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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방

2016.1.13/14. 동기 모임(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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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월 대전 유성에서의 만남



■ 언제 : 2017. 정유년 1월 13일 ~14일

■ 어디서 : 대전 유성에서, 숙박 ; 레전드호텔

■ 누구랑 ; 동기(안*전, 이충*, 조동*, 박*근, 권*일, 장*권, 이윤*, 김광*, 양성*, 김현*, 정*석, 남상*, 오*구, 황*만, 박*용  총 15명 참가) 

■ 뭘 : 한밭수목원, 뿌리공원 탐방 그리고 늘 하던 짓거리





흔적

언제나 그랬듯 방학은 왜 이리도 휘리릭 빠르게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나이가 들수록 더 빠르게 지나간다.


지난 여름이 더웠으니 당연히 겨울도 유난히 추울 것이라 여겨

산으로 들로 나다기기 어려우면 책이라도 좀 읽을까 싶어 이번 방학 땐 미리 대하소설 22권을 챙겨 놓았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요즈음 겨울 날씨는 산에 쏘다니기 좋을 만큼 미울 만큼 날씨가 좋다.

겨울 날씨는 아시다시피 변죽이 심해 이런 좋은 날은 무조건 현관문을 박차고 나와야 하지만,

산에 갈까 어쩔까 망설이기만 했지 정작 산은 외면하고

아침에 눈을 뜨면 세면도 하지 않은 채 거실에 앉아 책을 먼저 펼쳐 든다.

마음은 그렇지 않은 데 행동은 마음과 다르게 항상 역반응을 일으킨다.


책을 펼치면 언제나 그랬듯 거실에 반듯하게 앉아 따듯한 봉다리 커피 한 잔 태워 놓고

나름대로 우아하게 하루를 시작한다.

비록 겨울잠 자는 곰 같은 모습이지만, 시작은 그래도 반듯하다.

하지만 2시간쯤 지나면 이내 자세가 무너지기 시작해

소파에 기대었다 드러누웠다를 반복하다

결국은 몸뚱이는 침대로 자연스럽게 이동하여 곰처럼 이리 뒹굴 저리 뒹굴 거린다.

그래도 잠자기 전까지 손에 잡은 책은 떨어뜨리지 않는다. 


그렇게 시부지기 책을 손에 쥐다 보니 13일까지 8권을 읽어 버렸다.

그러다 보니 벌써 방학하고 15일이 지났다.

날짜로 보아 계산상 1권을 읽는데 이틀이 채 소요되지 않은 꼴이지만,

이런 저런 연유로 인해 책을 대하지 않은 날을 빼면

실제로 하루에 한 권 이상을 독파한 셈이 된다.

이래서 대하소설은 손에 쥐면 안 됨을 경험하게 된다.

젊은 청춘도 아니고 내 나이 또래가 되면

책 보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것보다 무조건 싸돌아 다녀야 되는 것이 질로 좋은 데

이번 방학은 이놈의 책 땜 시 하루 종일 겨울잠 자는 곰처럼 방에 틀어박혀 있는 것이 다반사가 되어 버렸다.

바람직하지 않은 방학을 보내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오늘은 대전 유성에서 대학 동기 모임이 있다.

이번 겨울 모임은 부산에서 하려했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은 모양이다.

동기들이 전국에 흩어져 있어 방학 때마다 각 지방을 돌아가며 모임을 하는데

형편이 여의치 않은 경우엔 대체로 유성에서 모임을 갖는다.

유성에서 모임을 하면 모두 공평하다.

지역적으로 중앙에 위치하고 있으니 경상도, 전라도, 서울, 경기, 충청도 등 접근하기 가장 용이하다.

그래서 그런지 대전에서 모임을 개최하면 큰 차이는 없어도 참가 인원이 그래도 좀 나은 편이다.


책만 끼고 있어 갑갑하던 차에 모임이 있어 잘 됐다 싶으다.

고속버스로 갈까 하다가 자가운전하는 게 나을 것 같아 눈이 온다는 예보를 불문하고 자가운전을 했다.

고속을 타러 가야하고, 내려서는 또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야 하니 아무래도 자차가 편할 것 같다.

모임 시간이 18시 30분이었으나 전 날 동기회 밴드에 연락해 3시에 만나 한밭수목원을 갈 사람을 수배했다.

만년 회장을 하고 있는 친구랑 세종시에 근무하는 세*랑 두 친구가 합류하기로 했다.

갈 사람이 없으면 혼자라도 갈 판이라 두 명이나 있어 흡족한 마음으로 약속 시간 보다 일찍 길을 나섰다.


날씨가 오늘따라 추운데다 가는 길에 눈이 온다는 예보까지 있다.

그러나 예보와는 달리 추풍령 오기 전까지는 날씨가 그만저만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추풍령을 넘어서니 눈보라가 몰아치기 시작한다.

대학시절 고속버스를 타고 가다보면 늘 그랬었다.

추풍령만 넘어서면 말짱하던 날씨가 비가 오고 눈이 오고 그랬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추풍령 고개를 넘어서니 없던 눈이 거세게 몰아부쳤다.

역시 바람도 쉬어 가고 구름도 자고 간다더니

추풍령 고개는 여전히 그 이름값을 하고 있다.

갈수록 눈보라가 거세게 몰아친다.

아내가 고속버스를 타던지 기차를 타라고 하더니만, 그 말을 들을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앞서가던 차량들이 도로에 짓이겨진 눈을 튕기는 바람에 차창 앞유리가 연방 새카맣게 변한다.

그때마다 워셔액을 내뿜으며 윈도우브러시를 돌려 닦으며 간다.

그래도 내심 한밭수목원에 가면 아직 남아 있을 겨울나무의 빨갛고 까만 열매에

살포시 얹혀 있을 눈을 생각하니 마음은 더 흐뭇해져 눈이 그치기 전에 더 빨리 수목원에 가고 싶어진다.


나리는 눈이 더욱 거세져 금강휴게소에 잠시 쉬어갈 겸해서 들렀다.

늘 그랬지만, 난 항상 금강휴게소를 자주 애용한다.

이유는 단 하나. 다른 휴게소보다 풍경이 더 좋다는 것이 그 이유다.

눈 나리는 금강휴게소는 더욱 멋진 풍경을 자아낼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퍼붓던 눈이 막상 금강휴게소에 다다르니 거짓말 같이 뚝 그쳤다.

내가 그린 휴게소 풍경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그래도 겨울 금강휴게소의 모습은 멋스럽기 그지없다.

휴게소 건너 유유히 흐르는 금강의 물줄기가 그랬고

강 건너 뾰족한 철봉산이 병풍처럼 길게 늘어진 그림이 더 없이 정겹다.

경부고속도로를 지나노라면 난, 늘 이 같은 그림을 눈도장을 얹고 간다.

이번에는 내친김에 카메라를 가지고 가 두 컷 담아 보기까지 한다.


금강휴게소부터는 거짓말 같이 눈이 그쳤다.

가는 길은 편해졌지만, 눈이 그려내는 도시 속의 수목원 풍경은 내 마음이 그린 그림에는 미치지 못할 것 같았다.

대전 IC를 통과하니 형*이한테 전화가 온다.

수목원에서 세*랑 3시에 만나자고 했는데 숙소로 바로 오라고 한다.

숙소에는 세*랑 형*이가 먼저 와 있었고, 호텔 입구에서 서울에서 온 혁*이랑 만났다.

여수에서 충*이가 곧 도착한다고 하니 충*이가 오면 5명이 함께 수목원으로 가면 되겠다 싶었는데

먼저 온 세*랑, 혁*이는 날씨가 추워 그런지 밖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 같다.

수목원은 일삼아 와야 할 곳인데 여기까지 와서 시간만 죽치고 있자니 안 되겠다 싶어

형*이랑 둘이 오붓하게 겨울 수목원 탐방에 나섰다.

뭐 굳이 거창하게 탐방이라기 보다는 쌀쌀한 겨울바람을 동반한 나들이쯤으로 여겨야겠다.


한밭수목원은 대구수목원과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산도 끼지 않은 도심 속에 거대한 규모로 자리 잡고 있었다.

대전엑스포시민광장을 중심으로 동·서로 크게 나뉘어져 있는 수목원을

우리는 먼저 오른쪽 약용식물원과 특산식물원이 있는 쪽을 돌아

시민광장 왼쪽편 신갈나무와 졸참나무 숲이 있는 곳으로 크게 돌아나왔다.


갑천너머 엑스포과학공원의 상징탑인 한빛탑이 한 눈에 들어왔다.

대전 엑스포 개장할 때 35세의 나이로 처음 학생주임을 맡아 무려 700~800명을 인솔하여 온 적이 있었다.

그 당시 1박 2일 행사를 진행했는 데 전국에서 모인 학생들과 일반인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방불케 했던

그 현장에 거의 전교생을 대상으로 인솔하여 고생했던 생각을 하니 지금도 아찔하다.

담임은 아이들 찾느라 정신이 없고 난 나대로 전체를 총괄하느라 진이 다 빠졌었다.

대전엑스포는 그 때 생각이 나 두 번 다시 발을 들여 놓고 싶지 않다.


겨울이라 하지만 한밭수목원은 마치 산수유 열매 같은 당매자나무의 빠알간 열매와

역시 아직까지 달고 있는 홍자단의 빠알간 열매가 맵시를 뽐내고 있었다.

빠알간 열매에 눈이 쌓여 있었더라면 금상첨화 였겠지만, 아쉽게도 눈은 금강휴게소부터 그친지라

잠시 휘몰아치던 눈은 바람결에 씻겨 가고 잔설만 바닥에 뿌려진 정도였다.

대충 한 바퀴 돌고 한밭수목원의 분위기만 파악하고 5시 30분쯤 숙소로 갔다.


호텔 앞에서 조금 일찍 도착한 울산에서 온 인*를 만났다.

먼저 온 3명은 당구장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6시 30분에 모이기로 했으니 아직 시간이 남아 인*이랑 함께 우리도 당구장으로 갔다.

이 친구들 당구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내가 제일 못친다. 결국 꼴찌는 내가했다.

꼴찌는 내가 했는 데 돈은 만년회장이 냈다. 갸륵한지고...


만남의 장소인 복어집에 가니 벌써 대여섯명이 모여 있었다.

이제부턴 먹고 마시며 반갑게 이런저런 수다를 떠는 일이다.

복불고기랑 소주는 격이 잘 어울린다.

모두 차례대로 인사를 나누고 연거푸 잔을 들이킨다.

의정부에서 온 동팔이가 한 놈 한 놈 빠짐없이 인사겸 건배 제의를 시킨다.

그때마다 부지런하게 잔을 비우는 놈은 몇 놈 없다.

건배 제의할 때마다 내가 제일 열심히 잔을 비운 것 같다.

한 마디했다. 전부 다 잔을 비우라고...

김해에서 온 현*이가 비운 잔을 머리 위에 틀며 다 마신 흉내를 낸다.

몇 번 들었지만 현*이가 건배 제의는 제일 잘 한다.

현*이한테 오늘 들은 것 중 하나는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잔... 잔을 들고 

나... 나처럼    

비... 비우자    

나도 써 먹어야지.


그런데 이 친구는 술을 그렇게 먹고도 서울에서 모임을 하든 전라도에서 하든

어디서 하든지 간에 어느 순간 가 버리고 없다.

밤 열차 외엔 차도 없는 시간인데도 어김없이 가고 없다.

오늘은 내가 붙들면 있으려 했는데 내가 다른 짓거리 하고 있는 동안 또 홍길동처럼 사라지고 없다.

잠자리가 편하지 않더라도 대충 자고 다음 날 아침 해장국이라도 한 그릇 하고 가면 될 걸...

참으로 신기한 녀석이다.

존경해야 되나. 욕을 해야 되나...

에이, 좋은 기 좋다고 그래 존경쪽으로 가자.


아, 참 요즘 광*이가 몸이 좋지 않은지 영 신통치가 않다.

늘 기분 좋고 마음씀이 넉넉한 친구인데 근래 통 술도 못 마시고 힘도 없어 보인다.

괜찮냐고 물어보면 '좀 그래' 정도로만 말을 하는데 도통 의기소침한 것 같아 마음이 쓰이네.

별 일은 없는 것 같은데, 벌써 마음이 우리보다 늙어버렸나.

하기야 이 친구는 대학시절부터 시건이 남달랐으니 모이면 술만 마시고 하는 게

어쩌면 지겨워 졌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 그게 이유이리라. 


친구 한 녀석은 조만간 대권에 도전을 한다.

우리 교사의 대권이래야 그 지역 수장이지만, 물망에 올라 그 반열에 선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다.

아무래도 느낌에 이번엔 그 친구 차지가 될 공산이 크다.

물론 뚜껑은 열어봐야 알겠지만, 동기들 모두 한 마음 한 뜻으로 좋은 일이 있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일전에 한 차례 고배를 마시긴 했다만, 이번엔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한다.


여수에서 온 진득한 친구, 오늘날 이 모임을 유지하는데 가장 공헌도가 큰 충*이가 여수산 회를 따로 장만해 왔다.

박스로 공수해온 횟감이 차고 넘친다.

1차를 그 놈으로 먼저 시작했으면 정말 맛있게 먹었을텐데 좀 아쉽다.

그래도 모두 복어집에서 넉넉하게 배를 채운지라 입맛이 약간 반감되기도 했으련만,

회가 워낙 좋은지라 배부른 줄 모르고 15명이 둘러 앉아 맛있게 먹는다.

2차는 숙소에서 이렇게 회로 배를 또 채우고 꽉 찬 배는 술로 씻어 내려가며 먹었다.


3차는 3패로 나누어졌다.

자는 놈, 밖으로 또 마시러 나간 놈, 숙소에 앉아 노는 놈

난, 예외없이 숙소 잔류팀이다.

밤이 깊어가는데 별 재미가 없다.

울산 남*이만 재밌다.

제천 윤*는 기는 가장 충만한데 운이 쇠했다.

다음 여름 모임은 제천에서 하기로 했다.

똥개도 지 집 앞에서는 50점 따고 들어간다고 했으니 윤*교장 제천에서 놀 땐 50점 따고 들어가시게나.


&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설치고 아침에 일어나 숙소에서 가까운 해장국집으로 갔다.

한 친구가 설렁탕을 시키니 모두 따라 설렁탕으로 통일했다.

근데 이 놈의 설렁탕이 설렁탕인지 맹탕인지 뭔 맛을 모르겠다.

모두 점잖은 체질이라 누구하나 대놓고 '맛이 왜 이렇노'라는 사람은 없었지만

나와서 하는 얘기를 들어보니 이구동성으로 한 마디씩 한다.

아침부터 입맛만 배맀다고...

혁*이는 이 집 잘 기억해 두란다. 다시 이 집에 오면 안 된다고.

밉다고 설렁탕집에 있는 커피를 빼먹자니 동전 100원짜리 한 개를 투입해야 된다.

맹탕인 맛의 설렁탕을 비싸게 먹은지라 속이 니글해 커피를 한 잔 해야하는데

요즘 주머니에 100원짜리 동전있는 사람이 어디 잘 있나.

마침 형*이가 동전을 가져와 100원씩 투입하여 여러 잔을 뺐다.

맛도 없는 설렁탕 비싸게 받아 먹고 100원은 뭐 땜시 넣어라 하노. 그냥 주지.

하는 짓이 야박한 것으로 보아 맛이 없는 이유가 있구만.


유일한 제주 친구 성*이는 아침에 일어나니 서울로 가고 없다.

참으로 부지런한 친구다. 우리도 아침 해장국 먹고 집으로 갈 사람은 가고

시간이 되는 사람은 '뿌리공원'으로 갔다.

대전에 뿌리공원이라? 처음 들어본다. 있는지도 몰랐다.

근처 사는 퇴직한 용*이가 합세하여 안내를 받았다.


뿌리공원은 대전 중구 침산동에 있었다.

인성교육과 뿌리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성씨테마공원인 HYO! WORLD로

자리매김한 뿌리공원은 유동천이 감싸 안고 있었다.

여수 충*이는 초등학교 시절 여기까지 수영하러 왔다가 물귀신이 될 뻔 했다고 하고

형*이는 아이들과 놀러 왔다가 애들이 큰일 날 뻔 했다고도 한다.

유동천이 우리 친구 여럿 잡을 뻔했다.


2015년 통계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씨는 153성 858본관으로 나뉘어져 있다고 한다.

각 성씨를 조성한 뿌리공원에 밀양박씨는 72번에 위치해 있으며, 위치상 공원 중심의 시작점에 있다.

괜히 우쭐한 기분이 든다.

괜스레 이런 기분이 들어도 되는 건지...


근데 이게 뭐라고 성씨의 위치나 조형 규모에 따라 사람 기분이 달라질 수도 있겠다.

후손들의 경로효친 사상 고취와 본인 성씨의 유래를 살펴보는 정도로 만족하면 될 것을

성씨를 상징하는 조형물의 규모와 그 위치에 따라 괜한 자격지심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겠다.

허나 그럴 필요까지는 없으리라.

뿌리공원에 왔으니 각 성씨의 유래와 그 뿌리의 근원을 알고감에 만족하면 되지

○씨는 어디 어디있고, ○씨와 ○씨는 어느 위치에 있는지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리라.

자고로 한 줄로 줄 세우기 좋아하는 습성은 우리 민족이 고쳐야 할 가장 고질병 중에 하나임을 명심해야 한다.

설마 돈 많은 어떤 문중에서 돈을 더 주고 위치를 선점하거나 권력을 동원해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그런 일이 있지는 않았는지 모르겠다.

그렇지는 않겠지. 어떤 공평한 기준이 있었겠지

괜히 좋은 의미로 뿌리공원이랍시고 만들어 파벌 좋아하는 우리네 습성에 불을 지펴서야 될 일인가.

난, 친구들 성씨 조형물을 따라 다니며 기념사진 찍어 주느라

정작 밀양박씨 조형물엔 가지도 못했다.

제일 가까이 있고, 가는 길에 있었지만 못 봤다.


뿌리공원을 대충 한 바퀴 돌고나니 늦은 아침을 먹었음에도 배가 출출해 진다.

여기 인근에 사는 용*이가 맛집을 잘 알고 있어 두부버섯전골전문집으로 갔다.

모두 아침이 부실했던지라 점심을 맛나게 먹었다.

반주로 막걸리 한 잔씩 곁들인 후

용*이가 안내한 찻집으로 갔다.


세련되어 보이는 찻집 주인장이 주문한 차를 건네며 구수한 농을 한 마디 슬쩍 던지고 간다.

선생님이 멋지니 친구분들 또한 멋진 분이라고...

주인장 장사하는품새가 금방 문 닫지는 않것다.


자칫 잘못했으면 요단강 문턱을 넘을 뻔한 친구의 얘기를 들으니

그 친구 반 의사가 다 됐다.

대장암 3기+ 진단을 받고 몇 차례 대수술을 받고난 후 지금은 회복을 하였지만

발병을 알고난 이후 관련 의학서적을 탐독한 것만 해도 30권은 된다고 한다.

죽을 병에 걸렸으니 살려고 하는 의지가 그만큼 대단했겠지만,

요행히 검진을 통해 늦었지만 발견하게 된지라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가 보다.

이런 친구들의 얘길 들어보면 인생 뭐 별거 있나란 생각이 든다.


돈이란 없으면 사람 구실 못하게 되어 있는 거지만

사람 구실 할 만큼만 있으면 더는 욕심부릴 이유가 없을 거 같다.

돈이 있어도 쓰야 쓴 만큼 지 돈이지, 묻어 두고 재워 둔 재물은 지 재산이 아니라고 보면 된다.

쓰야지 돈이지, 간직하고 있는 돈은 지 돈이 아니다.

그러니 쓸 수 있을 땐 쓰고, 여행을 하고 싶을 땐 하는게 맞다.

절약하고 아껴쓰는 것은 당연지사지만, 자린고비처럼 지 몸 상해가며 아껴야 할 필요는 없다.

죽고나면 모두 한 줌의 재로 날아가거나 한 줌 흙으로 자연에 귀의해야 하는 몸

재물을 싸들고 가 염라대왕한테 좋은 곳을 보내달라고 뇌물을 받칠 수도 없는 법

괜히 죽어서도 김영란법에 저촉되어 우사 당하지 말고 쓰고 가는 게 좋지 않겠나.

뭐 할라고 돈 버노, 쓸라고 버는 것 아닌가베...


추풍령휴게소 가까이 오니 어젯밤 설친 잠으로 인해 졸음이 살살 밀려온다.

좀 쉬어 가야겠다는 생각이 듬과 동시에 지금까지 변을 보지 못한지라 아랫배로부터 소식이 온다.

마침 잘 됐다 싶어 추풍령휴게소에 들러 화장실부터 갔다.

화장실에 앉아 내가 애용하는 들꽃카페에 들렀더니 카페지기님께서 해마다 신년휘호를 보내주는

친구로부터 올해도 어김없이 신년휘호를 받았다며 소개를 해 놓은 글이 있다.


'오유지족 (吾唯知足)' 나는 오로지 만족할 줄 안다는 뜻이다.

만족할 줄 알면 버릴 줄도 알고 자족(自足)할 줄도 알 것이다.

그래 우리도 이젠 자족(自足)할 줄 아는 나이가 되었나 보다.

인지 돈을 벌 수도 없고, 더 이상 과욕을 부릴 일도 없다.

그저 자족하며 오유지족하세나.

화장실에 앉아 친구들한테 카톡으로 오유지족이라고 날렸다. 


친구들 모두 건강하소.






금강휴게소




추풍령너머부터 눈보라가 휘몰아 치더니 금강휴게소에 오니 언제 그랬느냐는 듯 눈보라가 그쳤다. 금강휴게소에 오면 난 이 모습을 보는 것이 참 좋다. 저 산 이름은 철봉산이다.


여기도 눈이 오긴 했는데 적설량이 많지 않네요.



한밭수목원 탐방


대전엑스포시민광장. 이 광장을 중심으로 좌우로 한밭수목원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동으로는 유천교가 흐르고 북으로는 갑천이 흐르고 있다.


당매자나무. 빨간 열매는 산수유 열매와 흡사하다.

당매자나무 열매



?



홍자단 열매




붉가시나무


제주조릿대 같은데... 가장자리에 테두리가 있는 것으로 보아


해당화 열매



송악


진도 진도개와 삽살개


매머드. 안내인의 설명으론 러시아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병아리꽃나무 열매













직박구리. 가까이 가도 도망가지 않고 잘 버텨주네. 가까이서 보니 커 보여 개똥지빠귀인가 했더니 직박구리인 모양이다.



가침박달 열매




한빛탑





뿌리공원 탐방






효도령과 효낭자


인물들 다 모였네. 아니 빠진 친구들도 많구만...








자 우리 성씨 찾아 가볼까요.





산 아래 유동천이 휘감아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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