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이용한 틈새 산행
팔공산 하늘정원 가을 풍경
■ 언제 : 2017. 10. 6(금)
■ 어디로 : 팔공산 하늘정원 - 비로봉 왕복
■ 누구랑 : 아내랑
날씨가 쥐락펴락한다.
오전 내내 비가 내린다.
하루 온종일 비가 내릴 것 같아 어디 갈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추석 연휴가 길다한들 추석이 중간에 콕 박혀 있어
어디 여행가기도 그렇다.
게다가 추석 전후로 비가 오거나 온다는 예보가 많아
좋아하는 산에 가는 것도 맘 같지 않다.
서울에서 큰 애도 내려왔고
딸아이도 휴가 기간 내내 함께 있으니 가족여행이라도 한 번 다녀와야겠건만
이래저래 그마저 신통치 않다.
2시쯤 되니 아내가 비가 살살 그치고 있단다.
더 올 비 같아 보이진 않는다.
'하늘정원 가까?', '가자'
하늘정원으로 내달렸다.
지금 시간상으로 가장 적합한 곳이고 거기가서 만나야 할 애들도 있다.
빈 배낭메고 우산만 챙겨든 채 하늘로 올라갔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는 카메라가 젖지 않을 정도로 약하게 나린다.
우산은 펴지도 않았다.
카메라 렌즈를 아래로 향하게 하고 늘 가던대로 행동했다.
데크 주변에 그렇게 좋던 식생이 오늘은 별 거 없다.
보이는 것은 구절초와 쑥부쟁이다.
어쩌다가 아직 남은 수리취의 왕성한 생육이 눈에 띄일 뿐이다.
어수리 같지 않은 어수리가 상한 채 색다른 얼굴로 현혹을 하기도 한다.
하늘정원에 가면 구름밭을 볼 참이다.
오늘 여기 온 이유가 팔공산을 메운 구름밭을 구경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꽃과 나무는 물론이고...
그런데 막상 하늘정원에 오니 생각만큼 구름이 장관을 연출하지 못하고 있다.
그저 아랫동네서 보던 안개만이 자욱한 상태일 뿐이다.
그렇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이제부터 보는 시선을 달리해야 된다.
구름이 많으니 운무가 자욱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보자.
꽃과 나무에 매달린 물방울이 투명한 보석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이 또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기에
촬영만 잘한다면 오늘 여기 온 이유는 충분하다.
아니, 촬영이 시원찮아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족하다.
순결한 구절초에도 그리움을 자아내는 쑥부쟁이에도 영롱한 물방울이 맺혔다.
하지만 구절초와 쑥부쟁이는 지난번 비슬산 갔을 때 질리도록 봤다.
요즘 산에 갈 때면 이 친구들은 어딜가나 함께한다.
늘 보는 구절초도 좋고 쑥부쟁이도 좋기는 하지만,
지금 하늘정원이 주는 시기적절한 선물은 따로 있다.
뭘까? 그 녀석들은 다름 아닌
앉은좁쌀풀, 고본(개회향?), 노랗게 익은 노박덩굴 열매,
빨갛게 익은 참빗살나무 열매가 바로 그 선물이다.
하늘정원에 있는 앉은좁쌀풀이 먼저 인사를 건넨다.
자주 봤지만, 하늘정원의 앉은좁쌀풀은 인물이 좋다.
구름이 장막을 쳐도 사진기는 아랑곳 하지 않는다.
오늘 팔공산의 실체는 다름아닌 노박덩굴과 참빗살나무의 열매다.
이 녀석들을 보고 나면 이제 볼 때마다 혼돈을 불러일으키는
고본을 맞이해야 한다. 개회향과 늘 헷갈리는 녀석이다.
이 녀석은 시기를 정조준하고 있었더만, 막상 대하고 나니 시기가 좀 늦은 편이었다.
노박덩굴과 참빗살나무는 철조망 너머 군락으로 자라고 있다.
노박덩굴은 가까이 있는 애도 있지만,
참빗살나무는 모두 철조망 너머 노박덩굴 뒤에 자리잡고 있다.
망원이 없었다면 사진을 담기가 어려울 뻔 했다.
이번에 새로 구입한 망원렌즈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노랗게 익은 노박덩굴의 열매가 보석처럼 주저리주저리 달려있다.
노란 열매 끝에는 어김없이 물방울이 매달려 있고,
물방울은 보석처럼 빛이 난다.
꽃이 없거나 열매가 없을 땐 철조망에 걸린 하찮은 덩굴같더니
열매가 달린 모습은 그야말로 가관이다.
오늘 너는 나에게 엄청난 선물이다.
빠알갛게 익은 참빗살나무의 열매는 또 어떻고...
너 또한 오늘 나의 큰 기쁨으로 자리매김한다.
철조망 너머 있었지만 기계 덕에 너의 자태가 비로소 빛을 발한다.
너 역시 큰 기쁨이다.
너를 잡음으로 비로소 망원을 구입한 의미가 부여된다.
군부대를 돌아가면 왼쪽으로 만물상이 보인다.
그 근처 고본이 있다.
늘 개회향으로 혼돈을 하지만, 이젠 알 수 있을 것 같다.
개회향이 아닌 고본이 맞을거다.
이 정도면 오늘 볼 거는 다 봤다.
투구꽃이랑 어수리랑 여름의 잔상으로 남은
산오이풀과 기린초와 산수국은 덤이다.
물론 비에 젖은 구절초랑 개쑥부쟁이도 덤이다.
능선에 하늘거리는 억새의 물결도 덤이다.
틈새 산행치곤 수확이 짭잘하다.
비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하루가 지나는가 했는데
다행히 늦은 시간이었지만 비가 그쳐 잃어버릴 뻔했던 하루를 요긴하게 보냈다.
귀한 연휴가 아까울 뻔 했던 하루였다.
어수리
개쑥부쟁이
구절초
개쑥부쟁이와 노박덩굴
고본인가? 애는 개회향 같은 데...
싸리나무에 단풍이 들고...
어수리
고본
아직도 남아 있는 여름의 잔상 '기린초'
노박덩굴
사철쑥
산수국
산오이풀이 아직도 남아 있네요.
수리취도 아직 튼실하고...
그 많던 쉽사리는 모두 지고 이 아이만 달랑 남아 있네요.
앉은좁쌀풀
정영엉겅퀴
참빗살나무
투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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