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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방

황매산 철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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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매산 철쭉


■ 언제 : 2019. 5. 11.(토)

■ 어디로 : 합천 황매산

■ 누구랑 : 아내랑



흔적

 

해발 1,108m인 황매산은 700~900m 지점에 이르면 거짓말처럼 넓은 평원이 펼쳐진다.

황매평전이라 일컫는데 여긴 해마다 5월이면 붉디붉게 물든다.

이 때가 되면 으레 황매산은 철쭉제가 열리는데,

황매산 철쭉제는 올해로 23회 째를 맞이한다.

축제 기간은 427일부터 512일까지 16일간이고,

내일이면 공식적인 축제 기간이 끝나지만,

이미 황매산을 찾은 상춘객은 무려 20여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황매산은 소백산, 지리산 바래봉과 함께 철쭉 3대 명산으로,

명실공히 전국 최대 규모의 철쭉군락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워낙 명성이 자자해 한 번쯤 가보기는 가봐야 하는데

축제 기간엔 아무래도 선뜻 나설 자신이 없다.

길이 막혀 오도 가도 못 할 건 불 보듯 뻔한 노릇이기 때문이다.

 

학기 중이라 이번 주말에 가지 못하면 다음 주말에나 가야하는데, 어떻게 할까 망설여진다.

만약 이번 주에 가지 못하면 황매산 철쭉은 명년을 기약해야 한다.

보현산도 가고 싶고 팔공산도 가고 싶다.

지난 번 갔던 보현산엔 지금쯤 큰앵초와 은방울꽃이 한창일 것 같고

팔공산도 지난 주 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이상하리만큼 황매산이 눈에 선하다.

 

아내와 난 황매산은 여러 번 갔어도 철쭉 축제 기간엔 한 번도 간 적이 없다.

고생문이 훤해 굳이 갈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엔 아무래도 안 되겠다.

고생바가지라 하더라도 이번엔 꼭 황매산을 한 번 다녀와야겠다.

 

아내한테 막무가내로 내일 아침 5시에 황매산가자고 일방통보 했다.

아내는 이미 황매산을 가야겠다는 내 마음을 읽고 있었던 터라

일단 아침에 깨는 시간을 보잔다.

늦어도 새벽 5시에 출발하지 않으면 힘들 것이라며, 한 마디 툭 던졌다.

 

657분에 현관문을 나섰다.

늦을 것 같기도 하고 괜찮을 것 같기도 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고속도로도 합천댐으로 가는 길도 한산하다.

괜한 걱정을 했나보다.

 

이상하다. 이렇게 한산할 리가 없는데...”

길이 왜 이렇게 조용하노.”

뭐 할라고 새벽에 눈곱도 안 띠고 오겠노?”

봐라, 내 말이 맞지.”

, 고개를 갸웃하며 아직 모른다.”, “좀 더 가봐야 안다.”

다 와 가면 차가 밀려 있을지 모른다.”

아내는 그럴 리 없다며 오토캠핑장까지 차로 갈 수 있다고 장담을 한다.

글쎄, 고개를 갸우뚱하며 반신반의한다.

 

황매산이 가까워질수록 도로에 배치된 경찰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갈수록 경찰차도 자주 보인다.

조짐이 수상쩍다. 아니나 다를까

초입 2Km 전방부터 차량이 정체되고 갓길엔 주차된 차량이 줄지어 섰다.

그럼 그렇지.”

철쭉제 마지막 주말인데 밀리지 않을 리 만무하지.

그나마 여기까지 편히 온 것만 해도 다행이다.

 

아내한테 싱겁게 한 마디 던졌다.

봐라 내 말이 맞재.”, “뭐라꼬 뭐라 캤노?”

꼭대기 주차장까지 갈 수 있다고...”

 

차가 멈추어선 곳이 황매산 매표소 입구에서 2Km 남짓 된다.

거기부터 차들이 오도 가도 못하고 섰다.

시간이 갈수록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다.

반대편 차선은 우릴 비웃기라도 하듯 시원하게 질주한다.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등이 생긴다.

차창을 열고 교통정리를 하는 순경한테 넌지시 물었다.

황매산 주차장 진입이 가능하겠느냐고?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택도 없단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느냐니까

차를 갓길에 나란히 줄지어 선 뒤에 대고 2Km쯤 걸어가 셔틀버스를 타는 것이 좋단다.

 

여기까지 와서 포기하는 것도 그렇고

이왕 마음먹고 온 길인데 그냥 갈 순 없는 노릇이다.

순경이 시키는 대로 했다. 차를 돌려 갓길에 주차하고 셔틀버스를 타러 갔다.

5시에 출발했더라면 황매산 꼭대기 주차장인 오토캠핑장까지 갈 수 있었을 텐데

인지 우야겠노. 운동 삼아 걷는 셈 쳐야지.

 

셔틀 요금은 1인당 2,000원이었다.

도저히 걸어 갈 엄두가 나지 않아 셔틀버스에 몸을 실었다.

셔틀을 타고 올라가는 길도 꽉 막혔다. 한 동안 꼼짝을 못한다.

내 이럴 줄 알고 4시나 늦어도 5시에는 출발하자고 했더만 게으름을 피우다 단단히 욕본다.

 

셔틀버스는 꼭대기 주차장인 오토캠핑장까지 가는 것이 아니라

그 아래 느티나무 주차장까지만 운행했다.

거기서부터 또 걸어야 한다.

차도 많고 사람도 많다.

산에 갈 때 우린 주로 축제나 어떤 행사가 있는 곳이면,

일부러 피해 다니며 막히지 않는 곳을 택해 편히 다니다가 오늘 제대로 욕본다.

이번 기회에 다시 한 번 더 다짐을 한다.

어떤 축제든 축제가 벌어지는 곳은 다시 가지 않겠노라고.

 

그래도 나름 고생하며 올라온 보람은 있다.

어쨌든 막상 오고 보니 여긴 아랫동네와 달리 환상의 나래가 활짝 펼쳐졌다.

온 산을 진분홍빛 철쭉이 붉은 융단을 깔아 놓았다.

소문은 들어 익히 알고 있었다만, 과연 이 정도일 줄은 미처 몰랐다.

느티나무 주차장에서 오토캠핑장으로 가는 길부터 짝 깔렸다.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한 건 간 곳 없고 한껏 기대감만 부풀어 오른다.

 

캠핑장 먹거리 천막 사이로 잔잔한 노래 소리가 울려 퍼진다.

가수 수와진이 자선공연을 하고 있다.

수와진은 전국 행사장마다 빠짐없이 다니며 자선공연을 하는 것 같다.

광양홍쌍리매화마을에서 봤고, 또 어디서 봤더라 여하튼 어디서 봤던 서너 번은 더 본 것 같다.

광양매화마을에선 수와진의 CD를 산 적도 있다.

수와진의 자선공연을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볼 때마다 쉼 없이 노랠 부르는데,

어떻게 저렇게 쉬지도 않고 부르는지 듣는 내가 안타까울 정도로 성실하게 부른다.

꼿꼿하게 앉아 기타줄을 튕기며 쉴 새 없이 노랠 부르는데 체력도 체력이지만,

웬만한 정성으론 그리하기 어렵다.

어쨌든 건강관리 잘하고, 자선공연인 만큼 좋은 일 많이 하셔서

많은 연예인들의 귀감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맘을 가져본다.

요즘 일부 연예인의 몰지각한 행동이 수면 위로 부상한 터라

수와진의 자선공연이 더욱 돋보인다.

 

황매산 간 김에 다른 애들도 좀 볼 수 있으려나 했더니

미나리아재비랑 각시붓꽃 정도 보이고 철쭉 말고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야말로 철쭉 잔치인 게다.

5월의 황매산은 온 산이 진분홍빛 철쭉이 주인공이다.

 

사람도 많다. 철쭉만큼 많다.

사람을 피해 사진 찍기 힘들 정도다.

모두들 부지런도 하시지.

아직 10시도 되지 않았는데 엄청나게 많은 인파로 들썩이고 있다.

그 중에 우리도 한 몫하고 있다.

 

아내는 나름 혼자만의 여유를 갖고 황매산 철쭉 분위기를 즐기고,

난 나대로 사진 찍기 바쁘다.

사방 어딜 둘러봐도 철쭉이 산을 덮었다.

산상화원이란 말이 딱 어울린다.

일전에 갔던 우리 집 가까운 와룡산 영산홍 군락은 비교도 안 된다.

 

가는데 힘들긴 했지만 막상 가고 나서 보니 잘했다는 생각이 들긴 든다.

가는 길이 어려워도 한 번쯤은 가볼 만 하다.

철쭉이랑 영산홍이야 우리 아파트에도 많다.

분홍도 있고 흰 놈도 있다. 길거리에서도 공원에서도 흔하게 본다.

하지만 온 산을 마치 레드카펫처럼 뒤덮은 광경은 쉽게 보기 어렵다.

황매산 철쭉, 힘들어도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가는 길에 합천영상테마파크에 들렀다.

등산을 하지 않았기에 시간도 남고, 여태 지나다니기만 했지

한 번도 가보지 않아 이번엔 이유 불문하고 가잔다.

, 볼 거 있겠나 싶어 크게 기대하지 않고 갔는데 그게 아니었다.

1920년대부터 1980년대를 배경으로 촬영 세트장이 만들어져 있고,

이미 여기서 촬영한 영화 목록이 빽빽하게 적혀 있다.

가까이 있는 청와대 세트장까지 관람할 수 있다.

 

요즘 우리 아이들 체험학습 장소가 마땅치 않아

지도교사가 전전긍긍하던데 여길 추천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구에서 가깝고 볼거리도 있어

지도교사도 아이들도 좋아할 것 같았다.

여기 가면 영화 속의 주인공도 되어 보고 타임캡슐을 타고,

역사의 현장에 서 있는 경험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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