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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방

증도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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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빛 따라 흘러간 세 부부의 증도 여행기




■ 언제 : 2017. 5. 5.(금) ~ 5. 6.(토)

■ 어디로 :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

■ 누구랑 : 세 부부




  세계가 인정한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 증도!

<>신안군청홈


예로부터 물이 귀한 섬이라 하여 시루(시리)이라 불리다가 전증도, 후증도가 하나의 섬으로 합해지면서

증도라 부르게 되었으며, 1976년 도덕도 인근 만들 앞바다에 송·원대 해저유물이 발견되면서 세계 학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국가사적 247호로 지정되어 보물섬으로 유명해졌습니다.

이어서

2007121일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cittaslow)

200865일 전국 최초 갯벌도립공원으로

2009526일 유네스코 생물보전지역으로

2010129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으며,

201191일 람사르협약에 따른 "람사르 습지로 공식 인증되어 국제적인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또한 국내 최대 단일염전으로 넓은 소금밭과 저수지, 60여동의 소금창고와 국내 유일 천연 염전습지가

주변과 한데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이루고 있고 살아있는 근대 문화유산인 소금박물관이 있으며,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를 끼고 구불구불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경사가 완만하고 풍광이 빼어나

자전거 코스로도 제격입니다.





흔적

 

결국 증도에 가고 말았다.

언젠가는 가야할 곳이었지만, 길이 너무 멀어 계속 찝쩍거리기만 하다가

이번에 세 부부랑 함께할 기회가 주어졌다.


증도는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면에 위치한 섬이다.

증도로 접근하는 방법은 출발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간략하게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목포 IC에서 압해대교를 지나 압해도를 따라 차량을 이용하여 줄곧 이동하는 방법과

둘째, 역시 차량을 이용하여 북무안 IC에서 현경면을 거쳐 목포에서 출발하는 것 보다 더 빠르게 접근하는 방법

셋째, 아예 선박을 이용하여 이동하는 수단이 있다.

 

23일 일정으로 여행 계획을 잡았을 때 우리 세 부부는

여유도 있고 해서 첫 번째 코스로 가기로 했다.

목포도 구경하고 다리로 연결된 섬과 섬을 비교적 넉넉하게 구경할 심산이었다.

첫날은 목포의 명승지를 유람하고 유달산 부근에서 1박하기로 했으니

다음 날 증도를 가자면 굳이 배를 타거나 북무안을 거칠 이유가 없다.

목포와 압해도를 잇는 압해대교만 지나면 섬과 섬 사이는 모두 다리로 연결되어

이동하기 쉽고 증도에 도착하기 전까지 증도 외

다른 더 많은 섬들을 손쉽게 구경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목포에서 차량을 이용하는 손쉬운 방법은

목포-압해대교-압해도-김대중대교-운남면-운남에서 현경면은 내륙으로 이동

-현경에서 해제면으로 가는 길도 내륙으로 이어짐-해제지도로-지도지도증도로-송도-지도대교-사옥도-증도대교-증도”로 이어진다.

이와 같이 목포에서 증도로 가는 길은

내륙으로 연결되거나 섬과 섬 사이가 교량으로 이어져 차량을 이용해 움직일 수 있다.

 

2박 예정이 순조롭게 진행 되었다면 우리 일행은 위에 열거한 코스대로 이동했을 것이다.

그런데 동행 중 박대감의 사정으로 인해 2박이 무산되고 1박으로 가야했다.

그렇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번 여행 계획의 초점이 '증도'인 만큼 1박으로 진행하자면 모든 초점이 증도에 집중되어야 한다.

그러자면 목포가 아니라 북무안 IC에서 현경면을 거쳐야 일정이 순조로워진다는 얘기다.

북무안을 기준으로 하면 압해도와 운남면을 빼야 한다.

불가피하게 당초 계획이 변경된 만큼 우리 일행은 두 번째 코스대로 움직였다.

 

증도는 2007121일 청산도와 함께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선정된 섬이다.

내 개인 블로그를 '슬로우로드'라 칭한 것도 청산도를 다녀오고 난 후

영감을 얻어 슬로우로드라 명명한 것이다.

원래 느린 사람이라 느림의 미학을 추구하고 동참하기 위한 심정에서 그렇게 정했다.


유채꽃과 청보리밭이 장관이었던 청산도의 분위기랑 많이 달랐지만,

증도는 증도 나름의 특별한 색깔과 맛깔스러움이 배어 있었다.

염전을 보유한 섬이라 그런지 묵은 장맛과

그리운 엄마의 향내가 배어 있었던 것이다.

갯벌에 숭숭 뚫린 숨구멍이 엄마의 팔뚝에 패인 땀구멍 같아

더더욱 엄마의 섬 같아 보이는 섬이었다.


김장을 해 놓고 자식 오기만을 기다리는 소박한 섬 증도는

엄마의 향기와 함께 많은 문화 유산을 간직하고 있다.

이 섬은 유구한 역사와 문화가 인정되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승인되기도 했으며,

화도까지 뻗은 광활한 뻘밭은 갯벌도립공원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단일 염전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할 뿐만 아니라 그 외 많은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증도대교를 지나 우리 일행은 먼저 증도의 대명사 격인 짱뚱어다리로 갔다.

오늘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더니만,

결국 송도를 지나 사옥도 쯤에 가니 우려했던 대로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짱뚱어다리에 도착하니 비가 제법 많이 내린다.

그렇다고 그냥 갈 수야 없지. 모두 우산을 쓰고 짱뚱어다리로 갔다.

갯벌은 썰물이 들어 물이 빠진 채 뻘밭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짱뚱어다리는 갯벌 위에 세워진 470m의 목교로 갯벌 생물을 관찰할 수 있도록 조성되었다.

다리 아래는 짱뚱어가 많이 살고 있으며 농게, 칠게, 갯지렁이, 조개 등을 관찰할 수 있다.

청정 갯벌에서만 살 수 있다는 짱뚱어가 뻘옷을 입은 채 꼬물거리는 모습과

엄청나게 많은 게들이 부산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신비롭게 다가온다.

 

짱뚱어가 많은 갯벌이라 당연히 다리 이름을 짱뚱어다리라 한 것이 아닌가 했더니만,

그게 아니라 다리 모양이 짱뚱어가 뛰어가는 형상으로 만들어져

'짱뚱어다리'란 이름을 가졌단다.

자세히 보지 않아 잘 몰랐는데 다리의 조형이 그렇다니

찍어 온 사진으로나마 비교 관찰해 봤다.

그랬다. 다리의 중간 지점을 볼록하게 만든 모습이

우전리 해변에서 보든 반대편에서 보든 짱뚱어의 모습을 닮아 있었다.

 

짱뚱어다리를 건너면 우전리해수욕장의 해변에 닿고,

한반도 형태의 숲을 이룬 한반도해송숲이 나온다.

우린 비도 오고해서 다리를 건너 이동할 수는 없었고

차량으로 이용해 분위기 파악에 나섰다.

다음날 다시 와서 볼 참이다.

 

다음 코스는 화도란 섬이다.

화도는 장혁과 공효진이 주연한 드라마 고맙습니다촬영지로 알려지기 시작해

증도에 오면 꼭 가봐야 하는 필수 코스가 된 곳이다.

드라마를 본 적은 없지만 그 덕에 유명해지기 시작했단다.

화도는 물 때를 잘 맞추어 가면 증도와 화도를 잇는 1.2km의 노두길이 열리는

증도에 딸린 자그마한 섬이다.

마침 우리가 갔을 때는 물이 빠져 노두길이 훤히 드러나 있었다.


이 길을 걸으면 짱뚱어다리에서 보는 것 보다 갯벌을 더 가까이 볼 수 있어

갯벌의 민낯을 더 세세하게 마주할 수 있다.

짱뚱어와 농게, 칠게가 펼치는 생생한 갯벌의 향연을 눈 앞에서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비가 내리는 불순한 날씨라 걷지 못하고

차를 이용해 잠시 들어갔다가 바로 나오는 불운한 사태를 빚었다.

아쉽게도 화도를 잘 알지 못하고 온 것이다.

 

증도의 유명한 숙박업소인 엘도라도리조트로 갔다.

우리 일행의 숙박지는 아니지만 전망 좋은 곳에 자리 잡은 리조트의 풍경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리조트는 빈 방 없이 숙박객으로 꽉 차 있어 보였다.

과연 소문대로 전망이 좋았다.

통닭집이 보이면 통닭 두 마리 정도 살까 싶어 살피고 다녔는데,

마침 리조트에 오니 옛날통닭집이 보인다.

모두 이구동성으로 통닭을 사자고 한다.

두 마리를 샀는데 한 마리가 17,000원이나 한단다.

관광지라 그런지 가격이 꽤 비쌌다.

 

길 가에 있는 정자에 앉아 통닭을 해치웠다.

통닭은 가격이 비싸서 그런지 그래도 양은 많았다.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크게 먹은 게 없는지라 모두 게눈 감추듯 해치웠다.

비를 피하며 길 잃은 나그네를 맞이한 마을 정자에서의 통닭과

통닭을 안주삼아 곁들인 소주 1병은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예약한 숙소에 당도했다.

수화니 님이 예약을 했는데 우리가 묵을 숙소도 꽤 분위기가 좋았다.

마당 한켠을 가득 채운 장독대도 분위기 있었고, 장독대 앞 느티나무 분재도 거창했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좋았던 건 숙소 앞 바닷가였다.

숙소 앞마당 앞이 바로 바닷가였고, 도착 당시에는 물이 빠져 뻘이 보이더니

해가 저물자 서서히 밀물이 밀려들고 있었다.

뻘밭에 떨어지는 낙조를 봤더라면 더할 나위 없었을 것을

증도에 도착한 오늘 하루 웬 종일 비가 내려 분위기는 다소 반감이 되었다.

 

슬로우시티의 섬! 증도는

천천히 걸으며 음미해야 그 진가를 맛볼 수 있는 동네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오늘은 그 놈의 비로 인해 첫날은 주로 차를 이용해 다닐 수밖에 없었다.

증도를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는 말이다.

나름 좋았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 하루가 지나갔다.

 

다음날

새벽 430분쯤 눈을 떴다.

사위가 캄캄하다. 기척도 하지 않고 눈만 감은 채 그 자리 그대로 누웠다.

보아하니 박대감은 보쌈을 해도 모를 정도로 깊은 잠에 빠져있고,

수화니 님은 5시쯤 되니 기척을 한다.

눈을 뜨지 않은 척 계속 드러누워 있었더니 나도 박대감처럼 깊은 잠에 빠진 줄 알고

수화니 님 혼자 옷을 주섬주섬 입기 시작하더니 바깥으로 나갈 채비를 한다.

같이 갑시다.’라며 나도 따라 일어나 어젯밤 밀려온 물이 빠진 해안길을 함께 산책했다.

 

증도의 새벽 해안을 따라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퇴적암이 풍화되어 역암이 빠져 나간 빈자리가 뻥 뚫렸다.

부지런한 어부가 그물을 손질하는 모습에서 증도의 새 아침이 열린다.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전망 좋은 펜션도 지나고,

짱뚱어 조형물과 풀장이 있는 이색적인 펜션도 지난다.

 

해안가 절벽은 비교적 낮은 편이다.

낮은 해안절벽에 뿌리를 내리고 바닷가를 향한 팥배나무가

하얀 꽃을 풍성하게 달고 있다.

산에서만 보다가 바닷가에서 보니 더욱 이채로운 분위기로 다가온다.


해안 산기슭에는 골무꽃도 자주 나타난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고개를 쏙 빼고 바다를 바라보는 모양새가

흡사 바다로 나간 아비를 기다리는 새끼들의 아우성 같아 보인다.


예와 덕을 갖추었다는 예덕나무의 앙증맞은 빨간 새순이 꽃보다 아름답다.

뻘밭에 쳐놓은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의 손길에서 서해 바닷가 섬마을의 아침이 떠오른다.

멀리 어제 본 짱뚱어다리가 실루엣처럼 다가오는 신선한 새벽녘이다.

 

산책을 하고 돌아오니 마나님들께서 아침 식사 준비를 해 놓았다.

아침은 푹 삶은 누룽지였다. 겉보기론 개 죽 같아 보였지만 속이 편하고 좋은 음식이었다.

어젯밤은 술도 적당히 마셨다.

이젠 모두 예전처럼 술을 무식하게 먹질 않는다.

적당하게 마시니 아침이 편해서 좋다.

게다가 푹 끓인 누룽지가 속을 더 편하게 해 주니 아침이 편하고 넉넉하다.

 

오늘 여정의 시작은 어제 오자마자 증도에 들러 맨 처음 갔던 짱뚱어다리다.

오늘은 어제와 달리 해가 말짱했지만, 일정이 바쁘다는 이유로 역시 다리를 끝까지 건널 여유가 없다.

그저 햇살 좋은 분위기를 살려 사진 담는 것을 우선으로 할 뿐이다.

한 눈에 봐도 비가 오는 우중충한 어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사진이 선명하다.

   

걸어서 다리를 건너도 되는 건너편 한반도해송숲이 있는 우전리해변을 차로 이동했다.

여긴 비가 오는 축축한 날씨였지만, 어제 이미 답사를 한 터다.

짱뚱어다리는 중간에 볼록 솟은 머리 부분을 중심으로 대칭을 이루고 있다.

텅 빈 해수욕장을 거니노라니 삭막한 모래사장에 꽃 핀 해안식물이 더러 눈에 띈다.

모래지치가 많이 피었고, 좀보리사초가 고개를 빼곡 내밀고 있다.

내륙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식물이 여긴 우후죽순이다.

어쨌거나 내륙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꽃을 쉽게 볼 수 있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고 먼 길 온 보람을 느낀다.

 

한반도해송숲을 거닐어야 하는데 시간이 여의치 않아 갈 수가 없다.

혼자 가기도 그렇고 그저 코앞에 있는 모습만 바라볼 뿐이다.

숲속에 들어가면 뭔가 기대치 않았던 해안식물을 볼 수 있을 것만 같다.

아쉬움만 가득 담은 채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

 

증도의 마지막을 장식할 곳은 다름아닌 태평염전이다.

우리 일행은 태평염전을 둘러보면서 증도 여행의 방점을 찍는다.

태평염전 일대는 구경거리가 많아 여기서만 족히 한나절을 보낼 수 있다.

아니 한나절로는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다.

천천히 느릿느릿 염생식물원을 걷고, 염전체험까지 겸하자면 한나절로는 시간이 부족하다.

거기다가 소금박물관을 견학하고, 소금밭낙조전망대에 올라 증도 일대를 관조하자면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느림의 미학이 깃든 섬, 증도를 보다 여유롭게 탐방하자면 시간을 넉넉하게 잡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 천일염의 6%인 연간 16,000톤을 생산하는 태평염전은

단일염전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선박을 이용하면 버지선착장에서 증도면 소재지로 들어가는 길목에 위치해

증도를 찾는 방문객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곳이다.


태평염전이 증도에 만들어진 때는 반세기 전인 1953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을 정착시키기 위해 물이 빠지면 징검다리로 건너다니던

전증도와 후증도 사이의 갯벌에 둑을 쌓아 염전을 만든 것이 시초가 되었다고 한다.

도로를 따라 늘어선 소금 창고의 이색적인 모습이 증도를 찾은 탐방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염전을 처음 대하는 이런 이색적인 모습을 본 우리는 당연히 시선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차를 멈추고 소금을 생산하는 염전의 풍경을 사진기로 담고 있노라니

염전에 서서 나를 본 염부가 뭐라고 손짓하는 모습이 날 보고 사진을 찍지 말라고 하는 것 같았다.

촬영하는 것을 별로 탐탁잖게 여기는 것 같아 곧 촬영을 접고

염부가 보이지 않는 한적한 곳을 찾아 다시 필요한 사진을 담았다.

 

염전 주차장에 당도하니 입구에 소금박물관이 보인다.

소금박물관은 우리나라에 남은 유일한 석조창고이며,

예전에 있던 소금 창고 모습 그대로 보존하여 내부를 리모델링해

2007년에 박물관으로 개장하였고, 근대 문화유산 361호로 지정되었다.

볼거리와 느낌이 있는 곳이었지만, 입장료를 받고 있어 입구만 들어갔다 바로 나왔다.

 

입장료라야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이라 입장료 때문에 돌아섰다는 건 핑계에 불과하고

실상 내가 염두에 둔 곳은 소금박물관이 아니라

소금밭낙조전망대와 염생식물원에 마음이 더 가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 삐비축제기간이기도 하거니와 빨갛게 물든 함초가 압권이니

여기가면 분명히 시간이 지체될 것이다.

느긋하게 즐기자면 한 곳이라도 시간을 아껴야 한다.

 

란 외떡잎식물인 벼과에 속하는 다년생초로

어린 새순을 '삘기'라 하며 증도에서는 삐비라 부르기도 한다.

꽃이 피지 않은 어린 이삭은 달달해 날것으로 먹기도 하며,

땅속줄기를 캐서 햇볕에 말린 모근은 한방에서 발한·이뇨·지혈 등에 쓴다.

생활 도구용으로는 지붕 이는 재료나 수공예품 재료로 사용하기도 한다.

<daum백과>내용 참조

 

염생식물원에 들어서니 꽃을 피운 가 지천이다.

남들은 소싯적에 산으로 들로 다니며 달짝지근한 맛을 즐기기도 했다는데

도시에서 크고 자란 난 그런 추억이 없다.

하기야 아직 이 나이들 때까지 뱀을 잡아 먹었다든가

개구리 뒷다리를 구워 먹어본 기억조차 없다.

겨우 애꿎은 메뚜기나 잡아 날개를 뜯거나 불에 거을리게 한 적은 있어도

그 마저 징그러워 먹지는 않았다.

 

갯벌에 조성된 데크를 거닐며 바람에 살랑대는 를 살갑게 바라본다.

무더기로 핀 의 군무가 황폐한 뻘 분위기를 포근하게 감싼다.

빨갛게 물든 함초라고 하는 바닥에 깔린 퉁퉁마디가

띠와 대비되어 잘 어울린다.

S라인의 곡류를 따라 핀 퉁퉁마디의 향연이 건조하고 삭막한

염전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난 이 길이 편하고 좋았다.

땡볕이었지만, 땡볕인들 어떠랴.

넓은 뻘밭에 삐비가 활짝 펴 살랑거리는 모습과

빠알간 퉁퉁마디가 바닥에 깔린 이런 풍경을 과연 어디서 볼 수 있단 말인가?

느리게 더 느리게 천천히 그렇게 걷고 싶었다.

 

염생식물원에서 나와 소금밭낙조전망대로 올라갔다.

소금밭에 내리는 낙조가 일품인 모양이다.

우리는 낙조와 상관없는 시간이라 전망대에 올라 염전의 전체적인 조망이나 즐길까 싶어 올라갔다.

전망대까지 10분이면 충분했다.

그리 높지 않은 곳이니 조금만 올라가면 빼어난 전경(全景)을 조망할 수 있는 최적의 조망처다.

 

소금박물관을 비롯한 염생식물원과 염전의 전경(全景)이 한 눈에 들어온다.

사옥도와 증도를 연결한 증도대교가 가까이 보이고 드넓은 시야가 눈을 시원하게 한다.

해넘이 시간이 맞아 떨어지면 아름다운 낙조까지 덤으로 보겠건만,

그건 시간이 맞지 않아 욕심에 불과하다.

 

전망대 가는 길에도 골무꽃을 본다.

새벽에 숙소 부근 얕은 해안절벽의 숲에서도 봤는데 여기서 또 본다.

그런데 여기 있는 녀석은 전초랑 털이 보송보송한 게 새벽에 본 녀석과 모양이 다르다.

골무꽃 집안도 내력이 여간 복잡하지 않으니 이름 하나 붙이기조차 쉽지 않다.

그냥 골무꽃이라 부르고 말란다.

 

소금밭낙조전망대를 끝으로 증도를 떠났다.

먼 길 와서 그런지 12일의 여정이 너무 짧고 싱겁다.

가는 길에 왔던 길 사옥도나 지도를 거치며 좋은 곳이 있으면 다녀가고 싶었지만,

어디에 뭐가 좋은지 종잡을 길 없다.

인터넷 검색을 했지만, 갈만 한 곳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

 

순창에 들러 가격대비 저렴하고 음식이 꽤 유명하다는 한정식 집에서 점심을 먹고,

오랜만에 남원에 있는 광한루를 들리기로 했다.

뜻밖에 광한루를 간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

기억조차 요원하니 모두 그도 괜찮겠다며 가기로 했는데

아뿔싸, 순창으로 빠지는 길이 내비가 가리키는 지점과

고속도로의 표시지점이 서로 달라 그만 순창으로 가는 길을 놓치고 말았다.

 

순창 한정식은 수화니 님이 잘 아는 곳이라 가격도 저렴하고 음식도 좋아

우릴 배불리 먹여 주기 위해 수화니 님이 노래하듯 가자고 한 곳이다.

그런데 그걸 잠시 착각하는 바람에 그만 놓치고 만 것이다.

그 바람에 갑자기 바람 빠진 풍선처럼 맥이 풀렸는지

광한루가 지금 축제 기간이라 주차할 곳도 마땅찮다며 그냥 올라가기로 한다.

부지불식간에 바로 올라 가버리게 된 것이다.

 

뭔가 마무리가 좀 아쉬웠지만, 그러기로 했으니 어쩔 수가 없는 노릇.

박대감이 혼자 운전하니 많이 힘들고 피곤할 것이다.

운전자를 생각하면 바로 가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세 부부가 함께하면 늘 혼자 운전을 감당해야 하니 고맙고 미안하다.

박대감, 미안하오이다.

늘 고생시켜서 말입니다.





당초 계획은 2박 3일 일정으로 아래 지도 <펌>1, 2를 경유하는 코스로 잡았다.



<펌>1


<펌>2


<펌>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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