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태복산 한 바퀴
■ 언제 : 2017. 6. 10.(일)
■ 어디로 : 동네 태복산 4.7km정도 돔
■ 누구랑 : 아내랑 딸내미랑
오늘은 지리산을 가려고 했는데 그만 아내가 사달을 내고 만다.
요즘 잠을 계속 설치는 바람에 도통 기운을 못 차린다.
나도 옮았는지 근래 들어 잠을 푹 자본 적이 없다.
잠을 설쳐 상태가 좋지 않음은 매양 일반이다.
그래도 나는 지리산을 가고 싶었다.
이번에는 성삼재에서 시작해 피아골로 가고 싶은데,
내 욕심 차리고자 성치 않은 아내를 데리고 지리산 15km를 강행할 수는 없다.
내 좋자고 아내를 생고생 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딸내미 더러 엄마, 아빠 여기 동네 뒷산에 가는데 '따라 갈래' 했더니
웬일로 순순히 따라 나선단다.
멀리 가면 못 가고, 동네 산에 가면 갈 수 있대나.
아내랑 둘이 가는 것보단 딸내미가 동참해 주면 우린 더 좋다.
어차피 우리는 주말이면 어디를 가든 가는데 딸 아이가 동참해 준다면
본전 이상을 뽑으니 우린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
동네 뒷산은 태복산이다.
작년 8월 1일 입주하고 두 번이나 간 적이 있었지만,
해가 바뀌고는 오늘 처음이다.
어차피 주말이면 이 산 저 산 다니며 식물 생태를 눈여겨 보는 게 버릇이 되었으니
가는 김에 태복산의 6월 삼림은 어떤지 무엇을 보여줄지 관찰할 필요성도 있다.
꼭 먼 산을 가야만 꽃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니
뜻밖에 가까운 동네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애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음만 그랬지 실상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두 번이나 왔었고 지금까지 산행 이력으로 봐
태복산의 생태를 대략 가늠했기 때문이다.
역시 짐작한 대로 특별히 보여주는 애들은 없었다.
그러려니 했기에 운동삼아 온 것으로 간주했다.
안부에 이르기 전에 아내와 딸아이가 멧돼지를 본 모양이다.
나는 늘상 하는 딴짓거리 하느라 보지 못했다.
겁을 먹은 딸아이가 내려가자고 보챈다.
아내도 겁 먹은 딸아이가 걱정되어 내려가고 싶은 모양이다.
하지만, 멧돼지는 이미 사라졌고 또 보일 것 같지도 않은데
그냥 내려가서야 되겠나?
막무가내로 내려가자는 딸아이를 잘 달래가며
억지로 산을 한 바퀴 돌았다.
동네 산이라고 가볍게 여겼더니
그도 한 바퀴 돌아오니 무려 4.7km나 되었다.
가볍게 치부한 것치고 제법 움직인 셈이다.
집에 있으면 뭐 하겠노?
멀든 가깝든 휴일이면 산에 가 걷는 것이 최고지.
일주일에 한 번 있는 토요일을 놓쳐서는 안 된다.
주말마다 빠뜨리지 않고 산을 즐겨 찾는 나는
결국 산 때문에 명을 이어 갈 것이다.
산이 날 살리고
아픈 곳이 있다면 꽃과 나무가 날 치료할 것이다.
원예용 나리를 통틀어 '틈나리'라 한다지요. 우리 아파트 앞에 한강시민공원은 지금 나리꽃이 한창이다.
자귀나무도 심어 놓았나 보네.
큰낭아초. 작년에는 물이 좋더니 올해는 아직 활짝 피어나진 않았다.
돌가시나무도 딱 하나 봤다. 이 산은 역시 꽃이 귀하다.
제일 많이 본 게 패랭이꽃이다. 패랭이꽃은 싱싱했다.
우리는 사수재로 간다. 물론 태복산 너머 매천초교로 나간 적도 있다.
꽃이 없어 패랭이꽃만 죽어라고 찍어댄다.
한 바퀴 돌고 내려가는 길에 빛바랜 수레국화가 말라가고 있다. 원예용으로 많이 가꾸는데 야생으로 피고 있다.
수레국화가 이런 색깔도 있네요.
어머니가 계신 집 앞으로 KTX가 지나는 길이다. 창너머 발코니에 앉아 이 모습을 자주 보고 계신다.
수레국화
작년에 이 길로 내려오면서 본 가죽나무
도로변 공터는 기생초가 점령했다.
흰말채나무. 아파트로 돌아와 찍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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