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피아노가 처음 들어온 곳 사문진나루터
'2017. 달성 100대 피아노' 그 축제의 향연
■ 언제 : 2017. 9. 30.(토)~ 10. 1.(일)
■ 어디서 : 경북 달성군 화원유원지 사문진나루터
■ 누구랑 : 세 부부
흔적
사문진(沙門津)나루터는 대구 달성군 화원유원지의 낙동강가에 있는 나루터다.
아직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명소가 아닌지라
혹자는 사문진이란 명칭보다 화원유원지라고 해야 더 잘 알 것이다.
사문진나루터는 낙동강과 금호강이 합류하는 지점인
대구광역시 달성군 화원읍 성산1리와 경상북도 고령군 다산면 호촌 2리를 잇는
한 때 조선 전기 낙동강과 금호강을 연결하는 하천 교통의 요지이자
대구로 통하는 관문 역할을 수행한 곳이다.
대구에 처음으로 피아노가 들어왔던 곳이 사문진나루터였고,
1901년 5월 피아노 1대가 소달구지로 옮겨져 운반을 했던 곳이 바로 이 사문진나루터였다.
당시 백성들은 나무통 안에서 기이한 소리가 난다고 하여
나무통 안에 나무귀신이 있어 요상한 소리를 낸다며 이를 귀신통이라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사문진나루터를 통해 대구로 운반된 최초의 피아노 주인은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에 의하면 동산병원(현 계명의료원)을 세운
존슨(Johnson)의 아내 에디드 파커(Edith Parker)였다고 하고,
달성군과 달성문화재단의 말에 따르면 1900년 3월 26일
달성군 화원읍 성산리(사문진)에 도착한 선교사 사이드보담 부부의 피아노가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출발해 일본과 부산을 거쳐 낙동강 짐배에 실려 들어오게 된
한국 최초의 피아노라고도 전한다.
얘기가 다르니 어떻게 된 영문인지는 더 소상하게 알아 봐야 할 일이다.
어쨌거나 낙동강가에 자리 잡은 사문진나루터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명실공히 대구의 명소 중 한 곳으로 거듭나고 있는 곳이다.
대구광역시장이 대구 가볼만한 곳 다섯 군데 중 한 곳으로 소개한 곳이기도 하다.
오늘(9/30) 내일(10/1) 양일간 낙동강 사문진나루터에서는
‘2017 달성 100대 피아노’ 공연을 한다.
작년에는 피아니스트로 유명한 임동창이 왔었고
올해는 첫날 피아노 연주곡을 들어본 사람들은 거의 다 아는 유키 구라모토를 비롯해
바리톤 김동규, 소프라노 마혜선, 트럼페터 안희찬
그리고 젊고 파워풀한 남성 4인조 피아니스트 그룹인 "앙상블 클라비어"가 출연한다.
둘째 날은 본 행사의 백미인 100대의 피아노가 한 목소리를 내며
블록버스터의 진수를 보여주는가 하면,
이전의 록밴드 부활의 보컬 출신이며 제11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의
남우주연상을 받은 가수 정동하, 최현우의 재즈트리오
피아니스트 김기경, 최영민, 유영욱을 위시하여
러시아와 이탈리아 출신의 실력파 피아니스트와
소프라노 서활란의 공연이 연이어진다.
특히 올해는 세계적인 지휘자 금난새 예술 감독의 지휘 아래
‘2017 달성 100대 피아노’ 공연은 더욱 더 그 빛을 발할 것이다.
저녁노을이 물드는 해질녘, 낙동강 사문진나루터는 아름다운 선율로 밤하늘을 수놓을 것이다.
우리 세 부부는 일찍이 사문진나루터에서 만났다.
한두 시간 전에 가도 주차난에 허덕일 것이 불 보듯 뻔하기에
아예 넉넉하게 세시쯤 사문진나루터에서 만나기로 했다.
일찍 가니 주차도 수월하고 자리도 마음대로 정할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공연 시작이 7시라 시간이 너무 많이 남은 게 문제였다.
공연을 시작하려면 아직 네 시간이나 남았다.
앞자리에 앉아야 보기도 좋고 사진 촬영하기도 수월하다만,
자리를 잡겠다고 4시간이나 앉아 있을 재간이 없다.
그렇다고 자리를 찜하자고 물건 하나 얹어 두고 장시간 자리를 비우자니 그도 체면이 안 선다.
결국 공연이 시작되면 후미에 서서 구경하기로 하고, 우린 먼저 나루터 주변을 거닐었다.
꽃으로 도배된 길을 걸으며 시간을 보내니 가을 냄새도 나고 그도 나름 낭만이 있었다.
강기슭엔 가을코스모스가 환하고 목화가 심어져 있기도 했다.
엷게 핀 목화꽃이 싱그럽고 솜이 더덕더덕 붙은 목화는
보는 것만으로도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문익점이 붓대롱 속에 숨겨 온 목화 씨앗이 우리나라 육종기술의 시초가 되었고,
그 후손인 남평문씨 세거지가 사문진나루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굳이 사문진나루터에 목화를 심은 연유가 있다면 대구광역시 민속자료 제3호 지정된
문익점의 후손 "남평문씨 본리세거지"가 가까이 있음을 반증하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 바퀴 돌아도 1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다.
아직 공연 시간이 세 시간이나 남았다.
너무 일찍 왔나 싶었지만, 오늘 여기 온 이유는 정민이 엄마가 좋은 일이 있어
한 턱 낸다고 해 겸사겸사 공연도 볼 겸해서 여기에서 만났다.
주어진 시간이 충분하니 우린 주저 없이 나루터주막촌으로 들어갔다.
메뉴판을 보니 가격도 비교적 착한 가격이었다.
막걸리 한 주전자에 비슬산병막걸리 두 통이 들어갔다.
두 통에 5천 원이다.
안주도 오천 원이면 대체로 무난하다.
정민이 엄마가 가더니 이것저것 많이도 사온다.
막걸리 한 주전자, 두 주전자, 세 주전자
주절대며 마시다보니 시간도 잘 간다.
공연장을 쳐다보니 벌써 모여든 인파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30여분 남았을 즈음 주막촌에서 자리를 떴다.
예견한 대로 뒤에 서서 공연을 보리라 마음 다잡았는데
뜻밖에 후미에 앉을 자리 몇 개가 남았다.
무대는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2시간짜리 공연을 서서 보는 것이 아니어 천만다행이다.
주막촌에 앉아 실컷 먹고 앉을 자리를 잡았는데 뭘 더 바라겠나.
아쉬움이 있다면 무대가 멀어 대형 스크린에 비친 영상을 보고
노래하고 연주하는 모습을 찍자니 아무리 망원이라도 화질이 선명하지 않고 노이즈가 심할 수밖에 없다.
어쩌랴 그도 다행이라 생각해야지.
대형 공연장엔 피아노 100대가 들어가고도 공연을 펼칠 무대가 여유롭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성악가 바리톤 김동규가 사회도 보고 노래도 한다.
북 치고 장구치고 다 한다.
워낙 넓은 무대를 활보하고 다닌 세계적인 성악가라 그런지
사회 보는 솜씨도 매끄럽고 노래는 그야말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마음대로 쥐락펴락한다.
내 수준으로 아는 사람이래야 바리톤 김동규밖에 없다.
오늘 출연진 중에서 하이라이트는 피아니스트의 거장 유키 구라모토라 하더만
그렇게 유명한 분일지라도 나는 이름을 듣는 게 처음이다.
유키 구라모토는 오늘 공연의 말미를 장식했다.
너무 유명한 사람이라 관객의 이탈을 막기 위한 순서임이라.
곧이어 사회를 보는 김동규의 소개로 젊고 파워풀한 남성 4인조 피아니스트 그룹인
"앙상블 클라비어"가 소개되었다. 물론 처음 들어보는 인물이다.
남성 4인조라 다소 밋밋할 줄 알았더니만 4명의 남성이 연주하는 피아노 음률은
가히 혀를 내 두르게 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마치 피아노 음률이 강물을 타고 노니는 것 같았다.
다음 차례는 대구 출신의 디바 소프라노 마혜선이 소개되었다.
김동규가 미모에 실력에 재력까지 겸비한 솔로라고 극찬을 한다.
마혜선은 홀로 두 곡을 한 후 김동규와 앙상블을 이루며 한 곡을 더 불렀다.
듀엣으로 노래하는 모습을 보노라니 왠지 두 사람이 참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든다.
둘 다 솔로니 노래로 입을 맞추듯 삶도 함께 엮어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두 사람이 노래하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모골이 송연하다.
사람이 어떻게 저런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곧 이어 나온 트럼페터 안희찬도 낙동강의 저무는 밤을 멋지게 연주한다.
안희찬이라는 이름을 처음 듣기는 했지만 아마 이 무대에 초청된 것으로 봐
트럼펫의 대가인 것이 분명하다.
사문진교(沙門津橋)를 오가는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보다
트럼펫이 울려 퍼지는 낙동강의 밤하늘이 더욱 밝아짐을 느낀다.
마지막 연주자는 그 유명하다는 유키 구라모토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알더만, 나에게는 생면부지의 사람이다.
이미자, 나훈아, 남진 뭐 이런 인기 대중가수라면 몰라도 이쪽 계통은 태어날 때부터 나랑은 무관한 사람이다.
인기 있는 사람은 달라도 뭔가 다르다더니 유키 구라모토가 그랬다.
통역을 통하지 않고 나름대로 준비한 우리말로 소개를 하고 그런다.
갑자기 멋있어 보인다.
광채가 나는 머리에 하얀 수염이 내린 노신사의 매력에 흠뻑 빠져든다.
오늘 공연의 메카로 손색이 없다.
그가 연주를 하면 그 많은 사람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정적이 감돈다.
연주가 끝나면 우레와 같은 박수로 환영을 한다.
우리도 공연 매너 정도는 가히 수준급이랄 수 있겠다.
마지막 곡이 끝나고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분위기를 보아 지금 나가면 차량이 뒤섞여 뒤죽박죽일 것이 틀림없다.
시간도 죽일겸 또 주막촌으로 갔다.
오늘은 특별히 10시까지 문을 열어 놓는단다. 40여 분 남았다.
1차는 정민이네가 샀으니 이번에는 아내가 산다고 제법 긴 줄에 끝에 섰다.
아내가 줄 서고 난 바로 이후 공연장에서 몰려온 사람들이 벌떼 같이 몰려 든다.
아내가 선 자리가 길다고 생각했더니 결코 긴 것이 아니었다.
막걸리 한 잔씩 나누며 차가 빠질 때를 기다렸다.
내일은 본 축제의 백미인 금난새가 지휘하는 피아노 100대의 연주가 있는 날이다.
우리는 그날이 오늘인 줄 알았다.
와서 보니 내일이란다.
오늘 공연 맛을 들여 내일 또 올까하는 생각을 했지만,
내일은 전국적으로 비가 온단다..
비 올 확률이 100%라니 다시 올 엄두가 나지 않는다.
내친 김에 오늘 무대에 설치된 100대의 피아노 연주를 들어 봤으면 좋으련만 아쉽게 되었다.
100대 피아노 연주는 내년을 기약해야 할까 보다.
목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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