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위로 간 만추 여행
■ 언제 : 2018. 10. 27.(토)
■ 어디로 : 경북 군위 이곳저곳(인각사/아미산 입구/모노레일/화본역/팔공산 단풍 구경 미수)
석산생태농원 모노레일 : 054-383-0468 / 010-3824-0468
■ 누구랑 : 아내랑 딸내미랑
흔적
군위에 가면 모노레일을 이용해 산을 오르는 관광코스가 있다.
가본 사람들이 좋다며 한 달 전부터 아내가 한 번쯤 가보자고 했던 곳이다.
그러자고 했다만 사실 난 모노레일을 이용해 산에 오른다고 해 썩 내키지는 않았다.
그래서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는데 오늘은 어디 갈만한 곳도 없고,
아내가 얘기하던 군위나 갈까해 나선 길이다.
가는 김에 딸아이도 함께 갔으면 싶어 얘기 해 보라고 했더니
마침 딸아이도 별일 없다며 동행하기로 했단다.
잘 됐다. 딸아이랑 함께 간다면 군위로 가는 것이 낫다.
집에 있을 땐 몰랐는데 밖으로 나오니 바람이 세다.
시부저기 입고 나가려 했더니만 아내의 성화가 빗발쳐 조금 더 챙겨 입었다.
덕분에 딸아이도 덩달아 더 챙겨 입는다.
막상 집 밖을 나서 보니 챙겨 입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 들면서 마눌 말씀은 무조건 잘 듣고 볼 일이다.
모노레일을 타기 위해 단순히 나선 길인데 오랜만에 딸아이랑 동행한 길이라
갑자기 군위 이 곳 저 곳 구경시켜 주고 싶은 곳이 많아졌다.
군위는 여러 번 갔던 곳이라 구경시켜 줄만한 곳을 조금 알고 있는 편이다.
먼저 가는 길에 삼국유사의 탄생지인 인각사부터 들렀다.
인각사 도로 건너편엔 위천을 병풍처럼 감고 선 학이 진지를 구축하고 놀았다던 학소대도 있다.
여긴 작년 2월 18일 혼자 다녀간 적이 있다.
인각사의 보현국사재현비를 세운 누각 위에 오물조물 핀 와송이 신기해 요리조리 담기도 하고,
위천을 따라 가장 먼저 봄소식을 알리는 갯버들이
마치 송충이가 용트림 하듯 꿈틀거리던 모습까지 선명하게 떠오른다.
요사채 들마루 아래 빈 공간이 있다. 거기에 개집이 있다.
개집 앞에 강생이 여섯 마리가 올망졸망 모여 앉아 따사로운 햇볕을 쬐고 있다.
아직 새끼라 바깥세상이 무서운지 멀리 가지 못하고 겨우 한 발짝 내딛은 상태다.
여섯 마리였지만, 한 마리도 이탈하지 않고 서로 의지한 채 세상 밖을 바라본다.
그 모습이 마치 또롱또롱한 눈망울을 가진 동자승 같아 보인다.
딸아이는 이 녀석들이 귀여워 어찌할 바를 모른다.
뒤늦게 극락전에 다녀온 아내까지 가세해 이 녀석들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어울린다.
그 참, 바람도 드세고 갈 곳도 많은데 도통 일어날 생각을 않는다.
절이 중생을 끌어안는 것이 아니라 강생이들이 중생을 끌어안는 격이다.
문득 강생이들이 부처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학소대를 감아 도는 위천의 물결이 제법 살랑거린다.
햇살은 좋은데 바람이 드세다는 얘기다.
위천을 거슬러 학소대 암벽에 채색된 단풍을 따라 더 걷고 싶은데 그러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딸아이한테 군위 여기저기 보여 줄 곳이 많다.
아쉽지만 발길을 돌린다.
모노레일을 타기 위해 고로면을 지나는데 옹골차게 솟은 봉우리 두 개가 보인다.
‘아미산’이다. 아미산도 모노레일 타러 가는 길에 있었다.
이 산은 2012년 2월 5일 아내랑 한 번 다녀갔던 산이다.
시작부터 바위 타는 재미가 쏠쏠했던 산이라 다녀간 지 6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아내랑 아미산에 왔을 때는 겨울이 끝나는 시점이었지만 그래도 제법 많은 눈이 쌓여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가을이라 그때와는 달리 온 산이 울긋불긋하다.
흰 눈 쌓인 겨울 아미산과 단풍이 울긋불긋한 가을 아미산은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예정에 없었기는 하나 이런 장관을 두고 도저히 그냥 갈 수가 없다.
주저 없이 차를 댔다. 아미산은 주차장에서만 봐도 이 산이 가진 강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아미산을 대표하는 바위 봉우리 두 개가 먼저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작지만 마치 진안 마이산의 두 귀 같아 보이는 촛대바위와 앵기랑바위다.
두 바위에 추색이 내려앉았다. 인물이 훤하다.
잠시 아내와 저 봉우리들을 넘던 추억을 아로새긴다.
감미로운 추억이 아미산의 공룡능선을 넘나든다.
아미산(蛾眉山)을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누에나방의 모양처럼 아름다운
즉, 가늘고 길게 굽어진 미인의 눈썹을 말한다.
하지만 군위의 아미산은 나방 아(蛾), 눈썹 미(眉)를 썼어도 미인의 눈썹을 뜻하는 것이 아닌,
삼국유사를 저술하신 일연국사의 시에 나타난
높은 산 위에 또 하나의 높은 산이 있다는 의미를 나타낸다고 한다.
대부분 ‘아미(蛾眉)’라 하면 전자를 생각할 것이다.
아미산(蛾眉山)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짚어본다.
&
오늘 군위 여행의 목적은 고로면 석산리에 있는 ‘석산생태농원 모노레일’을 타기 위함이다.
마을 어귀에 다다라 산골 임도를 따라 ‘제2 모노레일’이라고 적힌 표식을 따라 간다.
제1 모노레일로 가는 길이 있었지만, 현재 제1 모노레일은 운영하지 않아
‘제2 모노레일’을 타야하기 때문이다.
‘제2 모노레일’을 타자면 마을까지 가 비좁은 비포장 길을 따라 10여분쯤 더 올라가야 한다.
이 길은 차량 교행이 쉽지 않은 비좁은 길이라 조심스러운 길이다.
모노레일은 생각보다 좀 엉성하게 보인다.
뭐랄까 으음~, 산중 사찰에 화물 운반을 위해 만든 레일에
화물대신 사람을 실어 나르는 화차라고나 할까 뭐 그런 형태였다.
위험하지 않을까 했지만 막상 타보니 그런 느낌은 들지 않았다.
운행 구간이 위협적이지 않고 안전벨트가 있어 생각보다 안전했다.
다들 타보면 알겠지만 모노레일이 가진 매력은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산을 오를 수 있다는 점 아니겠나.
489.7m의 매봉산 2.4km 구간을 편히 앉아 1시간동안 즐기기만 하면 된다.
모노레일을 타자면 먼저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고 들었다.
꼭 예약을 해야만 가능한지 아내가 전화를 해 상황 파악을 해보았다.
휴일은 복잡해 예약할 필요 없이 먼저 오는 순서대로 타면 되고,
주중엔 미리 예약을 해야 된단다.
주중엔 사람이 많지 않아 적정 인원이 모아져야 운행이 가능하고,
주말엔 비교적 사람이 몰리는 편이라 오는 순서대로 타는 모양이다.
우리가 타려 하니 먼저 온 사람 다섯 분이 탄 차가 막 떠나려 하고 있었다.
거기에 우리가 가세했다. 다섯 명을 태우고 가는 것보다 1명이라도 더 태우고 가는 것이
주인장 입장에선 좋지 않겠나.
뒤이어 연인인 듯 보이는 두 사람이 더 탔다.
다섯 명 싣고 가려던 차가 갑자기 10명이 됐다.
오늘은 날씨가 쌀쌀맞아 그런지 사람이 그리 붐비지 않았다.
안전벨트를 매니 든든하다.
가을이 성큼 가버린 산 위로 슬금슬금 올라간다.
올라갈수록 단풍은 끝물로 이어졌고 좀은 황량한 느낌마저 든다.
눈개승마, 둥굴레, 우산나물, 떡갈나무라 쓴 색 바랜 이름표를 보니 더 그런 생각이 든다.
바람도 차고 기온도 낮다.
모노레일을 탈 때 춥다고 담요를 나누어 주었다.
가지고 오지 않았다면 추위에 많이 떨 뻔 했다.
내가 받은 담요는 딸아이한테 주었다.
이 산 이름이 매봉산이라 했다.
매봉산 가장 높은 고지에 오르더니 잠시 차를 세웠다.
1시간쯤 운행하면서 딱 한 번 세우는 곳으로
여기 오면 사진도 찍고 약간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주인장이 우리를 모은 뒤 주저리주저리 설명하기 시작한다.
날씨가 쌀쌀맞아 그랬는지 설명이라기보다 아예 녹음기를 틀어 놓은 듯 읊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여긴 기온이 낮아 아랫동네와는 기온 차가 많이 났다.
손이 시리고 입이 얼 정도라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설명하는 내용을 귀담아 듣고 싶은데 소리도 작고 말도 빨라 잘 못 알아들겠다.
본인도 그랬단다. 추워서 말이 잘 나오지 않아 빨리빨리 설명했다고...
탐방객을 위해 의례적으로 해설을 해야 하는 만큼,
설명을 안 하기도 그렇고 하자니 입이 잘 안 떨어지고 그랬을 게다.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길 떠나면 으레 기록을 남기는 습성이 붙은 난 하나라도 더 얻어 건지기 위해 귀담아 듣는다.
근데 설명하신대로 자세히 알아듣질 못했다.
다행인 것은 내려올 때 내 앞 빈자리에 주인장이 앉으시더니
이런저런 얘기를 소상하게 들려주신다.
비록 경운기 엔진 같은 소리 땜에 다 알아듣질 못했지만,
하나라도 더 알아 듣기위해 귀 기울여 들었다.
덕분에 많은 내용을 알게 되었다.
주인장 얘기를 들으며 얻어 건진 얘기를 정리해 보자.
먼저 모노레일을 운영하는 이 산은 매봉산이라 했고,
22년 전 본인이 7천만 원에 사들였다고 한다.
그 당시 7천만 원이면 거금이다.
“22년 전 7천만 원이면 거금 아닌가요?”라며 슬쩍 물어 봤다.
그 가격이면 그 당시 대구의 웬만한 아파트 두 채 값이란다.
“이 주변에 산재한 산은 주로 국유림인가요?”
아니란다. 주로 사유림이 많으며 봉화너머 가야 군유림과 국유림이 많아진단다.
혹시 가족묘를 조성할만한 자그마한 산을 구할 수 없나 해서 여쭈어 봤다고 했더니
그런 규모라면 산기슭의 밭뙈기 정도로 사들여야 한다고 했다.
“오면서 보니 1모노레일 구간이 있던데 거긴 현재 운영하지 않나요?”
1모노레일은 현재 운영하지 않으며 본인이 인수해 앞으로 운영할 예정이란다.
뿐만 아니라 본인 사유지인 매봉산 일대는 대규모 풍력단지가 조성될 예정이며,
단일 회사가 시공하고 운영하는 것으로는 전국 최고 규모의 수준이라고 덧붙인다.
모노레일을 타고 이동하면서 발전기가 세워질 곳이 표시된 지점을 일러주며,
저 자리들이 발전기가 세워질 곳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2모노레일 구간은 운영이 어렵겠네요?”
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서더라도 구간 변경을 하여 계속 운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석산생태농원 모노레일은 군위군의 새로운 명소로 부각한 곳이다.
입소문이 나고 인터넷 블로그와 카페를 통해 점차 소문이 번져
이젠 명실상부 관광지로서의 입지를 충분히 구축했다고 본다.
방송국과 신문사에서도 소문을 듣고 꽤 많이 취재해 갔단다.
휴대폰을 열어 저장된 내용을 살펴보더니 방송 인터뷰한 것만 22건이라고 했다.
이 분 알고 보니 이젠 군위에서 알아주는 유명 인사 다 됐다.
유명세가 더 해 그런지 주말이면 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란다.
좋기야 하겠다만 모노레일이 출발할 때마다 관광객들과 함께 탑승해
안내 및 해설을 해야 하니, 그 일 또한 만만치 않은 일일 것이다.
지금까지는 주인장이 직접 운영하고 해설까지 도맡아 한 것으로 보이는데,
앞으로 규모가 커지면 전문 안내원을 따로 둬야 하지 않나 싶다.
더군다나 풍력발전단지가 완공되면 또 다른 관광 명소로 부각되어
입지적으로 더욱 주목 받을 것이 명료한바 지금보다 더욱 바쁘게 움직여야 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주인장께서 강건해 보였지만 연세가 꽤 있어 뵈던데 노부부가 감당하기 쉬우려나 모르겠다.
풍력발전단지가 개인 사유림에 들어서니 발전기가 들어서는 자리엔
발전기 한 대당 적정 보상금을 지급 받게 된다.
주인장으로선 노후 연금 보상을 받는 셈이나 다름없다.
젊어 투자해 있는 듯 없는 듯 버려 놓았던 산이 노후에 그 가치를 발하는 순간이다.
이 정도면 편히 살만하련만 이 분은 일이 있다는 게 마음이 더 편한 모양이다.
나 같으면 그리 하겠나 모르겠다.
산이고 들이고 강이고 바다고, 막 돌아다니지 싶다.
가을이 다 간 시점이라 매봉산 모노레일 길은 점차 갈잎으로 변해갔다.
하지만 먼발치에서 보는 매봉산 주변 단풍은 아직까지는 볼만하다.
주인장 말씀으로는 이 지역은 단풍도 빠르게 찾아온단다.
강원도 설악에 단풍 들면 여기도 단풍이 함께 물든다고 한다.
기온이 설악과 비슷한데다 바람까지 드세다니 놀랍기만 하다.
대구와 멀지 않은 군위의 단풍이 빠르게 물드는 이유다.
주인장께 들은 얘기를 생각나는 대로 적다보니 주워들은 내용이 쏠쏠하다.
특히 매봉산에 풍력발전단지가 조성된다는 사실을 듣고
그 내용이 궁금해 인터넷 보도 자료를 찾았다.
주인장의 설명이 많았지만 다 기억을 못해 자료를 찾아보았다.
참고한 내용을 살펴보면
참고한 사이트 <http://www.sentv.co.kr/news/viewn/529170SK>
SK 그룹이 경북 군위·의성지역에 3,600억 원을 투자해
120MW(40기) 규모의 풍력발전단지를 만든다고 한다.
SK그룹은 발전소 건설부터 생산, 구매에 이르기까지 일원화된 시스템을 구축하고,
군위군과 의성군 경계에 있는 매봉산과 의성 황학산 일원 등 2곳에 오는 2020년까지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한다.
풍력발전단지가 완공되면 이곳에서는 연간 최대 6만여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 전력이 생산된다.
특히 이번 사업의 경우 단지 조성은 SK건설이 맡고
신재생 에너지전문기업인 SK D&D가 풍력에너지를 생산하며,
이를 SK가스가 구매해 발전소 개발부터 운영까지 일원화된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
바야흐로 대구 가까운 군위에 단일 회사로는 국내 최대 규모의 풍력발전단지가 조성되는 셈이다.
풍력발전단지가 조성되면 그에 따른 잉여가치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전력 공급에 따른 경제적 부가가치와 관광자원의 활성화로 인해
지역 경제의 선순환이 이루어짐은 두말할 나위 없다.
삼국유사의 고장일 뿐만 아니라 관광자원이 풍부한 군위군에선
풍력발전단지의 조성으로 인해 또 하나의 관광자원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
화본역으로 갔다. 나는 여러 번 갔다만 기왕 군위까지 왔으니
딸아이한테 화본역까지 만이라도 더 보여주고 싶었다.
화본역은 그 옛날 증기기관차가 다닌, 지금도 무궁화호가 정차하는 중앙선 간이역이다.
저물어 가는 가을! 간이역의 열차카페!
카페에 앉아 커피 잔에 앉은 노란은행잎을 보여 주고 싶었다.
커피 잔에 떨어지는 가을을 보여 주고 싶었다.
아내는 가을을 홀짝거리는 딸아이 곁에서 차창너머 만추를 즐기고,
난 나대로 간이역사에 떨어진 낙엽을 밟으며 저물어 가는 가을을 거닐었다.
비록 해 저문 가을이지만 그래도 가을은 곳곳에 남아 있었다.
산으로 들로 다니며 느끼고 했지만,
여전히 꽃은 새싹이 파릇파릇 돋아나는 봄에 예뻤고
나무는 단풍이 무르익은 가을이 예뻤다.
얼떨결에 엄마·아빠를 따라 나섰다가 뜻밖에 군위의 가을 정취를 맛본 딸아이가
연신 탄성을 자아낸다.
군위가 이렇게 아름다운 곳인 줄 몰랐다며 군위에 쏙 반했다고 한다.
젊은 처자가 자연이 풍기는 맛을 제대로 안다.
가끔 여행 좀 다닌다 싶더니 겉멋만 보고 다닌 것은 아니었나 보다.
함께 잘 왔다.
군위 인각사
인각사 도로 건너 학소대
인각사
군위 아미산 주차장에서... 지나가는 길에...
군위 모노레일
군위 화본역
'여행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변산반도 및 부안군 일대 탐방 (0) | 2018.11.28 |
---|---|
울산 대왕암/십리대밭길 (0) | 2018.11.04 |
욕지도 기행 (0) | 2018.06.24 |
남해 기행 (0) | 2018.06.18 |
진해 벚꽃 야경 (0) | 2018.04.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