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양 마천산 나들이
■ 언제 : 2016. 8. 21(일)
■ 어디로 : 문양 마천산
■ 누구랑 : 아내
흔적
사업차 미팅이 있어 대구를 내려온 아들내미가 하룻밤을 묵고 오늘 점심나절 올라갔다.
내일은 출근도 해야 하니 가까이 있는 산도 그렇고 꽃사냥을 가기도 시간이 어줍잖다.
그렇다고 집에만 있자니 일주일이 지겨울 것 같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 지 망설임이 길어진다.
불현듯 2호선 종착역인 문양 마천산이 떠오른다.
그렇다. 문양이라면 우리가 이쪽으로 이사를 왔으니 거리가 가까울 것이다.
더구나 문양역과 마천산은 나름대로 이름이 알려져 있으니 지금이 기회가 딱 좋다.
20여분 달려 문양역에 다다르니 문양역 주변엔 더위를 달래러 온 노인분들이 잔뜩 모여 앉아
각설이 패거리의 장단에 맞춰 무료한 시간을 달래고 있었다.
흥겨운 노래 한 마당이 끝날즈음 어김없이 특유의 입담을 자랑하며,
너스레를 떨고 물건 파는 수단은 예나 지금이나 각설이는 각설이다.
아내와 난 각설이 패거리의 흥을 뒤로하고 굴다리를 지나 마천산을 올랐다.
마천산은 200m가 채 되지 않는 야트막한 야산이다.
칠곡에 있는 함지산과 IC 부근에 있는 명봉산보다 훨씬 낮고 가벼운 산길이다.
물론 여기도 전 코스를 돌면 7.5km에 3시간 남짓 걷는 꽤 걸을만한 곳이기도 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산길을 올랐다.
그런데 유독 마천산은 말라도 너무 많이 메말라 있었다.
초본도, 목본도 덩굴식물도 모두 말라 비틀어져 있었다.
올 여름, 가뭄이 심각한 건 진작 알고 있었다만, 이렇게 심할 지는 몰랐다.
이정도면 가뭄 정도가 아니라 거의 재앙 수준이라 봐야겠다.
산이 타는게 아니라 내 마음이 탄다.
혹시 꽃이라도 볼 요량으로 산을 오르기도 했건만, 꽃도 뭐도 없다.
내려 오는 길에 겨우 말라 비틀어지다가 아직 덜 비틀어진 개맥문동을 본 것이 다다.
얕은 정상에서 나비 두 마리가 팔랑대는 모습을 보며 어울린 것이 전부다.
큰 기대를 하고 온 것이 아니어서 그나마 섭섭함이 덜했다.
마천산 등산안내도대로 한 바퀴 휘둘러보기엔 시간이 너무 늦다.
오늘은 아담한 마천산 정상석이 있는 곳까지 만족하고 문양역으로 다시 되돌아 갔다.
문양역 초입엔 각설이의 구수한 흥타령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고,
노래 한 곡에 할배, 할매를 겨냥한 물건 판매 또한 어김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문양역에는 농수산물을 판매하는 꽤 규모가 큰 마트가 있었다.
가격도 저렴한 게 장거리 장만하기 또한 좋았다.
할배, 할매는 매트까지 깔아 놓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폭염을 달래고 있었다.
모름지기 문양역은 노인들의 아지트로 이미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지하철 타고 와 한 나절 시간 보내기에는 그저 그만이었다.
교통이 편리한 곳에 노인네들이 쉬어 갈 이런 쉼터가 있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거기다 각설이까지 흥을 돋우니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엔 금상첨화다.
오늘은 늦은 오후 문양을 찾아
그동안 가보려 했으나 가지 못했던 문양역 주변을 텀방하고, 좋았다거나 싫었다를 떠나
하루를 그냥 헛되이 보내지 않은 것으로 감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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