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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동물

제주 여행 & 탐조 기행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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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여행 & 탐조 기행 15일차(10월 30일)

 

 

■ 언제 : 2023. 10. 16.(월) ~ 31.(화)  15박 16일, 10월 30일
■ 어디 : 제주(숙소는 협재 민박집 독채)

   아침 물수리 촬영 - 오설록티뮤지엄 - 소길별하(이효리 민박집) - 딸내미집 앞 바닷가 탐조
■ 누구랑 : 아내와 마리랑
■ 탐조 내용 : 물수리, 왜가리, 삑삑도요, 깝작도요, 노랑할미새, 백할미새

 

 

 

제주에서 남은 마지막 날

오늘밤은 딸내미집에서 자기로 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서로 불편할까 싶어 따로 숙소를 정해 지내긴 했지만

그래도 하루 정도는 묵고가야 지들 마음도 편하지 않겠나 싶어 그리했다.

 

오늘은 마지막 날이라 아내가 하고 싶은대로 움직일 생각이다.

집을 비워주기 전 난 아침 일찍 물수리 촬영장으로 가 녀석과 이별하고 왔다.

그동안 정들었던 터라 그냥 가자니 내 몸의 일부를 떼어 놓고 가는 것 같아 괜히 섭섭타.

 

물수리는 내가 가는지 오는지 개념조차 없다.

나는 그래도 이별이 섭섭해 지를 찾았건만

녀석은 하이에나처럼 그저 먹잇감만 노린다.

그래도 얼굴 보여준 것만으로도 고맙다.

얼굴도 못 보고 갔으면 더 섭섭했을 텐데...

 

늘 다니면서 간판만 보고 지나쳤던 오설록티뮤지엄으로 갔다.

난 재직 시 부장친목회 때 여기 간 적이 있어 그때 좋았던 감정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있다.

아내한테 '마리'때문에 여기 못 데리고 가서 안타깝다고 말로만 노랠 부르던 곳이다.

 

우리 '마리'때문에 입장이 안될 것 같아 갈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내가 좋다는 말에 아내가 혹시 '반려견'도 동행 가능하냐며 문의라도 해보자며 전화를 했다.

안쪽 출입은 되지 않아도 바깥은 가능하단다.

갈 운이 있었나 보다.

 

아내는 티뮤지엄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바깥에서 내가 마리를 돌보고 있는 동안 안쪽을 둘러보고 나왔다.

나는 뭐 아내 때문에 온 거라 굳이 들어갈 필요까지는 없고

밖에서 우리 '마리'랑 놀고 있는 게  더 좋았다.

 

마리를 데리고 오니 애견을 동반했을 경우 여기만 한 곳도 없어 보인다.

일단 잔디와 차밭이 좋고 주변을 공원처럼 꾸며 놓아 오히려 안쪽보다 바깥쪽이 더 좋았다.

무엇보다 우리 마리가 놀기 좋고 청춘 남녀가 데이트하는 분위기도 아주 좋다.

 

'소길별하'라고 들어 본 적이 있으신가?

여긴 이번 기행의 마지막 코스가 된 곳이다.

아내가 여기서 멀지 않다고 해서 따라갔다.

 

여긴 미리 예약을 해야 입장이 가능했다.

'소길별하'는 연예인 '효리네 민박'으로 유명했던 효리네가 살던 집을

로컬을 기반으로 한 로컬브랜드스토어로 재탄생한 곳이다.

'효리네 민박'으로 유명했던 집을 지역 특성 브랜드로 창출해 특별한 가치를 부여했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고 보면 된다.

 

사실 아내가 한번 가보자고 해서 가긴 했는데

난 갈 때부터 썩 땡기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분위기상 젊은이들만 찾을 것 같고

왠지 나한테는 격에 맞지 않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는 느낌이랄까 뭐 그런 기분이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여기도 괜찮았다.

늙수구리 사람들도 한 번쯤 가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이제 딸내미집이 마지막 코스다.

아내를 딸내미집에 데려다주고 난 집에 들어가지도 않고

사진기만 챙겨 바로 바닷가로 나갔다.

여기가 내겐 마지막 탐조지였기 때문이다.

 

봄에는 새가 좀 있었는데 가을엔 어떤지 궁금하기도 했고 사실 기대하는 맘도 컸다.

여긴 물총새 먹이터이기도 했고 노랑발도요와 꼬마물떼새, 흰목물떼새 등

여러가지 새가 있었기 때문이다.

 

해가 저물기 직전이라 탐조할 시간이 넉넉지 못했다.

물총새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고

그저 그런 녀석들만 눈에 띄었다.

 

갈대밭 사이로 뭔가 희귀한 녀석이 한 마리 보이더니

사진기를 들자 쏜살 같이 갈대밭 속으로 달아나기도 했고

꺅도요류로 보이는 녀석이 놀라서 후다닥 날아나기도 했다.

겨우 뒤태만 한 장 찍었지만 그 사진으론 뭔지도 모르겠고

놓친 고기가 커 보인다고 했나 그저 아쉬움만 그득했다.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넘어간다.

제주에서의 탐조 기행은 이로써 막을 내려야 할 것 같다.

넉넉함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백할미새와 노랑할미새, 깝작도요, 삑삑도요

마지막으로 눈에 띈 이 녀석들도 시야에서 점점 멀어져 간다.

멀리 바다직박구리 한 마리가 해안에 널브러진 나무막대기 위에 앉는다.

 

마라도에 갔을 때 배가 선착장에 도착하면 바다직박구리 한 마리가

테트라포드로 날아와 환영 인사를 하고

갈 때도 한 마리가 그 자리에 날아와 잘 가라고 인사를 한다.

여기서도 욘석이 나타나 이별을 고한다.

제주에서 가장 친근한 녀석은 바다직박구리다.

 

바다로 퐁당 빠지는 해를 뒤로 하고 딸내미집으로 들어갔다.

'띵똥'하니 역시 우리 마리가 제일 먼저 나를 반긴다.

기특한 녀석이로고

이런 널 어찌 널 사랑하지 않을쏘냐.

 

우리 '마리'도 고생했다.

오늘밤 편히 자거라.

내일은 차도 오래 타야되고 배도 타야한다.

 

 

 

 

'아듀' 이른 아침인데 잊지 않고 나타나 주어 고마워

 

 

마지막으로 멋지게 물질 한번 해주는데 잘 담지 못해 미안...

 

 

너는 그래도 한 마리 낚아채 가는구나. 사진은 희닥하지만 끝물이라 남겨둔 채 주절 주절댄다.

 

왜가리의 포스가 장난 아니네. 마치 도포자루를 두른 왕의 위용 같아 보인다. "나는 왕이로소이다." 하고 포효하는 것 같기도 하고 넓은 품을 벌려 잘 가시라고 품어 주는 것 같기도 하다. 너도 잘 있거라. 물수리가 없을 땐 그래도 네가 있어 행복했다.

 

 

깝작도요/ 딸내미집 바닷가에서 

 

 

딸내미집 앞 바닷가인데 이 녀석이 뭔지 아깝다. 딱 이 사진 한 장 얻고 사라졌다. 궁금해서 기다렸지만 더 이상 기척이 없다.

 

 

여긴 할미새류가 주류를 이룬다. 봄에는 다양한 새들이 있던데 지금은 그때와는 많이 다르네.

 

 

백할미새

 

 

깝작도요

 

 

바다직박구리/ 인사하러 왔구나. 잘 가라고... 그래 고마워. 너도 잘 지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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