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행방

최정산 (달성군 가창면)

728x90

최정산 (905m)

▣ 언제 : 2012. 9. 8.(토)

▣ 어디로 : 경북 달성군 가창면 정대리

▣ 누구랑 : 마눌

▣ 산행코스 : 이리저리, 왔다갔다 중구난방

 

 

 

흔적

 

 어젯 밤엔 강풍과 더불어 밤새도록 많은 비가 내린 것 같았다. 새벽 5시 경, 잠결에 눈을 뜨니 창 밖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귓전을 따갑게 때리고 있다. 오늘 최정산을 가려 했더만 계속 비가 내릴 것 같아 산에 갈 생각을 접고 편안하게 자던 잠을 재촉했다.

 

 7시 쯤 되니 비가 그친다. 햇살이 조금씩 밀려오는 것이 더 이상 비가 오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기상청에서는 전국적으로 많은 양의 비가 내린다는 예보를 계속하고 있다. 좀 더 여유를 두고 상황을 살피며 할 일 없이 아침을 보내고 있는데 시간이 갈 수록 날이 맑아지는 낌새를 보인다. 가도되겠다는 최종 판단을 하고, 우의를 챙긴 후 최정산 산행 길에 나섰다. 최정산은 MTV 구입 후 동료들과 함께 처음으로 라이딩을 한 코스였지만, 걸어서 산행을 하고 싶어 그동안 미뤄두었던 코스였다. 

 

최정산을 갈 때 참고하기 위해 이미 최근에 산행한 블로그와 카페를 검색하여 산행 기점을 가창중학교 골목 안 '산골짝'이라는 식당 간판이 있는 곳으로 정하고 미리 산행 그림을 그려 놓았다. 들머리가 여러군데 있었지만 배바위와 주암산을 거쳐 최정산을 향하자면 가창중학교에서 올라가는 코스가 가장 나을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당일 이곳으로 와보니 이 코스는 입산통제가 되어 있고, 입산통제를 무시하고 간다고 해도 어제 밤새 내린 비로 등로가 온전치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도 산객의 발걸음이 뜸한 길인 것 같아 아내랑 함께 가기에는 웬지 께림칙한 마음이 들어 산행 기점을 찾아 발길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처음 계획했던 산행 기점을 선회하여 다음 코스로 가기 위해 가창댐을 지나 운흥사로 갔다. 운흥사에 도착하여 눈에 띄는 처사님한테 최정산 가는 길을 물으니 고개도 돌리지 않고 저리로 가면 된단다. '어디를 말씀하시는지요. 저기로 가면 됩니까?' 하니 턱만 겨우 그쪽을 가리킨다. 나도 대구 토박이지만 참말로 경상도 보리문딩이 답다.

 

운흥사에서 가는 길이 있기야 하겠지만 운흥사 쯤에선 보통 산행 안내도가 있을법도 한데 전혀 표식이 없다. 올라가는 길에도 이정표나 어떤 산행 표식이 있을 것 같지도 않다. 그래도 여기까지 온 것이 아쉬워 조금 올라가면서 산행 여부를 판단하기로 하고, 30여 분 올라보니 의외로 길이 그리 험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어차피 배바위나 주암산을 경유하기는 틀렸고, 최정산이나 다녀 올랬더니 마눌이 영 신통치 않다. 나도 오히려 잘 됐다 싶어 이래저래 핑계삼아 운흥사 경내만 두루 살피고, 최정산에는 몇년 전 라이딩했던 임도 코스로 차를 몰고 올라갔다. KT 중계소까지 차가 갈 수 있으니 일찌감치 올라가서 야생화 탐사만 하기로 작정하였다.

 

 최정산 산정은 고위 평탄부가 잘 발달되어 있어 야생 식생물이 골고루 자라고 있었다. 기름나물, 둥근이질풀, 물봉선, 익모초, 오이풀, 나래가막사리, 등골나물, 꽃며느리밥풀, 고마리(돼지풀) 등 다른 곳에서는 보지못했던 야생화 구경을 많이 했다. 

 

 최정산은 비슬산의 주봉에서 동쪽으로 이어진 능선이 북으로 방향을 바꾸어 올라가다 솟구쳐 세워진 산으로 많은 야생식물이 분포되어 있다. 최정산 야생화와 함께 억새 뒤로 조망되는 대구 시내 전경과 산정에 부는 시원한 바람 그리고 내 머리 위에 머물러 있는 구름덩이가 한 없이 평화롭다. 비록 목적한 산행이 이루어지지는 않았어도 그래도 집안에서 빈둥거리는 것 보다는 훨씬 가치있는 하루였다.

 

 

 

가창중학교 골목 안 산골짝 간판 있는 지점을 들머리로 삼았다가 코스를 변경하여 가창댐이 있는 운흥사로 발길을 돌림. 운흥사 기슭에 피어있는 물봉선 군락

 

운흥사 대웅전. 신라 42대 흥덕왕 4년(829)에 의상조사가 창건

 

운흥사 범종각

 

가창면 오리 최정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는 운흥사는 정확한 창건 연혁이 전해지지 않고 있으나, 조선 광해군 12년(1620)에 무념스님이 중건하였고 영조 27년(1757)에 치화스님이 다시 재건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첫 이름은 동림사였으나 수암사라고도 불리었으며, 다시 그 후 동화사의 산외 말사가 되면서 운흥사로 불리게 되었다. 경내에는 정면 3칸, 측면 2칸의 맞배지붕으로 된 대웅전을 비롯하여 오래되지 않은 여섯 동의 건물이 있다.

 

운흥사 석불좌상

 

운흥사 용왕단

 

요사채

 

운흥사 앞 계곡으로 흐르는 물. 이 맑은 물이 가창댐으로 들어가겠지.

 

 경내의 대추나무에 사랑걸렸네.

 

운흥사 위 등산로에 산재해 있는 꽃며느리밥풀 군락. 다른 곳에서는 보지못했는데 여기서 꽃며느리밥풀 군락을 보게되네요.

 

가창댐. 가창댐 일부 시민휴식 친수공간으로 조성 / 10월말 준공 예정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에서는 상수원보호구역인 가창댐 일부를 조망권과 휴식공간을 고려한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진 자연친화적인 수변공간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정상 헬기장 인근에 있는 사직단 [社稷壇].  사직단은 조선 시대, 임금이 백성을 위해 토지의 신(神)인 사(社)와 곡식의 신인 직(稷)에게 제사를 지내던 제단을 뜻한다.

 

기름나물. 최정산 산정부에는 지금 기름나물이 여기저기 흐르러지게 피어있다.

 

최정산 KT중계소. 사직단에서 바라본 모습

 

사직단에서 바라본 산마루 물결과 구름바다

 

오이풀도 여기저기 많이 피어있네요.

 

KT중계소. 중계소 입구 50m 전방에 우측으로 가창중학교로 하산하는 등산로가 나오고 이정표가 있는데 넘어져 있다. 당초 산행 계획대로 진행이 되었다면 이쪽으로 왔을 것 같다.

 

KT 중계소 50m 전방 우측에 있는 가창중학교로 하산하는 등산로가 선명하다.

 

KT 중계소 앞에있는 헬기장. 요철 모양의 강판이 헬기장 바닥으로 되어있다.

 

헬기장에서 바라본 대구 시내 전경. 수성구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신선한 초가을 바람에 일렁이는 억새와 최정산 산정에 우뚝선 중계탑

 

바람에 일렁이는 억새 물결. 대구 근교에서 억새가 갑자기 그리우면 최정산으로 go. 급하면 산정까지 자가용 운행 가능 

 

최정산 정상은 아마 왼쪽 방공포병학교 훈련장에 있다고 하죠. 그러니 이 지점이 정상이나 다름없습니다.

 

방공포병학교 훈련장으로 가는 길. 이 곳은 민간인 통제구역이라 들어가면 안됩니다. 고로 최정산 정상 삼각점은 민간인은 밟을 수가 없죠.

 

산오이풀인가 했더니 그냥 오이풀이고, 금강아지풀인가 했더니 그냥 강아지풀이랍니다.

 

기름나물이 여기저기 많이 피어 있었습니다.

 

헬기장 아래 정자가 있는 곳에서 조망한 그림

 

같은 곳 다른 느낌. 줌으로 잡아당겨 찍어봄

 

저 아낙네는 뉘댁 아낙네인고. 최정산 산신인가? 무릉도원이 따로 없네 그려. 이 좋은 곳에 데려와도 감흥이 그리 없으신가?

 

마눌은 정자에 눕혀 놓고 여기저기 야생화 따라 발길을 옮겨보지만 보이는 만큼 색을 잡지 못해 못내 아쉽기만 하다. 그래도 요즘 똑딱이로는 나름대로 기술을 부리건만 아무래도 한계가 있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