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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방

욕지도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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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려해상국립공원 통영 욕지도 기행



■ 언제 : 2018. 6. 23.(토)

■ 어디로 : 통영 욕지도

■ 누구랑 : 아내랑 딸내미랑




흔적

 

 

오늘은 아내와 딸아이랑 욕지도를 가기로 한 날이다.


어제는 한 해 두 번 모이는 고교 동기 모임이 있었다.

여름에 한 번, 겨울에 한 번 모이는 모임이다.

일정이 잡히면 잦지 않은 모임이라 안 가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이번 모임에 참석하자니 욕지 여행에 차질이 빚어짐은 불 보듯 뻔하다.

자칫 분위기에 휩쓸려 분별없이 행동했다간 가족 여행을 못 갈 수도 있다.

만약 못 가게 된다면 한 주 미루어 다음 주에나 가야 한다.

 

먼저 온 반가운 얼굴들이 수두룩하게 앉아 있다.

서로 수인사를 나눈 후 바로 술잔부터 주고 받는다. 

이제 나이가 있어 그런지 술을 자제하는 친구가 하나 둘 늘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대부분 젊은이 못지않은 혈기방장함을 자랑하고 있다.

모두 토목 출신이니 어련하시겠나.

분위기를 보아하니 오늘 무사히 넘어갈 것 같지 않다.

 

7년 후배가 운영한다는 참치 집에서 1차를 끝내고,

2차로 이어지는 팀과 집으로 가는 팀이 자연스럽게 나뉘었다.

, 수도사업소에 근무하는 고교 시절 내 짝이었던 친구랑

2차 팀에 합류하지 않고 집으로 향했다.

가족들과 예정했던 여행을 가기 위해서다.

술도 깰 겸 20분 정도 걸어 버스를 탔다.

버스를 타고 가는 기분이 상큼하다.


욕지도라···”, 참으로 익숙한 지명이다.

이름만 들어도 열두 번은 더 다녀 온 것 같다.

하기야 주변에서 욕지도 얘기를 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니 그럴 만도 하다.

산에 다닌답시고 여기저기 많이 다녔지만, 아직까지 욕지도는 처음이다.

딸아이가 가고 싶어 하길래 이참에 아내와 나도 덩달아 가볼 참이다.

 

욕지도(欲知島), 왜 하필 이름을 욕지도라 했을까?

괜히 상스럽게 들리기도 한다.

욕으로 이름난 섬인가?”

그렇진 않은 것 같은데 이참에 왜 욕지도라 했는지 알아나 보자.

 

욕지도(欲知島)의 욕은 (하고자 할 욕), (알 지)를 쓴다.

그러니까 알고자 하는 열정이 가득한 섬이란 뜻이다.

살펴보니 섬 이름에 대한 유래는 여러 가지 있었지만,

조사한 대로 모두 다 서술하자니 내용이 길다.

간단하나마 알고자 하는 열정이 가득한 섬’ 정도로 알고 간다.

 

욕지도는 1995년 법률 제4774(1995.01.01. 시행)에 따라

충무시와 통영군이 통합되어 통영시가 되었고, 욕지면은 통영시 욕지면이 되었다.

2015년 통계연보자료에 의하면 욕지면에는 855세대 1,527명이 거주한다고 되어 있다.

섬의 면적은 12.743km로 결코 작지 않은 섬이다.

욕지도 특산품으로는 고구마와 고등어가 유명하다.

특히 고구마는 전국에서 으뜸가는 지역특산품이며,

그 외 특산물로는 감귤, 상황버섯, 흑염소, 사슴 등이 있다.

 

욕지면사무소홈페이지를 보니

섬은 뭍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바다에 떠 있습니다.”라고 적혀있다.

잘 어울린다. 어떤 사람이 생각했는지 몰라도

섬을 표현하는 내용이 짧은 한 문장에 모두 함축되어 있다.

망망대해에 솟아 있는 섬은 외로운 갈매기만 쉬어 가는 곳이 아닌 것이다.

장승처럼 묵묵하게 비바람을 맞아가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섬은 누구를 막론하고 늘 기다리고 마중할 채비를 하고 있다.

 

섬을 탐방하는 목적은 내방자의 기호에 따라 다르겠지만,

누가 뭐래도 섬을 가로지르며 산을 넘나드는 것만큼 큰 매력은 없다.

하지만 오늘 우리는 섬을 일주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왔으니 산행까지 한다는 것은 무리다.

자가용을 싣고 왔으니 기동성을 십분 활용해

욕지의 구석구석을 여물게 둘러나 봐야겠다.

 

우리는 사전에 욕지도 가는 배를 예약하지 않았다. 무작정 갔다.

대구에서 통영여객선터미널로 이동하는 고속도로에서 딸아이가 네이버 검색을 해 보더니

욕지도 가는 배는 삼덕항을 더 많이 이용하는 것 같다고 해

통영여객선터미널로 맞춘 내비게이션을 삼덕항으로 수정했다.

상황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오늘 욕지도 가는 배편은 삼덕항이 더 나았다.

 

삼덕항에 도착하니 연세 지긋하신 주차 안내하시는 분이 예약했느냐고 묻더니

안 했다고 하니 거친 손짓으로 차를 빼라고 손을 내젖는다.

~어기 마을에 대라고 하는데 주차 요원이 가르치는 저~어기 마을을 보니

삼덕항 주차장에서 쫓겨난 차량들이 저~어기 마을에 주차하러 갔다가

거기도 주차하기 곤란한지 돌아 나오고 있는 실정이었다.

보아하니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 덮어 놓고 쫓겨날 일만은 아닌 것 같았다.

차들이 시시각각 들어오니 주차 요원이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인다.

그 틈에 빈자리 하나 나기에 차를 쏙 집어넣었다.

 

아니나 다를까. 넣자마자 딱 들켰다.

안내하시는 분이 노발대발하며 득달같이 달려와 당장 차를 빼라고 다그친다.

그 참 여기서 쫓겨나면 도대체 어디로 가란 말인지... 마을로 가라고만 하는데

마을로 쫓겨난 차량은 계속 되돌아 나오기만 하는데

참으로 이거야 원 가당찮게 됐다.

 

우리 차를 빼라고 한 주차 요원은 차를 빼라고 해 놓고선 또 바쁘게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우리는 버텨볼 때까지 버텨보자란 심정으로 차를 옮기지 않고 그대로 슬쩍 내렸다.

할배는 이리저리 통제하시느라 왔다 갔다 정신이 없다.

 

매표를 하러간 아내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차량 승선 대기표를 받아 두었단다.

그래도 예약을 하지 않았기에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매표소 직원이 승선 시간이 되어 대기 차량 번호를 순서대로 부른다.

하나, 둘 부르더니 웬걸 우리 차 번호를 부르는 것이 아닌가.

우리 세 사람은 웬 떡인가 싶어 서로를 쳐다본다.

 

차를 몰고 주차 단속하시는 할배 앞으로 지나가니 할배가 또 차를 세운다.

예약했느냐고 또 묻는다.

. 예약했습니다.”

'룰루라라'하며 배 안으로 쏙 들어갔다.

 

우리가 차량과 함께 배편을 예약하지 않았던 건

욕지도의 마을버스를 이용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선착장에 와보니 주차 형편이 좋지 않고

욕지도에 가면 우리가 생각했던 것 같이

마을버스 만으로는 다부지게 여행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기왕이면 차를 싣고 가는 것이 여러모로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운 좋게 차를 싣고 왔으니 어찌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있겠나.

우리는 배에서 내리자마자 욕지도를 반시계 방향으로 돌았다.

딸아이는 욕지도의 이동 수단 중 하나인 4륜 바이크를 타고 싶어 했고,

아내도 그러라고 훈수를 두더라만 난, 모른척하고 차를 내쳐 몰았다.

속으로 차도 있는 데 4륜 바이크는 또 뭔 4륜 바이크고 하면서...

아비의 속마음을 알았는지 딸아이는 괜히 그래봤다는 냥

이내 모른척하고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는다.

 

섬을 일주하는 도로는 21km에 달한다.

21km 정도라면 산악자전거와 섬 마라톤 대회를 개최할 수 있고

대회를 위한 연습장으로도 제 격이다.

실제 욕지도는 산악자전거와 마라톤 훈련 코스로 많이 이용한다고 들었다.

바다를 끼고 달리는 맛은 달려보지 않은 자, 그 기분을 어찌 알겠나.

오늘도 그랬다. 선착장에 배가 도착하자 산악자전거 일행 여러 팀이 내린다.

섬 곳곳에서 자전거를 타고 쌩쌩 달리는 사람들도 자주 만났다.

자가용보다 훨씬 낫다.

걷는다면 더 낫겠지. 차를 타고 이동하는 나를 보자 괜히 더 부럽다.

 

욕지도의 최고봉은 해발 392m인 천황봉(天皇峰)이다.

천황봉은 예로부터 마을사람들이 산기슭의 제당에

천황산신(天皇山神·天帝)을 모시고 제사를 지낸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산행 코스는 1코스에서 5코스까지 소개되어 있고

짧게는 2시간 코스가 있고 5시간 정도 투자하면 종주까지 가능할 것 같았다.

짧지만 산행 맛을 느끼고 싶다면 새천년 기념공원에서 오르면 되겠더라만,

시간이 여의치 않아 그마저 어렵게 되었다.

 

가는 족족 비경이 속출한다. 과연 소문대로 명불허전이다.

섬을 일주하는 도로는 왕복 2차선 도로이다 보니 아무 곳에나 차를 댈 수 없다.

하지만 전망 좋은 곳엔 으레 차를 댈 수 있는 주차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그런 곳이면 단 한 군데도 빼먹지 않고 차를 대고 비경을 감상한다.

혹여 하나라도 놓칠세라 다부지게 살펴본다.

풍경이 좋으면 주차할 수 없는 곳도 적당한 자리를 찾아 차를 대고 어김없이 구경한다.

마치 빚쟁이가 이번 기회가 아니면 빚 받을 기회가 다시 오지 않을 것처럼 다그치듯

볼 것 다 보고 느긋하게 간다.

 

청사마을을 지나자 대송 솔구지 전망대가 잘 다듬어져 있다.

처음으로 차를 대고 비경을 감상한 곳이다.

솔구지 전망대는 한국프로낚시연맹과 욕지 사랑회 회원들이 건립한 전망대라고 적혀 있다.

솔구지 전망대에서 바라 본 바닷가의 정돈된 펜션이 수채화 풍경처럼 아름답다.

점점이 떠 있는 섬을 바라보는 풍경은 또 어떻고.

 

자차를 이용하니 기동성이 좋아 좋다.

시간이 여의치 않아 구석구석 다 돌아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갈 수 있고 볼 수 있는 곳은 빠지지 않고 여물게 돌아봤다.

그 중 가장 알찼던 곳은 욕지도의 명물로 부상한 출렁다리였다.

가장 아쉬운 게 있었다면 산행을 못 했다는 점이지만,

어차피 산행 계획은 처음부터 없었으니 그러려니 한다.

 

새에덴동산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좋고,

삼여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 또한 일품이다.

어딘들 일품 아닌 곳이 없다만, 시간적으로 봐 그래도 소문 꽤나 난 곳부터 찾는다.

욕지도의 명소로는 삼여도, 펠리칸 바위, 새에덴 동산, 새천년 기념공원이 손꼽힌다.

 

삼여도는 욕지의 대표적인 비경이다.

전설에 의하면 용왕의 세 딸이 900년 묵은 이무기로 변한 젊은 총각을 사모하게 되자

이에 격노한 용왕이 세 딸을 그만 바위로 만들고 말았다고 한다.

바위로 변한 세 여인이란 뜻의 삼여도는 그런 전설을 품고 있고,

그래서 그런지 삼여도 부근에는 아직도 뱀이 자주 출몰하고 있다고 한다.

 

삼여전망대와 해맞이 장소인 새천년기념공원에서 보면

부리가 긴 펠리칸이 먼 바다를 향하여 둥지를 틀고 있는 형상을 한 바위가 보인다.

펠리칸 바위라 부르며 욕지의 명물인 출렁다리를 건너면 있다.

이 바위는 출렁다리에서 고래강정을 가면서 보거나

위 두 곳에서 봐야 펠리칸 형상을 한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다.

 

펠리칸은 사닷새과에 딸린 새로 사다새를 말하는데 흔히 펠리컨이라 부른다.

외래어 표기 용례에 의하면 펠리칸이 아닌 펠리컨이 맞지만

욕지에서 펠리칸이라 표기했으니 그냥 따라 간다.

펠리칸은 현존하는 조류 중 가장 큰 무리에 속하며,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보기 드문 새로

중국·일본·타이완 및 유럽 등지에 주로 분포한다.

 

오늘 마지막 방문이 될 출렁다리로 갔다.

사다새의 긴 부리가 바닷가로 삐죽 튀어 나온 펠리칸 바위가 있는 곳이다.

자그마한 바위섬을 이어주는 출렁다리는 생각보다 짧았다.

출렁대는 다리 아래 보이는 협곡이 다소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다리를 건너자 멋진 쉼터가 나온다. 여긴 천혜의 조망처다.

고래강정으로 돌아나가면 적당한 거리의 숲도 거닐 수 있어 더 좋다.

 

출렁다리로 가는 곳곳에 큰까치수염이 보기 좋게 피어 있다.

누가 봐도 큰까치수염인데 섬에서 본 거라 그런지 뭔가 좀 달라 보인다.

홍도까치수염인지 그냥 까치수염인지 혹여 다른 이름이 있는지

찍어온 사진을 펴 놓고 자세히 살펴보니 그냥 흔히 보던 큰까치수염이 맞다.

 

널부러진 바위 틈새로 돌가시나무의 하얀 꽃이 나를 반긴다.

흔히 보는 돌가시나무 꽃이지만 내가 사는 동네서 보던 것과는 사뭇 달라 보인다.

멀리 남도에 있는 섬에서 봐 괜히 그래 보였나 보다.

바다와 섬을 배경으로 멋진 사진 한 장 남기고 싶은데 자세가 잘 안 나온다. 

 


좁쌀이 팝콘처럼 터져 조롱조롱 매달린 노란 예덕나무 수꽃이 바다 풍경과 잘 어우러졌다.

그러고 보니 남쪽 바다는 예덕나무가 많다.

예덕나무는 예와 덕을 중시하는 남도 사람들의 애환과 정취가 서린 나무다.

이 나무는 몇 년 전 수화니 님 부부와 빛나리 님 부부랑 증도 갔을 때 처음 봤다.

그때는 잎이 돋아나며 빠알간 잎이 꽃처럼 보인 애기 나무가 주를 이루었다.

욕지에 와 예덕나무의 암꽃과 수꽃을 모두 다 봤다.

예덕나무와 파란 하늘, 파란 바다

점점이 떠 있는 욕지의 섬이 환상적인 조합을 이룬다.

 

밀림 지대를 연상케 하는 큰 잎 세 개 달고 있는 풀이 바닥을 뒤덮고 있다.

뭔 잎이 저렇게 크지?”

확인해 보니 큰천남성 잎이다.

산에 다니며 천남성은 많이 봤지만 큰천남성은 처음 본다.

같은 값이면 꽃 핀 모습까지 봤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아쉽게도 꽃은 이미 다 졌는지 잎만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산행을 하지 않으니 풀도 나무도 다양하게 못 본다.

주로 일주도로를 다니다 보니 그럴만도 하다.

산행을 했더라면 좀 더 다양한 개체를 만날 수 있었을 텐데

산행을 하지 않으니 애당초 욕지 식물의 다양한 개체를 본다는 건 기대할 수 없었다.

그나마 출렁다리를 건너 펠리칸 바위가 있는 곳에서

고래강정을 지나가니 비로소 이런 모습도 본다.

그래서 난, 욕지 여행 중에서 이 코스를 으뜸으로 친다.

 

고래강정이란 바위벼랑 끝이란 뜻으로 벼랑에 파도가 치면서 만들어내는 포말이

흡사 고래가 숨을 쉴 때 흰 물줄기를 뿜어내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그리 부른다.

실제로 보니 파도가 칠 때 협곡 사이로 튀어 포말이 과연 그와 같아 보인다.

 

이 길은 해안선을 따라 빚어진 단애의 정수리를 이어 놓은 길이다.

비경도 비경이거니와 숲길을 따라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풀과 나무도 이 길에서 가장 많이 봤다.

가장 많이 걷고 가장 많이 봤기에 가장 정감이 간 길이다.

 

숲길을 벗어나자 출렁다리로 가는 땡볕이 내리쬐는 포장길이 나온다.

차를 회수하자면 포장길을 따라 일이십 분 걸어가야 한다.

내가 가야 하는 건 당연지사지만 갑자기 허기가 지고 다리에 힘이 풀린다.

가야할 길을 바라보니 오르막을 돌아 올라갈 일이 까마득하다.

출렁다리로 갈 때 차를 몰고 간 길이라 길이 눈에 익어 있다.

그래서 용이 더 쓰인다. 차라리 모르는 길이라면 미리 힘들어 하지 않을 텐데.

 

맥이 빠진 상태로 아내와 딸아이한테는 여기서 기다리라 하고 차를 가지러 나섰다.

그런데 아내가 자기가 차를 가지러 간단다.

내 걸음걸이 속도를 누구보다 잘 아는지라

날 보내면 언제 올지 모르겠다 싶은지 먼저 길을 나섰다.

물론 장거리 운전을 한 서방이 피곤해 보여 선뜻 나섰겠지만,

피곤하기는 너나 나나 매양 일반 아닌가.

그래도 내가 남자아이가 싶어 됐다 고마 내가 가 오께.”

그랬는데도 아내가 가지고 온단다.

이미 앞서 나섰기에 애써 만류하지 않고 그럴래하고 말았다.

힘은 들겠지만 차라리 걸음 빠른 아내가 가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배 한 대 피우고 7분쯤 있으니 아내가 차를 몰고 왔다.

족히 20~30분은 걸릴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왔다.

아내의 발걸음이 빠르긴 빠르다.

 

항구로 돌아가 늦었지만 물회로 점심을 해결했다.

승선하기까지 40여분 남았다.

시간도 보낼 겸 아직 가보지 않은 미답지를 찾아 차를 몰았다.

더 특별한 뭔가는 어디에 뭐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단지 이제 가면 언제 다시 오려나 하는 마음에 구석구석을 돌아볼 뿐이다.

 

배가 욕지를 떠난다. 가장 높은 옥상 층으로 올라갔다.

멀어지는 욕지를 바라보니 우리가 다닌 비렁길이 구렁이처럼 휘감겨 있다.

배가 지나간 자리에 길이 갈라진다.

파도가 부서진 포말이 안개처럼 사라지듯 금방 사라진다.

우리가 다녀간 발자취도 저렇게 사라지려나.

사라지겠지. 그래도 남겨본다.

기억은 잠시지만 기록은 영원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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