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와룡산 용두봉은 무엇을 보여줄까요.
■ 언제 : 2017. 5. 21.(일)
■ 어디로 : 성서 와룡산
■ 누구랑 : 아내랑
흔적
작년 8월, 새 아파트로 입주한 후 가끔이지만 거주지 주변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금남 구역인 포교성베네딕도수녀원도 갔었고, 태복산도 두 번이나 갔다.
지하철 2호선 종착지인 문양 마천산과 오늘 간 와룡산도 갔었다.
환경자원사업소에 있는 체육시설공원이 어떻게 조성되어 있나 싶어 여러 번 가기도 했었고,
금호강변 자전거도로도 심심찮게 다녔다.
금호강변 자전거도로는 강변 주변 식생이 좋아
그 중 제일 많이 다닌 곳 중의 하나다.
어제는 조카 손주 돌잔치가 있어 산행을 하지 못하고
오늘은 일요일이고 오후에는 아내가 공연 준비를 위한
합창 연습이 있어 먼 곳까지 행차하려니 그게 만만치 않다.
이럴 땐 어김없이 팔공산을 찾았지만,
오늘은 팔공산 보다는 아직 아내가 와룡산을 가보지 않은 점을 감안해
가볍게 와룡산을 가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 건너 바라보기만 하던 삿갓처럼 생긴 뾰족한 봉우리에 오르면
처음 가는 아내는 우리 사는 가까운 곳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게다.
강 건너 삿갓처럼 뾰족한 봉우리가 용두봉이다.
와룡산의 머리인 셈이다.
용두봉을 가자면 성주사를 들머리 삼으면 된다.
우리 사는 곳에서 지척이기도 하고 접근하기도 좋다.
용두봉까지 20~30분만 오르면 그리 힘든 구간도 없다.
물론 용두봉에서 와룡산까지 가자면 오르락내리락 하는 구간이 몇 군데 있지만,
오늘 우린 멀리 가지 않고, 가볍게 돌아 나올 심산이다.
성주사를 지나 대각사로 갔다.
성주사와 대각사는 거기가 거기다.
대각사에는 꾸지뽕나무가 열매를 맺기 시작했고
오디가 빨갛고 까맣게 익어가고 있었다.
스님이 마음대로 따 먹으라신다.
아내가 두 개를 따 하나씩 맛만 봤다.
한쪽에는 커다란 호두나무에 연둣빛 호두알이 생겨나고 있었다.
뭔가 싶어 골똘히 쳐다보는 우릴 보던 스님이 한 말씀 덧붙인다.
그게 호두나무인데 청설모가 익기도 전에 얼마나 따 먹는지
열매가 남아 있을 여력이 없단다.
대각사에서 용두봉까지는 대략 20~30분이면 충분하다고 앞서 얘기했다.
용두봉에 오른 후 우리는 봉우리 너머 와룡산 방향으로 조금가다 우회할 요량이다.
산행 거리도 짧고 워낙 천천히 다니기 때문에 트랭글을 작동시킬 필요도 없었지만,
트랭글 사용 방법을 익히기 위한 차원에서 한번 가동을 해 봤다.
아직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회원 가입을 하지 않았지만,
산야를 누비고 다니는 나 같은 사람에겐 정말 유용한 자료인 것만은 틀림없다.
트랭글이란 아웃도어 활동을 포괄하는 서비스로
아웃도어 포털 커뮤니티 서비스라고 보면 된다.
다른 많은 유용한 기능이 있지만, 나 같은 경우엔
등산용 내비게이션으로 활용하면 아주 유용할 것 같다.
용두봉에 다다르기 전부터 곳곳이 조망처다.
우리 아파트는 물론이고 문양의 마천산 산군과 경부고속이 뻥 뚫렸다.
KTX도 자주 지나가고 강 건너 보이는 금호지구도 한 눈에 들어온다.
태복산이 병풍처럼 둘러싼 금호지구는 풍수의 문외한이 봐도
명당지처가 분명하다.
오늘은 꽃을 크게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골이 깊고 뫼가 높지 않아 뭐가 있겠나 싶었다.
그저 아내한테 우리 사는 가까운 곳
와룡산의 분위기를 보여주고 싶었고, 함께 걷고 싶을 뿐이었다.
용두봉을 넘어 내려갈 때까지 본 애라고는 으아리가 다다.
내, 그럴 줄 알았다.
오후에는 아내가 합창 연습을 가야해 용두봉 너머 첫 갈림길 지점에서 바로 내려갔다.
약간 아쉽긴 했지만, 다음 기회에 일삼아 시간 내어
용두봉을 시작으로 말발굽 형태로 된 쓰레기매립장 주변을
한 바퀴 돌거나 계명문화대학 쪽으로 한번 가봐야겠다.
아마 모르긴 해도 분위기가 한층 더 좋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성주사에서 용두봉을 지나 내려올 때까지 꽃은 그다지 볼 게 없었다.
이미 그러리라 예감하고 있었던 점이다.
그래도 심심찮게 눈에 띈 것이 있다면, 그것은 으아리라고 하는 녀석이다.
산등성에 한 무더기 씩 무리지어 하얀 꽃을 피운 으아리가
독백에서 벗어나게 한 유일한 벗이었다.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으아리는 6~8월에 줄기 끝이나 잎겨드랑이에서
취산꽃차례를 이루며 무리지어 하얗게 핀다.
꽃잎은 없고, 4~5장의 하얀색 꽃받침잎이 꽃잎처럼 보이며 수술과 암술은 많은 편이다.
으아리의 하얀 꽃은 명봉산 너머 있는 으아리의 때깔이 더 좋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느릿느릿 그래도 미련을 떨치지 못한 채 두리두리 살피며 내려왔다.
그런데 이게 웬 조화 속이란 말이던가?
갑자기 펼쳐진 너른 풀밭에 개감수 같아 보이는 대극이 보이는 게 아닌가?
여기저기 개체 수도 제법 많다.
그뿐만이 아니다.
하산하면서 드문드문 본 백선이 만개한 모습으로 꽤 많이 자라고 있었고,
꿀풀도 많이 보인다.
여름철 산행하다 보면 흔히 보는 아이들이지만,
예기치 않게 시기 빠르게 보니 그 또한 명품 식물이다.
멀리 노란꽃이 다문다문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큰금계국이려니 하고 가지 않으려다 궁금증이 발동해 가서 확인해 보기로 했다.
멀리서 보며 큰금계국이려니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원추리였다.
‘아니, 벌써 원추리란 말이지.’
반신반의하며 와 보길 잘 했다란 생각을 한다.
원추리가 곳곳에 자생하고 있는 모습에 뙤약볕이 뜨거운 줄도 모르고
멀리서 아내가 부르는 소리마저 들리지 않는다.
늘 이른 봄이면 습관처럼 내 고장 팔공산부터 들어가
‘팔공산은 왜 이리 봄이 늦지!’ 했는데
오늘 와룡산에 가 백운산원추리의 왕성한 모습을 보고
‘대구의 여름은 왜 이렇게 빠르지!’란 생각을 한다.
사람 마음 참 간사하다.
산에 피는 꽃이 계절에 제일 민감한 법
원추리가 저리 폈다면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는 얘기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절기상 소만(小滿)이다.
절기상 이때부터 여름 기분이 나기 시작하며 식물의 성장이 왕성해 진다.
소만 무렵에는 모내기 준비도 해야 하고
밭농사를 위한 김매기도 서둘러야 한다.
바야흐로 더위가 시작되는 계절이 왔다는 얘기다.
올 여름은 어디를 다니며 무슨 꽃을 볼지 기대된다.
산이 있고, 그 산에 꽃이 있다면
염천의 무더위도 살을 에는 혹한의 날씨도 아랑 곳 없다.
걸을 수 있는 한 다녀볼 참이다.
내 건강을 책임져 줄 유일한 탈출구는 산이고 꽃이다.
대각사 목각 부처
꾸지뽕나무 열매가 달리고 있다.
금호강이 흐르고 금호지구 아파트단지가 새롭게 조성되어 있다.
환경자원사업소 내 체육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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