야 원점 회귀하기가 좋다.
헬기장 체육시설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꽤 많다. 칠곡 함지산 만큼 많은 사람들이 와룡산을 찾는다. 명실공히 와룡산은 이 일대 주민들의 건강지킴산인 것이다.
맥문동 열매마저 탐스럽다.
헬기장에서 불미골쉼터 가는 길로 다시 돌아왔다.
와룡산엔 아직 배풍등이 보이네요.
불미골쉼터
여기가 불미골쉼터인가 보다.
불미골쉼터에서 차량을 회수하러 가자면 서재리로 빠져 나가야 할 것 같다. 서재리 방향으로 간다.
첫 번째 호수가 나오고 호수는 살얼음으로 살짝 얼어 있다. 초등학생 4명이 호숫가에서 놀고 있는 데 실종 개구리소년이 생각난다. 괜히 저 아이들이 걱정된다. 두 명은 먼저 내려오고 두 명만 남아 놀고 있다.
두 번째 호수가 나온다. 호수의 반영이 겨울의 스산함을 정겨움으로 삭혀준다.
파란하늘과 숲이 호수에 담겨 있다.
마을로 들어서니 어느 주택가 담장에 매달린 배풍등이 빨갛게 익은 채 겨울을 거뜬히 이겨내고 있다.
주저리 주저리 달리기도 많이 달렸다.
탱자나무 사이로 노박덩굴도 건재한 모습으로 아직 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고용나무의 열매가 많이도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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