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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팔공산 하늘정원의 가을 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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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정원에서 비로봉으로 가는 가을 단풍 길



■ 언제 : 2017. 10. 21.(토)

■ 어디로 : 하늘정원에서 비로봉

■ 누구랑 : 아내랑



흔적

 

올해가 가기 전에 지리산을 한 번 더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게 벌써 몇 달이 지났다.

오늘은 더 이상 미루면 곤란하겠기에

어제 체육대회가 끝난 후 미안했지만 평가협의회도 참석하지 않고,

어머니한테만 잠시 들렀다 곧장 집으로 갔다.

이번에는 반드시 지리산을 가겠다는 확고한 의지의 표명이었다.

 

아내가 어제 말하기를 오늘 지리산 가려면 술 먹지 말고 일찍 오랬다.

아내도 지리산에 갈 의사를 나타낸 것이다.

평가회 끝나고 나면 한 잔 할 건데 그 좋아하는 술도 한 잔 하지 않고 그냥 왔다.

 

아침에 눈을 뜨니 새벽 350분이다.

이런, 쓸데없이 너무 일찍 눈을 떴다.

그러고 보니 요즘 계속 잠을 설친다. 아내는 나보다 더하다.

나도 아내도 갱년기를 맞았나!!!

잠이 일상을 괴롭힌다. 그 참...

 

억지로 눈을 감고 잤다 깨는 선잠을 되풀이 하다 보니 6시가 되었다.

창밖은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았다.

아내는 아직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깨워야 하는데 평소에 잠을 설치는 것을 아는지라 자발적으로 일어날 때를 기다렸다.

7시가 넘어도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 오늘 지리산 가는 것은 틀렸군.”

지리산을 가기 위해 어젯밤을 많이 참았건만

아내가 모처럼 잘 자기에 푹 자도록 내버려두었다.

 

늦은 아침을 먹고 11시가 넘어 슬금슬금 팔공산을 간다고 나섰다.

어차피 지리산 계획이 틀어졌다면 오늘은 무조건 팔공산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리산을 가느냐? 팔공산을 가느냐? 갈등을 했던 차다.

지리산이 아니라면 팔공산으로 가는 거다.

 

지난주는 팔공산 자락의 가산산성을 갔었다.

오늘은 가산산성이 아닌 정확하게 보름 만에 팔공산 하늘정원을 다시 찾았다.

보름이라는 시차를 두고 여길 다시 찾은 것은

단연 노박덩굴과 참빗살나무의 안위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노박이 입이 벌어져 씨앗이 떨어지지나 않았는지

참빗살이 말라비틀어지지 않았는지의 여부를 확인해야겠기에

오늘 비록 지리산을 가지 못했어도 서운한 마음이 들지 않는다.

 

아내는 오도암으로 가는 원효대사 구도의 길로 가서

하늘정원으로 가는 험난한 코스를 택했다.

, 그 길을 반대로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갔던 적이 있어

그 길이 결코 쉬운 길이 아님을 알기에 함께 가기 싫었다.

어차피 왕복을 하지 않을 바에는 차는 하늘정원 주차 공간에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내가 차를 가지고 하늘정원으로 가면 아내는 오늘 그 길을 갈 수 있다.

오도암과 하늘정원을 잇는 새로 만든 계단을 한 번은 걸어봐야 한다.

 

계단은 700여개가 넘는다. 그런데 그 길은 걸어본 사람은 안다.

경사가 급하고 난코스로 불리는 곳이다.

그럼에도 아내는 거리낌 없이 가려고 나선다.

하기야 아내가 산타는 솜씨로 봐선 혼자 그 길로 보내도 안심이 된다.

더욱이 오늘은 단풍이 좋고 가을하늘이 유난히 좋아

평소 인적이 드문 길이지만 산객이 많이 드나들고 있다.

혼자 보내도 우려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원효대사 구도의 길로 아내 혼자 보내고

, 하늘정원으로 바로 갔다.

가을 날씨가 너무 좋은 날이라 그런지 차량이 엄청나게 길게 늘어서 있다.

평소에 보지 못한 광경이다.

모닝을 몰고 간 아내의 차도 겨우 주차할 정도였다.

주차 공간이 협소하여 군작전지역으로 표시한 곳에 주차한 차량이 있는지

군부대에서 차량번호를 얘기하면서 신속히 이동하라는 방송이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나온다.

 

늘 만만하게 가던 길이라 이곳 풍경은 찍고 또 찍었지만,

갈 때마다 볼 때마다 늘 새롭다.

, 이제 이 길 어디쯤 무슨 꽃이 피고 지는지 나름대로 훤하게 꿰고 있다.

사계절 피고 지는 꽃과 나무가 어디메쯤인지 알고 있는 편이다.

그만큼 매력 있는 길이라 무시로 드나들었다.

 

오늘은 시계가 좋아 멀리까지 잘 보인다.

흐느적거리는 억새 물결이 역광으로 반짝이는 모습은

마치 떼로 모여 다니는 은어의 은빛비늘처럼 반짝인다.

멀리 군위군의 모습과 산군도 유난히 가까이 보인다.

 

하늘정원에 오르니 청운대 아래와 비로봉 기슭에 단풍이 50% 정도 물들었다.

장관이다. 청운대에서 오도암으로 이어지는 단애에 물든 단풍과

비로봉을 바라보는 방향 그리고 군부대 만물상쪽은 환상의 극치를 보여준다.

팔공산 가을단풍에 빠져 잠시 내가 여길 왜 왔는지 까먹었다.

 

단풍 사진을 원 없이 찍고 오늘 겨냥한 나무 곁으로 갔다.

그때쯤 아내는 벌써 오도암을 거쳐 그 험한 700여개의 계단을 올라

노박덩굴과 참빗살나무가 무성한 길에서 한창 사진 촬영에 열중하고 있는 나랑 만났다.

깜짝 놀랐다. 내가 아무리 꾸물거렸기로서니

벌써 나를 만나다니 이 사람 산타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평상 수준으로 봤을 땐 난 이미 비로봉을 갔다가 하늘정원으로 다시 돌아오고도 남을 시간이다.

아침에 지리산까지 가기 싫었는지 늦게 일어나더니 꾀를 부렸구먼.

 

기대했던 노박덩굴은 50% 정도 깨어 있었다. 다행이다.

혹시 열매가 다 익고 다 떨어져 버리지나 않았는지 우려했던 마음이 일시에 사그라졌다.

참빗살나무도 한창이었다.

빨간 열매가 군부대에서 막은 철조망을 뒤덮었다.

대부분 철조망 너머 있었지만, 빨간 씨앗을 달고 있는 가지가 늘어져 철조망을 뒤덮은 것이다.

덜 익은 노란 열매 상태인 노박덩굴도 아직 많았다.

노박덩굴의 상태로 보아 아직 2주일 이상 이 녀석들과 더 노닐 수 있을 것 같다.

이 녀석들이랑 여기서 30분 넘게 놀았다.

 

여기까지 왔으면 비로봉까지는 가야지.

실은 오늘은 비로봉에서 동봉으로 가 서봉까지 가려했는데

아내가 오도암에서 험한 계단을 올라오는 바람에 비로봉까지만 가기로 했다.

비로봉 아래서 바라보는 동봉과 서봉의 빨갛게 익어 가는 모습은 가히 가관이라 아니할 수 없다.

계절의 변화와 아랑곳없이 다니는 곳이지만

올 때마다 볼 때마다 좋고 좋다.

 

비록 지리산은 못 갔지만, 팔공산의 가을 풍경에 젖어 또 오고 싶은 마음이 든다.

다음 주는 선배인 배교장과 현 근무교에 같이 근무했던 송교장의 잔치가 있다.

또 처가도 들러야 되고 아들내미가 적극 권장하여 애비 에미를 위해

직접 사다 놓은 운동 기구도 받으러 가야 한다.

애비가 직접 서울로 받으러 가자니 운전이 걱정되는지 직접 가지고 내려온단다.

마음은 고맙다만, 일이 바쁜 애라 모른척하고 처가 가는 길에

서울로가 서울에 왔다고 미리 선수를 쳐야겠다.

분명 간다고 하면 못 오게 할 테니 그게 나을 것 같다.

바쁘게 사는 아들내미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는 것이 우리도 마음이 가볍다.

 

그나저나 이러다 올해가 가기 전에 지리산을 한 번 더 갈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이젠 언제 간다는 약정마저 할 수 없다.

한 번쯤은 더 가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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