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 야간 벚꽃놀이
■ 언제 : 2018. 3. 31.(토)
■ 누구랑 ; 세 부부랑
■ 어디로 : 진해 야간 벚꽃놀이(경화역 - 먹거리촌 -여좌천 로망스다리)
흔적
벚꽃만큼 많은 사람
그 틈바구니에 우리 일행을 더 보탰다.
재작년 빛나리 부부랑 진해 군항제 갔을 때 벚꽃 구경을 원 없이 했기에
이제는 다시 갈일 없다 생각하고 진해 벚꽃놀이와는 이별을 고했는데 또 가게 되었다.
열흘 전쯤 빛나리 님이 진해 벚꽃 구경하러 가잔다.
이번에는 낮이 아니라 밤구경 보러 가잔다.
낮에 가든 밤에 가든 보나마나 상춘객이 들끓을 것은 명약관화한 바
이번에는 쉬 가자는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벚꽃이야 멀리가지 않고 우리 지역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데
굳이 차 밀리고 사람 부대끼는 진해까지 또 갈 필요가 있으랴 싶었다.
수화니 님 부부도 함께 가기로 했단다.
그렇다면 오랜만에 세 부부가 함께 나들이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빛나리 님이 진작부터 진해 야간 벚꽃 구경을 가고 싶어 했고,
진해의 야경은 낮에 보던 것과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기도 하다.
썩 내키진 않았지만 세 부부가 오랜만에 함께할 기회가 생겼으니
이참에 야간 벚꽃 놀이 가는 것도 괜찮을 성 싶다.
수화니 님이 바로 예약을 했다.
사람이 많이 모이고 차가 복잡한 곳은
역시 자차보다는 산악회를 이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하다.
이번에도 가끔 애용하는 그 산악회를 이용했다.
진해는 2년 전보다 도로 정비가 잘 되어 있었다.
지난 번 왔을 때는 경화역 부근에 차를 세우고 사람 내려줄 여유도 없더니만
이번에는 관광버스 전용 차로를 따로 만들어 그런 불편함을 많이 해소시켰다.
북적대는 차량을 보고 뭔가 대책을 강구해 주었으면 했는데,
누군가의 지혜가 이렇게 편리할 수 있다는 점이 새삼스럽다는 생각을 해본다.
경화역에서 1시간 가량 시간을 주었다.
경화역에서 1시간이면 벚꽃을 즐기기엔 충분하다.
경화역은 진해를 대표하는 벚꽃놀이 장소로
진해를 찾는 상춘객이 가장 먼저 들리는 곳이다.
바람에 나부끼는 꽃비를 맞으며 철길을 걷노라면
젊은 청춘은 젊은 대로 세월이 농익은 노년은 노년 대로
사랑과 정이 샘 솟는다.
기차가 다니지 않는 녹슨 철길에 벚꽃이 사랑을 내린다.
경화역에서 일몰에 맞춰 사진 촬영을 하자니 시간이 조금 이르다.
이번 진해 벚꽃놀이는 야경 사진 촬영에 초점을 맞추고 왔다.
일몰 직전을 노렸는데 경화역에서 1시간을 소비해도 일몰 시간이 이르다.
그렇다고 지금 ‘로망스 다리’로 유명한 여좌천을 가기도 그렇다.
지금 바로 여좌천으로 가면 빛 좋은 시간대를 맞출 수 있지만 동선이 좀 그렇다.
제황산 아래 먹거리촌으로 가서 저녁을 먹고 난 후 여좌천을 가야 동선이 맞다.
안 되겠다. 어차피 야경 촬영을 한답시고 삼각대를 가지고 온 것도 아니니
어디를 가든 그동안 무심했던 야경 사진 촬영 연습이나 해야겠다.
제황산 공원은 지난 번 왔을 때 들린 적이 있어 이번 방문 길엔 생략했다.
먹거리촌으로 바로 갔다.
먹거리촌도 인산인해다.
입맛 당기는 천막 안으로 가자니 벌써 손님들이 꽉 찼다.
우린 이년 전에 왔을 때 갔던 적이 있던 농협 소속 봉사자가 운영하는 천막으로 갔다.
다행히 우리 일행 여섯 명이 앉을 빈 자리 하나 있기에 얼른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굴국밥 세 그릇과 소고기국밥 세 그릇을 반반 나누어 시키고,
소주 한 병과 동태전과 오징어 무침회를 주문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전에 잠시 짬을 내어 혼자 장터 구경에 나섰다.
각설이 놀음에 흥이 난 연세 지긋하신 분들 중 한 분은 춤을 추고
또 다른 한 분은 멋들어지게 노래를 부른다.
제법 흥이 있고 노래 또한 한두 번 불러본 솜씨가 아니다.
주인인 각설이는 장구를 치며 장단만 맞추고,
아예 객꾼이 마이크를 독차지 하고 신명나게 놀고 있다.
한 눈에 봐도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그런데도 밉지 않고 정겨워 보인다.
전형적인 시골 장터의 모습이다.
주문한 음식이 왔을 것 같아 일행이 있는 곳으로 오니 아직 주문한 음식이 나오지 않았다.
알고 보니 밥이 떨어졌는데 정작 밥집 아주머니는 밥이 떨어진지도 모르고 주문부터 받은 모양이다.
국밥에 말아 줄 밥이 없으니 마냥 기다릴 수도 없고 우리도 난처해졌다.
결국 수화니 님이 화가 났다.
끓여 놓은 국에 밥만 말아 오면 되는데 여태 나오지 않는 게 이상하다며 그만 나가잔다.
단체 관광을 온 입장이라 주문한 음식이 나올 때까지 무작정 기다릴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성화에 못 이겨 그랬는지 굴국밥 세 그릇이 먼저 나왔다.
주문한 나머지 음식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소고기국밥과 주문한 나머지 음식은 취소시켰다.
굴국밥 세 그릇을 세 부부가 나누어 먹었다.
먹을 게 부족해서 그런지 그래도 굴국밥은 맛있었다.
맛있게 먹고 있는데 미안했던지 도토리묵을 한 접시 서비스로 내어 준다.
손님이 워낙 많아 정신이 없을 텐데도 미안함을 한 접시 담아준 것이다.
짜증을 낸 것이 살짝 미안해지는데 그놈의 도토리묵은 맛만 좋다.
게다가 소주 한 병 값도 받지 않는다.
괜히 짜증을 부렸나 보다.
여좌천으로 갔다.
여좌천은 창원시 진해구 여좌동에 있는 주택과 상가가 밀집한 지역을 흐르는 하천이다.
하천의 길이는 1.5Km 쯤 되며, 잘 정비된 하천을 따라 벚꽃이 흐드러지게 늘어져 있다.
어딜 가나 흔히 볼 수 있는 동네 하천인데 이 길이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되고,
CNN이 선정한 한국에서 가봐야 할 아름다운 명소 50곳 중 17위로 선정되었다.
이 지역이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게 된 것은
단연 2002년 MBC에서 방영한 드라마 「로망스」덕분이라고 해야겠다.
김하늘의 “난 선생이고 넌 학생이야”란 명대사를
탄생시킨 「로망스」란 드라마 촬영 이후 벚꽃 명소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주인공 최관우는 배우 김재원이 김채원은 김하늘이 분(扮)했다.
이 둘이 진해 군항제를 구경 와서 처음 만남을 가졌던 곳이
일명 로망스 다리로 불리어졌고, 급기야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 관광명소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여좌천은 경화역보다 사람들이 더 많다.
여기도 벚꽃보다 사람이 더 많다.
이런 상황을 이미 예감했기에 삼각대는 가져오지도 않았다.
벚꽃 야경 사진을 찍자면 삼각대가 필수이긴 하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삼각대를 가져오지 않는 것이 낫다. 괜히 걸리적거리기만 할 뿐이다.
삼각대를 가져오지 않은 것은 잘 판단한 일이다.
해가 지고 어둠이 살짝 밀려온다.
여좌천은 LED 조명이 조화를 부리며 하얀 벚꽃을 형형색색의 빛깔로 물들인다.
상춘객들의 입에선 절로 탄성이 터져 나온다.
벚꽃이 파랗게 변했다가 빨갛게도 변화고 녹색으로 물들기도 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에 모두 촬영하기 바쁘다.
괜히 식상한 기분이 든다.
밤이 주는 그대로의 풍경이 좋은데 굳이 인공조명으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을까?
그래도 상황에 맞게 즐기기로 한다.
순간순간 색상이 변하지만 조명이 바뀌는 틈새로 하얀 그대로의 모습도 보인다.
여좌천 1.5km 되는 거리를 모두 걸었다.
사진을 찍어가며 밀리고 부딪히며 걷다보니 짧은 거리를 긴 시간 걸었다.
사람에 치이긴 했어도 진해 벚꽃 구경은 가히 환상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가는 길이 밀리더라도 갈 수만 있다면 후회는 없을 것이다.
아내와 난 벌써 두 번째 다녀갔으니 이제 벚꽃 보러 진해 갈 일은 없을 것 같다.
벚꽃길 명소는 우리나라에 수없이 많지 않은가?
내 고장 팔공산 순환로만해도 벚꽃이 얼마나 좋은가?
가까이는 환경자원연구소에서 박곡으로 가는 길도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앞으로 벚꽃은 가까운 곳에서 보기로 하고
이번에 두 번째 방문한 진해는 진해 벚꽃 야경에 중점을 두었으니 그로 족하면 될 일이다.
주절주절 비가 내린다.
이 비에 전국에 있는 벚꽃이 다 지겠다.
벚꽃이 지는 허무한 소리가 들린다.
이번 주 토요일 보러갈 깽깽이풀이 선답자의 블로그를 보니 이미 다 폈다.
나는 이번 주말을 겨냥하고 있는데 봄비가 꽤 세게 내린다.
내가 갈 때까지 잘 버텨주어야 할 텐데
과연 잘 버티고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이제 벚꽃은 져도 되는데 깽깽이풀은 무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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