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대학 동기 모임은
해양관광 휴양도시 여수로
■ 언제 : 2019. 11. (금) ~ 1. 12.(토)
■ 어디로 : 동기 모임을 자원한 충*씨가 있는 여수로
■ 누구랑 : 동기 17명(권혁*, 김현*, 나, 남상*, 남순*, 박용*, 조태*, 안형*, 양성*, 오세*, 이용*, 이충*, 장인*, 정남*, 조동*, 조창*, 최우*)
- 1차 합류(15명) : 권혁*, 김현*, 나, 남순*, 박용*, 조태*, 안형*, 오세*, 이용*
이충*, 장인*, 정남*, 조동*, 조창*, 최우*
- 2차 합류(2명) : 남상*, 양성*
■ 일정
- 1일차 : 이순신광장 집결 - 점심 - 오동도 한 바퀴 - 여수해상케이블카 - 저녁(횟집) - 숙소
- 2일차 : 돌산순환도로 한 바퀴(바람에 언덕에서 차 한 잔 하며 낭만을 즐김)
흔적
이번 모임은 충청도 토박이가 전라인이 된
충*이가 살고 있는 여수에서 했다.
여수 모임은 이미 지난 모임 때 투표로 결정된 장소이기도 하다.
본인이 자청해서 여수에서 했으면 했는데 다른 장소도 나와 공평하게 투표를 해 당첨됐다.
여수는 해상관광 휴양도시로 유명하다.
유달리 갈 곳도 많고 볼 곳도 많은 곳이다.
갈 곳이 부지기수라 한두 번 가고선 여수를 다녀갔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다.
나도 여러 번 갔다만 여수를 알기엔 아직 멀었다.
여수하면 가장 먼저 ‘여수 밤바다’란 노래가 떠오른다..
심심찮게 듣긴 했지만 아쉽게도 난, “여수 밤바다~~~♬♬♬”란 소절밖에 모른다.
웬만한 사람이면 나처럼 “여수 밤바다~~~♬♬♬”란 음정은 알 것이다.
어쩌면 이 노래가 여수보다 더 유명할지 모른다.
갑자기 이 노래를 누가 불렀는지 궁금하다.
찾아보니 ‘버스커 버스커’란 3인조 밴드가 불렀다는데 역시 생소하기만 하다.
버스커(busker)란 ‘거리의 악사’란 의미다.
밴드 이름은 이 버스커를 두 번 사용해 ‘버스커 버스커’라 불렀다.
어쨌든 이들이 부른 노래로 인해 여수가 더 유명해진 건 주지의 사실이다.
여수 노래말고 제주도도 뭐 이런 노래가 있던데~~~
“제주의 푸른 바다~” 이렇게 시작하는 것 같던데...
여수에 가기 위해 성당주차장에서 10시 시외버스를 탔다.
차를 가지고 가려다 아무래도 이번에 새로 뽑은 전기자동차가
장거리 여행에는 불편할 것 같아 가져가지 않았다.
올 때는 동*이가 태워준다고 했으니 가는 데만 조금 불편하면 될 것 같기도 했고,
충*이도 아예 가져오지 말란다. 나도 그게 나을 것 같아 버스에 몸을 실었다.
여수시외버스공영주차장에 도착하니 충*이가 데리러 왔다.
우리 동기모임은 개최지에 살고 있는 사람이 자동으로 유사(有司)가 된다.
유사가 되면 기차로 오거나 버스로 올 경우 수송까지 도맡는다.
다소 번거로운 일이나 유사를 맡았으니 그 정도는 기꺼이 감내한다.
친구들 수송을 위해 충*이가 여러 번 왔다 갔다 했다.
예정보다 조금 일찍 당도한 나는 다른 친구들이 올 때까지 시간 여유가 있어
충*이가 이끄는 대로 따라 다녔다.
먼저 여수엑스포여객선터미널로 갔다.
남원에서 오는 용* 기차 시간에 맞추어 마중도 나갈 겸
여객선터미널 주변 경관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기다리는 동안 충*이가 터미널 주변 곳곳을 설명해 주더라만 기억도 잘나지 않는다.
모임하고 열하루가 지나 글을 쓰니 기억이 아리송하다.
용주랑 통화해 보니 기차 도착 시간이 맞지 않는다.
용*는 나중에 데려 가기로 하고 혁*이부터 만나러 이순신광장으로 갔다.
혁*이는 하루 전에 도착해 찜질방에서 시간을 보냈단다.
친구들과 만나자면 시간이 많이 남아 시장 구경하면서,
마른 멸치와 홍합 말린 것도 사고 또 다른 건어물도 샀다며 자랑한다.
그리고 까만 비닐봉지에 쌓인 건어물을 꺼내며 맛있다고 먹어보란다.
180cm가 넘는 큰 키만큼이나 정도 깊다.
평소 너스레도 잘 떨고 싱거운 소리도 곧 잘 하는 친구지만,
미운 구석 하나 없는 정 깊은 사람이다.
조금 있자니 친구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한다.
의정부 사는 동*이가 우*이와 순*이를 데리고 또 오는 길에 대전으로 가 태*이까지 태워왔다.
역시 조동팔이다. 목적지가 어디든 늘 차를 가지고 다니며 언제나 혼자 오는 법이 없다.
앞앞이 전화를 해 꼭 누군가를 태우고 함께 온다.
세종에 사는 세*도 용*이랑 형*이를 태우고 왔다.
이 친구 역시 인정 많은 친구라 혼자 오는 법이 없다.
먼저 온 사람들과 함께 이순신 광장 인근의 아구탕 집으로 갔다.
아닌 게 아니라 점심때가 훨씬 지난지라 배도 고프다.
충*이는 나보고 먼저 온 친구들을 데리고 식당으로 가 아구탕을 시켜먹으라 하곤
또 용주랑, 현*, 창*이를 데리러 갔다.
늦게 오는 친구들은 오는 대로 먹기로 하고 배고픈 우리는 아구탕을 시켜 먼저 먹었다.
배가 고파 그런지 아구탕 집이 맛 집이라 그런지 얼큰한 것이 뱃속까지 시원하다.
먹고 있는 도중 울산에서 인*이랑 남*이까지 합류했다.
이제 충*이가 데리러 간 사람만 오면 1차 합류 팀 15명은 다 온 셈이다.
그러고 보니 1차에 15명이나 합류했다.
지금까지 1차에 이렇게 많이 모인 유래가 없었다.
내 알기로는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친구가 좋고 여수가 좋았나 보다.
어쨌거나 많이 모여 좋다.
점심을 먹고 오동도로 향했다.
긴 방파제를 지나 숲속으로 들어갔다.
신이대(벼목 화본과의 대나무) 터널을 지나니 가지가 떠억 벌어진
우람한 나무 한 그루가 길을 막는다.
한 눈에 봐도 예사로운 나무가 아니다.
한 뿌리에서 자란 7~8개의 덩치 큰 줄기가 장승처럼 우뚝 섰는데,
줄기 하나가 너무 굵고 커 마치 서로 다른 나무 7~8그루의 나무가 붙어 자란 것처럼 보인다.
참나무과에 해당하는 모밀잣밤나무라는데 가지 하나가 다른 거목 한 그루다.
이런 규모의 나무는 당최 보기 어렵다. 실로 경이로운 나무랄 수 있다.
모밀잣밤나무 자체가 흔치 않은 나무인데 더 더욱 이런 거목으로 성장하고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나무를 봤다는 것 자체가 행운이다. 쉽게 만나기 어려운 귀목이다.
점입가경이라 조금 더 올라가니 괴상망칙한 괴목 한 그루가 더 보인다.
남근목이라고 하는데 무슨 커다란 혹 같은 게 달렸는데 근데 이놈이 남성의 거시기를 꼭 닮았다.
오가는 이마다 눈길 한 번씩은 주고 간다.
산에 다니다보면 나무줄기에 생긴 이런 흉스럽게 생긴 혹을 더러 만나곤 한다.
나무에 생긴 이런 혹은 인간으로 말하자면 암조직 같은 것이 발달해 생겼을 수도 있고,
조직의 변형으로 괴기스런 기형으로 생겨나기도 한다.
사내의 성기처럼 보이는 이 나무는 녹나무과에 속하는 후박나무다.
오동나무는 보이지 않고 후박나무와 같은 다른 나무들만 자주 눈에 띈다.
그런데 정작 오동도에 있어야 할 오동나무는 아예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오동도란 이름이 무색하리만큼 오동나무는 씨가 말랐다.
오히려 동백나무가 주류를 이루고 그 밖의 다른 종들만이 무성하다.
동백나무가 삼천육백그루에 달한다고 하니 오동도의 주인은 오동이 아니라
오롯이 동백나무가 주인이랄 수 있다.
그럼 섬 이름을 왜 오동도라 했을까?
그건 오동도가 위에서 내려다보면 오동나무 잎을 닮았고,
한때는 오동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었으니 오동도란 이름이 제격이랄 수 있었다.
전설에 의하면 고려 말 신돈이 오동나무 숲에 봉황이 자주 드나들어
새 왕조의 탄생에 위협을 느낀 신돈이 이는 왕조에 불길하다고 주장하여
오동나무들을 모두 베어버렸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어떤 연유인지 모르겠으나 지금 오동도를 지키는 건 오동나무가 아니라
동백나무를 위시한 후박나무, 해송, 신이대 등이 오동도를 사수하고 있다.
충*이가 오동도 전망 좋은 요처를 보여 주느라 겉으론 드러내지 않지만 분주하게 움직인다.
이런 모습은 충*이 스타일이다. 속마음은 예쁘되 말은 늘 짓궂게 하는 친구다.
굳이 좋다는 말은 안 해도 무작정 이끄는 대로 따라 가보면 다 좋다.
곳곳이 비경이다. 짐스럽다고 사진기를 가져오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쉽다.
아쉬운 대로 친구들과의 추억을 남기기 위해 스마트폰으로나마 대신 찍는다.
추석 연휴에 부장 모임을 여수에서 2박 3일 하면서 여수 사진은 충분히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귀찮더라도 가지고 올 걸 그랬다.
우*이가 날 준다고 사진기 필터까지 잔뜩 챙겨왔는데 그것도 써먹지 못했다.
이래저래 아쉽다.
오동도를 한 바퀴 돌고 해상케이블카를 타러 갔다.
케이블카야 여수 부장 모임 때 타 봤었지만, 그렇다고 친구들과 함께 와 안 탈 이유도 없다.
만약 시간이 된다면 낮엔 타 봤으니 이번엔 밤에 한 번 타 봤더라면 좋았을 뻔 했다.
케이블카를 탄 채 여수의 야경을 볼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에겐 그럴 여유가 없다.
정해진 계획표대로 움직이자니 그럴 시간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여수의 해상 케이블카를 타 보지 않은 사람은 낮에 타보는 것도 좋다.
환한 대낮에 바다 위를 고공행진하며 바라보는 여수의 풍경도 그야말로 가관이다.
뒤돌아보면 방금 우리가 걸었던 오동도가 한 눈에 들어오고,
하멜등대, 이순신대교, 돌산대교, 자산공원이 눈 아래 그림처럼 펼쳐진다.
전망대에 올라 바라보는 여수 시가지 풍경은 또 어떻고,
그야말로 눈에 들어오는 대로 작품이다.
아주 걸작이랄 수 있다. 여수라는 항구 도시는 말 그대로 걸작품인 게다.
나를 비롯한 몇몇은 전망대로 갔고, 대부분은 자산공원으로 갔다.
전망대든 자산공원이든 어디든 다 좋다만 같은 값이면 전망대 풍광이 더 좋지 않았나 싶다.
자산공원으로 간 친구들은 시간이 없어 전망대 구경을 못했다.
용*이가 애가 탔는지 전망대로 오라고 재촉을 하더만 이 친구들 아랑곳 하지 않는다.
바쁘더라도 잠시 틈을 내 구경하고 갔으면 좋았을 것을 내가 다 아쉽다.
정승도 지 싫으면 그만인데 우야겠노.
숙소로 이동했다. 차만 주차한 채 여장 그대로 충*복이가 예약한 숙소 인근 횟집으로 바로 갔다.
식당에 들어서니 생기가 넘친다.
상차림을 보니 걸판지게 차려 났다.
좌정하자마자 권커니 잣거니 술잔이 바쁘게 움직인다.
빈 술잔 놔둘 여유가 없다. 마시자마자 술잔에 술이 바로 찬다.
한 순배 술이 돌아갔을 무렵 지난여름 노대통령 묘역에서 흥타령을 불렀던
남 교감한테 한가락 읊으랬더니 이 친구 마치 기다렸다는 듯 주저 없이 한 가락 뽑는다.
이 친구, 아무래도 요즘 우리 판소리에 꽂힌 것 같다.
흥이 무르익을 무렵 전주에서 상*이가 왔고
마지막으로 제주가 본향인 서울 사는 성*이가 합류했다.
늦게 온 두 친구 중 흥이 많기로는 전주 사는 상*이만한 친구도 없다.
상*이가 오자 모두 기다렸다는 듯 이 친구한테도 한 가락 뽑으랍신다.
술도 한 잔 마시지 않았기에 취기가 있을 리 만무하다.
웬만하면 빼련만 이 친군 빼는 법이 없다. 하라면 바로 한다.
그래도 수인사만 나눈 채 노랠 하자니 민숭민숭했던지 술 한 잔만 마시고 하겠다더니
한 잔 훌떡 비운다.
그리곤 김도향씨가 불렀던 ‘벽오동 심은 뜻은~’ 이란 노래가 바로 나온다.
이 친구의 18번 가락이다. 모임하면서 여러 번 들은 적 있다.
순*이가 흥을 돋워 놓았는 데다 상*이까지 가세했으니 말해 뭘 하겠나.
두 친구의 구성진 노래 가락에 술치는 손길이 바빠지고, 여수의 밤은 우정으로 깊어간다.
친구가 있어 즐겁고 술이 있어 좋다.
여수의 밤에 활력이 샘솟는다.
자리가 파하기 전에 다음 여름 모임 장소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이런 건 모두 함께 있을 때 결정하는 것이 좋다.
의외로 장소는 쉽게 결정됐다. 창*이가 남양주에서 했으면 좋겠다고 자청하고 나섰다.
남양주에 오면 갈 곳 많고 볼 곳 많단다.
모두 이구동성으로 찬성했다.
잘 됐다. 남양주라면 나도 한 번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다음 모임도 기대된다.
*
밤잠 설치고 느지막이 일어나니 남 교감은 전주에 잔치 있다고 먼저 가고 없고,
대전사는 태*이도 가고 없다.
인*이가 대전으로 가니 남*이와 창*이, 용주도 인*이 차로 먼저 간단다.
울산 사는 남*이는 대전에 홀로 계신 어머님을 뵈러 가고,
창*이는 먼 남양주에 사니 인*이 차에 얹혀 대전에서 가는 것이 낫다.
전주 사는 상*이도 간다고 하고, 하룻밤 지새니 이래저래 빠지는 친구들이 많다.
7명 빠지고 10명이 남았다.
그런데 7명 빠진 친구들 가운데 현*이란 이름이 없다.
그러고 보니 현*이가 마지막까지 남았다. 제주 친구 성*이도 남았다.
이 두 친구는 자고 나면 가고 없는데 끝까지 남아 있어 오히려 이상하다.
성*이는 사업상 바빠서 보통 다음날 아침 일찍 가는 것 같은데,
현*이는 그닥 바쁜 일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날이 새고 나면 귀신같이 사라지고 없다.
아니 보통은 모임 당일 숙소에 자러 가기 전에 벌써 증발하고 없다.
그랬던 사람이 이번엔 끝까지 남은 것이다.
여수가 좋긴 좋았던 모양이다.
충*이는 남은 친구를 데리고 돌산을 한 바퀴 돌 심산인 모양이다.
먼저 돌산 가는 길에 해양수산과학관이 있는 무슬목으로 갔다.
무슬목피서지 해변은 모래사장이 아닌 큰 몽돌로 이루어진 몽돌밭이다.
겨울바다라 그런지 우리 일행 외에는 다소 한산한 분위기다.
잔잔한 파도가 몽돌에 부딪히는 소리가 아련하다.
어젯밤과는 분위기가 확연하게 다르다.
어젯밤이 황홀했다면 오늘 여수의 아침은 고요하고 잔잔하다.
까만 몽돌에 살포시 으깨지는 포말이 가볍게 신발을 적신다.
가까이 있는 해송숲을 들렀다.
역시 여기도 우리 외에는 아무도 없다.
시커머틱틱한 소나무와 솔숲 사이 부는 잔잔한 바람이 다다.
시커먼 소나무가 잘 생겼다. 바닷가에서 자라는 해송이라 일컫는 소나무다.
해송은 해풍을 맞으며 척박한 환경에서도 비교적 잘 자라는 소나무과에 속하는 상록침엽수림이다.
잎이 억세고 줄기가 시커매 흔히 곰솔이라 일컫기도 한다.
동*이가 무리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아름드리 해송 한 그루를 보더니,
이 나무는 옮긴 건지 그냥 그 자리서 자란 건지 반문한다.
용*이가 글쎄 “그냥 그 자리서 자란 것이 아닐까?” 한 마디 툭 던진다.
내가 보기에도 그냥 그 자리서 홀로 올곧게 자란 것 같다.
세*구는 혼자 바닷가 돌무더기 사이로 가더니 갑자기 신발을 벗고 양말까지 벗는다.
바람도 찬데 갑자기 뭐하려고 저러나 봤더니 돌 틈 사이로 힘을 주며 용을 쓰기 시작한다.
마음대로 안 되는지 이내 돌아선다. 역시 재밌는 친구다.
이 친구는 지금 세종에 살고 있지만 부여가 고향인 친구다.
부여 사투리가 센 편인데 아직 하나도 안 고쳤다.
아니 내가 보기에 고칠 의향이 전혀 없다.
이제 남은 일정은 돌산을 한 바퀴 돌 일만 남았다.
돌산을 한 바퀴 돌자면 64km가 넘는데도 모두 다 좋단다.
난, 개인적으로 돌산을 한 바퀴 도는 것이 가장 좋았다.
여수에 여러 번 왔었지만, 돌산을 한 바퀴 돈 적은 없다.
충*이가 친구들한테 여길 구경시켜 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뚝배기에 끓인 된장국처럼 구수한 정이 묻어난다.
툭툭 던지는 투박한 말투 속에 묵은 된장 맛이 가득 찼다.
돌산을 돌고 돌아가는데 감탄이 절로 나온다. 절경이 따로 없다.
여수에 여러 번 와 놓고도 왜 여길 다녀가지 않았는지 그게 의뭉스러울 정도다.
돌산대교로 이어지는 시내와는 또 다른 맛이다.
인위적인 아름다움보다 때 묻지 않은 모습이 더 좋다.
드라이버를 하면서 모두 비경에 취해 감탄을 자아낼 즈음
자동차는 분위기 좋은 카페 앞에 스르르 멈춘다.
누가 봐도 바닷가 전망 좋은 명소에 독단적으로 자리 잡은 카페였다.
카페 이름이 ‘바람에 언덕’이다.
‘바람에 언덕’이라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이름이다.
‘바람의 언덕’인 줄 알았다.
‘바람의 언덕’은 우리나라 여기저기 유명한 곳이 더러 있다.
내가 알기로는 거제도와 태백의 매봉산 ‘바람의 언덕’이 유명하다.
아마 이름을 그대로 하고 싶지 않아 ‘~의’를 ‘~에’로 바꾼 것 같다.
두 곳 다 가봤지만 돌산에 있는 ‘바람에 언덕’도 ‘바람의 언덕’처럼
분위기 좋기는 매양 일반이다. 다른 듯 같은 느낌을 가져본다.
카페의 황토벽을 본 우*이가 황토벽 쌓는 방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공부도 잘했지만 이것저것 박학다식한 친구다.
우*이의 황토벽 쌓는 설명을 듣고 난 후 카페로 들어간 우리는
각자 취향에 맞는 차를 한 잔씩 주문했다.
찻집 벽엔 온통 손님들의 추억이 담긴 쪽지가 덕지덕지 붙어있다.
그것도 공간이 부족해 이중 삼중으로 붙어있다.
그걸 본 동*이가 또 실없이 벽에 붙어 있는 쪽지가 대략 만 장쯤 될 거라고 말한다.
다른 이들은 만 장은 안 된다고 했다.
동*이가 손 뼘을 대충 짚어 보더니 만 장은 충분히 된단다.
별 관심 없이 듣고 있던 나도 갑자기 호기심이 발동해 대충 동*이가 짚는 손 뼘을 지켜봤다.
손 뼘을 짚어 보던 동*이가 요만큼이 700장이라며, 한 덩어리 두 덩어리 짚어나갔다.
그리 짚어나가니 만 장이 될 거 같아 보인다.
이중 삼중으로 붙었으니 충분했다.
괜히 재미 삼아 질러 본 싱거운 짓거리에도 모두 순간 집중하는 모습이 재밌다.
바닷가 찻집의 분위기를 만끽하며 차 맛을 음미하노라니 세상 부러울 게 없다.
모두들 나름 여유를 가지고 휴식을 취하는데
동*이가 갑자기 블루투스 스피커 마이크를 꺼내들었다.
휴대용 노래방 기기인 모양인데 그 놈을 꺼내들더니
갑자기 카페 안에서 멋들어지게 한 곡조 날린다.
마이크 성능은 그리 좋아 보이진 않는데 노래 솜씨가 좋아 그런지
카페 분위기랑 너무 잘 어울린다.
장단을 맞추며 가만 듣고 있던 현*이도 덩달아 나서며 마이크를 건네 달랜다.
한 곡하고 한 곡 더 날리며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맛과 분위기를 아는 친구다. 노래하는 모습도 자연스럽다.
노래방에서 마이크 꽤나 잡은 솜씨 같다.
나 같으면 죽었다 깨어나도 쉽게 노래가 안 나올 건데
이 친구들은 너무 쉽게 어울린다.
손님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는데도 아랑 곳 없다.
자릴 잡고 앉았던 손님도 카페 주인장도 싫은 내색을 내지 않는다.
분위기에 맞는 은은한 노랫가락이 모두 싫지 않았던 모양이다.
카페 앞 바다 전경이 너무 좋아 도저히 그냥 갈 수 없다.
너도 나도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나도 마지막으로 남은 친구들 모두 줄 세우고 단체로 사진을 남겼다.
배경이 워낙 좋아 사진기 기종도 상관없다.
그냥 쿡 눌러도 이건 뭐 작품이다.
난, 이제 가야한다. 점심을 먹고 가야하는데 먹고 갈 시간이 없다.
친구들은 점심 먹으러 가고 난 이순신 광장으로 충*이가 태워 주고 갔다.
버스타고 갈 생각하니 아찔했는데 마침 우리학교 교기인 복싱부 아이들이
여수에 전지훈련 왔다가 오늘 귀가하는 날이다.
여수에 전지훈련 온다는 건 알았는데 오늘 가는 줄 몰랐는데,
혹시 싶어 성 감독한테 전화를 했더니 마침 오늘 올라간단다. 시간도 맞았다.
타이밍이 절묘했다. 덕분에 편하게 귀갓길에 올랐다.
성감독이 점심은 드셨냐며 묻기에 괜히 신경 쓰일까 싶어 먹고 왔다고 둘러 됐다.
자다가 깨다가 자다가 깨다가 하다 보니 대구에 도착했다.
성 감독이 집 앞까지 태워주고 갔다.
여수 갓김치 맛있더라며 내 것까지 하나 샀다며 주고 간다.
그 사람 참, 사람 미안하게 하는구먼. 고마우이 잘 머금세.
여수 동기 모임을 주관한 충*씨 참말로 수고 많았오이다.
만년 회장인 형*이도 수고 많으셨고...
덕분에 좋은 구경 잘 했고
아릉다운 낭만의 도시 여수에서 친구들과 함께 또 다른 많은 추억을 남겼오.
동기님들 모두 건강하고 늘 행복하기만을 바라겠소.
다음 모임을 기약하며~
오동도 가는 길
2일차 카페 바람에 언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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