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되겠다. 팔공산이라도 다녀와야지.
■ 언제 : 2018. 5. 20.(일)
■ 어디로 : 팔공산 하늘정원에서 비로봉까지
■ 누구랑 : 아내랑
흔적
가깝고 만만한 팔공산
갈 곳이 마땅찮을 때 편하게 찾는다.
오늘도 그랬다. 엊저녁만 해도 지리산을 가려고 했는데
막상 아침이 되니 아내가 잠자리를 털고 일어나질 않는다.
지리산을 가자면 일찍 서둘러야 하는데
아직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몸이 온전치 않나 보다.
감기 기운이 있더니 지리산을 가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을 게다.
지금 상황으로 봐 지리산은 물 건너 간 것 갔다.
이럴 땐 팔공산이 적격이다.
나는 늘 이렇게 팔공산을 만만하게 얘기하곤 한다.
그렇다고 이 글을 대하는 사람들이 팔공산을 무슨 동네 뒷산쯤으로 여긴다면 곤란하다.
팔공산은 결코 만만한 산이 아니다.
무려 해발 1,193m에 달하는 높은 산이고 능선 종주를 하면 8시간은 족히 걸리는 산이다.
시간이 여의치 않아 쉬운 길만 찾아 가니 습관적으로 편하다고 쓸 뿐이다.
주봉인 비로봉까지 가장 쉽게 가는 길은 단연코 하늘정원으로 가는 길이다.
이 길은 꽃도 많다.
오늘은 하늘정원까지만 아내랑 함께 가고, 그 이후는 서로 갈라졌다.
서로 가고 싶은 길로 갔다.
절에 다니는 아내는 오도암으로 갔고,
난 비로봉으로 가야 꽃을 더 볼 수 있기에 꽃이 많은 길을 선택했다.
봄꽃 지고 여름꽃이 더딘 계절이라 생각보다 꽃이 많지 않다.
흔히 꽃쟁이들이 얘기하는 꽃궁기인 모양이다.
가는 길 내내 어디서나 흔히 보는 병꽃나무와
마치 코팅을 한 것처럼 보이는 노란 꽃잎에
햇살이 투영되어 반짝거리는 미나리아재비가 다다.
좁쌀 같은 고추나무와 고광나무 흰꽃이 다문다문 보이긴 해도
주목 받을 만큼은 아니었다.
그나마 수확이 있었다면 무시로 다니면서 발견하지 못했던
큰앵초의 숨어 피는 모습을 발견한 것이랄까.
수없이 다녔건만 여기에 큰앵초가 피어 있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동안 수풀 속에 가려 있어 쉽게 발견하지 못한 모양이다.
사진을 담기도 쉽지 않았다.
멀리 있기도 하거니와 가까이 있어도 장애물이 많아 온전한 모습을 담기란 쉽지 않다.
오늘은 날씨가 꽤 좋은 편이다.
황사가 기승을 부리고 미세 먼지가 시계를 흐리더니
요즘 잦은 봄비 덕에 하늘이 쾌청해졌다.
4월 30일 탐방한 비슬산은 송화와 미세 먼지로 인해 시계 제로 상태를 보여주더니
오늘 팔공산은 그에 비하면 할배다.
비로봉 곁에 서서 동봉과 서봉, 케이블카가 다니는 신림봉을 바라봤다.
동봉에 선 산객과 서봉에 선 산객이 카메라 앵글에 그대로 들어온다.
심지어 신림봉에 있는 식당 주변을 거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는가 하면
멀리 칠곡지구 아파트대단지까지 보인다.
이 정도 조망이면 하늘이 엄청 맑은 날이다.
요즘 쉬 볼 수 없는 맑은 날이다.
비로봉을 돌아 나오며 하늘정원에 다다라 아내한테 전화를 했다.
절에 좀 더 있을지 바로 내려갈지 만나는 시간을 맞추어야 했다.
마침 아내도 오도암 주차장 쪽으로 내려가고 있단다.
지금 내려가면 만나는 시간이 적당할 것 같다.
아내가 먼저 내려와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꾸물거리는 건 낸가 보다.
아내는 암자에서 주지스님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오도암만이 풍기는 팔공산의 정취를 만끽했다고 기분이 들떠있다.
오도암이 너무 좋다면서 여기 왔다 가면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단다.
내친김에 얼마를 주고 등까지 달았다고 좋아한다.
“뭣이라고”
“지금 다니고 있는 절에도 등을 달았으면서 왜 또 달았지”란 말이
입에서 툭 튀어 나올 뻔 했다.
삼사에 공을 들이면 더 좋대나 뭐래나.
나 참, 우리 좋아지라고 하는 일에 뭐라 하기도 그렇고
등을 달고 난 뒤 기분이 한층 더 좋아진 모습을 보니 내색하기 더 그렇다.
그래도 기어이 심술궂게 한 마디 툭 던지고 만다.
“요즘 돈 많네.”
아내한테 돌아오는 말
“부자 절보다 가난한 절에 불사하며 공덕을 기리는 것이 낫대.”
에이 아내가 좋아하면 그만이지.
그래 잘 했다.
당신 기분 좋으면 됐다.
5월 팔공산 하늘정원길은 병꽃나무가 대세를 이룬다.
올라가면서 늘 뒤돌아 바라보는 풍경
풍경이 가장 좋은 곳
볼 때마다 방송국 송신탑이 눈에 거슬렸지만, 묘하게 어울려 볼 때마다 사진에 담는 풍경이다.
미나리아재비, 마치 코팅한 것처럼 반짝거리는 노란 꽃잎이 이채롭다.
이 장면도 볼 때마다 담는 풍경이다. 내 나름대로 팔공산 만물상이라 이름 붙였다.
고추나무
선괴불주머니
쥐오줌풀도 많이 보인다.
병꽃나무 색상도 여러가지 있다. 진한 놈, 연한 놈, 흰놈이 두루 보인다.
병꽃나무
큰앵초. 이 길에서 처음 만났다.
이 모습도 좋은데 사진을 찍으면 항상 90% 부족한 느낌이다.
동봉
서봉
동봉 아래 바위덤
동봉
신림봉, 케이블카 승차장
미나리아재비
철망 너머 보이는 서양민들레
흰병꽃나무
병꽃나무
덩굴꽃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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