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대동 모임은 대프리카의 폭서와 함께
■ 언제 : 2016. 7. 22. ~ 23.(1박 2일)
■ 어디서 : 대구
■ 누구랑 : 대학 동기들과 함께
A팀 참가자(9명) : 광식, 나, 상팔, 세구, 용근, 우암, 윤구, 충복, 형전
B팀 참가자(4명) : 남석, 동영, 동흠, 성은
■ 탐방 코스 : 대구근대골목투어코스
서문시장 - 청라언덕 - 3·1만세운동골목 - 계산성당 - 이상화 고택 - 서상돈 고택 - 약령시의약박물관 - 경상감영공원 - 동성로 - 대구백화점
■ 식당 및 숙박은 능이백숙 및 꿩, 오리불고기 등이 전문인 팔공산에서 소문난 맛집 팔공산 중대동 '한송식당'에서
흔적
예정대로 2016년 여름 대학 동기 모임은 대구에서 개최되었다.
모임 장소는 지난 겨울 모임에서 대구로 했으면 좋겠다는 의사에 따라 이미 결정이 되었었고,
대동 모임은 늘 모일 때마다 다음 모임 장소를 이렇게 미리 미리 선점해 둔다.
오는 겨울 모임은 부산에서 진행하기로 하였다.
부산에는 누가 살지? 현철씨가 사는가? 현철씨 신경 좀 쓰야겠네.
이번 대구 모임도 여느 모임 때와 다름없이 1진과 2진으로 나누어 행사가 진행되었다.
먼저 온 1진 참가자 9명은 대구근대골목투어를 진행하고
시간이 여의치 않아 늦게 참가한 2진 4명은 최종 목적지인 한송식당에서 합류하였다.
1진과 2진 도합 13명이 참가했다.
일정이 맞지 않아 이번 모임에 참가하지 못한 지우(知友)들은 천상 다음 겨울 모임인 부산에서나 봐야 할 것 같다.
행사를 주관한 입장에서 이번 대구 모임에 더 많이 참가하였으면 좋았으련만
일정이 바뀌어 참석하지 못한 사람이 있어 좀은 아쉬운 맘이 든다.
모임 첫날인 22일은 공교롭게도 대서(大暑)인 날에 잡혔다.
날이 날인 만큼 이 친구들 이번 모임을 통해 모르긴 몰라도 대구의 폭염 하나는 제대로 맛보고 가겠다.
전라도, 충청도, 서울, 세종시, 울산 등 각처에서 오는 만큼 폭염하면 대구가 왜 떠오르는지는 제대로 느끼고 가겠다.
언제부터인가 대구를 대프리카라 하지 않던가.
대구의 따가운 여름 날씨가 아프리카 못지 않다고 해서 대구와 아프리카를 합쳐 대프리카로 부른다.
대구가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더운 도시로 이름난 곳이란 의미이기도 하다.
칠곡 모 중학교에 주차를 하고 우린 먼저 오늘 대구근대골목투어의 시작점인
서문시장으로 가기 위해 3호선 경전철을 탔다.
대구의 명물로 급부상한 3호선 경전철은 지상 10m 높이의 모노레일로 무인자동운전시스템으로 운행을 한다.
주거 지역을 통과할 때면 사생활 보호를 위해 창문흐림장치가 작동되기도 하며
창문흐림장치는 차량 컴퓨터가 운행 위치를 감시하고 설정된 구간에서 자동으로 투명과 불투명 작동을 되풀이 한다.
대구로 온 지우들이 이번 기회에 3호선 경전철을 타 보는 것도 대구 투어 중 하나에 속한다고 보면 되겠다.
서문시장에 내려 우린 시장 투어고 뭐고 할 것도 없이 먼저 주린 배를 채우기 바빴다.
충복이는 여수에 살면서 당일 부산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대구로 온 모양이다.
아침 일찍 서둘러서 미처 밥을 못다 챙겨 먹고 왔는지 배가 몹시 고픈 모양이다.
빨리 밥집부터 끼니부터 해결해야겠다.
서문시장 투어 중 간단히 요기를 해결하자면 뭐니뭐니 해도 노점의 막국수가 최고다.
맛도 맛이련만, 노상에 쭈그리고 앉아 국수 한 그릇 말아 먹는 재미가 사람사는 맛을 배가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린 일행이 많아 줄지어 먹기 불편해 먹거리가 즐비한 골목안에 있는 적당한 식당을 찾아 들어가야 했다.
거기서 우린 고등어꾸이와 조림, 갈치꾸이와 조림을 반반식 나누어 시켰다.
대구에 살고 있어도 어디가 맛집이고 아닌지 가보지 않았기에 대충 사람이 덜 번잡한 곳을 찾아 무턱대고 들어갔는 데
무작정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들어간 것 치곤 모두들 맛있게 먹어 무척 다행스러웠다.
그러고보니 식당 안에는 나름 유명인들의 싸인이 휘갈겨져 있기도 했다.
그런 것으로 보아 주변에서도 꽤 이름난 괜찮은 식당인 모양이었다.
내친김에 반주삼아 막걸리 한 잔 걸치니 포만감에 젖어 바쁜 일정에 발걸음이 메일 것 같다.
서문시장에 먼저 온 우리 8명이 식사를 마칠 때 쯤 또암씨가 도착했다.
그 역시 점심을 걸렀기에 시간이 여의치 않아 길가에 흔히 있는 막국수가 있는 노점으로 바로 안내했다.
그러고 보니 본인 의사와는 아랑 곳 없이 노점에 앉혔고, 그는 아무 생각없이 앉았다.
근데 갑자기 충복이가 아줌씨 한 그릇 더 하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연이어 세구까지 한 그릇 더요 한다.
아마, 혼자 노점에 앉아 국수를 먹어야 하는 친구를 배려하는 마음에 시켰나보다.
시간이 빠듯해 더위가 기승을 부림에도 아랑곳 없이 우린 일정에 따라 빠르게 길을 나섰다.
먼저 동산의료선교원을 따라 청라언덕과 3·1만세운동거리를 찾았다.
서문시장에서 동성로까지 이동하는 동선이 좋아 모두 고만고만한 거리에 있었지만,
오늘 일정상 그래도 들려야 할 곳은 많은 편이다. 그러니 서둘러야 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아는대로 설명하고 곧 바로 이동을 했다.
대서란 폭서가 기승을 부려도 준비한 성의를 봐서 그런지 그래도 관심있게 귀를 기울이고
나름대로 성실한 태도로 탐방에 임해 주어 일일 가이드가 된 기분이 그리 썩 나쁘지만은 않다.
90계단이라 일컫기도 하는 만세운동거리를 나와 계산성당으로 갔다.
그리고 바로 인근에 있는 이상화, 서상돈 고택을 탐방하고 약령시박물관으로 향했다.
날씨가 너무 더워 오늘 이 친구들 대프리카의 진맛을 톡톡히 경험하고 있다.
퍼뜩 약령시박물관으로 모시고 가야겠다.
거기는 아마 에어컨이 가동되고 실내에서 구경하며 잠시 쉬어 갈 수 있으니
오늘 탐방 코스 중 가장 행복한 곳이 될 것이다.
약령시박물관에서 쉬는 듯 보는 듯 하면서 조금이나마 더위를 삭힌 후
또 땡볕을 걸어 경상감영공원으로 갔다. 대구 시민들은 시내 중앙에 있어 이곳을 중앙공원으로 부르고 있다.
여긴 내 개인적으로는 아련하지만 재밌는 추억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뭔고하니 대학시절 아르바이트 하던 여중생이 자기 언니를 소개시켜 주고 싶어 해 그 언니를 만났던 곳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던 학생의 언니라 좀은 꺼렸지만, 아이가 워낙 강경해 만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결국 만나긴 했지만, 마땅히 갈 곳도 없고해서 아무도 없는 추운 겨울날 중앙공원 벤치에 앉아 시간을 때우기 위해
소설책 읽었던 얘기를 지루하게 늘어 놓았더니 이 아가씨 추운곳에서 식겁을 했는지
이후로는 아가씨도 학생도 더 이상 말이 없었다.
어쩌다가 여길 오면 난 그래도 항상 그때 그 기억이 떠올라 피식 실웃음을 짓는다.
경상감영은 명실공히 어르신들의 아지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옛날에는 아베크족이나 젊은 청춘남녀들의 데이트 장소였지만,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안으로 좀 더 들어가니 윷판이 있고 멍석이 깔려있다.
충복이를 위시해 이 친구들 그냥 있을리 만무하다.
앞뒤 잴 것 없이 2 : 2로 냉커피 내기 한 판 붙었다.
판돈들고 대구백화점 커피숍에서 9명이 그돈으로 시원한 냉커피와 쥬스를 한 잔씩 나누었다.
이긴 팀도 진 팀도 없다. 판돈을 몽땅 회수해 커피값을 지불했으니 되려 이긴 팀이 손해봤다.
시간이 되면 대구의 명물 김광석거리까지 안내하고 싶었는 데 지금으로 봐선 시간 여유가 없다.
그리고 내리 퍼붓는 불볕 더위에 이 친구들을 더 이상 그늘도 없는 거리로 내 몰 수가 없다.
중앙공원에서 걸어 대구백화점에와 커피 한 잔에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잠시 숨을 고른 후
최종 목적지로 가기 위해 1차팀이 주차해 놓은 곳으로 차를 가지러 갔다.
♣
능이백숙 전문인 팔공산 한송식당에 도착했다.
이 식당은 고등학교, 고등학교와 대학동문들이 모임을 할 때면 언제나 여기서 모인다.
주인장 내외분이 함께한 친구의 형님과 형수라 자주 애용하기도 하지만,
맛과 분위기가 더 없이 좋은 곳이라 1박을 하면서 부담없이 즐기기에는 여기만한 곳이 또 없다.
그리고 이 식당은 파계사 아래 팔공산 자락에 있어 여기서 모이면 주변 가까운 곳에 갈 곳도 많다.
동흠이는 아침에 경주에 갔으면서도 먼저 와 있고, 울산 남석이와 서울 성은이도 뒤이어 모두 다 도착했다.
준비해 놓은 능이백숙을 안주삼아 서로 못다한 안부를 나누며 술잔을 주고 받았다.
몸이 좋지 않아 술을 먹지 않는 친구도 있었지만, 그래도 모두 아직은 청춘이다.
다음 날 2일 차 일정은 어떻게 진행을 해야 할지 잠시 고민이 되었다.
당초에는 팔공산하늘정원을 들머리로 팔공산 주봉인 비로봉까지 데리고 갈려고 했다.
그러나 비로봉을 가고 싶어했던 친구도 몇몇 있었지만, 대부분 썩 내키지 않는 분위기였다.
하기야 그도 그렇다. 지난 밤이 무사하지 않았으니 부담스러울 수밖에.
그리고 이 코스는 높은 산을 쉽게 접근하는 것은 좋지만, 땡볕을 고스란히 받으며 가야 하는 길이라
나도 이 친구들을 이 상황에서 그쪽으로 인도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그렇다고 해서 팔공산 자락에 머무르면서 팔공산에 발을 담그지 않는다면 그 또한 서운한 노릇이다.
그렇다면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
불볕 더위도 피하고 팔공산도 가자면 케이블카를 이용할 수밖에.
케이블카 승강장이 우리가 머무른 식당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 거기라면 안성맞춤이다.
그런데 또암이와 성은이는 KTX 예약으로 인해 팔공산을 갈 수가 없다.
먼저 가야하니 두 친구를 위한 배려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아침 식사를 한 후 우리는 두 친구를 위해 지척에 있는 대한수목원을 찾았다.
거기도 볼거리가 많고 힐링하기 좋은 장소다.
두 친구를 보내고 우리는 케이블카를 타고 팔공산 신림봉까지 갔다.
필공산 케이블카 정차장까지만 가도 조망이 좋아 팔공산 주변 전망을 살펴보기가 좋다.
산책길도 데크로 안전하게 조성해 놓아 좀은 걸어 다니며 팔공산의 정기를 흡입할 수도 있다.
모두 잘 알고 있듯이 팔공산의 영험함은 다른 산에 비해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오늘 함께한 타 지역에서 온 친구들도 다른 것은 몰라도 팔공산 갓바위는 알고 있더구먼...
어쨌거나 이번 대구 모임을 주관한 입장에서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 알뜰하게 챙겨주고 싶었지만,
지나고나면 부족함이 더 많았음을 느낀다.
아무쪼록 부족했으나마 묵은 세월의 깊은 정만큼이나 혜량하기 바라고
건강들 잘 챙겨 100세 시대에 어울리게 긴 긴 만남을 가져보세나.
피곤한 몸 이끌고 올라가기 힘들었을 텐데, 다들 무사히 잘 올라가셨겠지.
참, 또암이는 허리가 괜찮아야 할 텐데~~~ 괜찮겠지
아하, 글을 마감하자니 결정적으로 놓친 게 하나 있었구먼.
다름아니라 이번 모임에 또 새로운 친구 한 명을 얻었는 데 그걸 놓쳐선 아니될 말이지.
내야 같이 대구 바닥에 있으니 이래저래 소식이라도 접하고, 경조사에서 만나기도 하지만
나 이외 다른 친구들은 이번 모임에서 처음 만났으니
그 기간이 무려 37년 세월이 흘렀다.
동영이란 친구다. 모두 긴세월이 흐른만큼 앞으로 귀히 대접하고 환대해 주었으면 좋겠다.
뭐, 그건 내가 우려할 일도 아니다.
처음 만났어도 늘 지속된 만남을 가져왔던 것처럼 전혀 격의가 없었으니
참으로 묵은 친구는 언제 만나도 스스럼 없는 모양이다.
지난 겨울 인천 모임에선 봉규와 용봉이도 처음 만났다.
그 전엔 제주의 성은이가 그랬고
이번엔 대구의 동영이가 그랬다.
자주 나오다보니 그리운 친구들 한 명씩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사진으로 남긴 대구 모임의 장면 장면들...
배가 고파 무턱대고 찾아간 식당이다. 시장이 반찬인지 모두 맛있게 먹었다. 그러고 보니 '수라간'이란 식당이 예사로운 집이 아니더군.
대구 전통이자 명물인 서문시장. 모두 출출하여 덮어 놓고 먹거리를 찾아 들어 갔다. 배들이 고프신가요.
어이구, 먹고나니 살만하네 살만 해~ 이제 배는 부르고 날씨도 더운 데 그만 시장에서 죽치고 오늘 일정 파기할까요.
시장에 늦게 도착한 또암이는 밥도 못 먹고 난전에 있는 국수로 점심을 때운다. 뒤이어 충복이와 세구가 합세하여 홀로 먹는 외로움을 들어주며 얼김에 지드로 국수 한 그릇 더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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