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밭 매는 어미의 거친 삶을 뒤로 하고, 어린 나이에
시집가는 딸의 어미에 대한 애잔함이 서린 칠갑산 산마루
七甲山(561m)
■ 언제 : 2014. 11. 15.(토)
■ 어디로 : 칠갑산
■ 어떻게 : 대구 모 산악회 이용
■ 누구랑 : 아내
■ 칠갑산 위치 : 충남 청양군 대치면 광대리
■ 칠갑산 산행 경로 : 장곡리 장승공원 주차장 – 1.5km – 장곡사 – 3.0km – 칠갑산 – 3.7km – 천장호 출렁다리 – 0.4km – 잉태바위 – 0.4km – 출렁다리 – 대략 1.0km – 주차장
대략 총 9km 쯤 걸음
☞ 장승공원~백리산~금두산~삼형제봉~칠갑산~천장호수 → 소요시간 : 4시간30분
☞ 초보코스: 장곡사~칠갑산~천장호수 → 소요시간 : 3시간
☞ 두 코스 중 우리는 초보코스를 택함
■ 산행지도<펌. 드림산악회>
■ 칠갑산(七甲山 561m) 개요
<펌>대구드림산악회 홈
충청남도 청양군 대치면·장평면·정산면 경계에 있는 산.
높이 561m. 차령산맥에 솟아 있으며, 주위에 대덕봉(大德峰:472m)·명덕봉(明德峰:320m)·정혜산 (定惠山:355m) 등이 있다. 충남의 알프스라 불릴 정도로 산세가 험하여 전사면이 급경사를 이룬다. 동남쪽의 잉화달천(仍火達川), 동북쪽의 잉화천(仍火川), 서남쪽의 장곡천(長谷川)과 지천천(之川川), 서북쪽의 대치천(大峙川) 등이 흘러 금강의 상류로 유입한다. 수림이 울창하며, 머루·다래·자생란 등이 많다.
원시림을 보존하고 있으며, 명승지와 문화유적 등이 조화를 이루어 일대가 1973년 3월 총면적 32㎢의 칠갑산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지천천과 잉화달천의 지류들에 의해 형성된 맑은 계곡이 주위의 기암들과 어울려 지천9곡(之川九曲)의 경승지를 이루었다. 산정에서 내려다보이는 거대한 수림이 장관을 이루며, 특히 봄의 벚꽃과 진달래가 아름답다. 고갯마루에는 면암 최익현의 동상과 칠갑정이라는 전망대가 있으며, 장곡천골짜기·냉천·새양바위·삼형제봉 등의 명소가 있다. 경치가 수려한 장곡천 골짜기의 절벽 위에는 청양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장곡사(長谷寺)가 있으며, 주변에 도고온천 등이 있다. 장곡사 경내에는 장곡사상대웅전(보물 제162호)·장곡사하대웅전(보물 제181호)·장곡사철조여래약사좌상부석조대좌(국보 제58호)·장곡사금동약사여래좌상(보물 제337호)·장곡사철조비로자나불좌상(보물 제174호) 등이 있다. 산정에서 내려다보이는 천장호 일대의 경치가 아름다우며, 천장호는 정산면·장평면·목면·청남면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유명 가수가 부른 대중가요 칠갑산으로 더 잘 알려진 이곳 칠갑산은 산세 규모는 크지 않으나 아흔 아홉 골이 있다하여 산줄기가 사방으로 뻗어 지세가 복잡하고, 울창한 수림에 가린 계곡으로 빼어난 비경을 간직하고 있어 충남의 알프스라고 일컫는 산이다.
칠갑산 - 주병선
콩밭 매는 아낙네야
배적삼이 흠뻑 젖는다.
무슨 설움 그리 많아
포기마다 눈물 심느냐
홀어머니 두고 시집가던 날
칠갑산 산마루에
울어주던 산새소리만
어린 가슴속을 태웠소.
흔적
청양(靑陽)은 충청남도의 중심이며 군청소재지다. 차령산맥이 지나는 곳이라 지대가 높고 내륙 산간 지대에 위치하여 기온차가 심한 대륙성 기후를 나타내는, 아직 시골 냄새가 물씬 풍기는 어미의 품속 같이 따뜻한 곳이다. 이런 전형적인 농촌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청양은 구기자를 비롯하여 고추와 멜론 같은 대표적인 특산물과 다양한 농산물을 재배하면서 시골 마을의 맥을 잘 이어 가고 있다. 지역을 대표하는 산으로는 1973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칠갑산을 중심으로 아기자기한 산들이 주변에 산재해 있다. 첩첩산중 오지 마을에 묻혀 있던 칠갑산이 불현 듯 인기를 더하게 된 연유에는 가수 주병선의 칠갑산이란 노래가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일약 인기 명산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주병선의 대중가요 덕분으로 더 잘 알려진 칠갑산은 비록 산세는 크고 웅장하지 않으나 무수한 골과 산줄기가 마치 우산을 펼쳐 놓았을 때 우산살이 중심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방사선형으로 뻗어 있고, 울창한 수림이 빼어난 비경을 간직해 명실공히 충남의 알프스라고 널리 알려져 있다.
청양은 내가 사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지만, 그리 낯 설지 않은 곳이다. 36년 전 대학 시절 하숙집에서 만난 친구의 고향이 충남 청양이라 그 친구 따라 당시 오지 마을인 친구의 고향집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아마, 1979년도에 방문 했으리라 여겨지는데, 그 당시에 청양이란 곳을 가자면 차를 몇 번 갈아타고 덜컹거리는 비포장 길을 따라 먼 길을 꽤 오랫동안 험한 길을 가야했다. 청양읍내에 다다르면 큰 하천이 흐르고 계곡을 따라 굽이굽이 흐르는 물은 맑고 청정하기 이를 데 없었다. 처음 청양 땅을 밟았을 때의 아련한 첫 번째 기억이 맑은 물이 흐르는 냇가 풍경이고, 두 번째는 알퐁스 도데의 유명한 작품 ‘별’과 ‘마지막 수업’의 배경이 된 프랑스 알자스 지방이 연상되는 청라언덕이다. 무려40년 가까이 지난 세월임에도 시골 오지 마을에서 바라보던 청라언덕의 기억은 쉬 잊혀 지지 않는다. 푸른 언덕에 드넓게 펼쳐진 초원 그곳은 알프스의 피리 부는 목동이 있는 바로 그곳과 다름없었다.
그런데 이쯤에서 잠시 웃고 가야 할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그때 청양이 고향인 친구가 하는 말, 청양에 있는 청라언덕이 바로 우리가 학창시절 음악 시간에 배우고 애창했던 <동무생각>에 나오는 그 청라언덕이라 했다. 그래, 여기가 청라언덕이라고. 아하! 그렇구나 바로 여기가 그 유명한 청라언덕이구나 하면서 그 친구의 말에 일말의 의심도 없이 그런 줄 알고 잠시 감상에 빠져 들었던 기억이 난다. 후에 알고 보니 청라언덕은 내 고장 동산의료원 가까이 있는 줄도 모르고 한동안 그런 줄 알고 지냈다. 나원 참, 친구 놈은 그렇다하더라도 나는 뭔가? 참 무지했다. 이 친구, 풍문으로는 대전 시청에서 근무했다는 소리를 들은 것 같기도 한데 지금은 서로가 연락이 닿지 않아 소원하게 지내고 있다. 대학 시절 방학 때면 예고도 없이 무시로 대구로 찾아와 ‘나, 대구여~ 대구 왔어~’하던 정다운 친구였는데, 느닷없이 찾아와 가끔 부담이 되긴 했지만,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이 친구의 안부도 궁금하고 갑자기 보고픈 생각이 드네. 지금 만난다면 청라언덕은 그곳이 아니라 내 고장 대구의 유명한 작곡가 박태준씨의 연정을 이은상씨가 듣고 글을 쓴 것을 다시 박태준씨가 곡을 붙여 그 유명한 가곡 동무생각(思友)이 탄생했음을 제대로 가르쳐 줄 터인데... 그리고 동무생각의 청라언덕은 대구 동산의료원 옆에 있다는 것과 내친김에 대구 근대골목 투어를 함께하면 좋을텐데 연락이 닿지 않아 아쉽다.
이런저런 연유로 청양에 있는 칠갑산은 언제인가 가야 할 산이고 걸어야 할 산이었다. 이번에도 역시 길이 먼 관계로 모 산악회를 이용하여 칠갑산을 탐방했다. 산악회가 운영하는 관광버스에 몸을 싣고 대구에서 칠갑산을 가는 데 대학시절 갔던 길과는 엄청나게 달라져 있었다. 전국에 있는 이 산 저 산 다니며 우리나라 도로 하나 만큼은 엄청나게 잘 닦여져 있음을 실감하면서 이번 방문 길에 또 거미줄처럼 질서정연하게 잘 닦아 놓은 도로망을 직접 보면서 찬사를 아끼지 않는 바이다.
김천휴게소를 지나 산행 가이드가 산행 안내를 하는데 코스는 두 곳으로 나뉘어졌다. 출발 장소와 도착지는 같았지만, 한 곳은 장곡리 장승공원에서 백리산-금두산-삼형제봉을 지나 칠갑산을 정점으로 천장호 출렁다리로 가는 경로였고, 또 다른 한 곳은 장승공원에서 장곡사를 경유하여 칠갑산을 찍고 역시 천장호로 가는 경로였다. 삼형제봉을 경유하는 코스는 시간이 무려 4시간 30분 정도였고, 장곡사로 가는 길은 삼형제봉 보다 약간 더 수월한 3시간 정도 소요되는 길이었다. 가이드의 안내와 내가 사전 탐색한 내용을 토대로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아내와 난 장곡사 방향으로 길을 잡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오늘 우리가 가야할 두 곳으로 나누어진 길은 어디로 가든 그리 힘든 코스는 아니다. 다만, 어디로 가야 볼거리가 더 많은지 우리는 그것이 더 큰 관건으로 작용했다. 그래서 우리는 삼형제봉 코스는 아무래도 크게 볼거리가 없을 것 같아 우리나라에서 유일무이하게 한 사찰에 대웅전이 두 곳이 있는 보기 힘든 천년고찰 장곡사 방향을 택한 것이다.
장곡사 방향으로 잘 닦여진 페이브먼트를 따라 걷노라니 주변의 은행나무를 비롯한 산기슭의 단풍 잎이 모두 떨어져 길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떨어진 낙엽을 보며 걷노라니 맑지 않은 날씨가 좀은 을씨년스럽까지 하다. 올해 그 예쁘던 가을 단풍도 모두 가고 이제 우리의 산하는 겨울을 맞이하는 준비를 하는 것 같다. 아울러 가을 산행도 칠갑산을 끝으로 막을 내리고 겨울 산행을 맞이해야 될 때가 된 것 같다. 바로 다음 주 산행부턴 겨울 산행 채비를 단단히 하고 길을 나서야 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장곡사로 가는 길에 떨어진 노란 은행나무 잎과 길가의 산기슭에 널부러진 빠알간 단풍잎이 약한 빛에나마 반짝거리는 모습이 아직은 그래도 예쁜 가을로 남아 있다.
장곡사는 여느 절과 달리 특이한 점이 많은 절이다. 칠갑산 남쪽기슭에 자리 잡고 있는 가람으로 850년(신라 문성왕) 보조선사 체징이 절을 처음 지은 것으로 전해지며, 이후 오랜 세월을 거치며 중수를 거듭했다. 보물 제162호 상·하 대웅전을 위시하여 국보 제58호 장곡사철조약사여래좌상부석조대좌, 국보 제300호 장곡사미륵불괘불탱, 보물 제174호 장곡사철조비로자나좌상부석조대좌, 보물 제337호 금동약사여래좌상, 유형문화재 제273호 설선당 등 전국적으로도 보기 드문 많은 문화재를 간직하고 있다. 사찰 문화재에는 식견이 없어 아는 바가 없으나 국보와 보물급 문화재가 산재한 것을 보니 명산대찰임에는 틀림없고, 오늘 우리는 귀한 천년고찰을 탐방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 칠갑산을 찾은 보람이 더 컸다.
장곡사의 요모조모를 살펴보고 상대웅전 우측으로 가는 등산로로 접어들었다. 가이드의 설명으로는 아주 가벼운 코스라 하더니 우리한테는 역시 산은 산으로 다가온다. 분명 다른 곳보다 쉬운 코스는 맞지만 얕은 고개를 오르락내리락 해야 하니 어떤 곳은 숨이 차기도 한다. 그래도 여태 다녀본 산 중에 정상까지 가장 쉽게 접근한 산인 것 만큼은 분명했다. 우리 부부에게 비교적 쉽게 길을 내어 준 칠갑산은 전체적으로 부드러움을 지닌 전형적인 육산이다. 장곡사에서 칠갑산으로 가는 길은 사찰로(솔바람길)이며 송림과 주로 굴참나무가 많은 참나무 숲으로 덮여 있는 길이다. 물론 산중에도 낙엽은 지고 떨어진 낙엽은 산객의 등산화에 짓밟혀 많이 짓이겨져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는 모습을 하고 있다.
장곡사에서 칠갑산 정상까지 가는 길은 거의 숲길이다. 조망권이 전혀 없고 가지에 잎이 휑함에도 워낙 풍성한 수림지대라 좀처럼 시야가 트이지 않는다. 묵묵히 수행하는 마음가짐으로 욕심을 버리고 명상을 하며 걷기만 하면 된다. 산세는 마치 내 고장 함지산을 오르는 기분이다. 운암지에서 좌측으로 올라 망일봉 가는 코스로 가서 헬기장을 밟고 팔달교 대백으로 가는 코스 같다. 다르다면 장곡사에서 칠갑산 정상까지 솔바람길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의 많은 솔숲을 거니는 것 외에는 큰 특징이 없다. 다만, 청양에서는 그래도 가장 높은 산이라 할 수 있으니 정상에 다다르면 주변 산군을 쉽게 조망할 수 있다는 점이다. 561m의 낮은 산 위에 올라 주변 산을 두루 조망한다는 것 또한 쉽게 접할 수 있는 광경이 아니라 지금 나는 아주 높은 산중에 우뚝 서 있는 느낌이다.
야자나무 껍질로 바닥을 깔아 놓은 칠갑산 정상에 섰다. 뭐, 지리나 설악이나 내 고장 팔공산 동봉에 서있는 만큼의 귀감은 느낄 수 없지만, 그래도 내 평생에 칠갑산이라고는 처음 와 본다. 주병선이 목 놓아 노래한, 콩밭 매는 어미를 두고 어린 나이에 시집을 가 어미 곁을 떠나야만 하는 마음을 칠갑산 산마루에 있던 산새가 함께 울며, 어린 가슴속을 태웠던 그 칠갑산 정상에 섰다. 대학 때 청양이 고향인 친구를 따라 청양에 왔을 때만 해도 칠갑산이란 산이 있는지도 몰랐던 그 산을 엄청 인기 좋은 100대 명산 중반에 랭크된 후에야 겨우 와봤다. 정상에 서서 다른 일행이 올라온 삼형제봉도 바라보고 칠갑산 천문대가 있는 곳도 두루두루 바라보니 나도 모르는 새로운 기운이 솟구친다.
칠갑산에서 천장호 출렁다리로 내려가는 길은 다소 급한 내리막길이 나오기는 해도 비교적 수월한 길이다. 대략 4km 남짓 되는 거리지만 힘들지 않으니 충분히 걸을만 하다. 장곡리 장승공원에서 칠갑산까지는 장곡사란 천년고찰이 있어 산행길의 의미를 부여한다면, 칠갑산에서 천장호까지는 큰 호수와 출렁다리가 볼거리를 제공한다. 오늘 우리가 찾은 칠갑산 산행 코스에 장곡사와 천장호 출렁다리가 없었다면, 칠갑산 산행은 무심으로 걷는 것 외에는 다소 밋밋했으리라 여겨진다. 그러니까 칠갑산의 유명세는 오롯이 주병선의 노래로 부각 됐음을 부인할 수는 없겠다. 주병선은 전라도 여수 태생에 여수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추계예술대학교를 졸업했던데 어떻게 충남의 칠갑산과 인연을 맺어 노래를 했는지 의아심이 들지만, 어떠하든 청양에서는 주병선이 고마운 인물임에는 틀림없으렸다.
칠갑산 천장호 출렁다리는 총길이 207m, 폭 1.5m의 국내최장 출렁다리로 청양을 상징하는 고추 모형의 주탑(높이 16m)을 통과한 후 천장호수를 가로지르며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는 이색명물이다. 예능프로그램의 1박 2일 팀이 다녀간 이후로 유명해져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가 된 곳이기도 하다. 칠갑산에서 호수 전망대 쪽으로 내려오면 거대한 용과 호랑이 조형물이 설치된 모습을 볼 수 있다. 한 눈에 봐도 무시무시하게 보이는 용과 호랑이는 그에 걸 맞는 전설을 내포하며 출렁다리의 인기와 버금간다.
용과 호랑이 상에서 출렁다리를 건너지 않고 360m쯤 더 가면 칠갑산 소원바위가 나온다. 일명 잉태바위로 일컫는데 시집 간 딸이 5년 동안 아이를 낳지 못하자 친정어머니가 이 바위에서 700일 동안 정성을 들여 기도를 해 결국 아이를 얻었는데 이 아이가 후일 거란족으로부터 고려를 구하고 용호장군이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기이한 사연을 갖고 있는 바위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이 바위에 몰려 바위를 정성껏 문지르며 소원을 빈다고 한다. 우리도 일삼아 소원바위로 가서 나는 사진도 찍고 뭔 내역이 있는지 유심히 살펴보는 동안 아내는 뭔가를 쪽지에 걸쩍거리더니 남들처럼 매달아 놓는다. 뭐 가족의 건강과 하는 일 다 잘되라고 적었겠지만, 아내가 원하는 모든 일이 다 잘되었으면 좋겠다. 그게 나한테도 분명 좋은 일 일테니까?
소원바위를 보고 다시 출렁다리로 돌아와 출렁대는 다리를 건넌다. 높이가 그리 높지 않아 그런지 공포증과 두려움은 없었지만, 다리가 흔들려 사진 찍기가 쉽지 않다. 날씨도 잔뜩 찌부러져 사진이 제대로 나올지 걱정된다. 그래도 흔들거리는 다리에서 포착되는 장면을 놓치지 않기 위해 여러 각도에서 이리저리 담아본다. 그러고 보니 출렁다리는 칠갑산을 찾는 이들의 또 다른 즐거움을 주는 명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칠갑산과 장곡사는 가지 않아도 대부분 출렁대는 다리는 건너 볼 것이다. 칠갑산에서 천장호 출렁다리로 내려오다 보니 역으로 이쪽을 들머리 삼아 칠갑산 정상을 오른다면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근 4km에 이르는 길이 급한 오르막길이 많아 칠갑산을 가는 등산로 중 가장 힘든 코스가 아닐까 한다.
오늘 또 100대 명산 한 곳을 찍었다. 100대 명산만 찾아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산이라고 있는 곳은 여기 저기 다니다 보니 100대 명산이라 일컫는 곳도 벌써 50군데는 넘게 다녔다. 경기도, 강원도, 충남 지역에 있는 산 이외에는 빠진 곳도 있지만 그래도 거의 다 다닌 셈이다. 앞으로도 먼 곳에 있는 산은 아껴두고 우선 가기 좋은 곳부터 살살 다녀야겠다. 오늘 칠갑산은 비교적 쉽게 산행을 했고 좋은 구경도 했다. 산세는 비록 고산준령에 미치지 못했지만, 청양이라는 때 묻지 않은 순박한 충청도와 그 옛날 청양이 고향인 친구 집에 놀러와 청양에 있는 청라언덕이 <동무생각>의 그 언덕인양 알게 했던 그 친구가 생각나 살며시 실웃음을 짓는다. 그리고 친구 어머니가 담근 드라이진 보다 독한 송엽주를 푼수처럼 마셨다가 십겁 했던 기억이 삼삼하다. 내게 그런 추억이 있는 곳이 청양이다. 그리운 친구랑 머물렀던 곳, 그곳에 유명한 칠갑산이 있다. 근 40여년이 지난 오늘, 아내를 대동한 채 결국 난 그 산을 다녀왔다.
사진으로 보는 칠갑산 산행길
산 따라 노래따라 한 번쯤 걷고 싶었던 길
충남 청양군 대치면 장곡리 장승공원 주차장. 우리는 현 위치에서 장곡사를 거쳐 칠갑산을 찍고 천장호 출렁다리로 간다. 당초에는 현 위치인 장승공원에서 삼형제봉으로 가서 칠갑산 정상을 지나 천장호 출렁다리를 건너 가려고 했다. 그러나 삼형제봉으로 가봐야 별로 볼 것도 없을 것 같아 일행 중 우리를 포함한 일부 회원만 우리나라에서 유일무이하게 대웅전이 두 곳 있고, 국보와 보물을 두루 갖춘 장곡사 방향을 택했다.
청양군 장곡리 장승공원 주차장. 여기서 내리고 차는 천장호 출렁다리 주차장에 대기한다. 관광버스로 가니 원점회귀하지 않고 능선을 쭉 넘어가니 좋다.
이정목은 지역의 특산물을 형상화한 고추 모양으로 표시하고 있다. 굳 아이디어~~~ 일석이조다.
청양고추란 이름의 시작은 현재 두 가지 설이 있다. 청양군에 있는 청양이란 마을이 청양고추의 시작이라는 말과 경북 북부지방의 청송과 영양의 글자를 합하여 청양고추란 이름이 생겼다고도 한다. 어느 것이 맞는지~~~
주차장 바로 옆에 장승공원이 있다.
국내 최대 장승이라고 하네요. 내자와 비교하니 키가 크긴 큽니다.
장승 같은 서방보다 살아 움직이는 서방이 낫지???
칠갑산 대장군과 칠갑산 여장군이다.
주차장에서 100m쯤 올라오면 장곡사와 삼형제봉으로 가는 첫 갈림길이 나온다. 우리는 여기서 장곡사를 택했다.
삼형제봉으로 가는 길은 칠갑산의 생태1번지 '아니골'로 가는 길이다. 야생화가 많은 계절이면 우리는 아니골로 갔을 것이다.
장곡사 일주문을 통과하며, 낙엽 쌓인 포장길을 쭈욱 따라 올라간다.
가지에 달린 잎이 모두 떨어지고 황량한 가을만 남았는가 했더니 가게 앞에 아직 빠알같게 잘 익은 단풍나무 한 그루가 있다. 오늘 칠갑산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잘 익은 단풍이다.
키 큰 은행나무 두 그루가 서로 맞대이며 자라다가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 대나무 마디처럼 중간 중간 붙어 있는 연리목이다. 이런 형상의 모습을 보기도 쉽지 않은데~
노란 은행잎이 길섶에 나뉘어 덮여 있다. 아내는 일부러 은행잎을 밟으며 간다. 은행잎 밟는 소리와 폭신한 것이 걷기 좋은 모양이다.
산기슭에 널부러진 단풍나무 잎과 은행잎이 뒤 섞인 모습. 가을이 낙엽 속으로 떨어졌다.
주차장에서 슬금슬금 오다보니 장곡사에 도착했다.
먼저 하대웅전부터 간다.
하대웅전 모습
하대웅전 불상
장곡사 설선당. 강설과 참선을 하던 선방건물
장곡사 미륵불 괘불탱
하대웅전에서 올려다 본 상대웅전
하대웅전에서 사진찍고 두리두리 살피는 동안 아내는 어느틈에 상대웅전에 올라 예를 올리고 날 기다리고 있다.
상대웅전
상대웅전에서 바라 본 하대웅전이 있는 전각 풍경
응진전
상대웅전과 하대웅전 사이에 있는 괴목을 중심으로 이리 저리 찍어본다.
상대웅전 우측에 칠갑산으로 가는 등산로가 있다. 상대웅전을 벗어나 본격적인 등로로 접어들면서 장곡사의 전각을 다시 한 번 내려다본다.
상대웅전도 한 번 더 보고...
오르막을 알리는 계단이 나온다. 그러나 길지 않다. 조금만 힘 들이면 곧 좋은 길이 나온다.
거북바위에 얽힌 이야기가 나온다.
거북바위
거북바위를 오르고 나면 솔숲으로 뒤덮인 오솔길이 나온다. 이 코스로 가는 길을 사찰로가 일컫고 솔바람길이라 부르기도 한다. 솔바람길이라 할 만큼 소나무가 많다. 이 길은 솔이 아니면 굴참나무 숲으로 이어진다.
소나무 연리목. 연인 소나무라고도 한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계단을 또 올라간다.
고추 모양의 방향 표시가 이채롭다. 지역 특산물을 형상화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이렇게 표시한 곳은 거의 보지 못했는데~
소나무의 뿌리가 드러난 모습이 웬지 힘이 가득해 보인다. 나무 뿌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미끄러지기도 한다.
솔숲이 끝나면 굴참나무 군락이 나온다. 신록이 우거진 여름이면 길 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겠다. 오로지 걷기만~~~
산이 아무리 쉬운 길이라 하나 역시 산은 산이니 우리한테 만만한 산은 없다.
드디어 칠갑산 정상까지 다 온 모양이다.
바로 코 앞에 정상이 있다.
정상에 있는 이정목. 장곡주차장에서 4.3km 지점인가 보다.
정상에 있는 안내도
정상석. 이쁘다.
인증샷. 정상에서 주로 빈 정상석과 아내만 위주로 찍었는데 요즈음은 함께 자주 찍는다.
정상에서 천장호 출렁다리까지 3.7km 가야한다. 내려 가는 길은 급한 곳이 많으나 크게 힘들거나 하지는 않다.
정상은 헬기장으로 이용되고 바닥은 야자껍질로 덮여 있다.
제천의식을 행하는 제단도 있고
정상이 561m에 불과한데 칠갑산 정상에 서면 주변 산들이 모두 발 아래 있다. 충청도 산은 크게 높은 산이 별로 없다.
아이스크림, 커피 등을 파는 아지매도 있다.
다른 일행이 넘어온 삼형제봉도 한 번 바라본다.
정상에서 시래기국에 밥 말아 먹고 이제 천장호로 내려간다.
내려오는 길도 야자껍질인지 바닥을 덮어 먼지도 잘 안나고 폭신한 것이 감촉이 좋다.
지난 주 전북 순창 강천산에서 단풍의 아름다움에 완전 매료되었는데 일주일 지난 충남 청양의 가을은 벌써 겨울을 예고하고 있다.
드디어 지루한 내리막길에 종지부를 찍는 천장호 전망대가 나온다.
날씨가 찌뿌둥한 것이 흐리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출렁다리가 나오자 그동안 밋밋했던 산행길이 환호성으로 터져 나온다.
광각으로 찍을 수가 없으니 이쪽 저쪽으로 반 나누어 촬영을 해본다.
용이 보이는 산길을 따라 가면 소원바위라고 하는 잉태바위가 나온다.
좀 당겨보면 길이 더 잘 보인다. 소원바위는 저 길에 있다.
전망대에서~
칠갑산에서 출렁다리로 내려오는 길
용상이 있는 곳에서 용호장군 잉태바위로 간다.
소원성취탑
아내는 뭔가 소원을 적고~
남들 처럼 소원 쪽지를 매단다. 설마 애기를 가져 달란 소원은 아니것지~~~^^^
잉태바위에서도 소원 쪽지를 적어 매단다.
정성껏 문질러야 댄다고 하니까 그런가 하던 아내가 손을 대고 문지른다. 고만 소원 좀 들어 주시지요.
콩밭 매는 아낙네상. 호미 들고 숨을 고르는 모습이 다소 억척스럽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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