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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산

칠곡 금호지구 태복산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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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한 동네 뒷산, 태복산의 생태와 환경 탐사

 

 

■ 언제 : 2016. 8. 8.(월)

■ 어디로 : 대구 칠곡 사수동 금호지구에서 태복산 방향으로

■ 누구랑 : 아내랑

■ 경로 : 브라운스톤 뒷편 태복산 들머리 - 백세공원 - 사수재 - LH천년나무 8단지 앞으로(대략 4.7km 정도)

 

 

흔적

 

칠곡 서한으로 이사를 한 지가 벌써 여드레다.

이제 이삿짐도 대충 정리가 되고 안정이 되었으니

그동안 오가며 봐 두었던 태복산이나 올라봐야겠다.

 

태복산은 칠곡지구 금호신도시를 병풍처럼 둘러싼 야트막한 야산이다.

하지만 얕다고 하나 산행 코스에 따라 산행 시간을 줄일 수도 늘릴 수도 있는 것이 산길이니

어디를 어떻게 가느냐에 따라 힘이 들 수도 있고, 비교적 쉬운 산행을 할 수도 있다.

 

처음에 내가 가고자 했던 코스는 LH가 건설한 사수동 천년나무 8단지를 기점으로

사수재 너머 백세공원을 경유해 매천초등학교로 빠져 나가는 길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런데 8월 2일과 3일, 잠시 짜투리 시간을 내어 베네딕도수녀원과 아파트 밀집 지역 내에 조성한 시민공원을 거닐며

태복산으로 접근하는 들머리가 여러군데 있음을 알았고,

그 중에서 브라운스톤 옆 현재 LH가 공사하고 있는 산기슭의 들머리가 좋을 것 같아 미리 찜을 해 두었었다.

LH천년나무 8단지 대로변 들머리에서 태복산까지 무려 5.8km에 달하였으나 여기선 3.7km에 불과했다.

태복산에 오르면 태전역까지 또 3~4km는 더 가야하니 오늘 같이 더운 날은 대략 2/3지점인 이곳이 나으리라 여겨진다.

 

아침 식사 후 아내와 함께 그때 내가 봐 둔 브라운스톤 옆 내곡근린공원을 거쳐

태복산 방향의 이정목이 있는 곳으로 갔다.

여기선 백세공원까지 1.9km, 태복산까지 3.7km니 아무리 더위가 무서워도 그 정도야 견딜 수 있으리라 여겼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알뜰하게 챙긴 이정목이 서 있는 지점에서 산길 좋은 곳을 따라 가니 저수지가 나왔고

저수지 위로 좋은 산길은 계속 이어지더니만, 유감스럽게도 저수지 위로는 더 이상 진행을 할 수 없도록 길을 막아 놓았다.

알고보니 그 길은 사유지라 지주가 통행을 차단하기 위해 길을 막아 놓은 것이었다.

 

그냥 모른 척 넘어가도 되겠더만, 개들이 파수를 보고 있어 그 앞을 지나가기엔 꺼림칙했다.

물론 큰 개는 줄에 묶어 놓았고, 새끼들은 살랑살랑 어미 주변을 자유롭게 맴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아내와 함께 그 앞을 지나가기에는 조금 거시기 했다.

하는 수 없이 다시 돌아나와 저수지 옆 등로가 없는 산길을 치고 올라갔다.

나지막한 산이라 길은 없없다만, 산세를 보아하니 조금만 올라가면 능선과 마주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조금 가다보니 아무래도 능선으로 연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느낌이 그럼에도 굳이 강행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 다시 또 되돌아 내려왔다.  

 

괜스레 사유지 임자를 탓하기도 하며, 관할청을 탓하기도 했다.

등로가 사유지라 갈 수 없다면, 그쪽으로 왜 당당하게 이정목을 설치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으며,

이정목을 설치했을 땐 사유지 임자와 서로 협의가 되었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은가.

누구의 탓인지는 몰라도 기분이 좀 그랬다.

가뜩 날씨도 더운 데 인내심 테스트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날도 더워 죽겠는 데 이게 뭔 짓거리인지.

그래도 그냥 집으로 돌아가기도 그랬다.

브라운스톤 뒤 정자가 있는 곳으로 가면 또 다른 들머리가 있을 것 같아 그쪽으로 갔다.

두 번 애를 먹이기 미안했던지 고맙게도 거기에 태복산 가는 들머리가 또 있었다.

 

산은 낮고 유순한 데 날씨가 더워 그런지 힘은 곱절로 들었다.

백세공원까지 0.9km더만, 몇 km나 더 가는 것 같았다.

더구나 백세공원까지는 나무에 핀 꽃도 야생화도 특별난 애들이 보이지도 않는다.

좀 전에 사유지로 가던 길 초입에서 박주가리와 사위질빵을 봤었고

이동한 들머리의 초입에서 큰낭아초가 마치 인위적으로 조성한 꽃밭처럼 군락을 이루고 있는 모습을 본 것이 다다.

 

재미도 없이 허덕거리며 백세공원에 다다르니

백세공원은 사수재에서 올라오는 길과 태복산으로 가는 갈림길 안부였다.

백세공원에서 태복산까지 2.7km고 사수재까지 2.7km로 같았다. 

어떻게 할까? 난 태복산으로 가 태전초등학교로 내려가고 싶었는 데

아내가 동네로 내려 가는 방향인 사수재로 해 그냥 가깝게 가잔다.

날씨가 무덥기도 했지만, 2~3시 경 택배 인수를 해야 하기도 했고, 택배 시간을 맞추자면

태복산으로 가서 태전초로 내려오는 것은 시간이 맞지 않는다.

시간도 더 걸릴 뿐 아니라 태전초로 내려가 경전철과 버스를 두 번이나 이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따르기도 했다.

사수재로 가면 집까지 걸어면 되니 오늘은 이 정도로 마무리 하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하고,

내일은 또 지리산 청학동에 있는 삼신봉을 거쳐 장거리 산행을 해야 하니 이래 저래 아내의 판단이 맞는 것 같다.

 

백세공원에서 사수재를 따라 가는 능선엔 지금까지 보이지 않던 갖가지 야생화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자질구레한 녀석들이었지만, 오히려 이름있는 높은 산에서도 만나지 못했던 애들이었다.

옳다구나 하면서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과 안경알에 베인 습기를 닦아 가면서 야생화 촬영에 전념했다.

모처럼 요리조리 카메라를 조작해 가며 찍었다.

늘 먼 산에 가노라면 시간에 허덕여 정작 귀한 꽃을 보면서도 카메라 조작이 미숙해

마음에 든 사진을 얻은 적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기회다 싶어 솜씨는 일천하지만,

오늘은 마음먹고 카메라를 만지작 거리며 가지고 놀았다.

 

택배때문에 아내는 시간 맞춰 가야했기에 먼저 내려가야 했다.

혼자 보내도 동네산이고 길은 외줄기라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아내가 먼저 내려가고 곁에 없으니 난 더 맘 편히 야생화 촬영에 전념할 수 있었다.

 

능선을 타고 가는 길에 도둑놈의갈고리, 꼭두서니, 배풍등, 장대냉이, 등골나물, 산초나무, 주름조개풀을 봤다.

물론 그냥 스쳐 지나온 애들까지 합하면 예상과는 달리 기대 이상의 식생환경이었다.

선답자들의 블로그를 탐색했을 때만 해도 그리 많지 않아 보였는 데

역시 아는만큼 보이고, 눈길 주는 만큼 더 보여 준 것 같다.

시부지기 나선 길에 의외로 재미가 톡톡한 산행이었다.

 

땀을 엄버지기 흘렸지만, 야생화로 인해 처음 사유지로 갔다가 돌아설 때 맘 상했던 기분이 싹 다 가시었다.

그러나 그 기분도 잠시, 산길에서 벗어나 펄펄 끓는 땡볕 도로에 나오니 화염지옥이 따로 없다.

쌩쌩 달리는 자동차와 펄펄 끓는 아스팔트의 열기, 인도의 달구어진 보도블록의 상태로 보아

집까지 불과 4~500m의 거리가 마치 몇 천리나 되는 것 같다.

 

그런데 그 기분도 잠시, 도로 어귀에는 노랗게 익은 가죽나무의 열매가

도로 인도블록 사이로는 염천의 무더위에도 아랑곳 없이  

패랭이(분홍과 흰색)와 도깨비바늘, 가시상추, 서양벌노랑이, 큰낭아초, 비수리가

더위와 맞서 영웅본색을 드러내고 있었다.

상황이 이러한 데 폭염이 내리 쬔들 어쩌랴. 폭염 따윈 무시하고 애들과 땡볕에서 또 동무하며 논다.

 

그렇게 한 나절 애들과 함께 보내고 집에 오니 그제사 더위 먹은 듯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더위가 밀려온다.

훌훌 벗고 찬물에 샤워를 해도, 지 몸을 돌보지 않아 화가 많이 났는지 불덩이가 된 몸덩어리의 열이 당체 식을 줄 모른다.

날은 참말로 덥고 몸뚱이는 불덩이가 된 날이었다.

 

 

 

 

 

브라운스톤과 지금 공사 중에 있는 아파트 사이로 내곡근린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우리 아파트 옆 한강시민공원에서 조금 올라간다.

 

공원에 많이 심어져 있는 나무 중 산딸나무가 열매를 맺고 있다.

 

모감주나무 열매도 맺었고~

 

문제의 이정목과 사유지라 막아 둔 등산로. 저 길에 저수지가 있다.

 

사수동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기 전에 크게 가꾼 산이 아니라 그런지 미국자리공이 득세를 하고 있다. 기운이 좋고 세력이 엄청나다. 

 

족제비싸리는 어디든 흔히 보는 녀석이고~

 

이 산에선 야생화를 크게 볼 것 같지 않아 저수지를 배경으로 흔한 도깨비바늘도 잡아본다.

 

길을 막아 놓아 없는 길을 찾아 가면서 본 영지버섯. 영지버섯 맞겠지... 

 

산초나무가 많이 보였다.

 

저수지가 있음도 알았고... 

 

저 길을 따라 저수지가 끝나는 지점에 가면 길을 막아 놓았다. 사유지라 지주가 통제를 하나 보다.  

 

오늘 본 것 중 제일 큰 수확물 박주가리 

 

 

 

사위질빵도 여기선 흔히 본다.

 

사유지라 막아 놓은 곳에서 나와 브라운스톤이 있는 곳으로 오니 또 태복산과 백세공원으로 가는 길 좋은 들머리가 있었다. 초입에 큰낭아초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여기서 올라갔다. 

 

서양벌노랑이와 눈맞춤하고~ 

 

사위질빵과 또 만남의 시간을 가진다. 

 

흔한 무릇도 올해 처음본다. 이런 녀석들은 가벼운 야산에만 가도 흔히 본다.

 

분홍빛 패랭이 역시 어디서든 자주 만나는 애고~ 

 

길은 숲으로 덮여 햇빛을 막아준다. 

 

백세공원이다. 이 지역 노인네들께서 조성한 곳으로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백세까지 이어가자는 의미에서 이름지었다고 한다. 

 

여기서 우리는 사수재로 가서 집 가까운 방향으로 내려간다. 실상은 태복산에 가려고 왔는 데 다음으로 미루어야 겠다.

 

잠시 목 좀 축이고 갈까요.

 

때깔이 그리 좋지 않은 누리장나무 

 

가는 길에 도둑놈의갈고리가 주류를 이룬다. 

 

요녀석도 도둑놈~ 

 

좀짚신나물 

 

배풍등

 

꼭두서니도 한참 물이 올랐다.

 

 

장대냉이도 많고~

 

등골나물은 귀하다.

 

산초나무에 앉은 애물결나비 

 

애물결나비

 

이하 ~ 산초나무 

 

 

 

주름조개풀에 꽃이 핀 모습은 처음이네요.

 

패랭이 

 

또 사위질빵

 

가시상추 

 

도깨비바늘

 

도로로 나오기 직전 가죽나무가 노란 열매를 매달고 있다. 

 

가죽나무의 세력이 좋다. 

 

도로 인도블록 사이에서 자라고 있는 패랭이. 요녀석은 자주 눈에 띄는 애가 아니다.

 

요녀석은 더 귀하다.

 

서양벌노랑이가 시작과 끝을 함께 하네요.

 

큰낭아초도 마찬가기구요. 땡볕에서 이 애들과 또 놀다 간다. 

 

비수리까지 얻는 행운을 누린다. 산길 내내 꼬투리도 안 보이더니 도로 땡볕 보도블록에서 뿌리를 내리고 자라고 있다.

 

때마침 KTX 한 대가 쾌속 질주를 하고 지나간다. 

 

집으로 바로 가기 전에 어머님 집부터 들러 시원한 물 한 잔 마시고 금호지구글 담아봤다. 

 

모노크롬으로 한 장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