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와 솔부엉이
■ 언제 : 2023. 07. 21.(금)
■ 어디 : 청도 - 영천
■ 누구랑 : 혼자
■ 탐조 내용 : 파랑새 육추 & 솔부엉이
연일 지리한 장마에 폭우 아니면 폭염이 사람을 못살게 군다.
장대같이 퍼붓던 비는 산도 강도 다 쓸고 지나갔고 심지어 사람 목숨까지 휩쓸었다.
현재 집중호우로 전국에서 50명이 넘는 사망·실종자가 발생하고 35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상황이다.
대부분의 사고는 천재가 아닌 인재에 속한다.
더욱이 예측 가능했던 사고라 사상자나 이재민의 안타까움은 더 서럽게 느껴진다.
사고는 늘 사후약방문이다.
명년 장마철에 이런 사고가 또 되풀이 되겠지.
더 이상 알고 당하는 악순환은 되풀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요즘 시기가 시기인지라 갈 곳이 많지 않다.
늘 가던 곳만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한다.
오늘도 파랑새를 만나러 갔다.
한 마리 이소했다는 소식에 나머지 새끼들이 다 나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가봤다.
그런데 세상에나! 오늘 여기 어떻게 된 일인지 북새통에 그야말로 도떼기 시장이다.
열명 남짓 자리하면 꽉차는 곳인데 무려 30여 명의 진사님들이 모였다.
파랑새는 전국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데 여기까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다니 그~참!
요즘 어디 특별하게 찍을만 한 곳이 없기는 없나 보다.
주변에 있는 분들한테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니
청주에서 왔고 부산에서도 왔단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어디서 왔는지 물어 보지도 못했고 알지도 못했다.
평소 사진 촬영하면서 안면 있는 분들 몇 분 빼고는
모두 낯선 사람인 걸 보니 대부분 외지에서 오신 분들이다.
여기서 60여km 지점에 솔부엉이와 소쩍새
그리고 그 주변에 호반새가 새로운 핫 플레이스라 겸사겸사 들린 모양이다.
나는 지인 한 분과 함께 파랑새를 좀 찍다가 1시경에 솔부엉이 있는 곳으로 갔다.
여기도 사람들이 많다.
새가 있는 곳이 노출되면 새 보다 사람이 더 많다.
어떤 경우에는 새 한 마리가 전국에 있는 조류애호가들을 다 끌어 모은다.
지금 이 지역도 그런 실정이다.
솔부엉이는 괴롭다.
그 괴롭힘에 나도 여러번 동참했다. 공범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얘기다.
할 수 없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그런데 이 녀석은 지금 떠날래야 떠날 수도 없는 몸이다.
새끼와 어미를 보호해야 할 사명감을 갖고 태어났으니 혼자 갈 수 있겠나.
이 녀석은 명년에 또 여기서 자릴 잡을 확률이 많다.
특히 새들은 한 번 둥지를 틀었던 곳은 마치 기계적인 움직으로 되돌아 온다.
모르긴 해도 이 솔부엉이의 뇌엔 내비게이션이 여기로 장착되어 있을 거다.
이럴 때 보면 새는 역시 새대가리인 모양이다.
새를 알고부터 새가 절대 새대가리가 아닌 영물이었음을 알았으면서
이럴 때 보면 영락없는 새대가리인 거 같아 안타깝다.
호반새는 오늘 생략했다.
엄마도 없는데 나라도 일찍 들어가야 할 것 같다.
짜슥, 맘카로 보니 혼자 쓸쓸해 보인다.
빨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