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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동물

도요물떼새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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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물떼새들 1

 

■ 언제 : 2023. 07. 30.(일)
■ 어디 : 포항
■ 누구랑 : 혼자
■ 탐조 내용 : 왕눈물떼새 외 7종

 

 

28일 날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아내가 걸린 후 5일 만에 나도 따라갔다.

작년에 아내가 걸렸을 땐 옮지 않았는데 이번엔 나도 피해 가지 못했다.

그동안 코로나가 창궐한 이래 밀접 접촉을 경험한 지도 예닐곱 번은 되는데

용케도 단 한 번 전염된 적이 없었다.

 

같이 먹고 같이 자기도 하고 조수석에 태워 다니면서 장거리 출사도 다녀오고 했었지만

희한하게도 난 옮지 않았다.

스스로 난, 특수 체질이라 여겨질 정도로

 

한두 번도 아니고 무려 여섯 일곱 번이나 밀접 접촉을 하고도 걸리지 않았으니

당연히 그런 건방진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심지어 내 혈액을 이용해 지구를 구원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사실 이번에 아내가 코로나 두 번째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만 해도

아내가 또 걸렸구나라고 생각하며 별로 대수롭잖게 여겼다.

걸린 아내만 고생하고 나는 또 괜찮을 줄 알았다.

전례가 있었기에 이번에는 크게 조심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엔 증상이 좀 모호했다.

전염이 된 것 같기도 하고 독감 증상인 것 같기도 하고 여하튼 뭔가 좀 달리 느껴졌다.

자가진단 키트를 꺼내 재채기가 심하게 나올 정도로 코에다 찔러 넣고

검사를 했더니 한 줄밖에 나오지 않는다. 일부러 심하게 찔러 넣고 비볐는데~

 

"그러면 그렇지"

아내의 코로나가 언감생심 나한텐 올 생각조차 못했던 거지.

"내가 어떤 체질인데 감히 네 녀석이 나한테 와"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

자가키트 한 줄에 힘을 입어 내 체질에 내 스스로 감복한 채

난 코로나가 어떤 형태로 변이 되던 나랑 무관한 병이라고 자신 있게 치부했다. 

 

근데 이번에는 생각과 달리 몸이 자유롭지 않았다.

발걸음이 무겁고 목이 잠기고 쉰 목소리까지 나고 몸엔 열도 많았다.

요즘 독감도 유행하고 있기에 독감인가 싶어 병원에 갔더니

열이 38.5도라며 코로나 검사를 하잔다.

 

집에서 한 줄 나왔다고 의기양양하게 말을 한 후 독감이 아닐는지 의심된다며

증상에 따른 약이나 지어 달랬더니 일단 검사를 하잔다.

만사 불여튼튼이라 했으니 병원에서 검사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검사에 응해 준다는 건방진 똥떵어리 같은 생각을 하고 검사에 임해 주었다.

 

의사가 직접 양쪽 콧구멍에 면봉을 쑤셔 박는데 집에서 내가 쑤셔 박은 것은 박은 것도 아니었다.

나도 눈물과 재채기가 심하게 날 정도로 쑤셔 넣었는데 의사가 한 것은 그 정도는 약과였다.

눈물 콧물을 빼고 난 후 대기실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이윽고 간호사가 날 불렀다.

죄수 마냥 의사 앞에 불려 간 나는 처분만 기다렸다.

의사의 표정으로 봐 역시 나는 코로나가 아니었던 것으로 짐작되었다.

내가 눈치 하나는 또 빠르지.

저 의사가 날 대하는 표정과 태도 그것만 봐도 난 확진이 아니었다.

 

나이가 나보다 스무 살 정도는 아래로 보이는 의사가 하는 말

그저 한 마디 무심하게 툭 던진다.

"양성입니다."

 

"뭐라꼬?"

"뭐라카노?"

"양성이라꼬?"

"내가 어떤 사람인데, 나는 코로나에 특화된 체질인데"

 

제기랄 특화는 무슨 얼어 죽을 놈의 특화

그동안 운 좋게 비켜가서 그렇지

그럼 그렇지 내가 무슨 놈의 로보캅 체질이라고 착각도 유분수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나니 내 몸에서 온갖 증상이 다 나온다.

그동안 겪어보지 않았다고 한꺼번에 코로나 증상을 다 맛 보여 준다.

"양성입니다."

그 한 마디에 온몸이 다 쑤신다.

 

 

확진 판정을 받고 사흘째다.

뼈마디 쑤시는 정도는 견딜만해졌다.

지금 호반새를 찍으러 가야 하는데 거긴 사람들이 너무 많아 아직은 내가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호반새가 이소 하기 전 두 번 정도는 더 가리라 생각했던 곳인데 이젠 영 물 건너갔다.

 

지금 시기에 가볼 만한 곳은 딱 한 군데밖에 없다.

바닷가다. 날씨가 더워서 사람도 없을 테고 어쩌면 도요물떼새들은 이미 왔을지도 모른다.

아직 SNS에 올라오는 사진이 없는 것으로 보아 여긴 사람들 발길이 아직 이른 모양이다.

내가 가기엔 최적격인 장소다.

 

형산강부터 차량 탐조하면서 포항 일대 바닷가를 다 훑었다.

호미곶으로 해서 구룡포까지 사람들이 있는 곳은 차도 세우지 않고 차량 탐조로 진행했다.

아직 다른 곳은 새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딱 한 군데 거기만 그래도 보고 찍을 녀석들이 좀 있는 편이었다.

다른 곳은 그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나들이에 불과했다.

 

모랫사장은 그야말로 사막을 방불케 했다.

바람도 뜨겁고 모랫사장은 뜨거운 열기로 후끈거렸다.

열받은 몸이 열을 삭여야 하는데 열을 더 받으러 온 셈이다.

이러다 큰일 나겠다 싶은 생각이 들면서도

발걸음은 새를 찾아 여기저기 바닷가 모래사장을 누비고 다닌다.

아무래도 내가 생각해도 제정신이 아니다.

 

늦었지만 정신을 파딱차리고 돌아섰다.

누구랑 같이 간 것도 아니고 사람도 없는 인적이 드문 곳에서

혼자 맥없이 '픽' 쓰러지기라도 하면 주변에서 날 구하러 올 사람도 없다.

사람이 드문드문 있기는 했지만 나를 눈여겨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새가 있긴 하지만 새는 내게 즐거움을 줄 뿐 날 구원해 줄 119 대원은 아니다.

 

뜨거운 모랫사장을 두 시간 남짓 누비고 다녔나 보다.

그만하는 게 신상에 이로울 것 같다.

호미곶이랑 구룡포 쪽으로 한 바퀴 돌아서 가야겠다.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상태 파악이나 할 참이다.

 

 

 

 

 

꼬까도요

 

노랑발도요

 

뒷부리도요

 

세가락도요

 

왕눈물떼새

 

좀도요

 

흰물떼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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