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과 함께한 경북 일원 명소 탐방기
- 장안사, 회룡포, 경북도청, 안동찜닭 -
■ 언제 : 2017. 12. 17.(일)
■ 어디로 : 장안사, 회룡포, 경북도청, 안동찜닭
■ 누구랑 : 두 부부(이젠 두 분 다 퇴임하신 건실한 이웃집 부부랑)
■ 이동 코스 : 장안사 - 회룡포 - 경북도청 - 안동찜닭
흔적
누군가와 함께 길 떠날 수 있다는 건 참으로 유쾌한 일이다.
그것도 길 나서기를 좋아하는 부부라면 금상첨화다.
오늘은 묵은 장맛 나는 구수한 곰국 같은 동민과 함께했다.
이 부부는 몇 번 만나지 않았지만 십년지기 부럽지 않은 사이다.
인생 선배이기도 하고 뵐 때마다 신뢰가 두터워지는 분들로
사는 곳이 같아 만나고 헤어짐이 수월해 더 좋은 분들이다.
오늘 탐방 여로(旅路)는 예천에 있는 장안사와
비룡산 장안사 회룡대에서 보는 회룡포 마을,
경북도청 신청사가 주된 탐방지다.
길도우미를 자청하는 내비게이션이 오늘따라 이상하다.
감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들쭉날쭉한다.
예천 IC로 빠졌으면 빠르게 갔을 텐데 의성으로 안내하는 바람에
시간이 영 더디게 걸렸다.
의성-예천 간 신도로가 아직 완공되지 않았는데
내비 아가씨가 그쪽 방향을 인식하고 자꾸 그길로 내몬다.
난, 장안사와 회룡포 두 곳을 이미 다녀간 적이 있다.
모두 한 번쯤 경험해 봤겠지만, 여행은 가고 싶은데
막상 가자니 갈 곳이 없어 전전긍긍한 경험이 더러 있을 게다.
강산풍월(江山風月)을 찾아 나선다는 건 생각처럼 쉽지 않다.
오늘 내가 안내하는 이곳은 우리 두 부부가 다니기엔 안성맞춤이라 여긴다.
내가 다녀온 경험에 비춰볼 때 오늘 여행지로는 적격이라 판단되는데
이분들 입맛에도 맞을지 모르겠다.
천년고찰 장안사에 당도하자 모두들 탄성을 자아낸다.
내가 예상했던 것 보다 더 좋아한다.
아내도 여긴 오지 않았기에 ‘이런 곳이 있었구나.’라며 경탄을 금치 못한다.
함께한 동민 선배 내외도 너무 좋아해 길도우미를 자청한 사람으로서
내심 기분이 흐뭇하다.
이제 시작에 불과한데~~~
작년에 장안사, 회룡대, 삼강나루를 탐방하고 후기를 작성했을 때
이 동네 분위기를 대략이나마 언급했기에 중언부언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으나
어차피 또 왔으니 방문 흔적은 남겨야겠다.
장안사는 비룡산(飛龍山) 정상 가까이에 있다.
비룡산 마루금을 보노라면 마치 학이 춤을 추고,
구름 속을 뚫고 나오는 용이 꿈틀거리는 형상을 하고 있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뒤 국태민안을 위하여 세 곳의 명산에 장안사를 세웠는데,
위로는 금강산 장안사, 아래로는 양산 장안사 그리고 국토의 중간인
이곳 용궁리 비룡산 장안사가 그 나머지 하나에 속한다.
이 절은 유구한 역사를 가진 천년고찰임에도 널리 알려진 절은 아니다.
그래서 정감이 더 간다.
장안사 뒷산으로 10분쯤 가면 회룡대라 불리는 팔각정이 나온다.
회룡포 마을이 한 눈에 들어오는 전망대로 조망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회룡대에 올라 바라보는 회룡포는 대자연이 빚은 경관의 극치를 보여준다.
내성천이 감싸고도는 육지속의 섬이 손바닥에 잡힐 듯 가까이 있다.
자고로 꽃이 있으면 나비가 찾는 법
경관이 좋으면 시인묵객이 찾아들기 마련이다.
그를 증명이라도 하듯 회룡대 팔각정 안에는
고려시대의 문관이며 재상이었던 이규보가
장안사에 머물면서 쓴 시 한 편이 걸려있다.
到山聊得滌塵襟 산에 이르니 진금을 씻을 수가 있구나
況遇高僧支道林 하물며 고명한 중 지도림을 만났음에랴
長劍遠遊孤客思 긴 칼 차고 멀리 떠도니 외로운 나그네 생각이요
一杯相笑故人心 한잔 술로 서로 웃으니 고인의 마음일세
天晴舍北溪雲散 맑게 갠 집 북쪽에는 시내에 구름이 흩어지고
月落城西竹霧深 달이 지는 성 서쪽에는 대나무에 안개가 깊구려
病度流年空嗜睡 병으로 세월을 보내니 부질없이 잠만 즐기며
古園松菊夢中尋 옛 동산의 소나무와 국화를 꿈속에서 찾네
물이 돌아나간 정도를 비교하면 하회마을은 버선발이요
회룡포는 호박에 비유한다.
물돌이로는 하회마을이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그렇게 비유를 하는데
그 장면을 명확하게 보자면 장안사 회룡대에 서서 봐야 한다.
회룡대에 서면 물돌이가 만든 육지속의 섬이 스마트폰 속으로 쏙 들어온다.
회룡포(回龍浦) 마을은 예천군(醴泉郡) 용궁면 대은리에 있다.
회룡포라는 지명은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이 휘감아 돌아가는 것을
용의 형상에 비유하여 붙인 지명이다.
원래 의성포(義城浦)라고 하였는데, 의성포라고 하면 의성군에 있는 지명으로
착각할 수 있어 회룡포로 바꾸어 불렀다고 한다.
회룡포 마을은 내성천이 태극무늬 형태로 흐르면서 모래사장을 퇴적시켰고,
낙동강 일대에 분포하는 감입곡류(嵌入曲流) 지형 중
풍광이 매우 아름다운 곳임이 입증되어 명승 제16호로 지정되었다.
마치 사금이 내려앉은 것 같은 금빛 강물과 은모래 깔린 백사장,
강 건너 병풍처럼 둘러선 비룡산,
S자 형의 감입곡류가 만든 넉넉한 농경지는 보는 이의 마음을
너그럽고 풍요롭게 만든다.
마을로 들어가기 전에 우리는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주변에 하나밖에 없는 가게로 들어갔다.
가게라야 겨울에는 방문객도 많지 않은 계절이라 특별한 음식도 없다.
우리도 허기만 면하면 되기에 간단하게 촌두부 하나와 라면 3인분만 주문했다.
라면이 익을 동안 밖에 있는 가게 주인과 몇 마디 나누어본다.
이 분은 사업을 하시다 귀농의 귀로에서 무려 5년을 숙고한 끝에
결국 마음을 다잡고 정착을 하신 분이다.
심사숙고 하고 뿌리를 내렸건만 막상 귀농을 하고보니
농촌 생활이 그리 만만치가 않으셨단다.
나름대로 준비하고 경험을 한 후 덤벼들었는데 그래도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며,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살아가는 농부들의 삶이 안타깝다는 듯 여운을 남긴다.
나긋나긋하게 정리하듯 하시는 말씀에 초보 농사꾼으로서의 깊은 애환이 서렸다.
내친김에 회룡포 마을에 대해 몇 마디 물었다.
현재 회룡포 마을은 마을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집까지 합하여
아홉 가구가 생활한단다.
육지 속의 섬이라하나 그래도 농토의 규모가 꽤 커 보이던데
아홉 가구가 감당하기로는 벅찰 것 같아,
객지로 떠난 2세대, 3세대가 돌아와 합친 경우는 없느냐고 물으니
아직 그런 적은 없단다.
마을이 있으니 마을은 남겠지만, 마을의 명맥을 유지하자면
그도 여사 큰일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회룡포 마을은 풍양면 청운리 사막마을에 살던
경주김씨의 조상들이 이주해 터를 잡은 집성촌이다.
지금도 아홉 가구가 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경주김씨 성을 가진 사람들만 거주하고 있다.
회룡포 마을은 대대로 경주김씨 부락이다.
앞으로도 전통을 고수하면 좋으련만
경주김씨 집성촌으로 얼마나 지탱할 수 있을지 살며시 걱정이 된다.
제1뿅뿅다리를 건너 마을을 가로질러 시계방향으로 마을 한 바퀴를 돌았다.
감입 곡류(嵌入曲流) 지형을 따라 근접하여 걸을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한반도 지형을 만든 물돌이를 먼발치서 바라만 보던 것과는 천양지차다.
회룡포는 다른 곳과 달리 물돌이 모양을 따라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좋다.
둑방 위로 걸어도 물돌이 모양이다.
둑방을 따라 걷노라니 골바람과 강바람이 합세해 바람이 거세다.
강줄기가 휘감은 섬인지라 바람이 꽤나 매섭다.
옷깃을 단단히 부여잡았다.
그러고는 흐르는 강물보다 더 빠르게 걸었다.
&
마지막 탐방 코스인 경상북도신청사로 갔다.
신청사는 안동시 풍천면에 있으며,
우리가 있는 예천 회룡포에서 안동 방면으로 32km쯤 내려오면 된다.
신청사는 듣던 대로 그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전체 면적이 무려 24만 5000m²이며 4개 건물의 연면적은 14만 3000m²에 이른다.
청사에 얹은 기와도 65만 장이나 들었단다.
실로 그 엄청난 규모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도청 본관은 도민을 편하게 한다는 의미로 "안민관(安民館)”이라 했고,
의회는 도민과 함께 한다는 의미로 "여민관(與民館)",
주민복지관은 도민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뜻에서 "홍익관(弘益館)",
대공연장은 주민과 함께 즐긴다는 뜻에서 "동락관(同樂館)" 이라 이름을 지었다.
安民, 與民, 弘益, 同樂이라!
그 이름 한 번 잘 지었다.
의미를 곱씹어 보니 도민을 위하고 받들겠다는 의지를 잘 표명한 것 같은데
앞으로도 누가 도지사가 되던
도정을 잘 살펴 고르게 발전하는 경북의 미래를 기대해 본다.
안동 구 시장으로 갔다.
안동까지 왔으니 안동찜닭은 먹어야 되지 않겠나.
가격 대비 찜닭의 양이 푸짐하기도 하다.
그런데 푸짐하고 먹음직스러운 것까진 좋은데 뭔가 썩 개운치가 않다.
‘그렇지 소주가 없었구먼...’ 술 한 잔 곁들여야 하는데 그게 빠졌다.
옆에 계신 선배님이 마음에 쓰인다.
술을 크게 좋아하는 어른은 아니지만, 구색은 갖출 줄 아는 분이다.
근데 워낙 경우가 바르고 점잖으신 성품이라
내가 한 잔 하자고 거들지 않으면 혼자 자실 분이 아니다.
마실까 말까 갈등을 하고 있는데 아내가 자기가 운전한다고 한 잔 하란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 혹시 한 잔 하다보면 금연한지 4일째 되는데
술바람에 담배까지 피우지 않을까 그도 우려된다.
“까짓 거 운전대는 아내한테 맡기고,
담배는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자.”
소주 1병 시켜 마나님께 한 잔씩 주고 나니 둘이서 나누어 마실 술도 없다.
아껴가며 소주 한 잔 곁들이니 찜닭 맛이 확 달라진다.
밍밍할 뻔 했는데 소주가 기여한 공로가 지대하다.
소주 몇 잔 마셨다고 운전대를 아내한테 넘겼다.
다행히 담배는 입에 물지 않았다.
늦은 출발이었고 의성에서 국도도 가면서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지만,
그래도 오늘 하루 다부진 여행을 했다.
무엇보다 오늘 함께 한 선배님 부부가 좋았다고 해 기분이 더 좋다.
앞으로 좋은 여정이 있으면 또 함께해야겠다.
장안사 풍경
비룡산장안사
장안사 회룡대에서 바라본 회룡포 마을
제1뽕뿅다리
제2뿅뿅다리
회룡포 마을 풍경
경북도청신청사
'여행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해 기행 (0) | 2018.06.18 |
---|---|
진해 벚꽃 야경 (0) | 2018.04.02 |
팔공산터널, 김수환추기경생가, 동명저수지, 금호강변, 환경자원사업소, 금호지구고속도로야경 (0) | 2017.12.03 |
'2017. 달성 100대 피아노' 축제의 현장 (0) | 2017.10.02 |
강남 봉은사/여주 신륵사 (0) | 2017.08.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