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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산

명봉산 한 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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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와 함께 노닌 명봉산의 여름이 오는 길목

 

▣ 언제 : 2014. 5. 25.(일)

▣ 어디로 : 칠곡주민건강지킴산2(명봉산)

▣ 누구랑 : 뻐꾸기랑

 

 

  어제 저녁 퇴임하신 권교장선생님과 현직에 계신 이교장선생님 그리고 3명 더~

도합 5명이 권교장쌤 막내 혼사 후 인사차 권교장쌤이 저녁 자리를 만들었다.

5명이 모이면 권교장쌤 빼곤 밥보다 술이 먼저인 우리는 역시 밥은 간 곳 없고

술잔만 오고 갔다. 그 덕에 술 꽤나 먹은지라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찌뿌둥하고

입 안이 텁텁한 것이 상태가 별로 좋지 않다. 팔공산 가보지 않은 곳을 찾아 가볼까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이런 상태면 안가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아내를 꼬드겨 지역 주민이 즐겨 찾는 가까운 명봉산을 가자고 했더니

울 마눌님이 요즘 피곤이 겹쳤는지 일언지하에 거절이다. 함께 가기란 택도 없을 것 같다.

할 수 없이 방 구석에 빈둥거리고 있느니 어디라도 다녀 오는 것이 나을 것 같아

혼자서라도 명봉산을 한 바퀴 돌아 보기로 하고 간단한 비상식량만 챙긴 채 길을 나섰다.

진작 한번 다녀왔어야 하는데 이래 저래 미루다 보니 오늘에서야 가게 되었다.

 

작년 오월초에 갔을 때는 조개나물과 큰구슬봉이을 많이 보고 왔는데

시기를 조금 늧추어 갔더니 역시 예상했던대로 작년에 본 친구들은 만날 수 없었다.

대신 봄이 무르익었나 싶더니 여름이 진작 시작됨을 명봉산의 식생 상황이 먼저 알려 주었다.

조록싸리, 멍석딸기, 인동덩굴, 청미래덩굴, 으아리, 기린초, 꿀풀 등

여름을 알리는 것도 있고 봄이 가고 없음을 알리는 것도 있다.

자연은 이와같이 항상 절기를 대변한다.

 

명봉산, 정상 아래 쉼터까지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그너머 헬기장이 있는 앙증맞은 정상석이 있는 곳부터는 인적이 뜸하다.

마지막 쉼터에서 정상까지 100여 m쯤 오르막이 있어 그런지 가벼운 운동삼아 나온 주민들은

여기까지가 다다. 여기까지 오는 사람도 그리 많지는 않다.

대부분 중간 중간에 있는 운동기구가 비치된 휴게시설까지 주로 애용한다.

 

명봉산은 들꽃을 찾아 가는 산행이라면

초입에서 정상까지는 그리 재미 있는 길은 아니다. 초입에서 정상까지는

평범한 길로 걷기 좋은, 말 그대로 휠링하기 좋은 길이다.

정상을 넘어 동명이나 봉암동으로 가는 길로 가야

명봉산의 다양한 식생을 볼 수 있다. 이 길을 넘어가면

언제라도 무언가를 볼 수 있다. 그래서 난

가끔이지만, 갈 곳이 마땅치 않으면 이곳을 찾는다.

 

오늘도 대략 슬렁슬렁 8Km를 걸었지만

명봉산 정상너머부터는 아무도 없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바람부는 소리와 쉴 틈 없이 짖어대는 뻐꾸기 소리와

이름 모를 새 소리가 전부다. 나는 명봉산 이 지점에 오면

늘 이런 분위기가 좋다. 아무도 없는 한적하기만한 깊은 산 속을 꽉 채운

정돈되지 않고 어지럽게 막 자라는 숲이 있어 좋다.

 

어젯밤 거나하게 한 잔 걸치며, 내 몸에 베인 퀴퀴한 냄새를

으아리와 찔레꽃 향기로 온 몸을 씻어낸다. 이제 지려고 하는 백선과

여름이 한창인 인동덩굴이 내 몸뚱아리를 휘감으며 날 주저 앉게한다.

내친김에 바람 좋은 바위군에 앉아 뻐꾸기 소리를 벗삼아

아무도 없는 곳에서 홀로 신선놀음을 하며 찌든 마음을 소회한다. 

 

 

 

 날씨는 한 여름을 방불케 한다.

명봉산의 여름이 오는 풍경은 어떤지 사진으로 보자. 

 

 

 

명봉산 올라가는 초입의 족제비싸리. 보랏빛 꽃이 한창일 때 봤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아쉽다. 

 

정상까지 초입부터 치면 대략 500m 쯤 더 보태면 되겠지... 정상에서 봉암동으로 넘어갔으니 대략 8km는 걸었으리라.

 

상수리나무인지 졸참인지 삼지창 모양을 하고 있다.

 

우측으로 가면 양지마을로 간다. 이쪽으로 오려고 양지마을에서 출발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양봉을 하고 농사를 짓느라 군데군데 길이 막혀 있다. 길이 막힌데다가 개까지 키우고 있어 지나가기가 쉽지 않다. 하는 수 없이 돌아 나가 다른 길을 찾다가 여의치 않아 그냥 온 적이 있다.

 위 갈림림길에 있는 이정표

 

덩굴식물인 으아리 풍년이다. 정상너머부터는 온 산이 으아리꽃으로 한창이다.

 

 

요넘은 산딸기렸다.

 

청미래덩굴의 열매가 달리기 시작한다. 연둣빛 동그란 열매가 앙증맞다. 

 

화마가 휩쓸고간 자리엔 고사목이 뻘쭘하게 서 있다. 그래도 주변엔 풀과 나무가 자라 싱그러움을 더해준다.

 

으아리

 

MTB를 짊어지고 온 사람이 2명 있더만, 명봉산 정상석 사진 찍는데도 비켜주질 않는다. 할 수 없지 그냥 찍지 뭐~~~

 

헬기장이 있는 이곳까지는 사람들이 잘 오지 않는다. 명봉산엔 건강을 위해 찾는 사람이 많아 이제 산악오토바이나 자전거는 다른 곳을 찾아 떠나야 할 것 같다.

 

 

 

잎이 큰 오동나무가 한 그루가 정상 곁에 우뚝 서 있다.

 

멍석딸기라 하는가 보다.

 

애기세줄나비

 

온 산에 으아리가 지천이다.

 

인동덩굴도 길섶에 다른 나무를 감고 희고 노란 꽃을 피우고 있다.

 

여기 인동덩굴은 지금까지 본 인동덩굴 중 가장 싱싱하고 생동감 있다.

 

 

백선도 한물 갔지만 아직 싱싱한 친구들이 많이 남아 있다.

 

이곳이 내가 백선을 알고 난 이후로 가장 먼저 만났고 많이 본 곳이다.

 

바위숲 한 켠에 기린초가 있어 처음엔 기린초가 아닌가 했다. 많지도 않고 딱 두 무더기만 만났다.

 

꿀풀도 꽃대가 길어 아닌가 싶었는데 맞는가 보다.

 

 

 

동명 시가지

 

멍석딸기

 

굴피나무 열매도 겨울에 시커먼 것만 보다가 연두빛 열매를 보니 참으로 신선하기 짝이 없다.

 

일부러 심은 것 같지는 않은데 산기슭의 길가 일정 부분에만 금계국이 노랗게 피어 있다.

 

미국자리공도 이제 뻗어나오기 시작한다.

 

저기 보이는 명봉산 정상을 넘어 빙 둘러 내려왔다.

 

바위에 찰싹 달라 붙어 예쁜 꽃 한 송이가 달려 있다. 돌가시나무라는데 땅찔레꽃이라고 하는갑다.

 

저 정도 위치에 자리 잡으면 노후에 괜찮겠는데~~~

 

그런데 주변에 무덤이 너무 많다.

 

봉암동 내려오는 길에 농가의 철책으로 쳐 놓은 담에 으아리가 엄청나게 많은 꽃을 피우고 있다. 오늘 으아리 풍년일세~~~

 

파랗게 칠한 철제 담에 개망초가 오붓하게 자라고 있어 사진을 찍으면 잘 받쳐줄 것 같아 찍었더니 역시 good luc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