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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방

백두대간 단전, 괴산 명산 희양산 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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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의 단전에 위치하고 천년수도도량

봉암사를 감싸고 우뚝 서있는 괴산 명산 희양산 (998m)



▣ 언제 : 2013. 5. 17. (금)

▣ 어디로 : 봉암사 탐방 후 희양산으로

▣ 희양산 : 경북 문경시 가은읍과 충북 괴산군 연풍면의 경계

▣ 누구랑 : 아내

▣ 들 ․ 날머리 : 충북 괴산군 연풍면 은티마을

▣ 산행코스 : 은티마을-임도-지름티재-미로바위-정상-성재-갈림길


 

▣ 산행시간 : 5시간 30분(보통 3시간 30분에서 ~4시간 코스)

우리 기준으로 시간을 맞추지 마세요. 우리는 대체로 시간을 많이 소요하는 편 입니다.

 

 

 

 

흔적

 

 

 연중 사월초파일 단 하루만 산문을 개방한다는 꽤나 문턱 높은 봉암사를 탐방하고 우리는  희양산을 오르기 위해 서둘러 길을 나섰다. 희양산은 문경새제에서 속리산쪽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줄기에 우뚝 솟아 있으며, 경북 문경시 가은읍과 충북 괴산군 연풍면의 경계 지점에 있다. 행정구역으로 명확하게 구분하면 봉암사는 경북 문경이고, 희양산은 충북 괴산군에 속해있다. 그러니까 희양산을 경계로 남쪽은 경북 문경이고 북쪽은 충북 괴산 연풍면이라고 보면 된다. 아쉽게도 문경쪽에서는 희양산을 오르는 등로가 완전 폐쇄되었고 길이 있다고 해도 오랜 세월 막혀 있었기 때문에 잡풀이 많고 길도 뚜렷하지 않아 애시당초 갈 생각을 말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희양산을 오르는 코스는 괴산군 연풍면의 은티마을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보면 속이 편하다. 은티마을이 기점인 희양산 산행의 일반적인 코스는 대부분 지름티재 방향으로 희양산 정상에 오르고 정상에서 성터와 시루봉 방향으로 능선을 타고 가다가 희양폭포가 있는 곳으로 회귀하거나 여유가 있으면 시루봉으로 하산하면 된다. 또 준족인 경우에는 호리골재 방향으로 산길을 잡아 마당바위와 구왕봉-지름티재-미로바위-희양산-성터-시루봉-은티마을로 하산해도 된다. 우리도 희양산 산행만 목적으로 했으면 이 코스를 선택했겠지만, 새벽 4시에 기상해서 봉암사를 탐방하고 나선 길이라 우리 형편에 맞게 지름티재 방향으로 길머리를 잡았다.


희양산은 대체로 순한 길이나 지름티재에서 미로바위를 지나 바위로 엉클어진 너덜길을 오르면 비교적 경사가 급한 세미클라이밍 구간이 나온다. 이 세미클라이밍 구간은 거의 100m 가까이 경사가 급한 로프 구간으로 겨울철은 등반 자체가 어려울 것 같고 오늘 같이 좋은 날씨에도 로프를 잡고 조심스럽게 올라야 하는 구간이다. 한 사람씩 로프를 잡고 짧지 않은 클라이밍 구간을 올라가다 보니 다른 지역에서 오는 산객과 이 지점에서 충돌이 생기기도 한다. 오늘도 이 지점에서 충돌이 일어나 근 30분가량 정체가 되어 주춤하고 있는데 일부 산객 사이에 자그마한 마찰이 일어나 고성이 오가더니 급기야 욕설까지 서슴 없이 내뱉는다. 이럴 때는 누군가가 나서 교통정리를 잘 해야 하는데 힘들고 지친 몸이라 모두 나 몰라라 하고 상황이 누그러질 때까지 기다리고만 있다. 산은 기다림을 가르치는 묵언스승인데 오늘 다툰 이들은 뭐하러 산에 다니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세미클라이밍 구간을 벗어나면 거짓말 같이 산길은 순해진다. 특히 희양산으로 가는 암릉길에 올라서면 그야말로 충북일대와 경북 문경 일원의 산세가 마치 한 편의 산수화 같이 한 눈에 쫘악 들어온다. 더구나 오늘은 맑고 청명해 조망권이 더 없이 좋아 주변 산세를 마음껏 관망할 수 있다. 지금까지 힘들게 올라온 보람이 있고 새로운 생동감과 활력이 샘솟는다. 괴산과 문경 일대의 명산을 여기저기 다녀봤지만, 희양산 역시 다른 지역의 100대 명산의 명성에 빠지지 않는 빼어난 산이라 여겨진다.


올해는 사월초파일을 시작으로 3일간의 황금연휴의 첫 날을 뜻있게 보냈다. 신라 헌강왕 때 지증대사의 혜안으로 창건한 천년 수도도량 봉암사를 시작으로 시․도 경계를 벗어나 충북 괴산 연풍으로 이동하여 희양산까지 올랐으니 더 이상 무슨 욕심을 부리겠나. 늘 오늘 같은 나날이 이어졌으면 더 이상 바랄 나위가 없겠다. 앞으로도 마음이 가는대로 몸을 맡기며 살아야겠다.

 

 

 

 

 

 

사진으로 보는 희양산 산행기

 

 은티마을 주차장에 차량 주차. 주차비 3,000원. 여기가 출발 기점이다. 봉암사에서 차량으로 20여분 거리이나 오늘은 사월초파일인지라 봉암사에서 차가 빠져 나오는데 시간이 조금 더 지체되었다.

 

먼저 안내도를 보면서 사전 파악한 자료와 비교하며 전체적인 코스를 살펴본다. 당초 계획한대로 지름티재로 올라 희양산 정상에 갔다가 성터에서 희양폭포로 회귀할 것을 다시 머리속에 그려본다.

 

주차장 한 켠에는 식당이 있고 식당 앞 파고라에는 그늘을 막아주는 등나무에 등꽃이 활짝핀 채 산객을 향기로 맞이하네요.

 

주차장에서 은티마을로 들어서면 식당 옆에 장승과 은티마을 유래비가 있다.

 

유래비에서 다리를 건너면 사과나무 과수원 농가로 가는 이정표가 있다. 여기서 희양산을 가르키는 방향으로 올라간다.

 

이정표 아래는 보라색 꽃망울을 터뜨린 엉겅퀴가 튼실하게 자라고 있다. 

 

이어서 희양산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오고... 

 

꽃잎이 거의 다 떨어진 사과나무 과수원을 스쳐 지나간다. 

 

별장 지역을 지나고 과수농가가 끝나는 지점에 호리골재와 지름티재로 올라가는 갈림길이 나오고 이 지점에 백두대간 희양산을 나타내는 표지석이 있다. 울산에서 관광버스로 온 팀은 여기서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간다. 우리는 새벽에 봉암사에서 3시간 정도 걸어 다녔으니 몸을 풀지 않고 그냥 간다. 평소에도 그냥 가지만^^^

 

삼거리 지점에 이정표와 등산안내도가 자세하게 나타나 있다. 산행 계획이 자세하게 수립되어 있지 않은 산객은 여기서 산행코스를 최종 점검할 수 있다.

 

우리는 계획한대로 1코스를 최종적으로 확정한다. 지금보니 예정시간 보다 2시간 30분 더 걸렸다. 우리가 산행한 시간대로라면 2코스를 돌고도 남을 시간이다. 슬로우란 이름은 괜히 심심해서 붙인 것이 아니란 사실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아직까지 올라가는 산행길은 순탄한 편이다. 희양산에서도 박달재에서 처음 보았던 족도리 풀을 만난다. 이름과 형태를 알고나니 눈에 더 잘 띄는 모양이다. 지금까지는 보면서도 모르고 지나갔으리라. 역시 아는 것 만큼 보인다는 사실이 실감난다.

 

여기는 지름티재다. 주차장에서 1시간쯤 올라오니 희양산과 구왕봉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여기에서 내친김에 0.5Km 지점에 있는 구왕봉으로 갔다가 돌아올 것을 아쉬운 마음이 든다. 아니다 아에 호리골재로 돌아서 구왕봉을 거쳐 이리로 올 것을~~~ 새벽에 봉암사 다녀온 시간때문에 코스를 넉넉하게 잡지 못했다. 아쉽다.

 

지름티재. 목재로 울타리를 치고 봉암사로 넘어가는 길목을 스님이 초병처럼 보초를 서고 막고있다. 쉴 수 있는 막사도 있다. 이렇듯 괴산쪽희양산에서 문경 봉암사로 내려가는 길은 철저하게 차단을 당하고 있다.

 

안내문 내용이 많이 부드러워 졌다. 선답자가 올린 안내문에는 괴산군수의 명의로 '봉암사 사유지로 출입을 금하며 하는' 내용의 안내글이 있었던 것 같은데~~~ 다른 지역의 안내문이었던가 아니면 산객의 불평으로 다시 세운 안내문인지 확실한 내용은 파악해보면 알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을까요.

 

울타리 너머는 오랜세월 산객의 출입을 통제했으니 얼마나 많은 귀한 야생초가 예쁜 꽃잎을 피웠다가 지곤 할까요. 궁금해서 들어가보고 싶네요. 

 

신기하네요. 거대한 바위덩어리를 가녀린 막대기가 받치고 있다니 막대기를 빼면 큰일 나겠습니다. 조심조심 막대기 조심^^^ 

 

이제 각시붓꽃도 끝물인지 이 지점에서 각시붓꽃 두 개체를 만나고 더 이상 만나지 못했다.

 

암릉으로 이루어진 구왕봉을 바라보며 

 

화강암으로 구성된 희양산 암릉. 어느새 겨우내 헐벗은 암릉지대를 신록이 초록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자연의 오묘한 이치엔 그저 할 말이 없다.

 

저멀리 우리가 스쳐 지나온 은티마을과 오른쪽 산 위는 터널을 뚤기 위해 산을 뭉개고 있다. 필요하면 뚫어야지 어쩌겠나. 그러나 어쨌든 최소한의 희생으로 최대의 가치를 뽑아야겠지.

 

아마 여기가 미로바위인 듯 한데 이름표가 없네요. 좀 붙여 놓지. 바위 틈 사이로 1명이 들어가 오른쪽으로 1m쯤 꺽어 들어갈 수 있다. 더 이상은 틈은 있지만 들어갈 수가 없네요.

 

노랑제비꽃도 끝물인가 보다. 겨우 이 지점에서 한 번 만난다.

 

나무뿌리가 탁상바위를 확실하게 받쳐주고 있습니다.

 

그놈 참 기특하네. 

 

이제 어지럽게 널부러진 바위 투성이 너덜길을 지나니 곧 이어

 

세미클라이밍 구간이 나온다. 거의 100m 가까이 로프를 타고 올라간다.

 

로프를 잡고 조심조심 올라간다.

 

50대, 60대 아지매도 아자씨도 거리낌 없이 잘 올라간다. 

 

점점 경사가 심해지네요. 안되겠다. 스틱을 접자. 진작 그럴 것이지.

 

이 지점에서는 위에서 내려오는 산객과 충돌이 일어난다. 여기서 30분이나 지체된다. 성질 급한 산우들은 서로 고성이 오가고 삿대질 까지 해댄다. 갈 길이 바쁘겠지만 좋은 산에 와서 산우들끼리 감정 충돌이 일어나서야 되겠나. 모두 숨고르고 진정하시지요.

 

부산에서 엄마, 아빠 따라온 꼬마도 안간힘을 쏟으며 올라오고 있다. 아이가 불안해 하자 엄마는 밧줄도 잡지 않고 뛰어 올라와 아이를 받쳐준다. 그 참 대한민국 엄마들이 위기의 순간에 쏟아내는 힘은 도무지 가늠할 수 없다. 그야말로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한다. 그런데 이 어머니는 산행하는 폼이 보통이 아니다. 아마 전문 산꾼 수준으로 보인다. 아자씨는 보이기는 보이는데 엄마가 시종일관 아이를 돌보고 있다. 아자씨는 덩치도 좋던데 뭐하는겨^^^ 나처럼 똑딱이 들고 사진만 똑딱 거린다. 아마 아짐씨의 능력을 믿는가 보다.

 

꼬마가 올라오는 지점만 통과하면 거짓말 처럼 평이한 등산로가 펼쳐진다. 고생 끝이다. 아, 이 지점에 있는 알림판이 괴산군수 명의로 되어 있는 통제 알림 내용이 있는 곳이구나. 그런데 누가 그랬는지 성질이 난 산객이 아랫부분을  찢어 버렸다. 얼마나 화가 났으면 그랬을까? 그래도 찢는 것은 좀 그렇다.

 

가지 못한 구왕봉을 바라보며. 지금부터는 조망 좋은 바위 능선길이다.

 

 

충청권, 경상권의 마루금이 잔잔한 파도처럼 눈 앞에 펼쳐진다. 경사진 암릉 사이에 뿌리를 내려 똑바로 줄지어 자라고 있는 소나무의 모습도 장관이다.

 

따뜻한 햇살 아래서 맛있게 차려온 점심을 먹고있다. 얼마나 맛있을고^^^

 

오랜만에 조망 좋은 넓은 암릉에 앉아 사진 한 장 찍어본다.

 

저멀리 아침에 다녀온 봉암사가 보인다. 여기서 봉암사로 넘어가는 것도 좋을텐데 어쩌겠나. 자연을 보호하고, 스님들의 수행 정진을 위해 차단해 놓았으니 협조해야지.

 

높은 암릉에 하늘을 바라보고 우뚝 솟아있는 소나무의 자태는 언제봐도 신비롭기만 하다.

 

하늘도 좋고 소나무도 참 좋다.

 

드디어 희양산 정상이다. 특별한 정상석도 없고 누군가 큰 돌덩이에 희양산이라고 표시 해 놓은 듯하다. 100대 명산인 희양산을 이리 취급해도 되나? 동네 산도 근사한 정상석이 다 있던데 어떤 이유가 있구만.

 

문경 봉암사쪽. 저기 보이는 도로에 아침에 차량 주차 행렬이 장난이 아니던데...

 

건너편 구왕봉의 암릉. 모두 화강암질이다. 

 

고사목도 보인다.

 

희양산 정상에서 다시 되돌아와 시루봉 방향인 성터로 간다. 

 

여기서도 구왕봉을 가지 않았으니 시루봉 방향으로 갈 것을 그랬나보다. 여기서 은티마을로 내려가서 희양폭포를 보려고 했는데 길이 아닌지 희양폭포를 볼 수 없었다.

 

위 이정표가 있는 지점이 119 신고안내 제4지점이다. 

 

이 능선은 백두대간 등산로 구간이다.

 

내려오는 길에는 관중이 무리를 지어 자라고 있다.

 

금괭이눈인지 괭이눈도 습한 바위틈 그늘에서 자라고 있다. 오늘 처음 만난 애들이다.

 

족두리를 닮았으면 족두리풀이라 하면 될 것을 족도리풀로 많이 불리어진다. 거대한 바위틈 사이에서 마치 열병하 듯 자라고 있는 족도리풀이 신비롭기까지 하다.

 

책바위라고 해야할지 떡바위라고 해야할지 층층이 겹에 쌓인 바위 무더기가 상당히 이채롭다.

 

우산나물. 마치 우산살이 활짝 펼쳐져 있는 것 같다.

 

희양산을 산행하면서 생각만큼 많은 꽃을 보지 못해 올라가면서 스쳐지나간 병꽃나무를 아쉬움에 담아본다.

 

아마 터널을 놓을려나 보다. 터널 구멍이 두개 뻥 뚫려있다.

 

사과나무 밭에 핀 민들레와 씨앗을 품고있는 민들레가 꽃진 사과나무를 대신하여 노랗게 밭을 물들이고 있다. 농부는 저 놈들을 모두 어찌하라나. 아마 애물단지겠지.

 

내려가는 길가에 핀 독일붓꽃도 피고지고 한다.

 

별장지가 참 멋진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이렇게 사진을 찍어 놓으니 그림같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