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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산

도남동 응애산 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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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우동 탱자나무 보러 갔다가

내친김에 도남동 응애산까지

 

 

 

■ 언제 : 2013. 12. 1.(일)

■ 어디로 : 대구 북구 도남동 응애산

■ 누구랑 : 홀로(산길엔 아무도 없었다.)

■ 산행거리 : 대략 5km,  산행 시간 : 2시간 30분 정도

 

 

 

 

흔적


오늘은 김해 신어산에 갈까 하다가 아내가 함께 동참하지 못하는지라 혼자 가기 뭣해 산행을 접고 그동안 눈도장만 찍어 두었던 국우동 탱자나무를 알현하러 갔다. 가까이 있어 더욱 소홀했던 탱자나무가 갑자기 보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산행은 어차피 할 마음이 없었기에 배낭도 챙기지 않고 물도 한 통 없이 똑딱이만 들고 가벼운 차림으로 홀로 길을 나섰다.


내 살고 있는 가까운 곳, 칠곡 국우동과 도남동에는 대구광역시 지정기념물인 400년 넘는 탱자나무와 보호수인 노거수 2그루가 있다. 국우동에 유명한 탱자나무가 있다는 것은 진작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400년 묵은 탱자나무 곁에 그보다 더 오래된 450년 묵은 노거수가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음은 탱자나무 보러 갔다가 덤으로 알았다. 뜻밖에 횡재를 한 기분이다.


모두 어렸을 때 탱자나무 가시를 이용해 고디(다슬기)를 파먹던 기억과 노랗게 익은 탱자를 입에 물고 깨뜨리면 그 신맛에 혀를 내두르던 기억이 생생할 것이다. 그 당시 탱자나무는 대부분 가시를 이용한 생울타리용으로 많이 심어졌다. 국우동에 있는 탱자나무도 물론 생울타리로 심어졌던 것이지만, 동네 울타리로 심어졌던 것이 지금까지 400년이 넘는 세월을 거뜬히 지키고 있다니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다. 게다가 금상첨화인 것은 탱자나무 곁에 450년 세월의 풍파를 견디며 살아온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한 곳에 대구광역시 지정 기념물과 보호수가 함께 자리하고 있는 모습을 보다니 실로 반갑기 그지없다.


내친김에 가끔 산악자건거를 타고 산책하듯 다녀오던 도남동 저수지가 있는 동네로 이동했다. 저수지 못 미쳐 도로변에 있는 노거수를 보기 위함이었다. 당초에 국우동 탱자나무와 이곳에 있는 노거수를 보기 위함이었는데 의외로 탱자나무 곁에서 수호신 역할을 하는 450년 묵은 느티나무를 본 것은 어쩌면 커다란 행운이었는지 모른다. 어쨌든 기분 좋게 450년 묵은 느티나무와 400년 묵은 탱자나무를 알현하고, 저수지 아래 250년 묵은 느티나무를 찾아보노라니 느티나무 옆에 있는 마을로 가는 길에 ‘응애산’으로 가는 이정목이 서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아니, 이쪽으로 응애산 가는 길이 있단 말이지.’ 산악자건거를 타면서 더러 이 느티나무 아래 앉아 땀을 식히며 담배 한 대 피우고 쉬어 가던 곳인데, 여기에 응애산 가는 팻말이 있음을 본 적이 없었다. 멀리 있는 것도 아니고 바로 옆에 있는데 몰랐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그런데 오늘에서야 눈에 띈다. 산에 갈 아무런 준비도 안했는데 말이다.


응애산이 눈앞에 있는데 어떻게 하지? 잠시 망설였다. 오늘은 탱자나무와 느티나무를 본 후 도남동 저수지가 있는 버스 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하고 그 주변을 산책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나섰기에 물 한 통 준비하지 않고 수건도 한 장 가져 오지 않았다. 느티나무가 있는 마을 어귀에서 응애산까지는 2km다. 자전거를 타고 축사가 있는 곳까지는 다녀봤기 때문에 2km라면 어림잡아 1km 정도는 수월하게 진행될 것이고, 힘들어봐야 나머지 1km 정도면 되겠다 싶어 그냥 스쳐지나가기에는 안타까워 대책 없이 올라갔다.


조그마한 못을 지나고 한우가 몇 마리 있는 축사를 지나니 벌써 500m 정도는 왔나 보다. 축사가 있는 동네를 지나니 산길엔 잘 다듬어진 묘소가 여기저기 많이도 있다. 묘가 잘 다듬어져 그런지 길은 그런대로 편하게 잘 닦여져 있는 편이다. 대충 묘가 끝나는 지점까지는 큰 불편함 없이 왔건만, 다음부터가 문제다. 벌써 1km는 넘게 왔을 것 같은데 응애산까지는 아직 길이 멀어 보이고, 그나마 넝쿨식물이 길을 가로막아 낙엽 쌓인 길을 따라 오르기가 쉽지 않다. 목이 타는데 마실 물도 없고 땀 닦을 수건조차 없다. 그래도 다 온 길을 포기할 수 없어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닦으면서 쉬엄쉬엄 올라갔다. 녹음이 우거진 계절에는 넝쿨이 길을 막아 이 길로는 가기 어려울 것 같은 생각을 하면서도 덤불을 헤치며 계속 올라갔다.


목마름을 달래며 능선에 오르니 오르면서 느낀 넝쿨 길하고는 사뭇 다르다. 포근한 오솔길이 펼쳐지는 능선 길은 떨어져 쌓인 낙엽이 마치 포근한 양탄자를 깔아 놓은 것처럼 무거운 발걸음을 폭신하게 받아 들여 주었다. 오르내릴 때는 낙엽이 눈길보다 더 미끄럽더니 고갯마루에 올라서니 상황이 반전된다. 낙엽도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덕이 되고 실이 된다. 이처럼 사람의 마음도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겠나. 마치 응애산을 힘들게 오를 때의 마음과 다 올라왔을 때의 마음이 다르듯 세상 살아가는 이치가 모두 이와 같은가 보다. 


응애산은 정상 표지석이 없다. 아마 돌무더기를 쌓아 놓은 곳이 응애산인가 본데 길을 잘못 들었는지 응애산 정상이란 느낌을 가지기엔 조금 뭣하다. 다른 곳에 어떤 표식이 있나 싶어 철탑쪽으로 100m 가량 더 가 봐도 나올 것 같지가 않아 다시 돌무더기 쪽으로 돌아왔다. 여기가 응애산인가 싶었던 돌무더기가 쌓인 곳으로 다시 돌아와 잠시나마 무거운 발걸음을 추스르며 땀을 식혔다. 아무런 준비가 없었기에 허기가 지고 갈증이 심하게 난다.


정상인가 싶은 돌무더기에서 왔던 길로 가지 않고 도남동 방향으로 내려가니 올라왔던 길과는 달리 하산길이 아주 좋았다. 올라왔을 때도 이쪽으로 올라왔다면 수월했을 터인데 가다보니 험한 길로 들어섰다. 철탑을 두어 개 쯤 내려오니 ‘과학엘비어린이집 자연학습장’ 갈림길이 나온다. 여기까지는 대구예술영재원을 지나 산악자전거를 타고 올라온 적이 있어 길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예술영재원이 있는 아는 길로 가지 않고 우측 산길을 따라 느티나무 있는 곳을 찾아 갔다.


오늘은 예정에 없던 칠곡 도남동에 있는 응애산을 산행했다. 가볍게 마음먹고 올랐다가 제대로 된 산행을 한 셈이다. 아무도 없는 산길에 오로지 등산화에 짓밟히는 낙엽 바스락 거리는 소리만이 유일한 벗이었고, 능선에 올라서는 까만 굴피나무 열매가 파란 하늘빛에 점점이 떠있어 외로움을 덜어 주는 산행길 이었다.


시부지기 길 나섰다가 귀한 탱자나무와 노거수 두 그루를 알현하고 예정에 없던 산행까지 할 수 있었으니 오늘 하루를 알차게 보냈다는 마음에 기분이 좋아진다. 계획하고 계획대로 실천한 것보다 예정에 없던 상황을 느닷없이 실행함도 의외로 재미가 쏠쏠하다.

 

 

 

 

 

 

응애산 사진 기행

 

이곳에 오기전에 오는 길에 있는 국우동 400년 묵은 탱자나무와 450년 된 노거수를 알현하고 왔다. 여기는 도남동 저수지 밑에 있는 보호수인 느티나무가 있는 곳이며, 오른쪽 하단에 응애산 가는 이정목이 있다. 이 분을 알현하러 왔다가 응애산 이정목이 있는 것을 보고 느닷없이 예정에 없던 응애산 산행길에 올랐다. 이 마을은 도덕산의 남쪽에 있다고 하여 도남동으로 불렀다고 전해진다. 

 

 

저수지 너머 보이는 저 산이 도덕산이다. 지난번에 도덕사를 기점으로 역시 낙엽만 반겨준 저 산을 홀로 다녀왔었다. 도덕사에는 800~1,000년을 묵은 귀한 모과나무가 있었다.

 

이정목이 어제 오늘 설치된 것이 아닐진대 어찌 오늘 눈에 띄었단 말인가? 하기야 종종 드나들긴 했지만, 그때만해도 산에는 별 관심이 없던터라 아마 보고도 느끼지 못했음이리라.

 

느티나무가 있는 곳에서 마을길로 접어들면 오른쪽에 조그마한 못이 하나 나오고 소를 키우는 축사가 보인다.

 

축사를 지나 송림이 우거진 길을 따라 솔바람을 맞으며 유유히 발걸음을 옮긴다.

 

아직 보라색 쬐그마한 열매를 달고있는 (좀)작살나무를 보니 반갑기 그지없다. 아무도 없는 길에 너라도 있으니 그저 반갑다.

 

골따라 30여 분 올라온 길이 뚜렷하게 보인다.

 

오늘은 탱자나무를 보고 저기 보이는 저수지 위 마을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가볍게 산책하듯 마을길 위를 다녀올려고 했는데 지금 예정에 없던 응애산 산행을 하면서 오늘 내가 가고자 했던 마을 길 위를 바라보고 있다.

 

 도남동과 국우동 일대 및 칠곡 시가지 전경

 

굴피나무열매가 많이 보이고 있다. 오늘은 이 친구랑 즐겁게 이야기하며 걸었다.

 

열매도 모두 떨어지고 없는 계절에 유독 굴피나무 열매만이 푸른 창공을 바라보며 힘차게 달려있다.

 

한 시간쯤 올라오니 능선길에 접어들고 내가 좋아하는 편안한 오솔길이 이어진다.

 

언제 올라오는 길이 그리 험했느냐는 듯 소나무 깔비(솔가리)가 양탄자처럼 깔린 오솔길을 걷노라니 힘듬도 고즈넉한 분위기도 모두 일시에 사라진다. 

 

깔비와 낙엽이 어우러진 길은 이 길을 걷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랄 수 있지요. 다들 어보셨나요.

 

이쪽 능선길은 길지 않지만 터널 숲길을 이루고 있다.

 

여기가 응애산인가요. 뭔가 표식을 하기 위해 돌무더기를 쌓아둔 같은데 아무래도 애산 꼭지점이 아닌 것 같다. 다른 곳에 표식이 있나 싶어 송전 철탑쪽으로 가보았는데 그쪽도 아닌 것 같아 다시 여기로 돌아 왔다.

 

응애산 표식을 찾기 위해 송전 철탑쪽으로 가본다.

 

철탑 15번 지점인데 아무래도 이쪽은 아닌 것 같다.

 

 

송전탑이 연이어진 모습이 다소 이채롭다.

 

철탑에서 다시 돌무더기 쌓아 놓은 곳으로 돌아와 요런 표식을 본다.

 

돌무더기 맞은편으로 도남동으로 향하는 산길이 뚜렷하게 나타나 있다. 내려갈 땐 이 길로 내려간다. 가는 길이 좋아 훨씬 수월하게 내려간다.

 

 

내려가는 길이 이정도면 포장길 부럽지 않다. 아니 포장길 보다 훨씬 낫다. 낙엽이 깔려 촉감이 훨씬 부드럽다.

 

도남동 요양보호소와 어린이집이 보인다. 오른쪽에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는 곳으로 가야한다.

 

그래도 '나는 단풍나무로소이다.'하면서 끈질기게 저문 가을과 겨울의 초입에 서서 애처롭게 발버둥치고 있다.

 

깔비(솔가리)가 산길을 포장하고 있다. 리기다 소나무인지 소나무가 희닥해도 터널을 이루고 숲길은 안온하기 그지없다.

 

삼거리 윗길 자전거가 갈 수 있는데 까지 와봤던 길이다. 여기서 바로 가면 쉬우나 가보지 않았던 길을 가기 위해 우측으로 간다.

 

현수막이 가르키는 길로 간다.

 

결실을 끝내고 다음을 기약하는 과수원을 지나 외딴 집과 재실이 있는 곳에 다다른다. 여기서 정상적으로 느티나무가 있는 곳으로 가는 길은 없다. 논두렁이나 길이 없는 산자락을 타고 넘어가야 한다.

 

외딴집이 나오면서 길은 끊어진다. 낯선 사람이 발걸음을 하니 할머니 한 분이 웬 사람인가 싶어 기웃거리신다. 길이 없냐고 여쭈어보니 없다고 하시면서 다시 돌아나가야 한다고 한다. 마당으로 들어가면 안될까요 했더니 마당을 가로질러 논두렁길로 가라고 하신다. 고마운 마음으로 인사를 하고 마당을 가로질러 논두렁길로 가지 않고 얕은 산을 넘어갔다. 

 

유치원이 있는 마을에 접어드니 까만 열매가 주렁주렁 달리 오가피 나무를 만난다. 뭔 나무 열매인지 궁금하여 마침 이 마을에 사는 아낙이 차에서 내리길래 물어봤더니 이 아낙이 하는 말,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아 보이는데 이 나무 열매 이름을 몰라요. 오가피 아닌가요' 하며 불뚱스럽게 말을 한다. 허, 그참 그 아낙의 말본새 하고는^^^ 

 

참빗살나무라고 하는데 주산지에서 본 참빗살하고는 쬐끔 안 어울리는 것 같은데~~~

 

예정에 없던 산행을 마치고 마침내 제 자리로 환원했다. 지나온 능선길을 바라보면서 오늘을 마무리 한다. 

 

마지막으로 250년 묵은 느티나무의 굵다란 밑둥치를 가슴속에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