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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동물

제주 여행 & 탐조 기행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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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여행 & 탐조 기행 16일차(10월 31일)

 

 

■ 언제 : 2023. 10. 16.(월) ~ 31.(화)  15박 16일, 10월 31일
■ 어디 : 제주(숙소는 협재 민박집 독채)

   완도여객선터미널에 도착 후 - 다산초당 - 우리 집
■ 누구랑 : 아내와 마리랑
■ 탐조 내용 : 다산초당에서 솔새류와 산새들이 보였지만 찍지는 못 했음

 

 

완도항에 도착해 집으로 이동하는 길

내비양의 지시를 어겼었는지

가는 길에 '다산초당'이라 적힌 이정표가  자주 보인다.

 

'다산초당'

여긴 아직 우리가 가지 않았던 길이다.

다산이 우릴 부르는 모양이다.

차라도 한잔하고 가야겠다.

 

초당으로 가는 길

다산의 숨소리와 그의 향기가 옷깃에 스민다.

바람에 날린 솔향이 찻잔에 담기는가 했다만

다산이 우리 곁으로 살포시 내려앉았다.

 

'목민심서', '흠흠신서', '경세유표'

시험치기 위해 무턱대고 암기만 하던 다산의 명저가 탄생한 곳

 

귀양 시절이 오히려 더 보배로웠던 시대의 석학

그의 비범함이 내 몸에 살짝 묻어왔으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에필로그 (Epilogue)

 

제주에 가는데 장장 1516일로

 

제주엔 딸내미 내외가 살고 있지만

우린 거처를 따로 마련했다.

서로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둘 다 직장에 다니는데

우리가 있으면 아니 특히 내가 있으면

딸내미랑 사위가 불편할 것임은 자명한 터

아내더러 그러길 잘했다고 한 수 거들었다.

 

이번 제주행은 당초 아내를 위한 여행으로 계획되었었다.

하지만 계획이 설립되는 순간

그 순간 난 홀로 음흉한 나만의 계획을 따로 수립하고 있었다.

반은 아내를 위한 여행 나머지 반은 내가 새를 쫓기 위한 장대한 계획

 

시작은 반반으로 잡았다.

내가 기록한 탐조일기를 보면 1516일을 홀로 독차지한 느낌이 들겠지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의 반반은 나누어 가지기도 했음을 알 수 있다.

잘 읽어 봐야 한다.

 

제주에는 생각보다 새가 보이지 않았다.

새를 찾아 나서는 내내 난 궁금증이 가시지 않았다.

제주는 도심지와 외곽을 불문하고 모두 숲으로 덮여있다.

새가 살기 위한 환경이나 조건도 충분하고 넘쳤다.

 

그런데 생각보다 새가 없다.

있는데 내가 못 본 걸까?

없어서 안 보인 걸까?

궁금증만 증폭된다.

 

비양도

차귀도

마라도

한림공원을 비롯 동네 어귀에 있는 숲

 

이 정도 환경이면 어딜 가도 새가 있어야 하거늘

물론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구수목원보다도

내가 애용하는 근교 연지보다도

새가 더 없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지만

그래도 물수리 메카인 놀이터가

우리 거처인 숙소 가까이 있어 위로가 되었고

마라도에선 그나마 ‘꽝’‘꽝’ 치지 않아 다행스러웠다.

 

1516일 동안 날씨가 좋아 다행이었고

날씨가 좋지 않아 집에 발이 묶여있는 날이 없어 좋았다.

한라산도 정체를 자주 드러냈고

바람 드센 날이 몇 번 있었지만 활동하는데 큰 지장은 없었다.

 

그러면 됐지 뭐

비가 많고 바람 많은 제주에 와

하루도 거른 날 없었으면 그 또한 복이라

그에 만족한다.

 

꽃 피는 봄이 오면 다시 가야겠다.

모름지기 새란 있을 때 가야지

없을 때 가는 건 헛일이다.

기다려라. 봄에 또 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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