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로 간 팔도 백수들의 귀족 여행 5일 차
■ 언제 : 2020. 10. 26.(월) ~ 29.(목) 4박 5일
■ 29일 5일 차 일정
서귀포치유의숲 - 안덕면 박수기정 - 올레 9코스 몰질 - 점심(한림 웅담 보말칼국수) - 진아 농수산활인마트에서 귤 1박스씩 주문
■ 누구랑 : 대동 백수 8명(권**, 남**, 박**, 박**, 정**, 조**, 안**, 오**)
서귀포치유의 숲
오늘은 대동 백수 기행 4박 5일 여정의 마지막 날이다. 어제 저녁을 먹었던 숙소 주변 큰엉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우리 대동 백수들은 치유의 숲으로 달렸다. 치유의 숲이란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산림의 다양한 환경요소를 활용하여 산림치유지도사가 산림치유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곳이다.
치유의 숲은 해발 320~760m에 위치하고 난대림, 온대림, 한대림의 다양한 식생 분포를 띄고 있다. 평균 수령 60년 이상의 전국 최고의 편백나무 숲이 조성되어 있기도 하다.
4일간의 여정이 피곤할만도 한데 이 친구들 아직 피로한 기색 하나없이 힘차게 발을 내딛는다. 치유의 숲에 왔으니 그동안의 피로를 치유나 하고 가자 하는 마음이다.
쉼팡(쉬는 곳)에 오자 두 친구는 숲내음을 맡으며 명상에 들어간다. 무념무상의 상태로 돌입한 그곳이 곳 무릉도원이다. 푹 쉬기게~
이 친구도 팔자 좋구만... 숲이 내뱉는 피톤치드를 받고 심신을 안정시키며 그 동안의 피로를 치유하시게.
세구와 형전이는 나랑 같이 해설사 뒤를 쫄쫄따라 간다. 이런 곳에 오면 무조건 해설사가 있으면 그 분과 동행하는 게 낫다. 그래야 하나라도 더 얻고 배운다. 아는 만큼 보이니 알고 가면 보는 것도 많은 법이다.
해설을 듣고 싶으면 반드시 해설사 곁에서 떨어지면 안 된다. 멀리 떨어져 있으면 헛일이다. 가까이 있어야 설명을 잘 들을 수 있다.
얘는 천남성인데 두루미천남성이라고 한다. 꽃대가 두루미처럼 올라와 꽃을 피우고 있다면 쉽게 구분이 가능한데 열매만 달려있으니 구분이 쉽지 않다. 두루미천남성 꽃대 올라온 모습은 아직 실물로 대면한 적이 없다. 독성이 강한 녀석이지만 두루미천남성이 길게 목을 빼고 꽃을 피운 가녀린 모습은 양귀비 뺨치는 천하일색인데~ 언젠간 만나겠지.
얘는 그냥 천남성이다. 빨갛게 익어가는 열매가 탐스럽고 먹음직스럽기까지 하지만 얘는 아주 독성이 강한 녀석이라 입에 대면 큰일난다. 장희빈에게 사약을 내릴 때 사용한 독초이기도 한 아주 강한 맹독성 식물이다. 눈으로만 보시길~
앵무새 하늘이. 나한테로 옮겨왔다. 녀석 주인한테 옮겨와서 그런지 내 손을 탐색하고 손톱을 물어 뜯기도 한다. 그래도 아프게 쪼아대지는 않는다. 촉감이 나쁘지 않다.
제주에 오면 주로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많은데 일단 이 둘을 쉽게 구분하자면 먼저 수피를 보면 된다. 편백나무 수피는 그림과 같이 세로로 갈라지고 찢겨져 있는 모습이다. 더 자세하게 알고 싶으면 잎의 뒷부분에 'Y' 자 모양이 있는지 확인하면 된다.
솔라티 사장 고요한씨. 하늘이는 저렇게 손톱을 잘 쪼아대네. 살은 저렇게 쪼으지 않던데, 녀석 어디가 아픈 곳이고 안 아픈 곳인지 아는 모양이다. 4박 5일간 수고 많았수다.
치유의 숲길을 다시 한 번 들여다 보고 다음을 기약한다. 치유 잘하고 갑니다.
안덕면 박수기정
안덕면 대평리 박수기정으로 왔다. 여기서 올레길 9코스인 몰질을 걷다오면 오늘 여정은 끝이난다. 4박 5일 간의 대동 백수 기행이 끝나는 것이다.
대평리의 아담한 포구. 포구가 크지 않아 오히려 정겨운 마음이 든다. 편안하고 아늑한 쉼터 같은 느낌이다.
여러겹 병풍을 풀어세운 듯한 박수기정은 중문의 주상절리나 제주 곳곳의 해안도로에 있는 해안 절벽 같은 멋진 풍경을 지닌 곳이다. "박수기정"이란 샘물을 뜻하는 박수와 절벽을 뜻하는 기정이 합쳐져 바가지로 마실 수 있는 깨끗한 샘물이 솟아나는 절벽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제주올레 9코스의 시작점이기도 하며 올레길은 박수기정의 윗길로 오르게 되어있다.
웬 과년한 처자 둘이 해변에 앉아 있더니 우리가 오자 한 명이 물속으로 첨벙 뛰어든다. 관광객인지 이 지역 처자인지 모르겠으나 바닷물이 차가울 텐데 과감하게 물속으로 들어가 유유자적하게 유영을 한다. 부럽다. 난, 수영은 젬병이다.
우리의 애마 솔라티 기사인 고요한씨가 저기 어디 굴이 멋있다고 해 예정에 없던 박수기정을 올라가 본다. 올라가는 길이 올레길 9코스 시작점이다.
세구가 올레길 표식인 리본을 들고 설명을 해준다. 파란색 리본은 진행 방향이고 빨간색 리본 방향은 후진 방향이라네. 저 친구는 혼자서 제주를 즐기며 여행한 경력이 다분하다. 나름 제주 곳곳을 꿰고 있으며, 제주를 사랑하는 친구이기도 하다. 언젠가 TV에서 인터뷰를 하는데 갑자기 웬 멋진 중년 남자가 멋드러지게 인터뷸하길래 단박에 알아봤다. 저 친구는 부여가 고향인 친구라 말투만 들어도 단박에 알아본다. 하여간 여행을 즐기는 친구는 저만한 사람도 없을 게다.
이 모양도 올레길 표식이다. 오른쪽으로 길쭉하게 네모난 방향이 진행방향이다. 올레길 9코스는 몰질로 오르는 길이다. 이 길은 말이 다니던 길인데, 민족의 한이 담겨 있는 서러운 길이다.
송악이 꽃을 피웠네.
송악 꽃망울이 다 터지면 마치 폭죽이 터진 것 마냥 요란스럽겠다. 송악이 꽃 핀 모습도 쉬 보기 어렵다. 지금 여긴 한창이다.
서러운 말들이 올라가던 몰길을 따라 가자니 나무가 뚫린 빈틈사이로 전경이 확 뚫린 공간이 나온다. 하늘이 유난히 푸르고 저 멀리 한라산이 보인다. 저 모습을 여기 아니면 못볼 것 같아 일단 사진 한 장 찍어 놓았더니 역시 찍길 잘했다. 계속 가도 저만한 광경을 볼 수 있는 곳은 잘 없었다. 사진은 찍을 수 있을 때 그 기회를 놓치면 안된다. 메모리 카드 한 장이면 수 만장을 찍고 지우고 또 찍을 수 있으니 요즘은 필름 시대에 비하면 그저 먹는다. 30장짜리 필름 1통이면 도대체 필름 몇 통을 준비해야 해나. 디지털 문화가 아날로그 보다 좋은 점이 많긴하다. 하지만 아날로그 느낌이 없는 자는 새로운 문화의 느낌을 공유하기 어려운 점을 간과해선 아니될 것이다.
마을도 눈에 뵈길래 잡아봤다. 한가하고 아늑한 어촌 마을이 그저 정겹기만 하다.
나무 틈새 공간을 확보해 한라산을 잡아 당겨봤다.
이 길은 돌길이지만 상부에 다다르면 이렇게 길이 좋아지고, 메밀을 비롯해 밭을 일구는 평평한 길이 나온다. 그 길은 박수기정 위를 걷는 길이다.
주홍서나물. 이번 제주 기행에서 아쉬운 게 있다면, 그저 내가 좋아하는 그 지역이 아니면 볼 수 없는 그런 야생화나 새를 보고 싶었는데, 그건 욕심에 불과했고 내륙에서도 늘 보던 얘들만 접한다. 보고 싶은 애들을 보자면 그걸 목적으로 해야하고 요행이 따르지 않으면 만나기 어렵다. 이번 제주 기행에선 요행수는 없었다.
말오줌때란 녀석이다.
난 여전히 꾸물거리다 일행을 모두 놓치고 혼자 꾸역꾸역 다녔다. 세구랑 남석이는 벌써 박수기정 끝까지 갔다가 돌아나오고 있다. 오른쪽으로 빠지는 길이 우리가 올라온 길이다. 그 길로 내려가야 한다. 똑바로 이어지는 저 길은 가보지 못했다. 난 조금 더 가다가 다시 돌아왔다. 그러니까 바다가 보이는 박수기정 끝까지 못 간 셈이다.
메밀밭이 정겨워 한 컷 담았다.
울산 친구 남석이를 배경으로 ~ 저 멀리 한라산까지 잡아 주려 했으나 실루엣으로만 보이네.
석위. 고사리목>고란초과>석위속에 해당한다. 한국, 중구, 일본, 대만, 인도지나, 월남 등지에 분포하며 우리나라는 제주와 남부의 산지에 자생한다. 상록다년초 양치식물이다.
다시 대흥리 포구로 돌아왔다. 포구의 어촌마을과 파란하늘에 하얀구름이 너무 예쁘다. 이 그림이 바로 제주의 아름다움이다. 제주는 자연이 주는 혜택을 모두 품고 있는 천혜의 섬이다.
찍고 찍히고... 여행지에서의 흔한 모습이지만, 이런 사진이 좋다.
한림으로 점심 먹으러 가는 길에 차창밖으로 보이는 한라산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달리는 차 안에서 찍어봤다. 올 겨울에 아내랑 함께 제주로 갈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다만, 다시 오겠다는 증표로 널 가슴에 담고 간다.
여긴 기사가 추천한 한림에 있는 동네 보말칼국수집이다. 역시 제주 보말 칼국수 맛은 일품이다. 4박 5일 여정의 마지막 점심이다. 제주가 아쉬웠던지 칼국수가 맛있었던지 모두 한껏 먹었다.
마지막으로 동문시장을 들러 시장 구경도 하고 사고 싶은 것도 사고 하려 했는데 비행기 시간이 맞지 않아 공항 근처에 있는 여길 왔다. 역시 여기도 기사가 안내한 곳인데, 그동안 우리끼리 잘 놀았으니 제주 귤이라도 사야할 것 같아 들린 곳이다. 단체로 귤 한 박스씩 샀다. 집에 와 먹어보니 귤맛이 좋았다. 이제 공항으로 이동해 모두 뿔뿔이 자기 뱅기 탈 곳으로 흩어졌다.
에필로그
오늘은 서귀포 치유의 숲에서 그 동안 여독을 풀기라도 하듯 치유에 집중했다.
안덕면 박수기정과 올레길 9코스를 올라가는 몰질도 좋았고,
마지막은 여유를 가지며 주로 치유와 힐링에 집중했다.
대동 백수란, 대학 동기 중 퇴임한 자들의 모임이다.
퇴임한 백수들끼리 모여 제주 여행을 기획하고
모두 한마음으로 함께하기로 한 여행이다.
아직 퇴임 전이긴 하지만 여건이 허락되는 친구도 한 명 참가하긴했다.
마음 맞는 친구랑 함께한다는 건 복이다.
여행을 즐기는 타입은 여러 유형이 있다.
오롯이 혼자 즐기는 형
함께 가면 더 좋은 형
밀애를 즐기는 형
오로지 아내랑만 함께 다니는 유형
취향에 따라 각기 다를 것이다.
난, 가만 생각해보니 첫째, 둘째, 넷째 유형에 속하는 것 같다.
한 가지 유형도 쉽지 않을 텐데 세가지나 속해 그도 나쁘진 않다.
그래도 알고보면 셋째 밀애형 만큼 쫄깃한 여행도 없을 텐데
아쉽게도 그런 비밀로 간직하고픈 여행 기억은 없다.
우린 8명이 함께했다.
전국 8도로 나뉘어진 친구들이다.
서울, 경기, 세종, 대전, 전주, 울산, 대구
그래서 기행 제목을 "팔도 대동 백수"라 칭했다.
재밌는 만남이다.
이번 제주 여행 일등공신은 당연 용장군이다.
큰병을 이긴 후 해외여행이든 국내든 여행을 일삼아 하는 칭구다.
아파봤으니 아팠던 만큼 세상 사는 눈을 떴다고 볼 수 있다.
여하간 기획하고 추진하느라 애썼다.
차제에 그 노고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바다.
장대 같이 키가 큰 혁일이, 키 큰 놈치고 싱겁지 않은 사람 없다더니 이 칭구가 딱 그렇다.
하지만 이 칭구는 싱거운 것 같은데 예사롭지 않은 사람이다.
마치 창을 할 때 고수가 한 번씩 북을 두드리는 그런 매력이 있다. 이 칭구의 장점이다.
남석이는 매사가 긍정적인 칭구다.
생전 화내는 걸 본 적이 없다.
이 친구 역시 크게 아팠던 적이 있다.
그래도 동기 모임에 한 번도 빠진 적 없는 인절미 속 콩고물 같은 칭구다.
늘 그렇게 평안하고 넉넉하게 살아가길 바란다.
세구 역시 만사가 편한 칭구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함께 있으면 늘 즐겁기만 한 사람이다.
우스개 소리도 잘하고 아는 것도 많다.
여행할 때 있어야 할 없으면 앙꼬 없는 찐빵처럼 뭔가 허전할 칭구다.
형전이 이 친구는 우리 대동 모임의 만년회장이다.
바쁜 것도 없고 앞서 걱정하는 일도 없다.
만사가 천하태평이다.
그러니 모임 회장을 맡겨도 그러려니 하는 만년회장감이다.
편해서 좋은 친구 그는 만년회장 형전이다.
창환이도 근래 동기회에 빠짐없이 참석하며 열일하는 칭구다.
친구가 좋아 먼 길 마다하지 않고 쫓아다니는 알고보면 마음이 여린 사람이다.
앞으로도 만남을 계속 유지하며 좋은 추억을 많이 쌓아가길 바란다.
전주로 간 상팔이는 논산이 고향인데 이제 전라도 사람 다됐다.
이 칭구 참 얘기할 꺼리 많은 칭구다.
천성이 유순하면서 주변을 돌볼 줄 아는 사려 깊은 사람이다.
끼는 없는데 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코스를 이동하는 차량 안에서도 이 칭구때문에 심심치가 않다.
창 한자락 뽑으면 구수하기도 하고 흥이 절로난다.
늘 그렇게 넉넉하게 살아가길 바란다.
난, 뭐지???
난, 웬만하면 다 받아 들인다.
고집시고 자기 잘난척하는 사람 아니면 다 좋다.
난척하는 사람과는 늘 트러블이 생긴다.
그런 사람과 만나면 제동을 건다.
이것도 고쳐야겠다.
칭구가 좋으면 여행이 즐겁다.
4박 5일 함께한 여행
오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백수 기념으로 다녀온 여행인 것 만큼
모두 가슴 깊숙히 간직하길 바란다.
8명이 4박 5일 간 함께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여행지인 제주도 좋았지만 그보다 더 좋았던 건 칭구 아니었겠나.
칭구들 모두 건강 잘 챙겨 언제 어디서든 함께하세.
우리가 어디 천년만년 살것나.
사는 동안이라도 즐겁게 사세.
노세노세 젊어 노세. 우린 아직 젊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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